한참 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 연결됐고 남자의 온화하고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청아 씨!"청아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시원 오빠, 미안해요. 이유진의 그 일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래요. 오빠도 변호사더러 고소 취하하라고 해요!"시원은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물었다."무슨 일 생겼어요?"청아는 말을 하지 않았다.시원이 물었다."누가 또 청아 씨 괴롭혔어요?"청아는 참지 못하고 목이 메어 눈물을 흘렸다.시원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청아 씨? 지금 어디에 있어요? 우리 만나서 얘기해요.""난 괜찮으니까 올 필요 없어요!" 청아가 말했다.시원은 다급해졌다."지금 어디에 있죠?"청아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끊을게요!"그녀가 전화를 끊자 시원은 인차 다시 전화를 걸었고, 그녀는 다시 끊었다.그녀는 벤치에 잠시 앉아 있다가 일어났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아침에 집에서 나왔을 때 성강은 마침 고장미를 찾으러 가서 그녀는 돌아가서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소희는 또 강성에 없었으니 그녀는 정말 자신이 어디로 갈 수 있을지 몰랐다.그녀는 일어나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거리에는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추석은 단란한 명절이었고, 설날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중시하는 명절이었다. 거리는 북적거리고 차들은 쉴 새 없이 달리며 사람들은 왔다갔다 했다.청아는 군중을 뚫고 얼마나 걸었는지 결국 레고 가게 밖에 멈춰 서서 안에 있는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큰 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누군가가 지나가더니 그녀와 부딪쳤고, 청아는 비틀거리다가 고개를 돌려서야 하늘이 흐리고 먹구름이 가득한 것을 발견했는데, 마치 언제든지 비가 올 것 같았다.행인들도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명절에 날씨가 변한다고 불평했고, 저녁에는 달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불평했다.청아는 행인을 따라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우청아 씨!"갑자기 누가 그녀를 불렀다!그녀는 멈칫하다
한참 뒤, 청아는 시원의 품에서 나오더니 그의 셔츠가 자신의 눈물에 젖은 것을 보고 더욱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이고 몇 번 흐느끼다 고개를 들어 웃었다."괜찮아요, 울고 나니까 많이 좋아졌어요!"시원은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다 담담하게 말했다."점심 안 먹었죠? 앞에 커피숍 있으니까 우리 들어가서 얘기해요."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원을 따라 커피숍으로 갔다.비가 점점 더 크게 내리자 시원은 양복 외투를 벗어 청아의 머리에 덮어주며 그녀와 같이 길을 건너 재빨리 맞은편 커피숍을 향해 걸어갔다.청아의 호흡 사이에는 모두 남자의 몸에서 나는 단아한 향기가 풍겼다. 그녀는 바람이 새지 않도록 촘촘하게 보호되어 있어 마치 비바람과 붐비는 행인들은 그녀와 무관하고 그녀는 그저 남자의 발걸음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았다.어느 순간,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녀가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그녀를 데리러 갔는데, 도중에 비가 내리자 그는 자신의 옷을 벗어 그녀의 머리에 덮었다.그녀는 그의 자전거 뒤에 앉아 아버지의 큰 외투를 머리에 덮은 채 길을 볼 수 없었지만 매우 따뜻하고 든든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커피숍에 들어갔고 시원은 옷을 가져가서 팔에 걸치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웨이터가 오자 시원은 자기에게 커피 한 잔을, 그리고 청아에게 따뜻한 우유 한 잔과 디저트를 주문했다.청아가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나왔을 때 디저트는 이미 올라왔다.시원은 따뜻한 우유와 케이크를 그녀 앞에 밀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일단 좀 먹어요. 다 먹은 후에 나에게 무슨 일 생겼는지 말해봐요. 어떤 일이든 상관없어요. 내가 있으니까!"청아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찡하면서도 따뜻해졌고 또 눈물이 솟아올랐다. 그녀는 힘껏 닦더니 고개를 들어 솔직하게 말했다."나한테 이렇게 잘해주지 마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나는 매사에 시원 오빠를 의지하게 될 걸요!"시원은 눈썹을 찌푸렸다."나한테 의지하는 건
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그녀의 뱃속의 아이가 우리 오빠의 아이라면 나는 양해서를 쓰고 더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그것은 그들 집안에 있어 큰 충격이 될 것이다!그러나 자신을 속이는 것은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차라리 처음부터 똑똑히 하는 것보다 못했다!"음." 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직은 명절이니까, 명절 지나면 조사 시작해요."청아는 시원의 관심에 감격하여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시원은 잘생긴 얼굴에 웃음을 머금었다."이따 어디 가요?"청아는 멈칫하다 대답했다."집에요." "세낸 집이요? 소희 씨에게 그 룸메이트가 자주 남자친구를 데리고 돌아간다고 들었어요. 오늘 명절이니까 그 두 사람은 분명 함께 있을 텐데 돌아가서 뭐 하게요?"청아는 눈을 드리운 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확실히 갈 곳이 없었다."우리 엄마가 나보고 이따 집에 가라고 하셨지만, 난 좀 늦게 돌아갈 수 있어요. 청아 씨 어디 가고 싶어요? 내가 같이 가줄게요!"청아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시원 오빠 얼른 집에 가요, 어머니 너무 조급하게 하지 말고!""급하긴요, 돌아가봤자 우리 아빠랑 차 마시며 얘기만 나눌텐데." 시원은 잠시 생각했다. "영화 볼래요?"청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두 사람은 또 잠시 앉아 있다가 시원의 기사가 차를 몰고 왔다. 두 사람이 차에 올라타자 기사는 공손하게 영화관을 이미 예약했다고 말했다!영화관은 바로 부근에 있었고, 두 사람이 도착한 후 한 직원이 그들을 데리고 들어갔는데 검표도 하지 않았다.청아는 마음속으로 의혹이 들었지만 영화가 시작될 때 이렇게 큰 영화관에 그들 두 사람 뿐이란 것을 보고 청아는 그제야 반응했다. 시원이 영화관을 예약했던 것이다.오늘은 명절이라 영화관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어제 저녁부터 영화관의 예매가 이미 다 팔린 상태였다. 그녀는 시원이 어떻게 임시로 이 큰 영화관을 예약했는지 몰랐다
두 편의 영화를 다 보고 나오자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시원은 청아에게 물었다."기분은 좀 좋아졌어요?"청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좋아졌어요, 시원 씨 부모님도 지금 틀림없이 조급해하실 테니까 빨리 집에 가요!"비는 이미 그쳤고, 화려한 등불이 밝아지며 축축한 지면에 수많은 등불을 비치고 있었고 공기 중에도 화목한 명절 기운이 풍겼다.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먼저 데려다줄게요!"청아가 차에 오르자 시원은 그녀와 나란히 뒤에 앉았고 찬란한 등불이 차 앞에 모이며 마치 불꽃처럼 신속하게 눈앞에서 스쳐 지나갔다.청아의 마음은 이미 안정되었다. 마치 시원이 있기만 하면 모든 고민이 해소될 수 있는 것 같았다.자동차가 강성을 가로지나 주택단지의 아래층에 멈추자 청아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시원 씨 부모님은 시원 씨 꾸짖진 않겠죠?”"내가 무슨 어린아이에요? 집에 늦게 들어갔다고 벌을 받게?" 시원은 온화하고 우아하게 웃었다."올라가요, 일 있으면 나에게 전화하고, 다시는 혼자 몰래 울지 마요."청아는 약간 뻘쭘했고, 마음속에는 낯선 감정이 용솟음쳤다. 감동 또는 다른 것이었다. 그녀는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웃음만 머금고 그를 바라보았다."시원 오빠,"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해서 오히려 떼를 쓰는 것 같았다."청아 씨가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아요!"시원이 웃으며 말했다."올라가요!""네!" 청아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조심히 가요. 그리고 추석 잘 보내고요!""그래요!" 남자는 온화하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청아는 거기에 서 있었고, 차가 시동을 걸자 차창은 천천히 올라가면서 남자의 우아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차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와 시원은 신분이든 경력이든 모두 현격한 차이가 있어서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지만 두 사람은 또 아주 가
마침 문자가 와서 소희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았고, 더 이상 어르신과 따지지 않았다.오 씨는 웃으며 말렸다."어르신, 지금 젊은이들은 저희 때와 많이 다르죠. 아가씨한테도 자신의 계획이 있을테니 어르신도 그냥 아가씨 믿으세요!"어르신은 콧방귀를 뀌었다."그녀가 아무리 이성적이라도 임가네 그 녀석을 만나면 정신을 못 차리지!"오 씨는 웃으며 그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아가씨는 안 그럴 거예요."소희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았다. 시연이 보낸 문자였는데, 문자만 봐도 그녀가 지금 몹시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오늘 모두들 본가에서 명절을 보냈는데, 언니가 오지 않았다고 큰어머니는 또 할머니가 언니한테 불만을 품게 하려고 일부러 시비를 걸었어요. 뭐 언니는 마음이 소가네 없고, 그저 촌구석의 가난한 할아버지만 생각한다고 말이에요. 나는 언니가 은혜를 알고 보답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그들은 또 내가 철이 없다고 했어요. 정말 화가 나요!]소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소시연이 한 말은 이미 매우 완곡하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소 씨네 사람들은 아마 더 듣기 싫은 말을 했을 것이다.그녀는 답장했다.[아랑곳할 필요도 없고, 나를 위해서 말할 필요도 없어.]시연은 곧 다시 답장을 보냈다. [소희 언니, 지금 북극 작업실에서 조수로 일하고 있다면서요?][응.][왜요?]시연의 뜻은 그녀가 King이고, 이미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인데 왜 자신의 작업실에 가서 조수가 되려 하는지를 묻고 싶은 거였다.소희는 간단하게 답장했다. [인턴십.]시연은 잠시 후에야 답장을 보냈다.[둘째 큰어머니는 언니가 소연 덕에 북극에 들어갔다고 하셨어요. 와! 정말 욕 나와요!]소희는 담담했다.[침착해!]시연은 계속 욱했다.[어떡하죠? 정말 미치겠어요! 나는 당장 둘째 큰어머니에게 언니가 King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녀의 코를 납작하게 하고 싶다니까요! 소연은 언니와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그녀가 놀라고 후회하는 모습 보고 싶어요!]소희,
다음 날.소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할아버지와 산에 가서 산책을 갔다.산 위에는 단풍잎이 가득 물들었는데, 가을이 되자 경치가 더욱 좋아졌다.소희는 어르신을 모시고 산중턱까지 걸으면서 청석낙엽을 밟고 신발에 이슬을 묻히며 산속의 습윤한 공기를 마시면서 기분이 상쾌했다.*돌아온 후 아침을 먹고는 손님이 찾아왔고 소희는 혼자 방으로 돌아가 책을 보았다.정오가 다 되어갈 무렵, 진석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사부님이 집에 있다고 말했고, 곧 도 씨 어르신이 그녀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계집애야, 너 또 운성으로 돌아갔니?"소희는 엷게 웃었다."네.""어쩐지 강 씨가 어제 싱글벙글 웃으며 떡을 찍어 나한테 보내서 자랑하더라니, 흥!"소희는 웃으며 말했다."돌아가면 사부님 보러 갈게요!""약속한 거지?" 도 씨 어르신은 즉시 말했다."그럼요!"두 사람이 또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어르신이 다가와 큰 소리로 외쳤다."너 이 망할 영감탱이, 또 뒤에서 내 험담을 하는 거야?"소희는 어르신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싸우게 했다.옆의 앵무새도 큰 소리로 외쳤다."망할 영감탱이!""아주 못됐어!""못됐어!"도 씨 어르신은 늙은이에 새 한 마리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곧 전화를 끊었다.어르신은 득의양양했다."나한테 욕 먹고 도망갔구먼!"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사부님이 말다툼 잘하는 새 한 마리를 키우려고 계획할 거라 생각했다.......오후, 구택과 시원 등은 함께 모여서 카드놀이를 했다.저녁무렵 때에 은서가 오더니, 뒤에 그녀를 따르는 사람들은 저마다 불고기며 랍스터, 버블티 등을 가지고 왔다.그녀는 그들을 불렀다."티타임 하지 그래? 먹고 싶으면 와서 가져가."명원이 다가오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푸아그라도 있어요? 역시 은서 누나!""물론이지, 특별히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은서는 웃으며 연어초밥을 들고 구택 곁으로 걸어갔다."자, 이건 네 거야, 내가 잘못 기억하
시원이 다가와 그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엷게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는 집에 갔어?""응." 구택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제 갔어.""겨우 하루밖에 안 떠났는데 이렇게 넋을 잃은 거야?" 시원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때 누가 자신은 단지 갖고 논다고 말했지!"구택은 눈빛이 그윽해지더니 자신을 비웃었다."어쩔 수 없었어, 그녀는 너무 귀엽잖아!"그도 자신이 언제부터 진지해졌는지 몰랐다. 언제부터인가 마음과 머릿속은 온통 그녀였다. 그는 반항하기도 했고 달갑지도 않았으나 결국 굴복했다.시원은 웃으며 그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조롱하기가 좀 그랬다. 고개를 돌려보니 은서가 계속 이쪽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그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소희 씨를 좋아하는 이상 은서와 분명하게 말해."구택은 눈썹을 찌푸렸다."넌 내가 소희 씨 좋아하는 거 티 난다고 생각해?"시원은 영문을 몰랐지만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구택의 말투는 무덤덤했다."모두가 다 알아볼 수 있는 이상, 구은서도 당연히 알겠지!”소희는 그가 공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가 소희를 좋아하는 일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고, 그는 자신의 태도가 이미 매우 뚜렷하다고 느꼈다.물론 은서도 귀국한 후에 그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만약 그녀가 말한다면 그는 솔직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소희라고 말할 것이다.시원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다행히 난 똑똑해서 여자들한테 빠지지 않거든. 감정에 될수록 너무 집착하지마!"귀찮으니까!구택은 그를 흘겨보았다."너 그럼 맨날 공장에서 일하는 공인들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데?"시원은 나른하게 웃었다."당연히 차이가 있지. 나는 돈을 쓰고, 그들은 돈을 벌고!"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일어나 베란다로 걸어갔다."나 귀찮게 하지 마!"시원은 야유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연애 중인 남자는 건드리면 안 돼!"그는 의자에 앉아 있다 담배를
소희는 운동장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야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다.집에 돌아오자 오 씨는 이미 등불을 켜기 시작했다.할아버지는 그녀가 밥 먹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주방은 맛있는 음식을 한 상 차려 놓았는데,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그녀와 오빠는 모두 부모가 없었고 할아버지도 부모님처럼 모든 일을 배려하며 사사건건 챙겨주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들의 성장과정에 그리 참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녀와 오빠의 취향을 모두 똑똑히 기억했고 언제나 그들에게 강 씨 집안은 영원히 그들의 강대한 후원자라고 말했다!......밥을 먹고 소희는 또 어르신과 함께 정원에 잠시 앉았다가 곧 9시가 될 때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그녀는 핸드폰을 보았지만 구택이 보낸 문자는 없었다.그녀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돌아온 요 며칠, 구택은 한두 시간마다 그녀와 연락했지만 오후에 두 사람이 영상 통화를 한 뒤, 지금까지 그는 뜻밖에도 다시 그녀를 찾지 않았다.아마도 시원 그들과 놀고 있겠지. 이렇게 생각한 소희는 샤워를 한 후에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그녀가 눕자마자 옆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소희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구택은 부드럽게 말했다."자요? 소희 씨 집이 어딨죠? 주소 보내줘요."소희는 멍하니 있다가 곧 잠이 깼다."지금 어디에요?""고속도로에 있는데, 곧 운성에 도착할 거예요."소희, "..."그녀는 전화를 끊고 옷을 갈아입고 외출했다.정원에서 그녀는 어르신과 부딪쳐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뒷짐을 지고 물었다."한밤중에 어디 가니?"소희는 입술을 오므렸고 맑은 눈동자는 머리 위의 붉은 등불을 비추고 있어 마치 화려한 불꽃 같았다."할아버지, 구택 씨가 왔어요."어르신은 얼굴에 놀라움이 스치더니 또 인차 깨달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를 데리고 나 만나러 오지 않을 거야?"소희는 맑은 눈을 뜨고 말했다."할아버지,"어르신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손을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
“이거 소매 속에 숨기면 안 보일 거예요!”임유진은 서인의 손을 꽉 잡고, 손목에서 놓아주지 않았고, 끝까지 팔찌를 채우려 했다.이에 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무슨 소매 속에 숨긴다는 거야?’그러나 유진은 자기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손목에 팔찌를 걸어주려고 했다.“움직이지 마요!”서인은 손을 빼내려 하는 순간, 앞에서 안토니가 그를 불렀다. 그렇게 서인이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유진은 순식간에 서인의 손목에 팔찌를 걸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절대 빼면 안 돼요. 안 그러면, 계속 떠벌릴 거예요. 내가 사장님 좋아한다고!”둘은 한적한 산길 위에 서 있었다. 햇볕이 부드럽게 내리쬐며, 유진의 맑은 눈동자에 반짝거리는 빛을 담았다. 그 말은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깊고 따뜻한 감정을 담은 채, 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서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 팔찌가 손목 위에 얹혀 있었다. 그러나 순간, 그것이 뜨겁게 달궈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그 감정이 그의 맥박을 타고 흘러드는 것처럼.서인은 아무 말 없이 방향을 돌려 토니에게 향했다. 유진은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손안에 남은 하나의 팔찌를 꼭 쥐었다.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길가에는 여러 노점이 늘어서 있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이 가득했다. 넷은 천천히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했다.그러나 한참 후, 길이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하자, 안주설과 토니는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늦추었다.“아 나 더 이상 못 걷겠어.”주설이 투정을 부리자, 토니는 다정하게 그녀를 업었다.“어릴 때부터 산길을 걸었으니까, 널 업고 정상까지 가는 것도 문제없어!”주설은 토니의 목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돌려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며들어 있었다.“우리, 원래 이래요.
유진은 서인이 돌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말했다.“사장님! 안토니가 우리를 산에 데려가 준대요!”토니도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마을 뒷산 경치가 꽤 괜찮아요. 오후에 특별한 일정도 없으니까, 산책하면서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서인은 유진이 잔뜩 들뜬 모습을 보자, 별다른 거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렇게 토니의 안내에 따라 산길을 걸었다.약 10분 정도 걷자, 산으로 오르는 메인 길이 나왔다. 그곳에는 관광객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안주설은 토니의 팔을 꼭 끼고 있었고, 그 모습은 꽤 다정해 보였다. 멀리 보이는 산은 웅장하게 솟아 있었고, 정상 부근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산허리에는 옅은 안개가 감돌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까운 곳에는 거대한 바위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고, 울창한 숲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폐 속까지 깊숙이 스며들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유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와, 정말 아름답네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원래 이런 거 안 좋아하지 않았어?”애초에 유진은 이번 주말에 회사 워크숍이 있었지만, 가지 않겠다고 했었다. 집에서 쉬는 게 더 좋다고 했던 사람이, 여기 와서는 이렇게 들뜬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서인을 올려다보았다.“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여행이 즐거운 건,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유진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참, 까다롭네.”이에 유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이게 왜 까다로운 거예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인데!”그러나 서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유진은 잽싸게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그럼 사장님은 나랑 같이 산에 오는 게 좋아요,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랑 노는 게 좋아요?”서인은 잠시 걸음을 늦추더니, 진지하게
유진은 볼이 살짝 붉어진 채,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서인을 노려보았다.“설령 난초라 해도, 가장 흔한 종류잖아요! 어떻게 그게 100만원이나 해요? 역시 사장님, 돈이 많긴 많네요!”서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100만원, 네 월급에서 차감할 거니까.”그 말에 유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한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웃었고, 눈가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원래라면, 유진은 자신이 바보 같아서 화가 났고, 서인이 계속 놀려서도 화가 났다. 그런데 이렇게 웃는 걸 보니, 그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나직이 말했다.“앞으로는 아무거나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게요.”다시는 서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인은 웃음을 거두고, 유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사실 그녀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또한 서인은 유진을 성가신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결국, 서인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그건 그냥 잡초였어.”그것을 귀한 보물로 만든 건,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유진은, 이내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달콤하고, 보기 좋았다....점심때가 되자, 토니네 가족은 뒷마당에서 키운 닭을 요리하고, 지역 특산 음식을 만들어 서인과 유진을 대접했다. 소박한 가정식이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었다.유진은 원래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지만, 전혀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닭볶음과 깊은 맛이 우러난 닭국물을 맛보며 연신 감탄했다.“이거 정말 맛있어요! 닭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국물도 진하고요!”윤석경은 놀라면서도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면 많이 먹어요. 또 떠줄 테니까!”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유진의 그릇에 음식을 더 담아 주었고, 유진도 서인을 향해 젓가락을 내밀며 말했다.“맛있
서인은 안토니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윤석경 씨, 잠깐 나와 보세요! 이 사람이 당신네 집 손님 맞나요?”서인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무언가를 예감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밖으로 향했다. 토니의 부모도 급히 그를 따라 나갔다. 밖에는 오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단정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곱슬머리로 말려 있었다. 여자는 토니네 가족을 보자마자, 곧장 손가락으로 한쪽에 서 있는 유진을 가리켰다.“이 사람이 당신네 손님 맞아요?”유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제발 소리치지 마세요! 제가 돈 드린다고 했잖아요!”유진은 당장이라도 땅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고, 서인은 다가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죠?”박민란은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이 여자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내 난초를 뽑아서 토끼 먹이로 줬어요! 내 난초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요?”“조금만 늦었어도 다 뽑혀 나갔을 거예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이건 엄연한 도둑질이라고요!”유진은 머리를 싸매고 싶었고, 작은 목소리로 서인에게 변명했다.“난초인 줄 몰랐어요. 그냥 잡초인 줄 알았어요.”유진은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님께 혼나는 아이처럼 위축되었다. 그러나 박민란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쏘아붙였다.“변명하지 마요! 어쨌든 내 난초를 뽑은 건 사실이잖아요!”그때, 윤석경이 나서서 말했다.“우리 집에도 난초가 있으니까, 그걸로 대신 보상해 줄게요. 어린애한테 그렇게 큰소리칠 필요까지야 있나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하지만 박민란은 완강했다.“안 돼요! 당신네 집 난초랑 내 난초는 품종이 달라요! 그러니 난 절대 못 받아요!”윤석경도 화가 났다.“똑같은 난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박민란이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내 난초는 특별히 돈 들여 키운 거예요. 이미 손님이 예약한 거라고요! 근데 이제 어쩌란 말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