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는 연속 술을 몇 잔이나 마셔서 얼굴이 빨갰고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당연히 여러분들이 나의 생일을 축하해 줬기 때문이죠!”시원의 잘생긴 얼굴은 담담해졌다."기뻐해도 오늘 다른 사람도 없는데, 딱 우리가 너에게 술 먹인 것 같잖아요!"분위기가 점점 편해지자 그들은 마치 전에 어정에서 함께 모이는 것처럼 웃고 떠들었다.식사를 반쯤 먹을 때, 청아는 취해서 일어나 화장실에 갔고 소희도 뒤따라갔다.*복도에서 명원은 미연과 함께 걸어왔는데, 두 사람은 모두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들이 서로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다.지난번 맞선을 본 후, 두 사람은 정식으로 "사귀"었다고 할 수 있었고 주말이 되자마자 장 부인은 명원더러 미연과 데이트하러 가라고 재촉했다. 명원은 이리저리 미루다 결국 오늘 오후까지 미뤘고, 더 이상 두를 핑계가 없어서 그제야 장 부인의 "감시"하에 미연에게 전화를 걸어 밥 먹자고 약속했다.미연도 나름 그와 호흡이 잘 맞아서 전화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두 사람은 샹젤 웨스트 밖에서 만나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이 데이트를 철저히 얼버무렸다.이때 명원은 앞에 있는 소희를 보고 눈빛에 음울함을 스치며 담담하게 말했다."먼저 들어가요, 난 볼 일이 좀 있어서요!"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미연을 상관하지 않고 바로 앞에 있는 소희를 따라갔다.청아는 화장실에 갔고, 소희는 청아에게 해장해 주려고 요구르트를 가지러 갔다.그녀가 막 들어가자마자 뒤에서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이 왜 여기에 있죠?"소희는 고개를 돌려 명원인 것을 보고 계속 요구르트를 받으며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명원은 무시당해서 화가 나서 일부러 소희를 화나게 하려고 했다."당신 같은 가난한 학생이 어떻게 이곳에 와서 밥 먹을 돈이 있는 거죠? 택이 형 돈 쓴 거예요, 아니면 택이 형 따라온 거예요?"소희는 손에 든 요구르트를 흔들며 물었다."좀 마실래요?"명원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죠?""술
어쩐지!미연은 명원을 흘겨보더니 소희에게 말했다."소개해 줄게, 내 남자친구, 장명원이야!"명원은 싸늘하게 웃었다."좀 더 분명하게 소개해야죠. 사귀는 척하는 남자친구라고!"미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내숭 떨긴!""내가 내숭을 떤다고요? 이건 분명히 사실이라고요!"명원은 눈을 크게 떴다."그럼 얼굴에다 적어요, 이마에 '가짜 남자친구'라고!"명원,"…..."소희는 두 사람이 말다툼하는 것을 보고 너무 익숙하다고 느끼며 약간 웃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미연은 소희를 쳐다보았다."그럼 우리 먼저 갈게!"말을 마치자 그녀는 바로 명원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명원은 가려고 하지 않았다."나 아직 그녀에게 할 말 있다고요!""무슨 말?" 미연은 다짜고짜 그를 끌고 갔다. "가지 않으면 당신 엄마한테 전화할 거야!""우리 엄마한테 이른다고요?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나는 어린애가 아니라 선생님이에요. 학생이 말을 듣지 않으면 당연히 학부모를 불러야 하죠!""간미연 씨, 이렇게 나올 거예요?"......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다가 점점 멀어져 갔다.소희는 눈썹을 들더니 요구르트를 들고나갔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룸으로 돌아왔을 때, 청아는 이미 돌아왔고 소희는 요구르트를 그녀에게 주며 천천히 마시면 해장에 아주 좋다고 말했다.청아의 얼굴은 점점 빨개졌고 마치 화장한 것 같기도 또 나무에서 곧 익을 사과 같기도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웠다.시원은 잠시 나갔다가 바로 국수 한 그릇을 들고 돌아왔다. 그것은 장수면이었는데, 위에는 계란 프라이와 채소 있었고, 간단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청아는 두 손으로 국수를 받아오며 눈가가 촉촉해졌고, 그녀는 이미 취했지만 헤헤 웃으며 시원과 말했다."전에 생일 쇠면 우리 아빠도 이렇게 국수를 끓여 줬거든요. 이것과 똑같아요.”시원은 그녀의 집안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이때 그녀의 촉촉한 눈시울을 보고 가슴이 찡해지더니 담담하게 웃었다."앞으로 우리가 국수 끓여 줄게요."
청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그녀가 왜 나를 대신해서 결정하냐고요!"소희 몇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바라보았다.허홍연은 제 발 저린 듯 말했다."이 일은 네 새언니가 잘못했어. 네 오빠도 이 일 때문에 그녀와 한바탕 싸우며 돈을 이 씨네 집안에 돌려주라고 했거든. 그러나 그녀는 돈을 다 썼다며 돌려줄 돈이 없다는 거야! 그리고 또 네가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다면, 네 오빠와 헤어질 거라고 말했어! 엄마도 어쩔 수없이 너에게 전화하는 거야!"허홍연은 목이 메었다."청아야, 이 일은 그만두면 안 되겠니? 엄마가 이렇게 빌게! 내가 네 새언니보고 4백만 원 내놓으라고 할게, 널 보상하는 셈으로 말이야. 그러니까 장시원 도련님더러 변호사 철수하라고 해, 우리 더 이상 추궁하지 말자!"청아는 멍해지며 머리가 윙윙거렸고 마음도 무척 아팠다. 그녀는 이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지만 그녀의 엄마와 오빠는 모두 잊어버린데다 그녀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단지 그녀로 하여금 그 5천만 원을 위해, 장설을 위해, 그녀를 다치게 한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었다!언제부터일까? 낡은 집을 팔 때부터 그녀는 더 이상 집이 없었고 그녀의 엄마와 오빠도 모두 변했다."청아야, 엄마도 네가 억울한 거 다 안다. 엄마한테 2백만 원 있으니까 네가 만약 장시원 도련님더러 변호사 철수하게 한다면, 이 돈도 너에게 줄게."허홍연은 아직도 전화로 계속 청아를 설득하고 있었다.청아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목이 멘 채로 말했다."엄마, 시원 오빠는 나를 위해서 그런 거예요, 알아요?""나도 알아, 그래서 나도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엄마도 들었는데, 이 일도 사실 다 장시원 도련님 때문에 일어났다며? 그는 너를 위해서일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야." 허홍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차피 우리도 보상을 받았으니 이 일은 그냥 그만두자!"청아는 싸늘하게 말했다.“보상이요? 피해는 내가 입었는데, 보상한 장설이 받
청아는 그제야 받았다."고마워요!"구택은 그녀를 도와 상자를 자신의 차에 놓은 뒤 그녀를 데리고 소희와 함께 떠났다.청아가 사는 곳은 너무 외딴곳이라 또 길이 막혀서 그들은 한 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너무 늦은 시간이라 청아는 소희더러 위층으로 올라오라고 하지 않았다."일찍 돌아가라!"소희는 그녀가 괴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그녀를 위로해야 할지 몰라 그냥 부드럽게 말했다."오늘부터 모든 일이 잘될 거야!"청아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녀는 시원이 준 선물을 안고 소희와 구택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몸을 돌려 들어갔다.구택은 소희의 어깨를 안았다."우리도 이만 돌아가요!"이곳은 엄청 낡은 주택단지라 사람들은 차를 마구 세웠고, 이때 아래층에는 스쿠터와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는데 소희는 아래층의 차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구택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잠깐만요!"......청아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문에 들어서자, 집안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거실에서 파티를 열고 있었다.어떤 남자와 여자는 베란다에서 키스를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으며, 탁자 위에는 먹다 남은 도시락, 바비큐, 술병이 놓여 있었고, 온 집안에는 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가득했다.청아는 상자를 안고 곧장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장미와 성강은 소파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고 있었고 장미는 눈을 들어 청아를 바라보더니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어떤 사람은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봐. 남자를 꼬신 다음 또 다른 사람에게 덮어 씌우다니. 그것도 대학생이 말이야. 참 어이가 없어서!”청아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장미를 바라보았다!옆에 탱크톱을 입은 한 여자가 웃으며 물었다."장미야, 그게 누군데?"장미는 차가운 눈으로 청아를 쳐다보았다."그건 그 사람이 더 잘 알겠지, 미친년!"성강은 고개를 들어 경망스럽게 청아를 향해 윙크를 했고 무척 득의양양했다!청아의 안색은 하얗게 질
남자들은 담배를 물고 술병을 들며 음흉하게 소희의 몸을 훑어보았고, 어떤 사람은 경박하게 웃었다."어디서 온 계집애야?"다른 한 사람은 히죽거리며 말했다."내 여자친구, 참 예쁘지?""꺼져, 너는 그냥 인형과 사귀어!"다른 사람들은 한바탕 그를 비웃었다.장미 곁에 앉은 여자가 일어서더니 소희를 힐끗 쳐다보았다."당신 누구야?"그리고 뒤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누가 돈 내고 시켰어? 그런 돈을 왜 써? 날 찾으면 되지!"많은 사람들은 또 한바탕 히죽거렸다.소희는 담담하게 방안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모두 꺼져,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테니까!""신고?" 여자는 손가락에 낀 담배를 탁자 위에 힘껏 눌러 끄더니 술병을 들고 소희를 향해 내리쳤다.소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술병이 눈앞에 닥쳤을 때, 그녀는 갑자기 손을 뻗어 여자의 손목을 잡고 술병을 그녀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술병이 깨지더니 여자는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안고 소파에 주저앉았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멍해지며 방안은 조용해졌다. 여자의 남자친구는 한창 카드놀이를 하다가 욕설을 퍼붓고 일어나 흉악한 표정으로 땅바닥의 술병을 들고 소희를 향해 달려들었다.소희는 그의 팔을 잡고 살짝 힘을 주었고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로 무릎을 꿇었다.소희는 깔끔하게 남자를 발로 걷어차더니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맞을래 아니면 스스로 꺼질래, 너희들이 선택해!"이때 장미는 소희의 얼굴을 할퀴려고 달려들었다."감히 내 집에서 행패를 부리다니!""찰싹!"장미는 오히려 소희에게 뺨을 맞으며 소파에 넘어졌다.소희의 아름다운 얼굴은 몹시 차가웠고, 그녀는 탁자를 걷어차더니 한 글자 한 글자 씩 또박또박하게 말했다."방금 한 말 거두지. 오늘 너희들, 한 사람도 도망갈 생각하지 마!"......작은방에 있던 청아는 마음이 답답했고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또 그녀를 초조하게 만들어서 아
"청소할게, 깨끗하게 청소할게!"성강은 아파서 표정이 일그러지며 눈에는 황공함이 가득했고 감히 소희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허리를 짚고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빗자루를 들었다.다른 사람들도 분분히 일어나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겁에 질렸고, 전의 무지막지한 기세도 사라진 채로 순순히 방을 청소했다.어떤 사람은 화장실에서 무엇을 뒤집었는지 한바탕 소리가 났고, 청아는 얼른 가서 살펴보았다.거실에서 소희는 소파에 기대어 서서 이 사람들이 청소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장미는 손에 대걸레를 들고 천천히 소희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녀는 얼굴 반쪽이 부었고 악독한 눈빛으로 소희의 뒷머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소희의 등 뒤로 가서 방금 대걸레를 들어 올리자, 손목은 무언가에 맞았는지 뼈가 뚫린 것처럼 심하게 아팠다.그녀는 비명을 질렀고 대걸레는 바닥에 떨어졌다. 장미는 손목을 안고 뒤로 물러나서야 그녀의 손목을 때린 것은 벤틀리의 차 키라는 것을 발견했고 그녀는 자신의 손목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소희는 고개를 돌리자 문 앞에 서 있는 구택을 보았다.그녀는 그를 한 번 보더니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장미를 바라보았고 장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뒤로 물러났다.소희는 한 손으로 소파 등을 받치고 다리를 들어 깔끔하게 뛰어와 장미의 멱살을 잡고 마치 닭 한 마리를 든 것처럼 그녀를 베란다로 들어 올렸다.장미는 소희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리고 놀라서 온몸을 떨며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성강, 나 살려줘!"“여기 사람 죽여요!”......그녀의 남자친구인 성강은 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희를 보더니 또 입구에 서 있는 차갑고 존귀한 남자를 보며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전에 장미와 사이가 괜찮았던 여자들까지 포함한 사람들은 그 누구도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소희는 장미를 잡고 그녀를 철 난간에 올려놓았다. 장미는 머리가 아래를 향한 채 몸의 절반이 베란다 밖에 매달려 있었었고 창백해진 얼굴로
소희는 그녀를 들어 바닥에 던지고 고개를 돌려 방안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멍하니 서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은 즉시 허둥지둥 청소하기 시작했다.30분도 안 되자, 방은 깨끗이 정리되었고 주방의 가스레인지마저 반질반질하게 닦였다.이 사람들은 지금까지 집안일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렇게 강요를 당하지 않았다면 정말 자신이 어떤 방면의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지, 그리고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몰랐다!청소를 마친 뒤, 한 무리의 사람들은 가지런히 줄을 섰고 군사훈련 때보다 더 일사불란했다.구택은 문에 기대고 서서 옷차림이 색다르고 멍이 들고 얼굴이 부은 사람들이 마치 벌을 받는 초등학생처럼 당황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을 두려워하게 하는 소희는 앳된 얼굴과 정교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어 마치 상냥하고 착한 이웃집 여동생과도 같았다.이런 위화감에 그는 왠지 웃고 싶었다소희는 청아더러 방마다 검사하라고 했다.청아는 한 바퀴 돌아보더니 말했다."아주 깨끗해."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제 가봐!"한 무리의 사람들은 한숨을 돌리며 즉시 도망치듯 뛰쳐나갔고 며칠 정도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방안은 조용해졌고 장미는 구석에 숨어 있었다. 소희가 말을 하지 않자 그녀도 감히 방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소희는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그저 청아에게 일 있으면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당부한 뒤 구택과 함께 떠났다.소희가 떠난 후, 청아는 장미에게 말했다."앞으로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내가 청소하고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은 네가 청소해. 일요일은 우리의 휴일이고.”장미는 소희 때문에 놀라 안색이 창백해진 채 천천히 일어서서 고개를 숙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네가 말한 대로 하자!"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이윽고 장미의 방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청아는 깜짝 놀랐고 장미가 소희에게 놀라서 울었는지 아니면 그녀가 위험에 빠질 때 자신의 남자친구가 찍소리도 하지 못해서
한참 뒤, 구택은 멈추었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어루만지며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자기야, 방금 아래층에 있을 때부터 그 사람들이 청아 씨를 괴롭히고 있다는 거 알아차렸죠? 다음에 또 이런 상황에 부딪치면 청아 씨를 위해 나선다고 해도 혼자 올라가지 않으면 안 돼요?"소희는 마음이 움직였다."미안해요!"구택은 눈빛이 깊어졌다."나는 소희 씨의 사과를 원하지 않아요. 난 소희 씨가 항상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소희는 입술을 오므렸다."나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택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즉시 입을 다물고 어깨를 살짝 들썩였다."다음에 주의할게요!""착해라!" 구택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소희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소희 씨 간단하게 무술만 배운 거 아니죠?"소희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천천히 말했다."방금 내 모습을 보고 놀란 거예요?"구택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빛이 그윽해졌다."다소 의외라고 느꼈지만, 더욱이는 마음이 아팠고 또 좀 궁금했어요. 오는 길 내내 소희 씨에게 물어볼까 말까 생각했는데, 난 소희 씨의 과거를 매우 알고 싶지만 또 소희 씨가 떠올리고 싫지 않은 기억을 건드릴까 봐 두려웠어요."소희는 그의 셔츠를 잡고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나중에 알려줄게요."구택은 미간을 찌푸렸다."나는 소희 씨 앞에서 투명한 거나 다름없는데, 소희 씨는 오히려 나에게 그렇게 많은 비밀을 숨기다니, 이건 불공평하죠!"소희의 검은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이며 그 안에는 부드럽고 강인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구택 씨 앞에서 나는 비밀이 없어요. 다만 과거가 좀 있을 뿐이에요. 나에게 시간을 줘요. 내가 어떻게 당신에게 알려줄지 생각 좀 하게요."구택은 그윽한 눈동자로 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 키스를 하며 그녀를 안고 곧장 방으로 걸어갔다."나는 소희 씨의 과거 따윈 신경 쓰지 않아요. 그냥 우리의 미래만 관심하고 싶어요!"……
강시언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최근에 내가 너의 양부모와 관련된 단서를 따라갔고, 너를 납치했던 사람을 찾아냈어.”“대략 1년 전에 체포되어 지금 감옥에 있어. 내가 사람을 보내 잘 돌봐주게 했지.”아심은 눈빛이 살짝 차가워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시언은 말을 이었다.“그리고 널 샀던 양부모도 지금 형편이 좋지 않아. 아들은 방탕한 삶을 살고,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여자 친구랑 함께 부모를 착취하고 있지.”“돈을 요구하며 부모를 때리고 욕하는 게 다반사야. 그래서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따로 손을 쓸 필요도 없었어.”아심은 담담히 말했다.“나는 그들에게 이미 마음을 비웠어요. 어차피 친부모도 아니었으니까요. 나를 사들였다가 다시 팔아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죠.”“감정도 없으니 당연히 원망도 없어요.”“원망은 내가 해!”시언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거웠다.“그 사람들이 너를 때리고 욕했던 걸 떠올리면, 지금 받는 벌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아심의 마음은 순간 간질거렸다. 마치 개미가 기어오르는 듯한, 따뜻하면서도 저릿한 감각이 가슴 끝까지 퍼졌다. 그녀는 눈가가 살짝 물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들이 나를 팔았기에 내가 당신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로 그들을 원망하지 않아요.”시언은 팔을 들어 아심의 어깨를 감싸며 눈을 마주쳤다. 시언의 깊고 투명한 눈동자는 점점 더 차갑고도 또렷해졌다.“그날 도경수 할아버지가 네 몸에 있는 태어나는 반점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을 때, 내가 대답하지 않았잖아. 네 생각엔 뭐라고 답해야 할까?”시언은 끝음을 살짝 끌며, 자기 목소리에 특유의 저음과 자극적인 울림을 더했다. 빗소리에 묻힌 그의 말은 그녀의 마음을 강렬히 두드렸다.이에 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있는 그대로 대답하세요. 근데, 그럴 용기 있어요?”“내가 무서워서 못 한다고 생각해?”시언은 낮고 짧게 대꾸했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아심의 정교한 턱을 잡아들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오븐 속 닭 날개는 이미 다 구워졌고, 끓던 국도 식어버렸다. 밖에서는 다시 비가 내리는지, 부슬부슬한 빗소리가 고요한 분위기를 더욱 차분하게 만들고 있었다.강시언은 몸을 약간 일으켜 그녀의 옷을 입혀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뒷정리할 테니, 너는 가서 샤워해. 씻고 나오면 바로 식사할 수 있을 거야.”강아심은 나른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움직이지 않고 대꾸했다.“내가 샤워 끝낼 때쯤 당신이 음식을 다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해요?”“딱 두 가지 요리랑 국 하나야. 충분하겠어?”시언이 묻자, 아심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점심에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음식이 많이 남아서, 그거 데워서 먹으면 돼요. 음식은 낭비하면 안 되니까.”“그래.”시언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아심을 조리대에서 내려주었지만, 아심은 그의 단단한 허리를 감싸 안고 움직이지 않았다.붉게 물든 눈가로,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못 걸을 것 같아요.”이에 시언은 낮게 웃으며 아심을 다시 들어 올려 주방에서 주방의 욕실로 데려갔다....두 사람이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되었다. 시언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아심은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얇은 잠옷 차림의 그녀는 헝클어진 긴 머리를 어깨에 흘러내린 채 앉아 있었다. 밖에서 스며드는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아심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흩날렸고, 하얗고 가녀린 어깨가 머리카락 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났다.아심은 비를 바라보며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어두운 조명이 그녀의 부드럽고 가냘픈 라인을 더 강조했고, 그녀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을 주었다.시언은 그녀에게 다가가 같은 자세로 바닥에 앉았다.“야근은 좋은 핑계겠지만, 도도희 아주머니랑 도경수 할아버지가 모를 리 없지. 너, 집에 가기 싫은 거잖아.”아심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시언의 깊고 투명한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에 아심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 말이 맞아요.
영상 속의 셰프는 유창하게 자국어를 구사하며 부드럽게 웃었다.[당신은 미스터 강의 여자 친구인가요? 참고로 지금 종료해도 보수는 환불되지 않아요.]아심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알고 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좋아요. 그러면 이만!]셰프의 말을 끝으로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상을 종료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강시언에게 물었다.“닭 날개를 굽고 싶으신 거예요?”“너 할 줄 알아?”“이미 양념까지 다 해두셨으니, 오븐에 넣고 온도와 시간을 맞추면 끝이예요.”시언은 접시에 담아둔 닭 날개를 그녀에게 건네자, 아심은 돌아서서 접시를 오븐에 넣으며 물었다.“어떻게 갑자기 요리를 배우고 싶으셨던 거예요?”시언은 다른 재료를 고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별거 아니야. 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따뜻한 밥상을 느껴보라고.”그 말에 아심은 순간 멈칫하며 오븐을 멍하니 바라봤다. 몇 초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타이머를 설정했다. 아심은 돌아서며 미소를 지었다.“제가 뭐 도와줄까요?”시언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네가 내가 부른 셰프를 쫓아냈잖아. 네가 안 도우면 생닭을 먹겠다는 뜻인가?”아심은 고개를 숙이며 작게 웃었다. 그녀는 소매를 걷으며 도마 위에 놓인 토마토를 보며 물었다.“이건 뭐 만들려고요?”“약간의 토마토를 곁들인 소고기볶음.”아심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아직 걷는 법도 배우지 않았는데 벌써 달리려는 거예요?”시언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지?”아심은 대답 대신 말했다.“그 요리는 오래 걸려요. 배가 고프니까 그냥 토마토는 생으로 먹어요.”시언은 물었다.“생으로? 그냥 먹으라고?”“상쾌하고 맛있어요.”아심은 토마토를 반으로 자른 뒤 한 조각을 손으로 집어 시언의 입가에 내밀며 말했다.“한번 먹어보고 생토마토 맛이 어떤지 확인해 보세요.”아심은 고개를 살짝 치켜들며, 눈가가 붉어진 채 가늘게 올라간 눈꼬리와 흐르는 듯한 시선으로 무의식적인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시언은
아심은 연희가 쏟아내는 말들을 들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기절하지 마, 그러다 네 남편이 걱정하실라.”[아심아, 내가 도경수 할아버지를 몇 년 동안 알아 왔는지 너 알아?]연희는 감탄하며 말했다.[우리가 친구였는데, 이제 넌 도경수 할아버지의 친손녀가 됐잖아!]아심은 연희의 목소리에서 그녀의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사실 나도 정말 많이 놀랐어.”[그렇지만 정말 축하할 일이야!]연희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정말 깜짝 놀랄 만 하면서도 기쁜 소식이야!]연희는 평소 양재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재아가 도경수의 손녀가 아니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기뻤다. 그런데, 아심이 도경수의 손녀라는 사실을 들었을 땐 말 그대로 두 배의 기쁨이었다.어젯밤, 연희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노명성을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바람에 명성은 그녀가 임신이라도 한 줄 알고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고마워.”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연희야, 나도 네가 내 친구라는 게 너무 행복해.”[이제는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이기도 하잖아!]연희는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번 주말에 도경수 할아버지를 찾아뵈러 갈게. 축하도 드릴 겸.]“언제든지 환영해.”두 사람은 한참 더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오후에 정아현이 다시 업무 보고를 하러 왔을 때는 이전과 달리 눈에 띄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내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결국 입을 열었다.“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저,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그저 사장님이 걱정돼서 그랬던 건데, 앞으로는 다시는 미스터 강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을게요!”아심은 담담히 말했다.“그래요. 오늘은 일찍 퇴근해요. 남자 친구 생겼다면서요? 데이트하러 가요.”이에 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드려요, 사장님.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게요!”...아심이 퇴근할 때쯤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회사를 나설 땐 직원들마저 모두 퇴근해 그녀 혼자 남아 있었다.점심으로 받은 음
식사 중에 강시언이 물었다.“저녁에 또 약속 있어?”아심은 반쯤 내려간 눈길로 잠시 깜빡이며, 약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요즘 정말 바빠요.”“응.” 시언은 짧게 대답한 뒤 더는 묻지 않았다.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지만 각자 차를 타고 반대 방향으로 떠났다. 아심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녀는 정말 바빴다.정아현이 업무 보고를 하러 들어왔을 때, 아현은 무심코 아심에게 말했다.“내일 토요일인데, 권수영 여사님께서 댁에서 생일 파티를 연대요. 성대한 파티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꽤 많은 사람을 초대한 것 같아요.”“지승현 사장님도 아마 어머니 생일을 위해 집에 남아 있을 거고요. 어쩌면 권 여사님께서 그 자리에서 며느리를 정하려고 할지도 몰라요.”아현은 슬쩍 아심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내일 생일 파티에 누가 참석하는지 제가 알아볼까요?”아심은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약간 피곤한 듯 말했다.“아현 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와 지승현은 이미 끝났어요. 앞으로도 절대 다시 이어질 일은 없으니까, 지씨 집안 일은 신경 쓰지 마요.”“그리고 지승현 앞에서 내 얘기를 일부러 꺼내지도 마세요.”아현은 눈을 굴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장님, 그런데 미스터 강이 돌아와서 사장님을 찾으신 건 맞죠?”아심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아요?”아현은 머쓱해하며 대답했다.“그날 저녁, 그분이 회사로 오시는 걸 봤거든요.”아심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사장님, 그분과 다시 만나신 건가요?”아현의 질문에 아심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보고서를 읽으며 담담히 말했다.“아니야.”이에 아현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안 만나는 게 맞아요. 사장님,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 그 사람이 갑자기 돌아와선 찾아오고, 또 떠나서는 연락도 없는 게 말이 돼요?”“사장님을 뭐로 보고 그러는 건지, 정말 어이가 없네요.”아심의 얼굴은 갑자기
“잠이 안 온다면, 다른 걸 해도 괜찮아.”강시언이 말하자, 강아심은 잠시 침묵하더니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여기 남아 있는 거예요? 대단한 진언님께서 굳이 소파에서 자는 걸 선택하시다니, 대체 왜요?”시언은 차가운 눈을 반쯤 내리며 담담히 대답했다.“비가 와서 못 가.”아심은 문득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아 그래서 그런 거구나.”시언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넌 뭐라고 생각했는데?”“저는...”아심은 손을 들어 시언의 셔츠 앞자락을 잡으며, 긴 속눈썹을 떨었다. 그의 어깨를 스치며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남으신 이유가, 내일 아침 제가 만든 샌드위치를 드시고 싶어서인 줄 알았어요.”“그 샌드위치, 꽤 맛있더라고.”“그러면 내일도 만들어 드릴게요.”“좋아.”아심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저 이제 피곤해요. 잘게요. 방해하지 마세요.”“자.”시언은 아심을 품 안으로 더 끌어당겼다.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퍼붓고 있었다. 마치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했고, 천둥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방 안에서는 두 사람이 꼭 껴안고 평온한 잠에 들었다.아심은 곧 잠들었지만, 시언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원래 잠들기 전부터 그녀에게 자극받은 상태였고, 지금 아심의 부드럽고 따뜻한 몸이 품 안에 있으니 더더욱 잠이 오지 않았다.얇은 실크 슬립 드레스 하나만 입은 아심은 곡선이 우아하고 매혹적이며, 피부는 부드럽고 은은한 향기가 퍼졌다.그랬기에 시언은 자신이 방금 했던 말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제야 약간의 졸음이 밀려왔다. 그러나 막 잠들려는 순간, 아심이 시언의 품 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리고 아심의 손이 시언의 풀어진 셔츠 단추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시언은 즉시 정신이 번쩍 들며 낮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강아심!”하지만 아심은 깊이 잠든 상태라 대답이 없었다.시언은 깊은숨을 내쉬며 아심의 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아심은 무의식적으로 몸부
몇 번째인지 모를 천둥소리가 울리고 난 후, 아심은 시언의 어깨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몸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시언의 눈동자는 어둠보다 더 깊고 짙어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아심의 옆얼굴에 뜨거운 입맞춤을 남겼다.아심은 허리띠를 푸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눈이 한 번 깜빡였고, 그러더니 시언의 품에서 일어나 뒤돌아보며 나른하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심은 천천히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며 문을 닫고 잠갔다.쾅!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린 후, 아심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는 문에 기대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웃은 뒤에야 셔츠를 정리하며 욕실로 향했다.거실.시언은 굳게 닫힌 방의 문을 바라보았다. 항상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의 얼굴에 희미한 냉소와 무력감이 떠올랐다.시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 손을 씻었다. 그가 다시 거실로 돌아오자, 그의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메시지가 도착했다.시언은 화면을 확인한 뒤, 희미한 조명 속에서 그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아심이 또다시 시언에게 계좌이체를 한 것이었다.그러자 시언은 화가 나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메시지를 보내며 물었다.[그게 그렇게 만족스러웠어?]잠시 후, 아심이 답장을 보냈다.[부디 돈을 받아줘요. 거래가 끝났으니, 다음번에도 잘 협력할 수 있겠죠?]아심은 막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밖에서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입가를 살짝 올렸다. 그러나 시언은 더 이상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아심은 그가 화가 난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문을 열고 직접 확인할 용기는 없었다.비가 점점 더 거세졌다. 아심은 침대 머리맡에 앉아 한동안 기획서를 읽고, 도도희와 통화를 한 뒤, 피곤함에 이끌려 잠이 들었다.천둥소리는 계속 이어졌지만, 아심은 매우 깊이 잠들었다.한밤중.어느덧 새벽 두 시가 되었다.천둥소리에 잠이 깬 아심은 시간을 확인한 뒤 잠시 고민하다가, 이불을 챙겨 침대에서 내
[그럼 내가 방해하지 않을게. 일이 끝나면 꼭 집에 오렴.]도경수가 따뜻한 목소리로 당부하자 아심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뒤, 아심은 도경수의 번호를 저장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일에 몰두했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도경수가 했던 한 글자가 맴돌았다.집, 아심에게도 이제 집이 생겼다.잠시 후, 도씨 집안에서 보낸 점심이 도착했다. 5단으로 된 보온 도시락에는 네 가지 반찬과 한 가지 국이 담겨 있었다.모두 어제 아심이 식사 중에 유독 많이 먹었던 요리들이었다. 도경수는 아심의 입맛을 기억한 것이다. 아심은 마음속 깊이 따뜻함이 밀려들었고, 가족이라는 존재가 점점 더 가깝게 느껴졌다.오후에는 도도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저녁에 비가 올 테니 우산을 준비하고, 약속이 끝나면 가능한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했다.전화를 끊고 난 뒤, 아심은 휴대전화를 쥐고 갑자기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다....하루는 빠르게 지나갔다. 저녁 8시쯤, 아심은 자주 가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은 뒤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실의 스탠드 조명이 켜져 있었고, 강시언이 소파에 앉아 책을 들고 느긋하게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이에 아심은 그에게 다가가 약간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남의 집에 들어오실 때는 원래 이렇게 허락도 안 구하시나요?”“남의 집?”시언이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차갑게 내리는 비가 어우러진 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맑은 옥처럼 울렸다. 아심은 시언의 맞은편 테이블 위에 앉았다.따뜻한 조명 아래, 아심의 아름다운 이목구비에는 약간의 나른함과 여유가 섞여 있었다.“저는 이제 당신의 넘버 세븐이 아니예요.”시언은 손을 들어 아심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살짝 당기며 자기 무릎 위로 올렸다. 그러고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내 넘버 세븐이 아니더라도, 넌 내 재희야.”이에 아심은 매혹적인 눈빛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왜 재희가 당신의 것이죠?”시언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도도희가 말했다.“집으로 가져올 짐이 있으면 내가 같이 가서 챙길게.”강심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제가 혼자 해도 돼요. 짐이 많지 않거든요.”도경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일이 끝나면 꼭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외할아버지가 너랑 상의할 일이 있어.”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그러자 양재아가 말을 받으며 웃었다.“아심이 집에 오면 내 옆방에서 지내면 어때? 우리 같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도도희는 잔잔히 웃으며 거절했다.“괜찮아요. 내가 이미 내 옆방을 정리해 두었어요. 재희와 좀 더 가까이 있고 싶거든요.”그 말에 재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그것도 괜찮네요.”아침 식사가 끝난 뒤, 강시언은 아심을 회사까지 데려다주었고, 도경수는 끝까지 마당 문밖까지 따라 나와 배웅했다.재아는 도씨 집안의 운전사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도경수가 시언의 차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차가운 기운이 들었다.‘역시 친자식은 다르구나.’ 재아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내가 몇 달 동안 도씨 집안에서 도경수를 모셨는데도, 강아심이 하루 있는 것만 못하네.’“가요, 늦겠어요.”재아는 시선을 거두며 운전사에게 말했다....시언은 앞을 응시한 채 운전하며 물었다.“저녁에 정말 약속이 있는 거야?”아심은 나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부드러운 햇빛이 그녀의 옆얼굴에 떨어져 따뜻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정말이예요.”그러자 시언은 그녀를 힐끔 보며 말없이 운전했고, 아심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저녁에 제가 운전해서 갈 테니 굳이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요.”“그래.” 시언은 담담히 대답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아심은 가벼운 질문을 하였다.“강재석 할아버지랑 언제 강성으로 돌아가세요?”시언이 물었다.“왜 그러는데?”“그냥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아심은 잠시 멈추었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강재석 할아버지가 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