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어두워지자 구택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몇 시간이나 쳤는데 피곤하지도 않나 봐? 좀 쉬자!”시원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아이고, 오후 내내 마작을 하는 게 여자를 하룻밤 달래는 것보다 더 피곤해!”청아의 얼굴이 붉어지자 은서는 웃으며 말했다."여기 여자들도 있는데 좀 자제할 순 없니?”시원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분명 당신들이 음란한 생각을 한 거잖아!”다른 한 테이블의 사람들도 흩어졌다. 모두들 일어서며 얼굴에는 거북이가 가득했다. 특히 명원은 얼굴에 거북이가 바짝 붙어 있었고 코끝에도 찍히며 얼굴에 깨끗한 곳이 없었다.모두들 서로를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이때 하인이 와서 저녁이 다 되었다는데 언제 식사를 하냐고 물었다.백림은 특별히 5성급 레스토랑의 셰프를 초청했고 사람들은 오후 내내 놀다가 피곤하면서도 배가 고파서 하인더리 지금 상을 차리라고 분부했다.사람들이 세수하기 전에 시원은 카메라를 꺼내 웃으며 말했다."모두들 움직이지 마. 오늘은 정말 사진을 찍어서 기념할 가치가 있으니까 우리 다 같이 사진 찍자. 나중에 서로를 비웃어도 되고.”사람들은 모두 이 아이디어가 좋다고 했고 백림은 집사를 불러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그들은 거실로 가며 여자들은 모두 소파에 앉았고, 다른 사람들은 소파 뒤에 서서 매 사람마다 얼굴에 거북이가 찍힌 채 활짝 웃고 있었다.시원은 구택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그의 얼굴에 거북이 하나를 찍어주고는 그를 끌고 가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구택은 내색하지 않고 그와 자리를 바꾸며 소희의 뒤에 서서 손을 소파에 걸쳤고 멀리서 보면 소희의 어깨를 잡은 것 같았다.사진을 찍은 뒤, 사람들은 분분히 달려가서 세수를 했고, 그 후 만찬이 시작되었다.오늘 날씨는 아주 좋았고 밤바람도 따뜻해서 만찬은 별장 밖의 잔디밭에서 거행됐다. 깨끗하고 깔끔한 잔디밭에 거대한 긴 식탁, 그리고 위에는 정교한 식기와 각종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사람들은 각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친구로 지내려고." 백림은 웃으며 청아를 힐끗 보더니 아무 일 없는 척 고개를 돌려 명원 그들과 담소를 나누었다.은서는 소희와 청아에게 술을 따르며 온아하게 웃었다."비록 여긴 백림의 별장이지만, 우리는 이전에 자주 이곳에서 모임을 가져서 모두 자신의 집으로 여기고 있어요. 너희 두 사람들도 너무 사양하지 말고 편하게 지내요.”청아는 즉시 말했다."그럼요, 모두들 너무 좋아요.”은서는 말했다."그들은 함께 있으면 농담을 하기 좋아하니까 만약 무슨 과분한 말을 했다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그들을 혼내 줄게요!”원래 청아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은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긴장해지며 인자 괜찮다고 말했다.긴 탁자 다른 한쪽에 있는 구택은 의자에 기대어 담담하게 백림과 명원 그들이 웃고 떠드는 것을 들으며 가끔 소희의 방향을 보더니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시원은 그의 옆에 앉아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전에는 우는 얼굴을 하며 만나기도 싫었는데, 왜 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거야?”구택은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난 줄곧 이런 표정이었어.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너만 눈이 독하군!”“그냥 인정해라!" 시원은 비웃었다.이때 하인이 음식을 들고 왔는데 그중 빙설 치즈라는 디저트를 보며 구택은 눈빛이 부드러워지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디저트는 레이디 쪽으로!”“예!" 하인은 즉시 대답하며 디저트를 가져갔다.시원은 그를 보며 놀렸다."네가 오는 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궁금한데.”구택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며 사악하게 웃었다."안 알려 줄 거야!”시원은 남자의 득의양양한 표정을 보고, 순간 솔로인 자신이 비웃음을 당했다고 느꼈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너 이제 끝났어!”구택은 영문 몰라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시원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소희 씨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넌 오히려 기뻐서 어쩔 바를 몰랐으니. 너 지금 소희 씨한테 끌려가고
청아는 멈칫하더니 바로 소희를 쳐다보았다.소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접시에 있는 쇠고기를 먹고 있었다.옆에는 진수의 여자친구도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비위를 맞추기 위해 디저트를 은서 앞으로 밀며 웃으며 말했다."임 대표님의 마음인 이상 은서 씨가 먹어요!”“아니에요, 같이 먹어요!"은서는 웃으며 또 은근히 무척 자랑스러워했다.해가 지자 잔디밭의 등불이 하나둘씩 켜졌고 밤바람은 따뜻하고 공기는 맑았으며 많은 사람들은 낮은 소리로 담소하고 있었고 음식의 향기는 공기 속에 가득 퍼져 분위기는 더욱 즐겁고 편안했다.마음이 맞는 젊은이들이 함께 모이는 것만큼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은 없었다. ......저녁을 먹은 뒤,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사람들은 별장으로 돌아와 분장 파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은서는 여자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옷을 골랐다. 그것은 개량된 검은색 벨벳 치파오였는데 어깨와 목 사이에는 레이스가 있었고 작은 케이프 과도 같은 모양이었으며 아래는 튜브탑이었다. 쇄골과 튜브탑 사이에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녀의 하얀 피부를 드러날 듯 나지 않을 듯 만들어 맵시 있으면서도 섹시했다.파티의 주제는 옛날 풍격이라 청아는 자신이 비교적 말라서 치파오를 입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옛날의 학생복을 선택했다.은서는 짙은 남색의 금색에 빨간 꽃을 수놓은 치파오 한 벌을 소희에게 가져다주었다."소희 씨, 이거 입으면 엄청 예쁠 거 같은데요!”청아는 즉시 말했다."소희가 입으면 너무 늙은 티 나지 않을까요?”은서는 자신의 몸에 비교해 보았다."늙어 보여요? 난 괜찮은 것 같은데요!”진수의 여자 친구는 즉시 맞장구를 쳤다."조금도 늙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 치파오는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여요!”“그렇게 좋아하는 이상 그럼 당신이 입어봐요!"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고 청아를 한 번 보았다."난 청아처럼 학생복 입을게요.”은서는 멋쩍게 웃었다."좋아요.”그녀는 자신이
백림은 청아를 초청했고 청아는 그가 줄곧 자신을 돌보던 것을 생각하며 거절하기 어려워 그와 함께 춤을 추러 갔다.다행히 대학교 1학년 때 그녀는 동아리에 참가한 적이 있었고, 이런 춤도 배운 적이 있었다.진수와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여자 친구를 데리고 춤을 추러 갔는데, 사람들은 소희와 구택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감히 소희를 초대하지 못했다.소희는 춤을 출 줄 몰랐고 옷을 갈아입은 것도 이 상황에 맞게 행동하려고 그랬다. 이때 그녀는 혼자 한쪽 소파에 가서 앉아 주스를 들고 천천히 마셨다.밥 먹을 때 그녀는 칵테일 두 잔을 마셔서 지금은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이때,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오며 그녀를 가렸고, 소희는 고개를 들어 구택의 담담하지만 잘생긴 얼굴을 보았다.구택은 손을 내밀었다."춤추러 갈래요?”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춤출 줄 몰라요.”“내가 가르쳐 줄게요!" 남자는 눈을 드리우며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소희는 고개를 들어 구택을 바라보다가 그가 집요하게 손을 계속 내미는 것을 보고 입술을 오므리고 일어서서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구택은 즉시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그녀를 데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사람들 사이로 걸어갔다.“내 어깨에 손 얹어요!" 구택은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소희는 다른 사람들을 한 번 보더니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구택은 그녀를 데리고 천천히 움직이며 회전했고 소희는 인차 발걸음을 잘못 디뎌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의 허리를 잡은 남자의 손은 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고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우리 전에 스케이트 탈 때 기억해요? 나한테 완전히 자신을 맡겨요. 날 믿어요!”불빛은 어두워지며 남자의 뚜렷한 옆모습을 비추었고 짙은 남자의 숨결은 그녀의 귓가를 스치며 전율은 그녀의 귓가를 따라 빠르게 내려가며 몸은 반쯤 저렸다.그녀는 약간 멍해지며 순간 사고력을 잃은 듯 그가 말한
“지난 일은 이미 지나갔잖아요. 누나도 지금 돌아왔고요."명원이 그녀를 위로했다.은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난 돌아왔지. 돌아와서 전에 저지른 잘못을 만회하려고”그녀는 말을 마치고 당부했다."나와 구택의 일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특히 구택한테 말이야. 두 사람의 감정인 이상, 난 우리 두 사람이 해결했으면 좋겠어!”“알아요!"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요. 난 항상 누나 편이니까!”은서는 농담을 하며 말했다."내가 중요해 아니면 네 택이 형이 중요해?”명원의 인형 같은 얼굴에는 어수룩한 웃음이 드러났다."모두 중요해요. 내 마음속에서 누나와 택이 형은 같은 존재니까요!”은서는 감동을 받았다."고마워 명원아!”“에이, 천만에요!" 명원은 해맑게 웃었다.노래 한 곡이 끝나자 불빛은 밝아졌고, 모두들 흥이 가시지 않았지만 천천히 흩어져 쉬러 갔다.구택은 아직 소희의 손을 놓지 않았고 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어둠의 3분, 시작!”방 안의 모든 불이 순식간에 꺼지며 어둠에 빠지자 사람들은 놀라다 곧 웃음을 터뜨렸다.이것은 파티 때 일부러 불을 3분 동안 끄고 사람들더러 어둠 속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임이었다.바깥 정원의 불도 모두 꺼졌고, 방 안은 엄청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누군가가 외쳤다."누가 내 머리 때렸어?”“누구야 나 안은 사람이? 잘못 안은 거 아니야? 난 남자라고!”“나는 조백림이다, 이제 사람을 때릴 거야!”어차피 누가 누군지 몰랐기에 모두들 한바탕 웃고 떠들었다. 명원은 은서가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감싸며 소파 쪽으로 숨었다.청아는 누군가에 의해 눈을 가리며 속으로 당황했지만 그 사람이 문득 자신의 손을 잡고 그녀를 데리고 옆으로 걸어갔다.그녀는 그 사람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고, 심지어 몸도 볼 수 없었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은 사람이 시원이라고 생각했다.소희는 움직이지 않았기에 구택도 움직이지
시원의 기사가 제일 먼저 차를 몰고 왔고 시원은 여러 사람들과 손을 흔들었다."우리 먼저 간다!"소희와 청아도 그들과 작별 인사를 했고 백림은 특별히 청아의 카카오톡을 추가하며 그녀를 향해 휴대전화를 흔들었다."집에 도착하면 문자 줘요!"청아는 예의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희를 따라 차에 올랐다.차가 떠난 후 명우도 차를 몰고 왔다.은서는 차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구택이 차에 타지 않는 것을 보고 놀라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넌 안 타?"구택이 말했다."명우더러 데려다주라고 할게. 난 일이 좀 있어서 이따 백림의 차를 타고 갈 거야."은서의 눈빛은 즉시 어두워졌고, 그녀는 실망을 참으며 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그럼 조심해서 가.""음!"은서는 몸을 곧게 펴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떠날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백림은 사람 시켜 자신의 차를 몰고 오라고 한 뒤 차 키를 구택에게 건네주었다."구택, 넌 여기에 남지 않을래?""일이 있어서!" 구택은 설명을 한 뒤 차 키를 받고 차에 시동을 건 다음 어두운 밤으로 사라졌다.......소희와 청아는 시원의 차에 앉으며 그의 전화가 줄곧 울리는 것을 들었다. 그는 두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말투를 들어보면 상대방은 모두 여자였고 그것도 서로 다른 여자였다.청아는 창밖에 네온사인이 재빨리 스쳐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에 채찍에 있던 붉은색 벨벳으로 만든 꽃을 쥐고 있었다.그녀는 이것이 시원이 그녀에게 매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몸에서 나는 그 특별한 향기를 맡았고, 그것은 여자를 그에게 빠지게 만드는 냄새였다.시원은 전화를 끊고 뒤돌아서서 청아에게 말했다."백림의 말은 그냥 농담으로 생각해요.”청아는 정신을 차리고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오늘 저녁에 있었던 그 어떤 일도 그녀는 진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시원은 웃으며 말했다."다른 뜻은 아니고요, 청아 씨는 얌전하고 성실한 남자친구를 원하지만, 그는 아니라서요!"
구택은 표정이 어두워졌고 그의 눈빛도 더욱 깊어졌다. 그는 그녀를 주시하면서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소희 씨가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져야 하는 건가요?”어두컴컴한 불빛 아래, 소희는 얼굴이 하얘서 보기에 무척 차갑고 소원해 보였다."처음부터 우리 약속했잖아요, 누가 끝내고 싶다면 언제든지 이 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매달리지 말고 통쾌하게!""통쾌하게?" 구택은 눈빛에 분노를 띠며 싸늘하게 웃었다."어떻게 통쾌하게 헤어질 수 있는지 말해 줄래요?"소희는 고개를 돌려 입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구택은 얼굴이 얼음처럼 차가웠다."그 서인이란 사람 때문이죠? 그가 나타난 후부터 우리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소희 씨는 그를 위해 나를 속이며 병원에 남아 그를 돌보았고 지금은 또 그 때문에 나와 헤어지려고 하고 있어요. 소희 씨는 그 남자가 그렇게 좋아요?"소희는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그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나와 서인은 구택 씨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요!""그럼 이러는 이유가 뭐죠?" 구택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마치 자신의 분노와 달갑지 않은 마음을 애써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소희 씨가 먼저 내 앞에 나타났고, 그날 밤도 소희 씨가 먼저 다가왔죠. 지금 당신이 끝내자고 하면, 나는요? 소희 씨는 내 마음이 어떤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소희는 종래로 구택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설사 그날 병원에서 자신이 그를 속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구택은 그저 싸늘하게 웃으며 그녀를 비꼬았다. 그러나 오늘 그녀는 그의 눈에 나타난 분노를 보았고 심지어 슬픔이 깃들었다.그녀는 멈칫하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울음을 참고 자신의 목소리를 가라앉혔다."다른 여자들도 구택 씨의 섹스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해요. 내가 없어도 당신은 여자가 부족하지 않을 거예요."구택의 눈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분노와 불쾌함은 순식간에 사라진 것 같았고 그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절망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희 씨, 당신은
그리고 그 서인에 관해서라면, 그들 사이에 어떤 과거가 있었든, 소희가 자신의 여자가 된 순간부터 그녀는 그의 것으로 될 운명이었고, 누구든 그녀를 빼앗을 수 없었다!한 달 동안 찬물로 샤워를 했는데, 그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원했고 미친 듯이 그녀를 원했다!소희는 남자의 열정에 놀라 호흡이 강점되며 그의 숨결은 그녀의 모든 감각기관을 따라 몸속으로 파고들었다.그녀는 힘겹게 이성을 되찾으며 힘껏 그를 밀었고, 밀어내지 못하자 그냥 그의 어깨를 한 입 깨물었다.남자는 흥얼거리더니 그녀의 목에 키스를 하며 섹시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자기야, 한 입만 더 물어줘요."소희는 그의 얼굴을 받치고 눈빛에는 다소 분노가 띠었다."나에게 서이연 씨에 관한 일을 설명하겠다 하지 않았어요?"구택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소녀를 보고 있었고 그녀의 핑크빛 입술과 통통한 얼굴을 보며 그녀는 분명 화가 났지만 그는 보면 볼수록 좋아했고 뼛속까지 느낄 정도로 좋아했다!그는 참지 못하고 다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날 밤 설정원이 그녀를 귀찮게 했다며 호텔에 방을 예약했지만 돌아가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그녀와 마주치며 기자들에게 찍힌 거예요."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아닌데요, 저녁에 내가 구택 씨에게 전화했을 때, 그녀가 전화를 받으며 구택 씨가 샤워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구택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날 밤 나한테 전화했어요?""통화 기록 한 번 봐요." 소희는 콧방귀를 뀌었다.구택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그날의 통화기록을 찾았지만 아무도 없었다.그는 눈빛을 돌리며 말투가 차가워졌다."기록 없는 거 보면, 서이연이 삭제한 게 틀림없어요!""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소희는 낮은 소리로 그를 일깨워 주었다.구택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녀의 얼굴에 키스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그날 밤 그녀는 내 방에 숨어 있었고 내가 목욕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
“이거 소매 속에 숨기면 안 보일 거예요!”임유진은 서인의 손을 꽉 잡고, 손목에서 놓아주지 않았고, 끝까지 팔찌를 채우려 했다.이에 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무슨 소매 속에 숨긴다는 거야?’그러나 유진은 자기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손목에 팔찌를 걸어주려고 했다.“움직이지 마요!”서인은 손을 빼내려 하는 순간, 앞에서 안토니가 그를 불렀다. 그렇게 서인이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유진은 순식간에 서인의 손목에 팔찌를 걸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절대 빼면 안 돼요. 안 그러면, 계속 떠벌릴 거예요. 내가 사장님 좋아한다고!”둘은 한적한 산길 위에 서 있었다. 햇볕이 부드럽게 내리쬐며, 유진의 맑은 눈동자에 반짝거리는 빛을 담았다. 그 말은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깊고 따뜻한 감정을 담은 채, 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서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 팔찌가 손목 위에 얹혀 있었다. 그러나 순간, 그것이 뜨겁게 달궈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그 감정이 그의 맥박을 타고 흘러드는 것처럼.서인은 아무 말 없이 방향을 돌려 토니에게 향했다. 유진은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손안에 남은 하나의 팔찌를 꼭 쥐었다.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길가에는 여러 노점이 늘어서 있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이 가득했다. 넷은 천천히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했다.그러나 한참 후, 길이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하자, 안주설과 토니는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늦추었다.“아 나 더 이상 못 걷겠어.”주설이 투정을 부리자, 토니는 다정하게 그녀를 업었다.“어릴 때부터 산길을 걸었으니까, 널 업고 정상까지 가는 것도 문제없어!”주설은 토니의 목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돌려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며들어 있었다.“우리, 원래 이래요.
유진은 서인이 돌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말했다.“사장님! 안토니가 우리를 산에 데려가 준대요!”토니도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마을 뒷산 경치가 꽤 괜찮아요. 오후에 특별한 일정도 없으니까, 산책하면서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서인은 유진이 잔뜩 들뜬 모습을 보자, 별다른 거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렇게 토니의 안내에 따라 산길을 걸었다.약 10분 정도 걷자, 산으로 오르는 메인 길이 나왔다. 그곳에는 관광객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안주설은 토니의 팔을 꼭 끼고 있었고, 그 모습은 꽤 다정해 보였다. 멀리 보이는 산은 웅장하게 솟아 있었고, 정상 부근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산허리에는 옅은 안개가 감돌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까운 곳에는 거대한 바위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고, 울창한 숲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폐 속까지 깊숙이 스며들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유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와, 정말 아름답네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원래 이런 거 안 좋아하지 않았어?”애초에 유진은 이번 주말에 회사 워크숍이 있었지만, 가지 않겠다고 했었다. 집에서 쉬는 게 더 좋다고 했던 사람이, 여기 와서는 이렇게 들뜬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서인을 올려다보았다.“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여행이 즐거운 건,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유진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참, 까다롭네.”이에 유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이게 왜 까다로운 거예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인데!”그러나 서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유진은 잽싸게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그럼 사장님은 나랑 같이 산에 오는 게 좋아요,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랑 노는 게 좋아요?”서인은 잠시 걸음을 늦추더니, 진지하게
유진은 볼이 살짝 붉어진 채,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서인을 노려보았다.“설령 난초라 해도, 가장 흔한 종류잖아요! 어떻게 그게 100만원이나 해요? 역시 사장님, 돈이 많긴 많네요!”서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100만원, 네 월급에서 차감할 거니까.”그 말에 유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한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웃었고, 눈가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원래라면, 유진은 자신이 바보 같아서 화가 났고, 서인이 계속 놀려서도 화가 났다. 그런데 이렇게 웃는 걸 보니, 그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나직이 말했다.“앞으로는 아무거나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게요.”다시는 서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인은 웃음을 거두고, 유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사실 그녀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또한 서인은 유진을 성가신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결국, 서인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그건 그냥 잡초였어.”그것을 귀한 보물로 만든 건,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유진은, 이내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달콤하고, 보기 좋았다....점심때가 되자, 토니네 가족은 뒷마당에서 키운 닭을 요리하고, 지역 특산 음식을 만들어 서인과 유진을 대접했다. 소박한 가정식이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었다.유진은 원래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지만, 전혀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닭볶음과 깊은 맛이 우러난 닭국물을 맛보며 연신 감탄했다.“이거 정말 맛있어요! 닭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국물도 진하고요!”윤석경은 놀라면서도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면 많이 먹어요. 또 떠줄 테니까!”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유진의 그릇에 음식을 더 담아 주었고, 유진도 서인을 향해 젓가락을 내밀며 말했다.“맛있
서인은 안토니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윤석경 씨, 잠깐 나와 보세요! 이 사람이 당신네 집 손님 맞나요?”서인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무언가를 예감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밖으로 향했다. 토니의 부모도 급히 그를 따라 나갔다. 밖에는 오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단정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곱슬머리로 말려 있었다. 여자는 토니네 가족을 보자마자, 곧장 손가락으로 한쪽에 서 있는 유진을 가리켰다.“이 사람이 당신네 손님 맞아요?”유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제발 소리치지 마세요! 제가 돈 드린다고 했잖아요!”유진은 당장이라도 땅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고, 서인은 다가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죠?”박민란은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이 여자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내 난초를 뽑아서 토끼 먹이로 줬어요! 내 난초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요?”“조금만 늦었어도 다 뽑혀 나갔을 거예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이건 엄연한 도둑질이라고요!”유진은 머리를 싸매고 싶었고, 작은 목소리로 서인에게 변명했다.“난초인 줄 몰랐어요. 그냥 잡초인 줄 알았어요.”유진은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님께 혼나는 아이처럼 위축되었다. 그러나 박민란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쏘아붙였다.“변명하지 마요! 어쨌든 내 난초를 뽑은 건 사실이잖아요!”그때, 윤석경이 나서서 말했다.“우리 집에도 난초가 있으니까, 그걸로 대신 보상해 줄게요. 어린애한테 그렇게 큰소리칠 필요까지야 있나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하지만 박민란은 완강했다.“안 돼요! 당신네 집 난초랑 내 난초는 품종이 달라요! 그러니 난 절대 못 받아요!”윤석경도 화가 났다.“똑같은 난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박민란이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내 난초는 특별히 돈 들여 키운 거예요. 이미 손님이 예약한 거라고요! 근데 이제 어쩌란 말이에
안토니는 이미 저들과 한 차례 몸싸움을 벌였는지, 얼굴에 상처가 있었다. 그는 부모님 앞을 가로막고 서서, 강제로 계약서에 서명시키려는 남자들과 격렬하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그때, 서인이 안으로 들어섰고,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란 눈으로 서인을 바라봤다. 서인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이윽고 한 손으로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차갑게 말했다.“안토니네 가족은 이사하지 않으니까, 당장 꺼져요!”그때, 상대편의 우두머리 격인 남자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당신 누구야? 당신이 뭔데 결정해?”서인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지금부터 이 집안일은 내가 결정해.”임유진도 단호하게 나섰다.“당신들, 합법적인 철거 허가서라도 있어요? 없으면, 지금 이건 불법으로 민가에 침입한 거고, 타인의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예요! 신고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요!”남자는 싸늘한 눈빛으로 유진을 노려보았다.“신고? 해보시지, 이 계집애가!”남자는 말을 끝맺지 못했는데, 서인의 차가운 눈빛이 번뜩이며 그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고,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이내 남자는 수치심에 휩싸여 분노를 터뜨렸고 뒤에 있던 부하에게 눈짓을 보냈다. 곧, 우락부락한 남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주먹을 쥐고 서인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서인은 간단하게 공격을 막았다. 팔을 낚아채어 비틀어버린 후, 가슴팍을 발로 걷어찼다.쿵! 남자는 그대로 공중으로 튕겨 올라 바닥에 내팽개쳐졌다.“으악!”놀란 안주설과 토니네 부모님이 급히 뒤로 물러섰다. 토니는 같이 싸우려 했지만, 서인이 손을 들어 막았다.“넌 신경 쓰지 마.”서인의 태도는 한결같이 차분했지만, 움직임은 날카롭고 거칠었다. 몇 초 만에 남은 두 명까지 모두 쓰러졌다.우두머리는 바닥에 널브러진 부하들을 보며, 서인이 보통 상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대로 정면으로 붙었다가는 자기들이 더 크게 당할 것이 뻔했다.그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쳤다.“기
서인이 약속한 장소는 호텔 맞은편에 있는 찻집이었다. 두 사람이 몇 분을 기다리자, 상대가 도착했다.그는 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고, 짙은 남색의 운동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멀리서 서인을 발견한 남자는 곧바로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걸어오면서 팔을 벌렸고, 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이파이브를 한 뒤, 어깨를 가볍게 맞댔다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았다.“이렇게 오래 못 봤는데, 네가 갑자기 연락할 줄이야. 아직도 믿기지 않네!”남자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그는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얼굴에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이에 서인은 담담하게 웃었다.“정말 오랜만이긴 하죠.”“예전에 너희 작전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남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살아 있어서 다행이네.”서인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인은 남자를 데리고 자리로 돌아왔다.임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남자는 놀란 듯 서인을 쳐다보았다.“여자친구야?”서인은 짧게 답했다.“아니요. 그냥 같이 온 친구예요. 임유진.”그는 이어서 남자를 소개했다.“이한우라고 해요.”유진은 그를 한 번 보더니 따라 불렀다.“한우 씨!”한우는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인의 친구라면 나한테도 친구나 다름없죠. 편하게 있어요.”세 사람은 자리에 앉았고, 서인과 한우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유진은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다실에서 나온 말차 케이크와 재스민 차를 즐겼다.서인은 흥성에서 기반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한우는 지역에 오래 정착한 사업가로, 여러 방면에 인맥이 있었다.서인은 안토니네 가족을 돕기 위해 한우를 찾아온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한우는 별다른 고민도 없이 흔쾌히 말했다.“리조트 호텔 사장은 모르지만, 철거 보상 담당자는 잘 알지. 같이 술도 마셨던 사이라, 내
서인이 자신을 바라보자, 임유진은 재빨리 침대 옆 협탁에서 안대를 꺼내 들었다. 자신이 눈을 가릴 거라는 뜻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미 씻었어.”서인은 무심하게 말한 뒤, 고개를 돌려 물었다.“불 꺼도 돼?”방 안에는 서인의 쪽에만 벽 등이 켜져 있었다. 이에 반쯤 몸을 돌린 채 유진을 바라자, 유진도 마찬가지로 그를 바라봤다. 둘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공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흘렀다.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고작 오초였지만, 묘하게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유진의 눈빛은 마치 깊고 맑은 호수 같았다. 그 안에 잔잔한 물결이 퍼지는 듯했다.어둠 속에서도 유진의 눈빛이 한층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헐렁한 티셔츠의 목 부분이 흘러내려, 가느다란 어깨가 반쯤 드러났다. 유진의 피부는 눈이 부시게 하얗고 매끄러웠다. 마치 만지기라도 하면 부서질 듯한 촉감이 느껴질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방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그 짧은 순간에 묘한 분위기도 함께 사라졌다. 유진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유진은 서인의 침대 너머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야외 수영장의 물이 조명이 반사되어 은은하게 출렁이고 있었다. 마치 유진의 들뜬 마음처럼,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였다. 그러나 곧, 자동으로 커튼이 내려졌다.그 작은 물결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서인이 일부러 그런 것임을 알고, 유진은 살짝 토라진 얼굴로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이불을 단정하게 덮고 눈을 감았다.서인도 조용히 눈을 감았으나 방 안에는 은은한 향이 맴돌고 있었다. 샤워를 마친 유진의 상쾌한 바디워시 향이 공기 속에 가볍게 떠돌았다. 희미하지만,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마치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가슴 깊이 스며드는 듯했다.다음 날 아침, 서인은 눈을 뜨자마자 머리가 멍해졌다. 그러나 곧 모든 감각이 선명해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게 뭐지?’유진은 원래 잘 때 얌전한 모습이었으나 자고 나면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녀의 이불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침대 위에
유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방으로 돌아가 휴대폰을 챙겼다. 왜냐하면 유진이 가져온 것은 오직 휴대전화뿐이었다. 두 사람은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어둑한 복도에서, 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서인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이번에는 서인이 그녀를 밀어내지 않았다. 유진은 조금씩 용기를 내어 손가락을 더 깊이 엮었고, 결국 그의 손 전체를 단단히 쥐었다.서인의 손은 크고 뼈마디가 굵었으며, 손바닥에는 거칠지만 단단한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그러나 유진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촉감이 이상하게도 더 마음에 들었다.깊은 밤, 조용한 복도에서, 유진은 자기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쿵, 쿵. 긴장과 부끄러움, 그리고 묘한 설렘이 섞여 있었다.민박집을 떠난 뒤, 서인은 차를 몰아 유진과 함께 산을 내려가 도시로 향했다. 그는 자기 외투를 벗어 유진의 어깨 위에 걸쳤다. 어둠 속에서 서인의 날렵한 얼굴선이 더욱 차갑고 도도해 보였다.“잠깐 눈 붙여. 도착하면 깨울게.”하지만 깊은 밤 도로를 달리는 이 순간이, 유진에게는 너무나도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유진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전방을 바라보며 서인과 대화를 나눴다.“그 쥐덫, 아무 소용도 없을 거예요. 쥐는 계속 나올 거라고요.”그곳의 쥐들은 너무 대담했다. 사람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창가에 올라와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까지 했다.서인은 물었다.“그러면 왜 날 안 불렀어?”유진은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입을 막고 있었거든요!”유진은 서인이 피곤할까 봐 일부러 참고 있었다. 하루 종일 운전했으니, 이미 녹초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침대 속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냥 밤새도록 그렇게 버틸 생각이었다가 그 소리를 들었다. 바로 맞은편 방에서 들려오는 민망한 소리.그 순간, 유진은 차라리 쥐랑 함께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그때, 서인이 문을 두드렸다. 그 순간이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유진은 본능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