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청아가 깨어났을 때, 시원은 이미 아침밥을 주문했고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뒤돌아보며 말했다."좀 더 자요. 이따 나랑 같이 출근해요.”아침 햇살이 남자를 비추니 마치 그의 몸에 금색의 부드러운 빛을 입힌 것 같았고, 그는 또다시 우아하고 존귀한 도련님이 되었다.청아가 물었다."감기는 좀 어때요?”“다 나은 거 같아요, 청아 씨의 약은 정말 효과가 있군요."시원이 웃으며 말했다.청아는 얼굴을 붉혔다."그냥 보통 감기약일 뿐이에요.”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맛있겠다! 나 세수하고 바로 나와서 아침 먹을게요!”“그래요!”청아는 세수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나왔고, 식탁에 예닐곱 가지 아침밥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뭐가 이렇게 많아요?”“청아 씨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여러 가지로 주문했어요."시원은 그녀에게 우유를 따라주며 부드럽게 설명했다.“우리 두 사람 다 못 먹을 거 같은데요. 내가 소희한테 아침 먹었냐고 물어볼게요." 청아는 핸드폰을 꺼내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소희는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문을 열고 들어오자 시원을 보며 멈칫했다.‘아침부터 시원 씨가 왜 여기에 있지? 설마 또 야식을 먹으려고 여기에서 지냈나?’시원은 자연스럽게 그녀와 인사를 했다."좋은 아침이에요, 소희 씨, 와서 함께 아침 먹어요!”소희는 그가 이렇게 당당한 것을 보고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세 사람은 아침을 먹은 뒤 소희는 수업하러 갔고 시원은 청아를 데리고 회사에 갔다.청아는 자신의 부서로 갔고 출근하자마자 먼저 어제 체크한 보고서를 수진에게 보냈다.수진은 원래 청아가 틀림없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이 보는 데서 그녀를 한바탕 호되게 욕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청아는 모든 것을 완성했다.청아를 꾸짖을 구실을 찾지 못한 수진은 잠시 그녀를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청아가 그녀의 밑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 기필코 그녀에게 잘못을 잡힐 것이다!
은서는 기뻐했다."그럼 우리 약속한 걸로 해요!”“네!”전화를 끊고 은서는 바로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이미 확인했는데, 소희 씨도 토요일에 올 거야. 다들 기쁘지?”단톡방에는 동의하는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물론 예외도 있었다.명원, [모두 친구인데, 좀 시원하게 대답할 순 없는 거예요? 굳이 다른 사람더러 여러 번 초대하라고 하다니!]은서, [명원아, 그게 무슨 소리야? 소희 씨는 확실히 일이 있어서 미루고 온 거야.]명원은 믿지 않았고 은근히 비꼬았다, [그래요? 난 또 누군가가 일부러 억지를 부리는 줄 알았죠!]은서, [명원아, 그 말 취소해!]1분 후, 명원은 방금 보낸 문자를 취소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구택도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 [토요일에 난 일이 있어 못 가!]은서는 즉시 대답했다.[내가 소희 씨를 초대했는데,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나는 거야?]구택, [너랑 상관없어!]시원은 핸드폰을 보다 구택에게 따로 문자를 보냈다. [나 갑자기 네가 소희 씨와 화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매일 단톡방에서 구경이나 하지.]구택은 그에게 두 글자 보냈다.[꺼져!]시원은 꺼지지 않았다. [저번 토요일에 네가 소희 씨랑 배드민턴 치러 갔다고 들었는데, 왜 또 이러는 거야? 너 정말 그 서이연하고 사귀는 거야? 확실해?]구택은 대답하지 않았다.토요일 오전, 소희가 임가네에 도착했을 때, 마침 차 한 대가 별장에서 나와 멈추지도 않고 모퉁이를 돌면서 쏜살같이 질주했다.소희는 운전석에 있는 구택을 보았으니 그도 틀림없이 자신을 보았을 것이다!그녀는 안색이 담담한 채로 천천히 별장으로 걸어갔지만 속으로는 무척 씁쓸했다. 그는 지금 그녀를 만나고도 싶지 않았다!점심때 시원은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청아 씨 집에 있어요? 그녀도 같이 불러서 함께 놀아요. 10분 후에 내가 어정에 도착할 테니 같이 별장으로 가요.”소희는 가볍게 웃었다. "고마워요 시원 오빠.”“천만에요!”소희는 청아와 점심을 먹고 있었기에 시원
백림의 별장에 도착하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도착해서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소희를 보자 은서는 열정적으로 맞이하여 인사를 했다."소희 씨!”말을 마치고 그녀는 청아를 바라보았다."이 아름다운 아가씨는?”소희는 그녀들에게 서로를 소개했다.청아는 눈을 부릅 뜨며 은서를 바라보았다."당, 당신은 여우주연상 받은 구은서 씨 맞죠?”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여기서 배우 뭐 그런 거 없으니까 청아 씨도 절대로 나를 연예인으로 생각하지 마요. 이곳에 올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친구니까요.”청아는 두 눈을 번쩍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정말 팬이에요. 은서 씨가 나온 모든 영화를 좋아하는데 정말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것보다 더 예뻐요!”“고마워요! 그럼 이렇게 하죠."은서는 부드럽게 웃었다."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면, 내가 사인해 줄게요, 어때요?”청아는 멈칫하더니 곧 웃으며 소희를 한 번 보고는 은서가 정말 뉴스에서 보도한 것처럼 명문 출신답게 교양도 있고 고귀하다고 느꼈다.“또 미인이 한 분 오셨군요!"백림은 다가와서 눈웃음을 지으며 청아를 바라보았다."안녕하세요, 자기소개할게요. 난 성이 조 씨이고 용모도 단정하고 몸도 건강하며 신혼집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는 거죠!”백림은 원래 잘생겼는데 고운 운은 매혹적이었고 말할 때 눈 밑에 웃음기가 숨어있어 쉽게 사람들의 호감을 얻었다.시원은 그를 힐끗 보며 농담으로 말했다."거짓말하면 벼락에 맞을 거야!”백림은 즉시 말했다."어제 금방 헤어졌으니까 여자친구 없는 것도 사실이지!”“어제 금방 헤어졌는데, 오늘 줄 서서 널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시원은 콧방귀를 뀌며 청아에게 말했다."그를 상대하지 마요!”“시원아, 너 지금 미녀 앞에서 나의 체면을 구기다니, 너무 한 거 아니야?"백림은 시원의 어깨를 걸치고 안으로 들어가며 뒤돌아서 청아에게 윙크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아가씨, 줄 설래요? 내가 새치기하게 도와줄 수 있는데!”청아는 웃
은서는 아쉬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King은 줄곧 신비주의자라서 내가 이 영화의 주인공인데도 보지 못했어요. 근데 그녀는 대본을 읽은 후, 영화 속 인물의 캐릭터에 따라 옷을 디자인했는데, 대단한 것은 우리는 만난 적이 없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디자인한 옷은 뜻밖에도 전부 나의 안목에 부합하고요. 정말 신기하죠?”청아는 넋을 잃었다."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King은 왜 줄곧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거죠?”은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추측했다."북극 디자인 작업실의 일종의 자체 브랜드 마케팅 전력인 것 같아요. 북극은 신비한 King때문에 점점 유명해지고 King의 몸값도 점점 높아지는 거죠."그녀는 멈칫하더니 계속했다."물론 어느 정도 인기가 많아지면 King은 오히려 얼굴을 내밀지 못할 거예요.”“왜요?"청아가 물었다.소희도 궁금해서 그녀를 쳐다봤다.은서는 그녀들이 너무 단순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사람들이 그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실망할까 봐 차라리 얼굴을 내밀지 않는 거죠. 또 다른 가능성은 바로 King이 한 사람이 아니라 한 팀인 거죠. 북극의 디자이너가 지혜를 모아 만든 효과이기 때문에 폭로할 수 없는 거죠."청아는 탄복해하며 하게 은서를 바라보았다."그런 것 같네요!”소희는 맑고 분명한 눈빛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또 하나의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요? 바로 King은 얼굴을 내밀고 싶지 않고 그냥 조용히 창작하기를 좋아해서?”은서는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흔들며 웃었다."소희 씨는 여전히 인간의 욕심에 대해 모르는 거 같군요. 높은 곳에 서서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남의 추앙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겠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모두 성공한 사람들이라고요. 그들은 그저 탈속하고 청렴한 캐릭터를 잡고 있을 뿐이에요!”“똑똑똑!”세 사람이 말할
청아는 뒤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자 다소 불편해했다."난 잘 놀지 못해서 백림 오빠 지게 할 수도 있어요.”백림은 바로 감동을 받으며 가슴을 치며 말했다."나를 이토록 걱정하는 사람은 청아 씨가 처음이에요, 정말 너무 착해요!”청아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시원은 그를 힐끗 보더니 청아에게 말했다."그의 허튼소리 듣지도 마요. 이 말은 내가 들은 것만 해도 20명 이상의 아가씨한테 말했어요!”테이블의 사람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고 백림은 탄식했다."시원아, 우리 모두 똑같은 사람이니까 체면을 좀 남겨주지 않을래?”시원은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너랑 같은 사람이란 거야? 난 그렇게 징그러운 말을 한 적이 없어!”다른 사람들은 더욱 크게 웃었고 소희마저 눈웃음을 지었다.시원은 이 기회를 틈타 핸드폰으로 사진 한 장을 찍어 구택에게 보냈다."혼자 즐기는 건 다 같이 즐기는 것보다 못하지. 우리 지금 이렇게 재밌게 노는데, 너 정말 안 올 거야?”사진에는 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었고 소희는 창문 앞에 앉아 밖에는 활짝 핀 보라색의 꽃이 그녀의 미소를 비추고 있었고 정교한 옆모습에 눈웃음을 지으며 깨끗하면서도 영롱하게 웃고 있었다.구택이 답장하지 않자 시원은 휴대전화를 한쪽에 놓고 놀기 시작했다.그들은 마작을 놀았고 세 사람이서 한 사람을 잡으며 마지막 한 사람이 지면 이마에 거북이가 찍혔다.청아는 역시나 칠 줄 몰랐다. 10여 장의 패가 이러저리 움직이며 뭐가 뭔지 몰랐다. 백림은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카드를 잘 정리해 주었고 또 그녀에게 작은 기교를 가르쳐 주었다.청아는 집중하고 있어서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시원은 두 사람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라운드에서 진 사람은 청아였다. 시원은 웃으며 말했다."너는 군사로서 있든 없든 아무런 차이가 없는 거 같은데? 네가 청아 씨를 함부로 지휘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비참하게 지진 않았을 텐데. 가서 명원 그들이나 괴롭혀. 여기 와서 소
시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마작을 했다.그렇게 또 30분을 놀다 은서와 청아의 얼굴에는 모두 거북이 하나가 추가되었지만 오직 시원의 얼굴만이 깨끗했다.이때 소희의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그녀는 번호를 확인하더니 눈빛이 싸늘해졌고 고개를 들어 말했다."백림 오빠, 나 패 좀 봐줘요. 나가서 전화 좀 받아야 해서요.”“오케이!"백림은 일어나서 소희의 자리에 앉았다.소희는 옆 문을 열고 정원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전화가 연결되자 상대방은 바로 입을 열었다."서희야, 불곰은 역시나 죽지 않았어. 그가 나타났다고!”오늘은 날씨가 맑았지만, 태양 아래에 서있는 소희는 온몸이 얼음으로 뒤덮인 것 같았다. 그녀는 방 안의 사람들을 힐끗 훑어보고는 청석으로 만든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뒤쪽의 화원으로 걸어갔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디에 있어?”“델리주에. 전에 삼각용을 만났지만 그 후 행방을 잃었어. 보아하니 너와 진언 보스를 피하고 있는 것 같아.”“그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 됐어!" 소희는 눈빛이 차가웠다.그는 쉽게 죽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그를 끝내리라 맹세했기에!“네가 직접 나설 필요 없어. 불곰은 삼각용의 친동생이야. 그가 4년 동안 숨을 수 있었던 것은 삼각용이 뒤에서 그를 도와준 게 틀림없어. 삼각용은 그렇게 많은 형제들이 죽을지언정 불곰을 보호했으니, 만약 그의 수하들이 이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도 불곰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소희가 말했다."일단 불곰부터 찾아. 삼각용으로부터 추적할 수 있고.”“알았어,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응!”전화를 끊고 소희는 별장에 돌아가지 않고 계속 오솔길을 따라 뒤뜰로 갔다. 그녀는 무려 4년을 기다렸는데, 이제 마침내 자신의 전우들을 위해 복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화원 맞은편에는 별장의 작은 주차장이 있었는데 구택은 차 안에서 이미 10분이나 앉아 있었다.그는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차를 몰고 달려왔지만, 여기에 도착하자 또 망설였다.분명
조이는 그곳에 멈춰 서서 억울한 눈빛으로 구택을 보며 검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오열하며 돌아갔다.구택은 소녀가 자신의 셔츠를 꽉 잡고 있는 것을 느꼈고 마치 그의 옷 속으로 파고 들어가려는 것만 같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지더니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소희를 안고 있던 손을 놓으며 가능한 한 자신의 목소리를 가라앉혔다."이제 괜찮아요!”그는 오늘 짙은 남색의 비단 셔츠를 입고 있었고 소희는 그의 가슴에 얼굴이 닿으며 남자의 옷 밑에서 전해오는 피부의 열기를 선명하게 느꼈다. 그녀는 그의 옷을 잡으며 한동안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구택은 마음속으로 화를 억누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왜요, 다른 남자가 나보다 못하다는 거 알고 이제 마음을 돌리려고요?”그는 결국엔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소희는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남자를 쳐다보는 눈빛은 약간 화가 났다.구택은 표정이 차가웠지만 소녀가 얼굴에 거북이 두 마리 찍힌 채 눈을 부릅뜨고 입술은 촉촉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며 화가 난 거 대신 오히려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순간, 그는 분노가 가셨고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의 거북이 자국을 닦아주며 일부러 냉담하게 말했다."놀 줄 모르면 놀지 마요, 내 체면 깎이게 하지 말고요!”소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그의 품에서 나와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구택은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안색이 담담해졌다."날 꼬시고 바로 떠나려는 거예요?”소희는 그를 등진 채 심쿵 했지만 눈시울은 약간 빨개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어떻게 하고 싶은데요?”구택은 깊고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인이 누구죠?”소희는 멈칫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구택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안색이 어두워진 채 또박또박 말했다."난 그가 누구든 상관없어요. 소희 씨는 그와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내가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내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면
시원은 웃으며 말했다."빨리 소희 씨 좀 도와줘. 가장 비참하게 졌다니깐!”“그래?" 구택은 소희의 뒤로 다가가 그윽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군사 해줄까요?”은서는 농담으로 말했다."시원이의 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청아 씨는 백림이 있는데 너까지 소희 씨의 군사가 된다면 나보고 어떻게 놀라는 거야!”소희는 구택을 한 번 보았다."필요 없어요, 나 혼자 놀면 돼요!”구택은 이미 의자를 당겨 그녀의 뒤에 앉았다."그들을 따라잡으면요!”은서는 두 사람을 한 번 보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놀았다.구택이 와서 풍수가 바뀌었는지, 이번 라운드에서 소희의 패는 유난히 좋았다. 구택이 지휘할 필요도 없이 그녀는 가볍게 이겼다.시원이 말했다."구택이 오니까 다르긴 달라!”은서는 웃으며 말했다."구택은 신 같은 기운이 있어!”구택은 담담하게 웃었다."소희 씨가 스스로 잡은 패가 좋은 거야!”이번 라운드에서 결국 청아가 졌고 그녀는 백림의 얼굴에 거북이를 찍는 것을 더 이상 보지 못하고 주동적으로 자신의 얼굴에 찍을 것을 요구했다.백림은 감동에 겨워 말했다."청아 씨, 내가 왜 일찍 청아 씨를 만나지 못했죠? 좀 일찍 알았더라면, 어쩌면 나도 우리 엄마 말을 듣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을지도 몰라요!”시원은 웃으며 욕했다."징그럽게 왜 그래!”청아는 이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에 두지 않았다.2라운드가 시작되자 은서는 선으로서 패를 낸 뒤 소희가 내기를 기다렸다.소희의 패는 비교적 어지러워서 그녀는 허둥지둥 패를 정리했고 구택은 직접 나서서 필요 없는 패를 던졌다.그다음 소희는 팔통을 가졌는데 자신의 손에 이미 8, 9, 10 통이 있는 거 보고 바로 던지려고 할 때, 구택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두드리더니 팔통을 남기고 다른 한 패를 던졌다.그리고 다음 라운드에 이르러 소희는 또 8통을 뽑았고 장이 있어 나는 패를 기다렸다.그녀는 의외를 느낀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구택을 한 번 보았
부신명은 고영해의 표정을 보며 더 화가 치밀었다.“그럼 당신,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고영해는 급히 해명했다.“그렇게 일찍 안 건 아니에요. 최근 이틀 사이에야 겨우 소식을 들었고, 오늘도 최이석한테 전화했는데, 그 사람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요.”“인정할 리가 있나?”부신명은 분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인정하면 지금까지 받아 챙긴 돈 다 토해내야 하니까.”그는 냉랭한 눈빛으로 고영해를 쏘아봤다.“회사가 최이석한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지 알아요? 당신은 자신만만하게 꼭 이 프로젝트 따내겠다고 장담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게 뭐죠?”부신명은 탁자 위를 세게 내리쳤다.“내일 당장 짐 싸서 나가요!”고영해는 면박을 당해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입술을 깨물었고, 속으로는 온통 최이석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 지경까지 만든 게 다 최이석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같이 망하자.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다음 날구씨그룹 인사부와 이사회 일부 고문들의 이메일에는 한 통의 실명 고발장이 도착했다.유지그룹 영업팀 본부장 고영해가 보낸 것으로, 그는 최이석이 먼저 뇌물을 요구하며 협상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고발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거액의 이체 기록과 녹취 증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이에 모두가 이 고발장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구은정은 증거의 진위를 조사하게 했고, 확인을 마친 뒤 회의석상에서 서성 앞으로 서류를 던지듯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조사해 보니 더 충격이네요. 유지그룹 건만이 아니에요. 최이석이 맡은 프로젝트는 전부 사익을 취했어요.”“이 사람, 당신이 데리고 온 인물이죠?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서성은 눈앞에 놓인 자료들을 보며 얼굴이 일그러졌다.“정말 최이석이 이렇게 대담할 줄은 몰랐어요!”그는 고개를 들고 은정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회사는 최이석을 해고해야 해요. 저는 절대 감싸거나 묵인하지 않을 거예요!”“해고요?”은정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이미 법무팀에 고소 진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임유진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고, 유진이 멀어지자 그제야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구씨그룹과의 계약은 여전히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최이석은 최근 구은정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여러 단계를 더 거쳐서 확실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었다.사실 잘 알고 있었다. 최이석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걸. 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양보를 한 상태였다.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양쪽은 암묵적으로 팽팽하게 대치 중이었고 이석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석이 몰래 여씨그룹과 접촉해 유지그룹과 여씨그룹 사이를 오가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가 더 많은 돈을 주느냐에 따라 결국 그쪽과 손을 잡을 셈이었다.고영해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 자신이 최이석에게 준 돈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충동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눈동자를 굴리던 그는 일부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 4층 버튼이 눌린 걸 확인했다.그 순간, 예약해둔 고객의 전화가 울렸다.“왜 아직 안 오셨어요?”[곧 가요.]고영해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임유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도착했지만 내리지 않고 다시 1층 버튼을 눌렀다. 자리에 돌아온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구은정에게 말했다.“사람이 많아서 조금 기다렸어요.”음식은 이미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고, 은정은 그녀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일단 식사부터 하자.”요리는 꽤 괜찮았다. 재료는 신선했고, 요리사의 솜씨도 뛰어났지만 유진은 많이 먹지 않았다.레스토랑 내부는 품격 있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천장에는 중식 스타일의 조각된 펜던트 조명이 달려 있어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었고, 그 아래에서 구은정의 이목구비는 더욱 짙어 보였다.은정은 유진을
유진이 요즘 운동을 안 해서 걷고 싶다고 하자, 구은정은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임유진이 중식을 먹고 싶다고 말했고, 마침 한 블록 건너편에 중식 전문점이 있어 두 사람은 걸어서 향했다.하늘은 이미 어둑해졌고, 저녁 시간대라 거리는 번화했다. 네온사인은 반짝이고, 도로 위는 차량과 인파로 북적였다.식당이 거의 다 왔을 무렵, 유진은 길 건너편에서 이벤트 중인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다.가게 앞에는 커다란 케이크 조명 간판이 환히 밝혀져 있었고, 예쁘고 유혹적인 분위기였다.유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맞은편을 바라보며 물었다.“전에 삼촌이 주문해 줬던 타로 크림 롤, 여기 거예요? 맛 괜찮았어요.”은정은 곧장 눈치를 채며 말했다.“내가 다녀올게.”이에 유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고마워요, 삼촌!”은정은 말없이 길을 건너 디저트 가게로 향했고, 유진은 그 자리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5, 6분쯤 지났을까? 은정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여러 명의 사람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중이었다.키 크고 잘생긴 그는, 냉철한 분위기와 독특한 존재감으로 복잡한 인파 속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이 은정을 향해 자연스레 쏠렸다.번화하고 소란스러운 거리, 은정이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와, 손에 디저트를 들고 자신에게 곧장 다가오는 모습은 어딘지 낯익고 익숙했다.유진은 잠깐,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느꼈다. 유진의 앞으로 다가온 은정은 타로 롤케이크를 그녀에게 곧바로 건네지 않았다.“식당 가서 먹자.”그 말에 유진은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식당에 도착해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고, 유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새로 생긴 식당인가 봐요.”“마음에 들면 자주 오자.”은정의 말에 유진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나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할머니께 한 달만 따로 살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 시간이 거의 다 됐고요.”은정은 순간 멍해졌고, 낮은 목소리로
정현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가끔은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구씨그룹 나름대로 고려가 있겠죠.”그의 말은 겉도는 이야기뿐, 전혀 실질적인 조언은 없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런 현준의 말에서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계속 의견을 나눴고, 두 사람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까지 꽤 길게 대화를 이어갔다.곽시양의 책상은 유진의 사무실 맞은편에 있어, 현준이 유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현준은 나올 때, 어딘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시양은 직감했다. 현준은 틀림없이 유진에게 소혜를 추천하고 나왔을 것이다.소혜는 부서 신입 중에서도 능력과 학력이 가장 두드러졌고, 현준의 밀어주기가 더해진다면 부팀장 자리는 거의 따놓은 당상일 수 있었다.시양은 생각에 잠긴 듯 눈빛을 번득이며 조용히 자료를 정리했다.유진은 평소처럼 정시에 퇴근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익명의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팀장님, 보고드릴 게 하나 있어요. 구씨 그룹이 우리와 협력하지 않기로 한 건, 담당자인 최이석 부장이 유지그룹 쪽과 친분이 있어서예요.][이미 프로젝트는 유지그룹에 넘기기로 결정됐어요. 진소혜 씨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팀장님께 알리지 않았고요.][팀장님이 실패하게 만들고, 직원들 앞에서 망신 주기 위해서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팀장님에게 떠넘긴 거예요.][자기는 책임 피하고, 팀장님을 함정에 빠지게 했죠. 이 모든 게 그 사람의 계략이에요.]유진은 메시지를 다 읽고 나서 눈을 반짝이며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쪽은 장난기 어린 여자 목소리였다.“삼촌,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전화를 끊은 유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을 갈아입고는 옆집으로 향했다. 문은 닫히지 않고 반쯤 열려 있었고, 유진은 별다른 예고 없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구은정은 서재에서 전화를 받는 듯했고, 유진은 소파에 앉아 애옹이를 쓰다듬으며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몇 분 후, 유진의 휴대폰에
정현준이 어색하게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소혜 씨는 원래 목표를 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자세는 우리가 본받을 만하죠.”그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팀장님,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팀장님도 부담스럽다면, 우리 영업팀 쪽이랑 다시 얘기해 볼까요? 그쪽도 이제 이 프로젝트 포기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요.”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료를 보고 있었다. 소혜의 도발 섞인 말투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감정 기복 없이 차분했다. 속마음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상대가 당황할 정도였다.자료를 대략 훑고 나서야, 유진은 마음을 정리한 듯 고개를 들었다.“굳이 물어볼 필요 없어요. 소혜 씨의 기획서 봤는데 문제없더라고요. 이 프로젝트, 제가 직접 구씨그룹과 협의하죠.”소혜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 소혜는 구씨 그룹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와 이미 친분을 쌓아두었고, 사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내부적으로 다른 회사와 협력하기로 내정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결코 우리 쪽으로 넘어올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유진이 이 프로젝트를 맡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래야 결국 성과를 못 내고 망신을 당하게 되니까.계획이 잘 흘러가자, 소혜는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팀장님답네요.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이번 프로젝트 꼭 함께 성공시켜요.”유진은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래요, 잘 부탁해요.”이후 이틀 동안, 유진은 구씨그룹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수차례 걸었다. 하지만 매번 비서가 전화를 받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면담은 번번이 거절당했다.유진 측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자, 소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만간 유진이 자진해서 포기할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되면 팀 내에서의 리더십도 자연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소혜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유진은 능력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 인맥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걸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 그리고 유진을 꼭
“아니에요, 그냥 오해일 수도 있어요.”유진이 말했다.“만약 방연하가 아직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만나서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직접 말할 거야.”구은정의 말에, 유진은 순간 멍해졌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부드러운 얼굴은 더더욱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그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누가 말하래요?”그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이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은정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니, 오히려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은정은 말했다.“솔직히 말해도 안 되는 거야?”유진은 표정을 다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랑은 상관없어요. 연하 안 좋아하면 분명하게 말해요. 괜히 질질 끌지 말고요.”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그런 사람이야?”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효성은 분명 오해하고 있었다. 이 일은 셋이 제대로 마주 앉아 솔직하게 풀어야 할 것 같았다.그때 은정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집에도 안 들르고,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온 거야? 이거 물어보려고?”“그럼 뭐겠어요?”유진이 코웃음을 치자, 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고정시키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날 보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유진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마치 연하처럼 화난 척하며 외쳤다.“아니, 삼촌 진짜 안 끝낼 거예요? 계속 이러면, 나 진짜 다시는 안 올 거예요!”은정은 입가를 살짝 풀며, 한발 물러나는 어조로 말했다.“알겠어. 최대한 자제할게.”유진은 그의 웃음소리에 더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애옹이를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나 갈래요!”“수업은 안 해?”은정이 묻자, 유진은 어딘가 토라진 말투로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안 해요!”은정은 유진을 배웅하며 문 앞까지 나갔다. 하지만 유진은 등을 돌린 채 문을 닫아버렸고,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려보지 않았다.은정은 무의식적으로 혀끝으로 어금니
연하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랑 효성이랑 둘이 쇼핑하러 가. 난 회사에 잠깐 다녀와야 해.”유진은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일 있어?”“상사가 방금 전화해서 오라고 하셨어.”연하가 말하자, 임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럼 얼른 다녀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한테 연락해.”연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때 갑자기 장효성이 말을 받았다.“정말 가식적이야.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네! 유진아, 그렇게 마음 쓰지 마. 쟤는 애초에 네 도움 필요 없어. 괜히 네 손으로 호랑이 새끼 키우지 마.”연하는 끝까지 참다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효성을 노려보았다.“장효성, 너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오히려 효성은 침착하게 받아쳤다. “내가 틀린 말 했어? 난 네가 전화 받는 소리 못 들었거든.”연하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애초에 임유진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효성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예의 하나 없이 공격해 온 것이다.유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조용히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둘 다 왜 이래?”그때 옆자리 손님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본 연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여기서 싸울 자리는 아니잖아. 나중에 어디 조용한 데서 얘기하자.”“난 딱히 할 말 없어. 그냥 갈래.”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었고 떠나기 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남의 남자 훔치는 거에 익숙해진 사람은, 친구 남자친구도 똑같이 건드려. 너도 조심해.”그 말을 끝으로 효성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유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이내 연하를 바라보며 물었다.“효성이, 무슨 말이야?”유진은 효성이 말한 그 사람이 혹시 구은정을 말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 그러나 연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효성이가 괜히 오해한 거야. 난 네게 부끄러운 행동한 적 없어.유진아, 나 믿어?”유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믿지.”“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았을 무렵, 연하가 도착했다.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말하길, 자신은 주차할 곳을 찾는 중이니 먼저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효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연하까지 부른 거야? 미리 말 좀 해주지.”유진은 웃으며 말했다.“단톡방에 말했는데? 못 봤어?”사실 그날 일 이후, 효성은 연하를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었고, 셋이 있는 단체 채팅방 알림도 꺼둔 상태였다. 예전에 유진이 왜 채팅방에서 말을 안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냥 일이 바쁘다고 둘러댔을 뿐이었다.이에 효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못 봤네, 정신이 없어서.”곧 연하가 들어왔고,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유진아, 효성아!”효성은 메뉴판을 보는 척하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하가 다가오는 순간, 옆자리에 자기 가방을 일부러 내려놓았다.연하는 그 행동을 눈치채고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유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길 막혔어?”“아니, 우리 대학 때 자주 가던 케이크 가게 들렀거든. 거기서 디저트 몇 개 샀어.”연하는 말하며 가방에서 디저트 상자를 꺼내 효성의 쪽으로 내밀었다.“효성이, 네가 제일 좋아하던 두리안 파이야.”연하의 화해 제스처는 분명했다. 하지만 효성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괜찮아. 요즘은 그런 냄새 나는 거 싫어해서.”연하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유진은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그저 웃으며 물었다.“예전엔 냄새나도 잘만 먹더니, 입맛 바뀐 거야?”효성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그러게. 예전엔 냄새나는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역겨워.”탁. 연하는 파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입을 열면서는 또다시 화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좋아했다는 건, 그만큼 취향이 맞았다는 뜻이지. 왜 그렇게까지 싫은 티를 내?”효성의 얼굴이
컵 안에는 짙은 갈색의 한약이 담겨 있었고, 향이 진하게 퍼졌다.연하는 소파 위에서 다리를 접고 앉아, 약을 작은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진구는 옆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와 연하의 다리 위에 덮어주며 말했다.“아까 약 달이는 동안 검색해 봤는데, 여자들은 생리 중에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되고, 술 마시는 건 더더욱 안 된대. 너, 진짜 목숨 걸었구나?”연하는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약을 마신 덕분인지 한결 나아졌고, 정신도 조금 돌아온 연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선배, 의외로 따뜻한 남자였네요? 사실 유진이가 선배랑 사귀었어도 꽤 행복했을 것 같아.”진구는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알아봤어? 지금이라도 후회돼서 도와주고 싶은 거 아냐?”연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가 유진이랑 아무리 친해도 대신 선택해 줄 순 없어요.”“알아.”진구는 소파에 앉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나 이번에 유진이한테 고백할 생각이야.”그 말에 연하는 조금 놀랐다.“결심했어?”사실 진구는 그동안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진이가 서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입도 못 뗐고, 나중에 서인을 잊은 후에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유진이가 자신을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랐다.요즘 유진이와 구은정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는 다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연하는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약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물었다.“결과는 생각해 봤어요?”진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가 받아준다면야 좋겠지만, 거절당한다면 아마 친구 사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특히나 유진이가 지금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부담스러워서 사표라도 내는 건 아닐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