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솔이 진석의 집에 도착했을 때, 허수희는 전화를 걸고 있었다. 허수희는 강솔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전화 저편에 말했다.“그래, 일단 그렇게 하자. 나중에 다시 얘기해, 끊어.”전화를 끊고 허수희는 강솔을 맞이하며 말했다.“네 옷 몇 벌 만들어 놨는데, 와서 입어봐.”강솔은 패딩을 벗고, 짧은 머리를 귀엽게 넘기며 활기찬 웃음을 지었다.“저 옷이 이미 많아서 안 만들어도 돼요!”허수희는 웃으며 말했다.“여자아이는 옷이 많아야지.”그러고는 상자에서 옷을 꺼내며 말했다.“이 옷 먼저 입어봐.”강솔은 옷을 받아 들고 펼쳐보며 놀라서 말했다.“드레스잖아요?”허수희는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드레스가 왜 안 돼? 너는 디자이너인데, 매일 너무 평범하게 입는 것 같아!”강솔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입어볼게요.”“그래, 어서 가서 입어봐!”허수희는 사랑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강솔은 드레스를 들고 1층 게스트룸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갈아입고 나온 강솔을 본 허수희는 눈이 반짝였다.“정말 예쁘네!”검은색 벨벳 드레스는 몸에 꼭 맞고, 강솔의 짧은 머리와 어우러져 고급스럽고도 귀엽게 보였다. 기분이 좋은 강솔은 한 바퀴 돌며 말했다.“어때요, 예쁘죠?”“예뻐! 우리 강솔이는 원래 멋을 부리지 않아서 그렇지, 꾸미기만 하면 정말 아름다워!” 허수희는 그녀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했고, 강솔은 허수희의 어깨를 안으며 말했다.“이모, 이모 안목이 높아서 드레스도 이렇게 예쁘네요!”허수희는 더욱 기뻐하며 말했다.“다른 옷들도 입어봐.”“잠시 후에 입어볼게요. 진석이가 회의하자고 해서, 회의 끝나고 다시 하나씩 입어볼게요.” 강솔이 웃으며 말하자 허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휴가 중에 무슨 회의야?”강솔은 장난스럽게 말했다.“어쩔 수 없어요. 보스니까, 말하는 대로 해야 해요!”“내가 가서 그만두라고 할까? 너를 너무 혹사하지 못하게!”“제발 그러지 마세요!” 강솔은 과장되게 말했다. “이모도 아시잖
강솔은 휴대폰을 찾으려다가 자신의 휴대폰이 패딩 주머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다.“아, 정말 쪽팔려!” 강솔은 분노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평소에 진석에게 장난을 치긴 했다, 하지만, 작업실에서는 총괄 디렉터로서 언제나 우아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유지했다. 진석과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했었다.하지만 조금 전, 강솔은 거의 진석에게 달려들 듯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 그뿐만 아니라 숟가락으로 생강을 먹여주려고 하면서 애교가 넘치게 진석의 부르기까지 했다.강솔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소파에 주저앉아 얼굴을 묻었다.“이제 못 살아!”진석은 그릇을 들어 천천히 대추를 다 먹고는, 강솔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고개를 들자마자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강솔은 소파에 엎드려 있었는데, 자신이 치마를 입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채 치마가 말려 올라가 두 개의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가 드러나 있었다. 균형 잡힌 다리가 검은색 벨벳 드레스와 대조를 이루며 눈부시게 빛났다.진석은 목이 말라 침을 삼키며 시선을 돌렸다.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창문이 열려 있어. 정말 못 살겠으면 그냥 뛰어내려.”강솔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2층이라 죽지도 않아!”“죽지는 않겠지만, 장애인이 되면 내가 널 돌봐줄게. 지금도 거의 비슷하잖아.” 진석은 담담하게 말하자, 강솔은 쿠션을 안고 일어나며 물었다.“거의 비슷하다니, 무슨 말이야?”“잘 생각해 봐.” 진석은 눈을 들어 그녀를 보며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어조로 말했다.“네가 아플 때는 내가 널 돌봐주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은 내가 사다 주고, 심지어 네가 매달 쓰는 돈도 내게서 나간다고.”강솔은 점점 더 눈이 커지며 말을 잃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이에 강솔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이미 네가 나를 챙겨주고 있으니까, 굳이 나를 장애인으로 만들 필요는 없잖아. 괜히 힘들게.”진석은 강솔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지금은 네가 일
강솔은 화가 나서 손을 뻗어 진석을 때리려 했지만, 진석이 힘을 줘 허리를 더 눌렀다.“움직이지 마!”“응.” 강솔은 아프면서도 시원해서 무심코 가벼운 신음을 내뱉었다. 진석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며 눈빛이 더 깊어졌다. 강솔의 허리를 누르고 있는 진석의 손은 그녀의 부드럽고 연약한 몸을 느꼈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강솔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물었다.“근데 왜 강성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자신은 감정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집에 있는 것이지만, 진석은 왜 떠나지 않았을까? 진석은 숨을 내쉬며,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좀 남았어.”“무슨 일이야?” 강솔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석은 강솔의 질문에 답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난 목소리로 말했다.“뭘 그렇게 많이 묻는 거야?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이에 강솔은 놀라며 말했다.“난 그냥 물어본 거야. 왜 화를 내?”진석은 점점 더 답답함을 느끼며, 짜증이 나 얼굴을 굳히고 말을 잇지 않았다. 강솔은 갑자기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래서 일어나려고 팔을 짚었다.“그만해. 이제 내가 할 수 있어. 집에 갈게!”“움직이지 마!” 진석은 강솔의 허리를 단단히 누르며 힘을 주었다.“아야!”강솔은 가볍게 소리쳤고, 몸이 소파로 푹 파묻히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살살해!”진석의 손이 더 단단히 쥐어졌고, 하마터면 욕설이 터질 뻔했다. 진석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허리를 주물렀다. 둘 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진석이 힘을 줄 때마다 강솔은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냈다.이 상황은 진석에게는 고문 같았고, 손을 놓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고문이었다.방 안의 공기는 점점 무겁고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심지어 둔감한 강솔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진석이 만지는 곳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진석의
진석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한 후, 담담하게 말했다.“저녁에 몇몇 동창들과 모임이 있어.”그 말에 강솔은 웃으며 말했다.“잘 됐다! 그럼 나도 저녁에 너랑 같이 가자.”진석은 속으로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느끼며,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너도 나랑 같이 가겠다고?”강솔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응, 오늘 밤에 우리도 동창 모임이 있어. 장소도 같은 스타라이트니까, 네 차 타고 갈래. 내가 차를 안 가져가도 되잖아!”진석의 마음속에 잠깐 피어올랐던 부드러운 감정이 사라졌고, 이내 물었다.“몇 층인데?”“3층이야.”진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 갈 때 데리고 갈게.”“고마워, 진석!” 강솔은 눈을 살짝 감고, 컴퓨터를 안고 일어섰다.“나 집에 갈게, 잘 있어!”그러자 진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몇 시인데 벌써 집에 가? 퇴근했어?”“아?” 강솔은 잠시 멍하니 있자, 진석은 몇 개의 디자인 문서를 그녀에게 던지며 말했다.“이 디자인 작업들을 해 질 때까지 마쳐, 그렇지 않으면 동창 모임에 갈 생각도 하지 마.”강솔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문서를 집어 들고는 혼잣말로 투덜거렸다.“정말 못된 자본가야!”진석은 강솔의 작은 불평을 들으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서류를 다시 검토했다. 강솔은 점심을 진석의 집에서 먹고, 오후 내내 두 사람은 계속 일했다.하나의 책상에서 서로 마주 앉아, 한쪽은 서류를 검토하고, 한쪽은 디자인 작업을 했다. 각자 할 일을 하면서 가끔은 말다툼하기도 했고, 가끔은 일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평화로웠다.해가 질 무렵, 강솔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일어서서 길게 기지개를 켰다.“보람찬 하루를 보내니 정말 기분이 좋아!”진석은 의자에 기대어 강솔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허리는 이제 괜찮아?”강솔은 몸을 돌리며 놀라며 말했다.“아주 좋아졌어! 역시 진석 사장님은 대단해!”진석은 강솔의 칭찬에 반응하지 않고 말했다.
강솔은 손을 들어 귤을 받으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귤을 까먹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강솔은 원래 치마를 입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옷을 갈아입고 나갈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는 진석의 말이 떠올랐다.강솔은 거울 앞에 서서 치마를 입은 자신을 보며, 정말로 꽤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치마 앞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기분이 갑자기 아주 좋아졌다.진석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강솔은 외투를 챙겨 집을 나섰다. 이번에는 패딩 대신 무릎까지 오는 코트를 입었다.윤미래가 설날에 사준 코트로, 밝고 쨍한 옷이라 약속에 갈 때 입기에 좋다고 했다. 원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집을 나서기 전에 옷장 속에서 이 옷이 눈에 딱 들어왔다.쨍한 색감의 코트에 검은색 치마, 시각적으로 한눈에 확 들어오게 잘 어울렸다. 진석이 아름다운 강솔의 모습을 보자 검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수축했다. 강솔의 원래 귀여운 단발머리도 약간의 섹시함과 멋스러움이 더해졌다.“가자!” 강솔은 밝게 웃었다.진석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을 살짝 더 움켜쥐었다. 그의 선글라스 뒤로 숨겨진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 살짝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또한 마음속에는 약간의 긴장과 함께 더 큰 부드러움이 넘쳐났다.강솔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는데 이윤주가 도착했는지 물어보는 메시지였다. 강솔은 두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메시지를 입력했다.[곧 도착해. 지금 가고 있어.]진석은 눈꼬리로 강솔을 슬쩍 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모임에 누가 오는데?”“이윤주, 소울연 같은 애들이야. 너도 아는 애들이지.”“남자도 있어?” 진석은 마치 무심한 듯 물었다.“아마 없을걸.”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술 적게 마시고, 과한 게임은 하지 마. 모임 끝나면 내가 널 데리러 올게.”강솔은 매번 모임 때마다 진석이 해주는 당부에 익숙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걱정하지 마. 다들 내 친구야!”“친구라고 해서 방심하면 안 돼. 이런 자리에서
강솔은 잠시 멈칫하며, 주예형을 떠올리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와 함께했던 날들을 되새겨보면, 그것이 마치 전생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다.솔직히 말해서, 이별 후에 진석이 곁에 있어 주어 다행이었다. 매일 강솔과 함께 달리기하거나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항상 무언가 할 일을 찾아주었다. 덕분에 강솔은 방에 틀어박혀 자신을 연민하지 않을 수 있었다.강솔은 고개를 들고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앞을 봐야지. 이미 헤어졌으니까, 울고불고 해봐야 소용없잖아.”“그런데 왜 헤어진 거야?” 이윤주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냥, 성격이 안 맞아서.”강솔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윤주는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다시 만날 생각은 없는 거야?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그냥 포기해?”강솔은 단호하게 말했다.“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야. 완전히 끝났어.”생각해 보면, 주예형을 짝사랑했던 그 시절은 사실 그와는 큰 관계가 없었다. 그때 강솔은 예형의 앞에 자주 나타날 용기도 없었다. 그저 본보기로 삼아 자신을 독려하며, 그와 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그래서 그 시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동안 강솔은 많은 것을 배웠고, 얻었다. 그것이야말로 짝사랑했던 결과였다. 비록 그 후에 이런 비참한 이별을 겪었지만, 짝사랑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후회되지는 않았다.“야, 너희 둘이서 무슨 비밀 이야기하는 거야!” 소울연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다 같이 모였는데, 너희만 따로 얘기하면 안 되지!”강솔은 바로 웃으며 말했다.“울연아, 나 들었어. 약혼했다며? 그런데 왜 초대장도 안 보내고, 서운하게!”그러자 울연은 쑥스러운 듯 말했다.“그냥 약혼이니까, 두 집안끼리 간단히 식사만 했어. 결혼할 때는 꼭 초대장 줄게. 그리고 너희들 다 내 들러리 해줄 거지?”“당연하지. 근데 약속해, 들러리는 축의금 안 내는 거야!” 윤주가 농담하자, 모두 함께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을 때, 문이
오연서는 술 한 잔을 마시고, 짙은 화장이 조명 아래서 마치 팔레트처럼 보였다.“아 말한다는 걸 깜빡했네. 내 남자친구가 스타라이트의 매니저야. 오늘 마음껏 놀고 마셔. 내가 남자친구에게 40% 할인을 부탁했거든!”이윤주는 혀를 차며 낮은 목소리로 강솔에게 말했다.“왜 굳이 모임에 참석하고 싶어 했는지 알겠네. 자랑하려고 온 거였어. 클럽 매니저가 뭐가 대단하다고 그렇게 자랑하는 거지?”소울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돈이 있나 보지!”그녀는 계속해서 설명했다.“오연서는 졸업 후 몇 년 동안 일도 안 하고 남자에게 의지해서 살았어. 지금 이 남자친구는 매달 1000만 원씩 용돈을 준다고 하더라고.”“그래서 맨날 채팅방에서 자랑해 대는 거야. 너희가 채팅방에 없어서 몰랐지.”강솔은 점점 어이없어졌다.‘지금 무슨 시대인데, 남자에게 의지해서 사는 게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니?'“강솔!” 기연이 갑자기 물었다.“지금 뭐 하고 있어?”“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좋네. 남자친구는 있어?”강솔은 잠시 멈칫하고 대답했다.“없어.”“설마 아직도 예형 선배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지? 들은 바로는 그 사람, 지금 회사도 차리고 상장까지 했다고 하더라.” 기연이 웃으며 말했고, 그녀의 말에는 강솔에게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이에 강솔은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너도 그 사람을 꽤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네.”기연의 얼굴이 잠깐 굳어졌다.“같은 반 동창이니까 당연히 관심이 가지. 맞다, 우리 오수재 오빠도 여자친구가 없는데, 같은 학교 동문끼리 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어?”수재는 슬쩍 강솔을 보며, 담배를 손에 쥐고 비웃듯 말했다.“한기연, 무슨 농담이야?”연서는 말을 보탰다.“왜? 강솔이 너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 네가 잘생겼고, 집도 잘 살고, 지금 직장도 좋은 건 맞지만, 강솔이도 만만치 않잖아. 적어도 예쁘잖아, 안 그래?”연서의 말은 분명 강솔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강솔의
오연서는 카드 한 장을 입술에 붙인 채 고개를 돌려 한기연에게로 향했지만, 갑자기 김명상이 끼어들어 그녀의 입술에 있는 카드를 입으로 받으려 했다. 예상치 못하게 카드는 떨어졌고, 둘의 입술이 맞닿았다.연서는 놀란 척 입을 벌렸고, 김명상은 그 틈을 타 더 깊이 키스했다. 주변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연서는 그제야 명상을 밀어내며, 약간 부끄러워하며 말했다.“김명상, 정말 못됐어!”이에 명상은 태연하게 말했다.“너와 잘 맞춘 거지 뭐!”연서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이 게임 어때? 카드가 떨어지면, 두 사람이 함께 벌칙을 받아야 해!”“어떤 벌칙을 받는데?” 오수재가 묻자 김명상은 테이블 아래에서 작은 책자를 꺼내며 말했다.“여기 있잖아. 주사위를 던져서 선택된 벌칙을 받는 거야.”모두 이견 없이 동의하며 둥글게 둘러앉아 게임을 시작했다. 이 게임은 자극적이면서도 은근히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강솔은 진석이 자신에게 과도한 게임은 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이 떠올라 자리에서 일어섰다.“너희들끼리 해. 난 안 할래.”“왜 그래?” 수재가 물었다.“다들 성인인데, 왜 이리 새침 떠는 거야?” 연서가 비꼬듯 웃으며 말하자 한기연도 동조하며 말했다.“강솔은 그럴 수 있지. 아직 연애도 안 해봤을지도 모르니까!”두 사람은 합세해 강솔을 놀리자, 윤주는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테이블에 내려치며 말했다.“아직도 시비를 걸고 싶은 거야?”연서와 기연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고, 수재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강솔은 안 해도 돼. 우리가 할 테니, 강솔은 옆에서 보기만 해.”다들 게임을 시작했고, 강솔은 소파에 앉아 혼자 모바일 게임을 하기로 했다. 그때 진석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뭐 하고 있어?]강솔이 답장했다.[모바일 게임 중이야.][모임이 재미없어?][아니야. 그들이 게임하는데 나는 참여하지 않았어.]몇 초 후, 진석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내 쪽으로 올래?]강솔은 웃으며 답장했다.[아니야. 네 친구들 나랑 안
강아심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어디에 있든, 저도 따라갈게요. 나중에 우리가 운성에 정착하게 된다면 할아버지도 설득해서 함께 가도록 할게요.”시언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기둥과 화려한 지붕, 고풍스러운 정원이 담겨 있었다.아심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강씨 저택이에요?”시언은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운성 강씨 저택은 아니고, 강성에 내가 새로 지은 집이야. 공사 시작한 지 반년 정도 됐는데 이제 거의 완공 단계야.”그는 덧붙여 말했다.“물론 우리 집 같은 전통적인 구조물과 똑같을 수는 없어. 일부 고가의 골동품과 자단, 황화리 목재는 복제할 수 없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어.”강씨 저택은 백 년 역사의 고택으로, 그곳의 꽃과 나무, 벽돌 하나까지도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특히 붉은 나무로 만든 긴 복도는 결코 동일하게 재현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었다.그리고 시언이 많은 비용을 들여 새로 지은 이 집 역시 재료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고급 주택이었다.아심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하면, 나중에 할아버지도 강성에 와서 머물 수 있겠네요.”시언은 할아버지를 위해, 그리고 아심을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던 것이다.자신의 미래를 함께 그려가는 남자, 어찌 아심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을까?아마 아심이 계속 시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돌이킬 수 없게 된 이유는,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그랬기에 아심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었다.시언은 긴 손가락으로 아심의 부드럽고 고운 뺨을 어루만지며, 깊은 눈빛으로 말했다.“만약 할아버지가 증손주를 보게 된다면, 강성에서 오래 머무시고 싶어 하실 거야.”아심은 고개를 살짝 돌려 시언의 손끝에 가벼운 키스를 남기며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럼, 당신이 열심히 노력해 봐요!”시언은 아심의 허리를 가볍게 움켜쥐고는 몸을 기울여 그녀를 소파에 눕
밤이 완전히 내려앉았을 때, 강시언은 주방에서 강아심을 위해 요리를 하고 있었다.그는 흰 셔츠로 갈아입고 소매를 걷어 올려 두드러진 팔 근육이 드러나 있었다. 늘 총을 다뤄왔던 시언의 손은 지금은 칼을 쥐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은 여전히 안정적이고 능숙했다.아심은 샤워를 마치고 긴 실크 원피스를 입었다. 긴 머리는 단정히 뒤로 묶어 길고 우아한 목선을 드러냈으며, 화장을 지운 얼굴은 맑고 깨끗해 보였다. 아심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머물렀고, 가끔 시언을 도와 물건을 건네거나 양념을 조언했다.두 사람은 이야기하며 웃음을 나눴고, 요리라는 단순하고 지루할 수 있는 일이 그들에겐 즐겁게 지냈다.아심은 이 집에서의 생활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집은 크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살기엔 아주 넉넉했다. 그리고 도우미 없이 모든 일을 직접 하면서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연인의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그녀는 이런 진솔한 삶이 오히려 현실감이 없게 느껴졌다.‘시언 씨는 이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아심은 틈이 날 때마다 시언을 끌어안고 장난스럽게 물었다.“우리 정말 결혼한 거 맞아요?”시언은 한쪽 팔로 아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약간의 안쓰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증명해야 네가 정말 믿겠어?”아심은 시언이 셔츠 어깨 부분에 남긴 자신의 손톱자국을 가볍게 키스하며 속삭였다.“내 이름을 말하면서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강시언이 강아심을 사랑한다고.”시언은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며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강시언, 와이프 강아심을 사랑해. 아주 많이.”아심은 시언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가슴에 이마를 기대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그녀는 약간 목이 멘 목소리로 대답했다.“믿을게요.”시언은 아심의 얼굴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네가 듣고 싶다면 매일 말해줄게.”시언은 사랑을 잘 몰랐지만, 아심이 원하는 것을 아는 한, 그것을 주는 게 그의 방식이었다. 아심이 꽃을 좋
조영아는 허형진을 발견하고는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며 다가갔다.“허형진 사장님!”조영아의 지나치게 꾸민 듯한 웃음이 허형진에게는 오히려 불편함을 주었다. 그는 그 웃음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강아심 같은 여자는 세상에 드물고, 강시언 같은 남자에게 사랑받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라는 것을....차 안, 시언은 뒷좌석에 있던 꽃다발을 꺼내 아심에게 건넸다. 아심은 붉은 장미로 가득 찬 꽃다발을 품에 안고는 한참 동안 시언을 바라봤다.이에 시언은 그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왜 그렇게 봐?”아심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장난스럽게 말했다.“예전에는 이렇게 로맨틱한 사람인 줄 몰랐거든요.”“로맨틱?” 시언은 전방을 주시하며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걸 조금 사온 게 그렇게 로맨틱한 거야?”아심은 꽃을 안고 웃으며 대답했다.“네! 저한테는 충분히 로맨틱해요.”아심의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눈빛에는 진심이 가득했다. 아심에게만 허락된 이 작은 로맨스는 그 자체로 특별했다.아심은 차창 밖을 한 번 보고는 물었다.“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예요?”“할아버지께 말씀드렸어. 저녁 먹고 집에 들어간다고.”아심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나 오늘 야근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시언은 그녀를 옆으로 힐끗 보며 말했다.“네가 약간의 잔꾀는 부릴 줄 안다 해도, 할아버지께서 모르실 거라 생각해?”그 말에 아심은 약간 민망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할아버지가 제가 연애한다고 소홀해졌다고 생각하실까 봐요.”시언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계속 할아버지 집에만 살 수는 없어. 며칠 내로 할아버지 기분 좋으실 때 우리 결혼 사실을 말씀드리자. 그리고 매주 주말에 찾아뵈면 돼.”아심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할아버지께서 동의하실까요?”아심의 말에 시언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증손주를 보고 싶어 하시면 동의하실 거야.”아심의 얼굴이 붉어졌고,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그래서, 지금
조영아는 강시언의 말에 완전히 멍해져 있었다. 그녀의 등에서 서늘한 기운이 올라왔고, 결국 퍽! 소리를 내며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한편, 강아심은 이미 문밖으로 나와 정아현과 마주쳤다. 그녀는 간단히 지시를 내렸다.“나 먼저 퇴근할게요. 조영아 사장님 배웅 부탁해요.”아현은 시언의 크고 당당한 뒷모습을 힐끔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그녀는 이제야 아심이 갑자기 출국 계획을 취소한 이유를 이해한 듯했다.‘미인의 힘은 영웅도 넘어뜨린다더니, 정말 그 말이 딱 맞네!’아현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며 씩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아심은 사무실로 아가 필요한 물건을 챙긴 뒤, 시언과 함께 회사를 떠났다.엘리베이터 안, 아심은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그 말들, 일부러 조영아 들으라고 한 거죠?”시언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일부러 한 말도 사실이지. 내가 왜 강성에 왔다고 생각해?”아심은 그의 말에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시언의 말이 아심의 가슴을 강하게 울리며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아심은 아무 말 없이 시언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빌딩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시언은 차를 가지러 갔고, 아심은 그를 기다리던 중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바로 허형진이었다.허형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심에게로 다가왔다.“조영아가 당신을 괴롭히러 왔다고 들었어요. 마주쳤나요?”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마주쳤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 해결됐어요.”허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다행이네요. 제가 군수공장과 계약을 마쳤으니, 아마 조영아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만약 또 문제를 일으키려 하면 꼭 저에게 말해 주세요.”아심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허형진은 아심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 계약은 정말로 당신 덕분이에요. 오늘 퇴근도 일찍 했으니, 제가 저녁을 살게요.”그러나 아심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음에요.
조영아의 얼굴은 창백해졌다가 푸르스름해지며, 수치심과 분노로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아심은 조용히 그녀를 흘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조영아 사장님의 사고는 자신의 틀에 갇혀 있고, 그 얕은 인식은 시야를 좁고 한정적으로 만들었어요.”조영아는 입술을 꽉 깨물며 반박했다.“그게 무슨 말이죠?”아심은 부드러운 미소 속에서도 차분하고 강렬한 기운을 뿜어냈다. 아심의 매혹적인 눈빛에는 자신감과 날카로운 분위기가 어우러져 있었다.“조영아 사장님, 그날 저녁의 술자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떠올려 보세요. 정말 모르시겠어요?”“저와 강시언 사장님은 원래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고, 우리의 관계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예요.”조영아는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진지하게 그날 밤을 떠올리려 했지만, 시언이 아심에게 특별히 친근하게 대했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들이 서로 알고 있다는 어떠한 신호도 없었던 것 같았다.그런 생각에 도달한 조영아는 아심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판단하며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둘이 아는 사이라고요? 그러면 왜 처음부터 자신을 강시언 사장님의 와이프라고 밝히지 않았죠?”“혹시 당신이 강씨 성을 쓰는 게 강시언 사장님의 성을 따라서 붙인 건가요?”그때, 똑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살짝 열려 있던 문이 밀려 열리며 한 남자의 날렵한 실루엣이 나타났다. 바로 시언이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차가운 분위기는 자연스러운 권위를 풍기며 방 안의 공기를 바꿔놓았다.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물었다.“아직 퇴근 안 했어?”아심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곧 가요.”조영아는 시언을 보며 놀라움에 휩싸였다.“강시언 사장님?”시언은 마지못해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조영아는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며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강시언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시언은 아심에게 다가가 아심의 손을 잡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제 와이프 데리러 왔어요.”“와이프라뇨?” 조영
강시언이 음성 메시지로 답장을 보냈고 시언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밥 많이 먹어. 요즘 또 살이 빠졌더라.]아심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답장을 보냈다.[정말요?]시언이 바로 답했다.[안아보니까 좀 가벼워졌어.]아심은 장난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날 당신이 해준 요리를 먹고 나선, 다른 음식은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살 빠지는 게 당연하죠.]시언은 짧고 간결하게 답했다.[주말에 다시 해줄게.]아심은 만족한 고양이가 물고기를 안고 있는 이모티콘을 보냈고, 시언은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남겼다.[밥 먹어.]아심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점심에 집중했다. 이상하게도, 오늘의 식사는 평소보다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오후, 아심은 회의 하나를 열었고, 회의가 끝나고 회의실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아현이 아심을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사장님, 조영아 씨가 찾아왔어요!”아심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어디에 있어요?”아현은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손님 미팅룸이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팅룸로 향했다.방에 들어가자 조영아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자세는 오만했다. 한쪽 다리는 뒤로 접고 다른 한쪽 다리는 무릎 위로 올려놓은 채, 발끝을 바닥에 툭툭 치고 있었다. 조영아는 기다리는 데 지쳤는지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두드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심은 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웃었다.“조영아 사장님!”조영아는 고개를 돌려 아심을 보더니 다리를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아심 사장님!”아심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하며 물었다.“어떤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조영아는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말했다.“강아심 사장님, 강성에는 공공관계 회사가 많죠. 사장님은 젊은 나이에 실력과 정직함으로 회사를 키워왔다는 평이 많아요.”“그래서 제 회사가 당신 회사에게 많은 고객을 빼앗겨도 개인적으로는 적대감을 가지지 않았어요.
도경수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마치 큰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했다.“그럼, 이렇게 결정한 거야!”그날 저녁, 모두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도도희는 이틀 후로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는데, 강아심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그날 밤.아심은 평소처럼 잠들기 전에 도도희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 말씀드릴 게 있어요. 화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도도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일이니?”아심은 강시언이 찍은 혼인신고서 사진을 도도희에게 보여줬다.“저랑 시언 씨, 결혼했어요.”도도희는 놀란 표정으로 사진을 보며 혼인신고를 한 날짜를 확인했다. 그녀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이건 너무 빠른 거 아니니?”아심은 약간 미안한 듯 말했다.“죄송해요. 미리 엄마와 할아버지께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상황이 좀 급했거든요.”도도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정말 갑작스럽긴 하네. 원래는 너희 둘이 솔직히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게 하려고 했는데, 우리 딸을 이렇게 바로 데려가 버릴 줄은 몰랐네!”아심은 도도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제가 먼저 결혼하자고 했어요. 저는 정말 행복해요!”도도희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는 듯 딸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나도 정말 기뻐. 널 시언에게 맡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지.”아심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직 할아버지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며칠 뒤, 기분 좋으실 때 얘기하려고요.”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버지가 화내실 일은 없을 거야. 설령 화를 내신다 해도 다 연기일 뿐이겠지. 시언일 얼마나 좋아하시는데? 분명 나처럼 너희를 축복해 주실 거야.”아심은 도도희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엄마, 전 정말 시언 씨를 많이 사랑해요.”도도희는 딸을 꼭 안아주며 대답했다.“그걸 모를 리 있겠니?”도도희는 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혼인신고는
강시언은 몸을 숙여 강아심의 머리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오기 전날 밤, 나는 한숨도 못 잤어.”아심은 긴 속눈썹을 떨며 작게 대답했다.“저도요.”지금의 행복한 순간에 비하면, 그날 밤의 뒤척임은 이제 더 이상 슬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언은 깊이 감춘 표정을 지으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네가 떠났더라도, 나는 기다렸을 거야. 너는 나를 그렇게 오래 기다려줬는데, 나도 기다릴 수 있었어.”아심의 가슴 한쪽이 간질거리며 아릿하게 아파왔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물었다.“그러면 왜 나를 붙잡지 않았어요?”시언은 고개를 숙여 아심의 볼에 가볍게 키스하며, 애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멋진 인생을 원했지. 내가 그걸 줄 수 있어.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줄 수 있어.”아심은 고개를 약간 기울여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원하는 건 당신뿐이에요.”시언의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그럼, 내 모든 걸 너에게 줄게.”아심의 눈이 촉촉해지며 밝게 빛났고, 이냐 그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우리는 이미 서로의 것이에요.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관계죠.”시언은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래, 아심아.”아심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장난스러운 투로 말했다.“하지만 제가 먼저 결혼하자고 했잖아요. 당신은 아직 제대로 된 청혼도 안 했어요.”시언은 잠시 침묵하더니, 아심의 입가에 키스를 남기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강아심, 사랑해.”그의 말에 아심의 심장은 순간 멈춘 듯했다. 아심은 시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온갖 감정이 밀려왔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입술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마침내, 아심은 그토록 기다렸던 말을 들은 것이다. 아심의 신념이,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아심은 눈물을 머금은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시언은 즉각 대답했다.“당연하지.”아심은 그의 입술을 바라보며 살짝
집 밖에 일렬로 서 있던 사람들은 공손히 서서 강재석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강재석은 진지한 태도로 그들에게 말했다.“아심이는 전에 이 집에 온 적이 있어서 여러분도 이미 만난 적이 있을 거야. 오늘은 정식으로 소개하지.”“시언의 아내이자 우리 강씨 집안의 미래 안주인, 강아심이야.”오석이 가장 먼저 기쁜 표정으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축하드려요, 도련님! 사모님!”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놀라움을 깨고, 차례차례 축하를 이어갔다.“사모님, 잘 부탁드려요!”“도련님, 사모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백년해로하시길 바라요!”...아심은 부드러운 미소로 감사 인사를 전하며, 차분하고 따뜻한 태도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속으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결혼이 너무 급작스럽게 이루어져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어떤 축하 준비도 하지 못했다.시언은 아심의 속마음을 읽은 듯 그녀의 손을 잡고 사람들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제 와이프가 여러분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잠시 후에 오석 집사님이 나눠드릴 거예요.”아심은 놀라며 시언을 쳐다봤지만,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앞으로 이 집의 안주인은 너야. 빨리 적응해야지.”오석은 강씨 집안에서 오랜 세월 일하며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도련님. 제가 바로 준비하도록 하죠.”사람들은 기쁜 표정으로 아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강재석은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식당으로 이끌었다.“점심이 준비됐으니 와서 같이 먹자.”비록 두 사람이 갑작스럽게 결혼한 것은 예상치 못했지만, 아심이 이곳에 올 것을 이미 짐작한 그는 특별히 점심을 평소보다 더 풍성하게 준비해 두었다.예상치 못한 행복은 언제나 가장 설레는 법이었기에, 강재석은 식사 내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식사를 마친 후, 강재석이 시언에게 물었다.“결혼 소식을 소희에게 바로 전할 거냐?”시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요. 내일 아심이와 함께 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