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설윤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걔가 너를 좋아한다고? 강시언은 단지 네 돈을 좋아하는 거야. 너는 돈으로 걔를 부양하고 있어. 내가 모를 줄 알아?”“너는 네가 시언 오빠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오빠에 대해 조금도 이해하지 못해.”설윤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너는 이해해? 너는 시언이를 얼마나 오래 알았다고? 나는 걔를 거의 10년 동안 알아 왔어!”아심은 설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물었다. “당신 언제 오빠를 만났는데?”갑작스러운 질문에 설윤은 순간 당황하며 눈을 좁혔다. “그걸 왜 물어?”“20살 때, 시언 오빠를 만났겠지.” 아심은 두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아심의 매혹적이고 침착한 얼굴은 설윤의 흉하고 초라한 모습과 대조를 이루었다. “오빠가 왜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지 알아?”“안목이 없는 거지!”“아니, 그건 내가 이미 오빠의 삶에 있었기 때문이야.” 아심은 강렬한 눈빛으로 말했다. “누가 먼저 나타났는지는 말하지 않겠어. 너 자신을 봐. 어디가 나보다 나은지. 시언은 당연히 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너는 아니야.”설윤은 눈을 크게 뜨고 완전히 화가 나서 아심의 얼굴을 떄리려고 달려들었으나 아심은 설윤이 다가오기도 전에 먼저 손을 썼다. 짝! 설윤이 반응하기도 전에, 아심은 설윤의 옷깃을 잡아 다시 한번 세게 때렸다. “네가 오늘 나를 찾지 않았다면, 내가 너를 찾았을 거야.”아심의 눈은 차갑고 아름다웠다.“임성현 같은 쓰레기와 함께 시언 오빠를 해치려 하다니, 네가 좋아한다고 할 자격이 있어?”“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니 머리카락조차도 어울리지 않아!”“그딴 남자랑 손잡고 이런 일을 꾸미다니, 너는 지금 이런 일을 당해도 마땅해!”아심은 화가 꽤나 났는지 말재주가 굉장히 빨랐고, 날카로운 말로 설윤을 후퇴하게 했다. 설윤은 군 복무를 했고, 집안도 부유하며, 평소에는 거만한 여자였지만, 지금은 아심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 반격할 기회조차 없었다.설윤은 계속 후퇴하며, 차에 부딪힐 때까지 물러나며
어젯밤 서건호는 술기운에 용기를 내어, 새벽에는 임성현과 함께 방설윤을 블루드에 버려두고 도망쳤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술이 깨자, 건호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랬기에 건호는 직장에도 가지 않고, 급히 성현의 회사로 가서 이 문제에 대해 상의했다. “방설윤이 나한테 보복하지 않겠죠?”설윤의 집안은 강성의 부자 중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건호를 상대로는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불안해하는 건호에 성현은 무심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보호할 테니까, 걔는 감히 너에게 아무 짓도 하지 못해.”건호는 조금 안심하며 말했다. “이번 주는 휴가를 내고, 네 회사에 머물러 있을게.”“겁쟁이 같으니라고!”성현이 웃으며 말하자 건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걔는 원래도 욱하는 성질이었잖아요. 정말 제 회사에 찾아올까 봐 겁나요.”“걔는 감히 그러지 못해. 본인 자신도 이번 일과 관련되어 있으니, 그냥 입 닫고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성현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건호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눈빛에 다시 빛이 나며, 담배를 꺼내 성현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 “강아심은 어떻게 할 거예요? 그냥 넘어갈 거예요?”“넘어가다니? 난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반드시 가졌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성현이 냉소하자 건호가 심각하게 말했다. “어제 술을 바꿔치기한 게 분명해요. 경계심이 너무 강해서 처리하기 어려워요.”“간접적으로 안 되면, 직접적으로 하면 돼!” 성현은 담배를 한 모금 피우며, 얼굴에 어두운 기운을 드리웠다. “내가 너무 봐줬어!”성현의 말에 건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님이 강아심과 시언에게 한 번 제대로 보여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자신이 엄청 대단하다고 착각할 거예요!”건호의 말은 성현에게 있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두고 보자!”...점심을 먹고 돌아온 후, 시언은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아심은 두 개의 파일을 처리하는 중이었는데, 소파에서 햇빛을 받는 시
강아심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고, 흐릿한 눈으로 강시언을 바라보았다. 시언은 자신을 쳐다보는 아심의 얼굴을 살짝 만지며 말했다. “더 자지 마, 누가 너를 찾고 있어!”“아!” 아심은 희미하게 대답하며, 다시 시언의 품에 얼굴을 묻고 비비다가 일어났다. 문밖의 사람 그림자를 보며, 옷을 정돈하고 일어나서 책상으로 걸어갔다.“들어오세요!”정아현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먼저 시언을 한 번 쳐다보고, 아심에게 다가와 머뭇거리며 말했다. “사장님, 방금 성유그룹에서 전화가 왔는데, 협력 문제로 얘기하고 싶다고 해요.”아심은 성현의 전화를 차단해 두었기 때문에 직접 전화를 걸 수 없어서 아현을 찾게 한 것이었다. 아현은 자기 사장과 성현 사이의 갈등을 알지 못했지만, 성현의 평판을 들은 적이 있어, 좋은 의도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현의 말에 아심은 이미 정신을 차리고,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 “그들에게 협력은 취소됐다고 전해요. 다른 곳을 찾으라고 하세요.”“네!” 아현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고 아심은 시언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어떤 사람들은 자기 무덤을 보기 전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죠!”“그러면 무덤에 묻어줘야지!”시언은 고개를 들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현이 전한 말이 성현을 화나게 했고, 아심의 회사는 성유그룹의 보복을 받기 시작했다. 한 시간 내에, 장기 협력 관계에 있는 세 개 회사가 전화를 걸어와 협력을 취소한다고 말했다.영업팀 부장이 직감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는 사람에게 알아보니 성유그룹이 압력을 가해 아심의 회사와 협력하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성현의 회사는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집안 배경이 대단했다. 게다가 성현은 오만하고 잔인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 했다. 아현은 계속해서 아심에게 보고했지만, 아심은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 취소 절차를 밟으면 돼!”아현은 성유그룹의 행동에 분노하며 떠났다. 반 시간도 지
“제가 성유그룹과 협상할게요.” 애서린이 설명했다. “제 어머니는 임성현 사장 어머니의 사촌이에요. 그러니 저와는 사촌 관계이죠. 제가 가서 얘기를 잘해서, 협력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따올게요.”“만약 원하지 않으면, 제가 우리 회사에 대한 공격을 멈추게 할 수 있어요.”강아심은 차분하게 말했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갈 필요 없어요.”“사장님, 제가 가게 해주세요. 저는 이 일을 해결할 자신이 있어요.”소파에 앉아있던 강시언이 고개를 들며 차분하게 말했다. “임성현은 비상식적인 사람이라 친척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거예요. 나도 가지 말라고 권하고 싶네요.”“우리 두 집안은 예전부터 자주 왕래했고 어렸을 때도 함께 놀았어요. 사장님, 저를 보내주세요. 제가 협상을 잘 끝내면, 모든 커미션을 저에게 주실 수 있나요?”아심은 시언을 바라보았으나 시언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애서린은 필사적으로 말했다. “정말 괜찮아요. 협상이 안 되더라도, 우리 두 집안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저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예요.”“사장님,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요즘 돈이 정말 필요해요. 이 커미션이 정말 필요해요.”이때 아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애서린에게 한 번 맡겨보시죠.”아심은 애서린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가세요. 문제가 생기면 바로 전화하시고요. 협력은 중요하지 않고 돈도 다시 벌 수 있으니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애서린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자신감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알겠어요. 바로 다녀올게요. 꼭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올게요.”애서린은 아심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빠르게 나갔다. 그리고 아현은 애서린을 따라가며 안전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아심은 일어나서 문을 닫고, 시언의 맞은편에 앉아 물었다. “내가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시언은 검은 눈으로 아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관없어. 걔가
강아심은 애서린이 임성현에게 가면 기껏해야 무시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오만하게 납치까지 감행할 줄은 몰랐다. 전화는 아직 끊기지 않았고, 단지 음소거가 된 상태였다.“위치를 확인해 봐. 애서린이 어디에 있는지 보자.”이때 강시언이 다가와 말하자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통화를 기반으로 애서린의 위치를 검색했다. 애서린은 이미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위치는 계속 남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위치를 확인한 시언은 아심에게 외투를 건네며 말했다.“가자.”아심은 외투를 받아 입고, 정아현에게 말했다. “이 일은 먼저 알리지 말고 공포심을 자극하지 않도록 해요. 우리가 애서린을 찾으러 갈 거니까.”하지만 아현은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장님과 미스터 강 두 분만 가시면 너무 위험해요. 경찰에 신고해야 해요!”성현이 애서린을 납치할 정도로 악랄한 짓을 했다는 것은 함정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러니 아현은 두 사람만으로 어떻게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이 섰다.“경찰은 필요 없어요.” 아심은 차분하게 말했다. “걱정 마요. 애서린을 구하고 나서 연락할 테니까.”아현은 여전히 걱정스럽게 말했다. “사장님...”아심은 아현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시언에게 말했다. “가요.”...시언은 위치를 따라 차를 몰며 길을 따라갔다. 해가 점점 어두워지면서, 차는 한 시간 넘게 달려 점점 도심에서 멀어졌고, 생태 공원이 주변에 있는 교외 지역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차는 공원에 들어가, 숲속 깊은 곳에 있는 오두막 앞에 멈췄다.이미 완전히 어두워진 상황에서, 주변 나무들은 하늘 높이 솟아 있고, 어두운 그림자로 둘러싸여 있었다. 오두막에서 나오는 눈부신 흰 빛은 겨울의 차가운 밤에 전혀 따뜻함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무리하지 마.”차에서 내리기 전에 시언이 당부하자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명령을 따를게요.”원하는 대답을 들은 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두
강시언은 빠르게 움직였고, 다른 사람들은 시언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들이 행동을 취하려고 할 때, 임성현은 이미 시언에게 제압당한 상태였다. 성현은 손목이 부러져 고통에 찬 얼굴로 시언을 노려보며 말했다. “날 죽일 용기는 있어?”시언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예전 훈련 때도 네가 불만이 많아서, 나를 찾아왔지만 결국 이 말만 했지.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아직도 실력은 늘지 않았구나.”성현은 분노에 찬 채 이를 악물고 시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성현은 특수한 가정 출신으로, 본능적으로 야성과 난폭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불법 행위를 일삼으며 거침없이 행동해 왔고,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시언에 대한 경멸과 질투도 있었다.성현이 시언을 향해 몸을 던지는 동시에, 방설윤도 차량에서 뛰어내려 시언에게 덤벼들었다. 그러자 시언은 임성현을 발로 차서 물리치고, 반대 손으로 설윤을 한 손으로 때려 날려버렸다. 이에 설윤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져 입가의 피를 닦으며 차갑게 웃었다. “네가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보자!”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성현이 더 이상 위협받지 않자, 시언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현은 기회를 틈타 도망쳐 차량 뒤로 몸을 피하며, 몇 개의 막대기를 주워 자기 손목을 고정했다.“숨을 만한 곳을 찾아 숨어있어. 두려워하지 마.”한편 강아심은 이미 애서린을 기둥에서 풀어주고, 자기 외투를 벗어 입혀주었다. 애서린은 겉보기에는 성현이 해치지 않은 것 같았고, 단지 겁을 주려고 옷을 벗기고 아심과 시언을 유인한 것 같았다. 애서린은 눈이 부은 채 울고 있었고, 몸을 떨며 말했다. “사장님, 사장님.”“돌아가서 얘기하죠.”아심은 한 발로 막대기를 들고 덤벼드는 남자를 차서 날려버리고, 애서린을 밀쳐 숨도록 했다. “먼저 숨어 있어요!”아심은 말하면서 돌아서서 싸우기 시작했다. 애서린은 몸을 떨며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 없는 곳을 찾아 숨어들었다.아심은 휘두르는 막대기를 피하면서, 옆에
아심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도 나를 노려보겠다고? 확 눈을 뽑아버릴라!”“아니!” 방설윤은 두려움에 빠져 고개를 숙였다. 아심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갑자기 몸을 돌려 한 손으로 막대기를 휘둘러 자기를 공격하려던 사람의 얼굴에 맞췄다. 이에 그 사람은 바로 이빨이 2개나 빠졌다. 생각보다 꼬여버린 상황에 그 뒤에 서 있던 다른 열 명 남짓한 남자들이 아심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심은 차분한 눈빛으로 몸을 날려 돌려차고, 막대기를 휘둘러 그들을 제압했다.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연습을 안 해서,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이자 점점 움직임이 느려졌다. 어깨에 한 방 맞자, 이를 악물며 공중에서 발차기를 날려 두 명을 쓰러뜨리고, 몸을 돌려 도망쳤다.강시언의 발밑에는 이미 열 명 넘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임성현이 얼마나 큰 금액을 약속했는지 맞아도 도망가지 않고, 죽음을 각오한 듯 계속 달려들었다.아심과 달리, 시언의 싸움에는 어떤 변수도 없었고, 모든 공격이 정확히 급소를 향했고, 움직임은 빠르고 힘이 넘쳤다. 삼십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시언의 눈에 띈 아심이 시언을 향해 달려가자, 시언은 발로 몇 자루의 긴 칼을 차서 날려 보냈다. 날카로운 칼날이 휘몰아치며 혼란스러운 인파 속에 길을 내었다. 그리고 아심은 날카로운 칼날을 따라 시언을 향해 뛰어가며 말했다.“이길 수 없어!”아심은 달리며 소리쳤고, 곧바로 시언의 품에 안겼다. 시언은 한 팔로 아심을 안아 들고, 아무런 고민도 없이 몸을 돌려 한 명의 가슴을 발로 차서 멀리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 사람은 3미터나 날아가 다른 사람들과 부딪혔다.방 전체에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고, 오두막 지붕을 뚫고 숲 전체에 메아리쳤다. 이에 날아가는 새들까지 깜짝 놀라 날아올랐다.성현이 데려온 사람들은 이제 절반도 남지 않았고, 시언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들도 훈련된 타격대였지만, 숫자에 의존하지 않으면 눈앞의 남자에
임성현은 몸이 굳어졌고 강아심은 냉소하며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말할 차례야, 움직이지 마!”성현은 얼굴이 긴장된 채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 “어디서 총을 구했어?”“주었다고 하면 믿을래?” 아심은 차량에서 뛰어내리며, 성현의 손에서 총을 발로 차서 떨어뜨리고, 이마에 총을 겨누었다. “이제야 알겠어? 너는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렸어.”“너희가? 네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성현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난 네가 강시언을 과소평가했지만, 어느 정도의 실력이 뭐 어때서? 한 번 날 건드려봐!”“오빠도 너 때문에 더럽히지 말라고 했지만, 어떡하지, 난 네놈을 직접 처리하고 싶어!” 아심은 총을 성현의 머리에 겨누며, 천천히 내려가며 말했다. “여자를 괴롭히는 걸 좋아해?”성현은 반쯤 앉아 아심을 올려다보며,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뭐, 뭘 하려는 거야?”“너무 오만하면 결국 벌을 받게 되지!” 아심은 총을 장전하는 소리에 성현의 얼굴이 변하며,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 “강아심, 제발 무모한 짓 하지 마. 네가 날 다치게 하면, 난...”탕! 아심은 직접 총을 쐈고, 이번에는 매우 정확했다.“아아!”성현은 땅에 쓰러지며, 두 다리 사이에서 피가 터졌다. 그러고는 눈을 크게 뜨고, 고통보다 절망이 먼저 뇌리를 스쳤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아심은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지금의 고통을 잘 즐겨봐. 앞으로의 날들은 이보다 더할 테니까!”시언이 다가와 바닥에 뒹구는 성현을 한 번 쳐다보고, 자기 외투를 벗어 아심에게 입히며 말했다. “속이 시원해?”아심은 시언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미소 지었다.“정말 시원해요!”그러고는 바닥에 쓰러진 타격대를 보며 말했다. “이제 갈까요?”“먼저 널 집에 데려다줄게.”“애서린을 찾아야 해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애서린은 목제 판자 뒤에 숨어있다가 아심이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