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강아심과 간미연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직원이 술과 음식을 가져오자, 모두 둘러앉아 더 활기차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희는 양재아가 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지만,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라 따로 소개할 필요는 없었다. 이에 소희는 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랫동안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만났네!”이에 유정은 시원하게 웃으며 말하자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친구 사이에 고마워할 필요 없어!”“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줘!”유정은 소희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희가 진심으로 자신을 친구로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고 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어 올렸다.“좋아!”곧이어 두 사람은 잔을 부딪쳤다.“청첩장은 언제 보낼 거야?”소희가 유정에게 묻자 연희는 깜짝 놀라며 웃었다.“유정이 결혼한다고? 날짜는 정해졌어?”그러자 우청아가 대신 대답해 줬다.“음력으로 12월 26일. 이제 얼마 안 지나서 한대!”이에 미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며칠 안에 청첩장을 보낼 예정이니까 모두들 꼭 와줘!”“물론이지!” 연희는 잔을 들며 말했다.“그럼 먼저 미연의 남은 한 달 동안의 싱글 라이프를 축하하자! 미연의 남은 싱글 라이프를 위하여!”연희의 건배사에 여자들은 모두 잔을 들고 건배하자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맑고 즐거웠다. 연희는 술을 한 모금 크게 마시고는 유정에게 물었다.“너도 조백림이랑 이미 약혼했잖아. 결혼 날짜는 정해졌어?”이에 유정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제발 좀 봐줘. 약혼만 해도 충분한데 또 족쇄를 채우라고요? 지금은 그 사람이 다른 여자를 만나도 모른 척할 수 있어.”“근데 결혼하고 나서도 봐도 못 본 척하는 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얼마나 자존심 상해?”유정의 푸념 아닌 푸념에 연희는 크게 웃었다.“어떻게 이렇게 이성적으로 보이는거지?”“여자는 감정만 없으면 다 이성적이게 살 수 있어!”유정의 말에 아심은 유정에게 잔을 들며 말하자 유정도 잔을 들어 올리며
소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만 좀 해, 일에 집중해. 나 여기 걱정하지 마, 정말 다 해결됐어!][네가 내게 키스해 주면, 네 말을 들을게!] 심명이 애교를 부리자 소희는 징그럽다는 듯 전화를 끊었다. 이때 성연희가 뒤에서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심명의 전화였어? 임구택이 이쪽을 여러 번 쳐다보던데, 너 더 이야기하면 바로 여기로 올 기세였어!”소희는 눈길을 홀로 던지자 역시나 구택이 뚫어져라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그 눈빛에 약간 찔리는 기분이 들어서 얼른 시선을 피했다. 연희는 난간에 기대어 물었다.“그 양재아 씨, 뭐야?”연희는 항상 재아가 소희에게 너무 지나치게 친근하다고 느꼈다. 소희는 신체적인 접촉을 싫어하는데, 재아는 여러 번 소희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소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재아의 신분이 좀 특수해.”“어떻게 특수한데?” 연희가 웃으며 묻자 소희는 도경수가 잃어버린 외손녀와 자신이 온두리에서 재아를 만난 이야기를 대충 설명했다. 그러자 연희는 소희의 얘기를 듣고 감탄했다.“정말 우연이네. 도경수 할아버지가 잃어버린 외손녀를 온두리에서 만나다니?”소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아마도 운명이겠지, 내가 재아를 스승님 곁으로 데려오게 하려는.”그러자 연희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내가 아까 너무 심했나? 난 그냥 평범한 친구로 생각했어.”소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그럼 유전자 검사는 했어?”“아니, 스승님은 도도희 이모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어.”그러자 연희는 생각에 잠겼다.“도경수 할아버지가 딸을 그리워하는 거야.”이에 소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똑똑하네!”연희는 소파에 앉아 있는 재아를 힐끔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친자 관계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미 도경수 할아버지의 손녀라고 자처하는 것 같아.”연희의 말에 소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정말? 재아는 항상 열정적이고 명랑해서 스승님 댁에 와서
“네!” 양재아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성연희 씨는 오빠와 강아심 씨를 이어주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심 씨는 오빠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다고 했어요.”그러자 강시언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그래서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생각 밖의 반응에 재아는 놀라며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별 뜻은 없어요.”시언의 눈빛은 침착하고 날카로웠다.“도경수 할아버지의 충동적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요. 나는 당신보다 열 살이나 많고 우리는 불가능하니까.”이에 재아의 얼굴은 빨갛게 변했고, 당혹스러움에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물었다.“외할아버지의 친손녀가 아닐까 봐 그러는 거예요?”시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두 가지는 상관없이 도경수 할아버지의 친손녀라 하더라도 우리는 함께할 수 없다는 거죠.”재아는 시언의 직설적인 말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재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외할아버지의 말을 나는 마음에 두지 않았어요. 나는 오빠를 그냥 오빠로 생각해요.”시언은 재아의 말에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돌아서서 걸어갔다. 재아는 난간 앞으로 가서 강성의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음이 허전했다. 재아는 어렸을 때부터 예뻤기에 항상 많은 추종자가 있었다. 비록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항상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재아가 처음 사귄 남자친구는 임예현 이였다. 임씨 집안은 명문가였고, 예현의 부모는 모두 대학교수였다. 그 자신도 유명 대학의 대학원생으로, 멋진 외모와 꽤나 창창한 미래를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사귈 때, 재아의 친구들은 모두 부러워하며 질투했다. 하지만 여기 와서야 재아는 자신이 너무 평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아의 친구들이 칭송하는 남신 예현도 이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도경수 할아버지의 외손녀라는 신분 외에, 재아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재아가 휴식 구역으로 돌아왔을 때, 소희와 성연희는 이미 돌아와 있었다. 소희는 재아에게 케이크 한 조각을 건네며 말했다.“좀 먹어.”
간미연도 아무 말없이 칩을 던지자 청아는 손에 든 카드를 보며 망설이다가, 장시원이 두 개의 칩을 던졌다. 그러자 양재아가 소희에게 작게 물었다.“하나의 칩은 얼마예요?”소희 씨는 대답했다.“20만원.”재아는 그 말을 듣고 놀라며, 손에 든 789 순서를 포기하고 카드를 던졌다. 강아심 도 두 개의 칩을 던지자 시언은 아심의 손에 든 클럽 3, 클럽 5, 스페이드 2를 보며 약간 찌푸리며 말했다.“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베팅을 해?”그러자 아심은 시언의 귀에 속삭였다.“두 개의 같은 카드가 있어서 이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어떤 두 개가 같다는 거야?”시언의 질문에 아심은 클럽 3과 클럽 5를 가리켰고 시언은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 몇 차례 베팅 후, 아심과 미연이 남아 있었다. 시언은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빨리 베팅을 종료시켰다. 미연은 플러시자, 연희는 테이블을 치며 말했다.“일찍 포기해서 다행이네!”소희가 연희에게 묻자 연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너는 무슨 카드였어?”“페어였어!”소희도 페어였기 때문에 두 라운드 후에 포기했다.“아심아, 너는 무슨 카드였어요?” 연희가 호기심에 묻자 모두가 아심을 바라보았다. 아심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없이 게임을 했기 때문에, 모두가 아심이 큰 카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아심이 카드 235를 공개하자 모두가 침묵했고 아심은 웃으며 물었다.“왜 그래? 내가 이겼어?”그러자 소희는 시언을 질책하며 물었다.“아니 조력자로서 어떻게 된 거야!”그러자 시언이 차분하게 말했다.“잃은 돈은 내가 책임질게!”아심은 고개를 돌려 시언을 보며 묻자 시언은 해탈해서 말했다.“내가 졌나요?”“이건 카드 전체에서 가장 작은 조합이야.”이에 아심은 말문이 막혔다.‘미리 말하지 않는 거야?’시원은 청아를 자기 팔로 안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우리 청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카드놀이에 서투르네!”이에 연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네가 그렇게 많은
강아심은 지난번에 가장 작은 카드를 가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가장 큰 카드를 가지고 있어 강시언에게 물었다.“이번에는 세 카드 모두 달라요, 배팅할까요?”시언은 아심을 보며 물었다.“어디가 다르다는 거야?”그러자 아심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모두 다른 모양이에요.”시언은 깊은숨을 쉬며, 아심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순서가 있을 때만 모양을 봐야 해. 순서가 뭔지 알아? 예를 들면 345, 678 같은 거야. 네 카드는 같은 숫자 3장이 있는 ‘트리플'이야.”아심은 진지하게 들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전에 왜 안 가르쳐줬어요?”그러자 시언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도박을 배우려면 강한 정신력으로 자신을 통제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쉽게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어. 너는 어렸고, 배울 때가 아니었어.”그러자 아심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밤영은 배웠잖아요.”“너랑 밤영을 비교할 수 있어? 걔는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고, 너는?”시언이 차갑게 말했다.“나도 뭔가를 배울 때는 전념해요. 언제 내가 산만했어요?” 아심이 불만스럽게 말하자 시언이 단호하게 말했다.“밤영은 절대 말대꾸하지 않아.” 이에 아심은 할 말을 잃었다. 이때 성연희는 그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웃으며 말했다.“둘이 무슨 비밀 얘기하는 거야? 크게 말해봐, 우리도 듣게!”아심은 고개를 들며 환한 미소로 말했다.“시언 씨가 내 카드를 보고, 두 라운드 더 베팅할 수 있다고 했어!”“그거 좋은데!” 연희는 하나의 칩을 던지며 말했다.“나도 함께 할게!”이번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베팅에 참여했다. 두 라운드 후, 우청아는 포기했고, 유정은 베팅을 늘렸다. 소희와 임구택은 서로를 바라보며 카드를 던졌다. 또 두 라운드가 지나고, 유정, 양재아, 아심만 남았다. 이때 조백림은 다섯 개의 칩을 던지며 웃었다.“이렇게 좋은 카드를 두고 베팅하지 않는다고? 뭐 기다리는 거야!”그러자 유정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맞아, 어차피 네
도민혁이 다시 30개의 칩을 걸자 맞은편의 강시언도 30개를 따라 걸었다. 민혁은 마음속으로 냉소하며, 시언이 일부러 자신에게 맞서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민혁은 시언의 정체를 몰랐다. 강성에 진씨 성을 가진 명문대가가 없다는 것을 떠올리며, 시언이 강아심을 의식하여 일부러 그런다고 여겼다. 이 생각에 민혁은 50개의 칩을 밀어 넣었다,‘돈으로 나랑 겨루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정말 어리석군!’하지만 시언은 당연히 다시 따라 걸자 테이블 중앙의 칩이 거의 가득 차올랐다. 양재아는 칩을 세어보며, 대략 1억은 넘을 거라고 추정되자 깜짝 놀라며 민혁의 소매를 잡아당겼다.“그만해요, 더 이상 하지 마요!”민혁은 재아 앞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다시 칩을 올리려 하자 맞은편의 시언이 갑자기 말했다.“카드 오픈하죠.”그러자 민혁은 비웃으며, 시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왜 계속 걸어보지.’민혁은 마음속으로 비웃었지만 애써 너그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진언 씨가 더 이상 못 버티신다면, 카드 오픈이죠.”장시원은 민혁을 살짝 쳐다보며, 조백림에게 물었다.“정말 네 친구야?”백림도 창피해하며 대답했다.“삼촌 딸의 남자친구인데, 형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서 내가 중간에 연결해 준 거예요. 대충 상대해주세요.”시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민혁은 먼저 양아의 카드를 오픈하자 연희가 웃으며 말했다.“역시 민혁 씨가 이렇게 자신만만하신 이유가 있었네요. 정말 좋은 카드네요!”민혁은 진언을 도발적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진언 씨의 카드는 뭔가요?”그러자 아심이 카드를 뒤집으며 말했다.“이번에는 지지 않았겠죠?”트리플 A, 모두가 놀랐다. 지난번에는 가장 작은 카드를 뽑았지만, 이번에는 가장 큰 카드를 뽑았다니, 정말 예상 밖이었다. 이에 연희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오빠, 이런 카드를 스스로 공개하다니, 다른 사람 같았으면 상대방이 팬티까지 벗을 때까지 걸었을 거예요!”그러자 민혁은 얼굴이 붉어졌다가 하얗
“남자친구?” 강시언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강아심이 언제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그러죠?”그러자 양재아가 설명했다.“그날 아심 씨와 함께 식사한 남자, 남자친구 아니었어요?”“함께 식사했다고 다 남자친구인가요?” 그러자 옆에서 재아의 말을 듣던 성연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되게 순진하네요.”그러자 재아는 얼굴이 붉어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심이 일이 있어서, 잠시 후에나 돌아올 거니까 우리 계속하자.” 유정이 화제를 돌리며, 직원에게 카드를 섞고 나눠 달라고 지시하자 시언이 칩을 밀며 말했다.시언은 칩을 밀며 말했다.“너희들끼리 먼저 해, 난 담배 피우고 올 테니까.”성연희는 시언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강아심이 없자, 도민혁도 마음이 흔들려 재아의 카드를 볼 마음이 없었다. 두 판을 더 하고 나서, 민혁은 핑계를 대고 나갔다. 민혁이 방을 나와 복도를 두 바퀴 도니 아심을 마주쳤다.“아심 씨!” 민혁은 빠르게 다가가자 아심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다.“민혁 씨!”민혁은 아심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아심 씨, 전에 제 제안을 고려해 보셨나요? 우리 회사에 와서, 평소에는 저와 함께 응대를 담당해 주세요.”“당신이 벌 수 있는 돈보다 훨씬 많이 드릴 거라고 보장할게요.”복도는 조용하고 어두웠기에 아심은 한 걸음 물러서며 여전히 예의 바른 태도로 말했다.“민혁 씨의 여자친구분과 조백림씨 집안의 자제분이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데다가, 게다가 공공 관리도 배웠다고 들었어요.”“그분이 민혁씨의 회사에서 현명하게 내조해 주는 게 더 맞지 않을까요?”그러자 민혁은 아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아심 씨, 솔직히 말할게요. 난 아심씨를 좋아해요. 처음 봤을 때부터 아주 좋아했어요. 만약 당신이 내 곁에 온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 줄게요!”그러자 아심의 얼굴이 조금 차가워졌다.“민혁 씨 백림 씨랑 함께 오셨죠? 백림씨가 자신의 매부가 다른 여자에게 고백하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
하지만 도민혁은 입술을 삐죽이며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참견하지 마, 나를 건드리면 너한테 좋을 게 없어!”강시언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튕겨 쓰레기통에 정확히 넣고는, 한 발로 민혁을 걷어찼다. 시언의 동작은 날카롭고 거칠어, 민혁을 바로 날려버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민혁이 벽에 부딪히고, 곧바로 바닥에 무겁게 떨어졌다.민혁은 온몸이 쑤셔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한 채, 다시 한번 시언에게 걷어차였고 이번엔 쓰레기통에 빠져버렸다. 민혁을 걷어차고 나서, 시언은 무심하게 강아심을 한 번 쳐다보고는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심은 시언의 셔츠 소매를 조심스럽게 잡으며 말했다.“내가 몸으로 보답해야 하나요?”그러자 시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아심을 바라보았는데 시언의 눈빛은 검고 암울했으며, 말투는 냉정했다.“농담할 기분이야?”“진심으로 말한 거예요!” 아심은 얕게 미소 지으며 맑은 눈으로 시언을 바라보았다. 아심의 말이 끝나자, 시야에 한 여자가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아심은 옆방 문을 열고 시언을 끌고 들어갔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아심은 시언을 벽에 밀어붙이며 하얀 손가락으로 시언의 입술을 막았다.“쉿!”시언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아심의 손을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또 무슨 장난이야?”“양재아가 왔어요. 우리가 함께 있는 걸 알게 되면, 당신 이미지가 손상될까 봐요.” 아심은 웃으며 말했다. 방 안은 비어 있었고, 벽에는 희미한 벽 등 하나가 비추고 있었다. 어둡고 따뜻한 빛 아래, 아심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매혹적이었고, 표정은 사람을 홀릴 만큼 매력적이었다. 이에 시언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장난이 끝나지 않네?”아심은 고개를 들고 시언을 응시하다가, 갑자기 몸을 가까이 붙이며 시언의 입술을 보며 속삭였다.“아까 왜 나를 도와주지 않았어요? 내가 당신을 부르지 않았더라면 정말 떠날 작정이었나요?”그러자 시언이 말했다.“내가 없었다면, 네가 알아서 처리했을 거라고 믿거든.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