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석은 잠깐 강솔을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차 안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는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약간의 슬픔을 담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바람 속을 걷네 오늘의 햇살이 갑자기 너무나도 따스해하늘도 땅도 따스하게 마치 네가 나를 안아주듯그런데 네 변화를 알게 되고 외로운 앞날들이추워지면 어떻게 지낼까”……“방해하지 않는 것이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따스함모르겠고 이해할 수 없어 원하지 않아왜 내 마음은가까이하고 싶은데 외롭게 새벽을 맞이할까”……강솔은 창밖을 바라보며 음악에 맞춰 조용히 따라 불렀다. 강솔은 예형을 몰래 좋아했던 날들을 문득 떠올렸고, 진석을 돌아보며 물었다.“사장님, 좋아하는 사람 있어?”진석은 핸들을 꽉 쥐었지만, 표정은 변함없이 담담하게 물었다. “그걸 왜 물어보는 거야?”“예전에 내가 예형 씨를 짝사랑할 때 매일 사장님한테 매달려서 내 말 들어달라고 했잖아.”“거기다가 어떻게 꼬실지도 대신 생각해 주고, 지금 보면 나한테 은인이니까. 만약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강솔의 순진한 얼굴에는 진지함이 어렸다. “물론, 소희는 제외하고. 소희는 남자친구가 있으니까, 남의 연애를 방해하려고 해선 안 되잖아.강솔에 말에 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난 소희를 좋아하지 않아요. 내 눈에는 너희들 모두 똑같아.”“좋아하지 않는다고?” 강솔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다.“임구택이 나타났을 때, 너 분명히 기분 나빠했어. 그걸 난 눈치챘고!”“그건 임구택이 예전에 소희한테 상처 줬기 때문이야. 만약 주예형이 너에게 상처 준다면, 나도 기분이 좋지 않을 거고.”진석의 말에 강솔은 곧바로 반박했다.“예형 씨는 상처주지 않을 거야!”진석의 옆 얼굴은 서늘하게 변했고,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소희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좋아하는 거야? 그 사람이 싱글이라면, 내가 꼭 도와줄게.”“괜찮아,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없다고?” 강솔이 무언가가 생각
인터넷에서 스타쉽 매니지먼트 회사가 고용한 댓글 알바들과, King의 팬들의 논쟁이 점점 격해지고 있었다.논쟁의 핵심은 스타쉽 매니지먼트가 King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태도가 전혀 없으며, King을 비하하며 소동을 띄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말에는 그 어떤 지켜야 할 선도, 존중도 없이 욕설이 난무했고, 말속에는 어떤 마지노선도 없었다.금요일, ‘여신의 옷장’이라는 새 프로그램의 마지막 녹화가 진행되었고, 소동은 놀라운 디자인으로 심사위원들의 칭찬을 받았다.이제 소동은 프로그램의 애정하는 인물이 되었고, 심사위원들도 소동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아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심사평이 끝나고, 소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여러분의 지지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런 영광과 축하를 받는 동시에, 저는 일부 사람들의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명확히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그 어떤 자리에서도 저를 ‘리틀 King’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또한 제 디자인은 저의 창작이며,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았습니다.”“저를 호시탐탐 노리시기 전에 제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저의 창작을 지지해주시길 바랍니다.”소동의 이 발언은 제작진팀이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었기에, 무대 뒤의 감독과 앞줄에 앉은 심사위원들은 모두 당황했다.관객석에서 누군가가 호응을 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초대받은 관객들도 소동을 지지하는 박수를 보냈다.소시연은 소동의 옆에 서 있었는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인기를 얻고 나니까 발뺌을 하고 있네. 얼굴에 철판을 깔았나.”시연의 마이크는 꺼지지 않았기에,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전체 스튜디오에 울러 퍼졌다.시연의 충격적인 발언에 모두가 놀랐고, 소동은 차가운 눈으로 시연을 바라보며 마이크를 끄고 말했다.“시연아, 또 내 얘기하는 거야? 지금도 내가 King의 인기에 업혀 간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보기에는 King의 팬들이 날 무차별하게 공
“알겠어요, 제가 말할게요!” 감독은 계속해서 소시연의 발언을 제한하겠다고 보장했다.소동을 설득한 후, 감독은 소시연을 설득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아부를 하듯이 달랬고, 시연이 남도록 설득했다.모두가 방송 스튜디오로 돌아와 프로그램 녹화를 계속했다. 시연이 다시 무슨 말을 할지 두려워, 제작진은 시연의 마이크를 끄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겨우 한 회 분의 녹화를 끝마쳤다.편집을 하고 나자, 모든 출연진은 한 팀처럼 화목하고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보여졌다.소동이 처음에 한 ‘King을 모방하지 않았다’는 발언에 대해 감독은 고민한 끝에, 시청률을 위해서 그대로 방영하기로 했다.감독은 프로그램에 논란이 있어야 인기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더군다나 그 발언은 소동이 직접 한 발언이었기에 본인들과는 상관이 없었으며,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방송이 끝나고, 안단희는 소동과 함께 나가며 말했다. “소시연 그 멍청한게 실력이 안 되니까 괜히 트집 잡잖아. 그것 때문에 애꿎은 소유까지 미운털 박히게 됐으니!”단희의 말에 소동은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전 이제 걔 신경 안 쓸 거니까. 어차피 온라인에서 나를 욕하는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탈탈 털어도 먼지 한 톨도 없는 나니까, 난 괜찮아요.”“맞아, 온라인에 있는 그런 사람들하고 신경 쓰지 마세요. 그들이 더 난리를 칠수록 당신은 더 유명해질 거니까!” 단희는 말하고는 장시 망설이다가 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동 씨, ‘뷰티풀 클로즈’ 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소동 씨를 게스트로 초대하더라고요.”“저희가 계속 협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도 추천해 주면 안 될까요?”“아, 그거요?” 소동이 조금 곤란해하며 말했다. “저 아직 출연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어요.”“같은 유형의 예능 프로그램 두 개를 연속으로 나가면, 팬들이 지루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결정하고 나서 알려드릴게요.”소동이 그렇게 말하고, 자기를 데리러 온 차에 올라타고 떠났다.단
소정인은 진연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소정인은 안정적으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진연은 항상 강하게 밀어붙여 소정인이 반박할 수 없었다.“그래, 이번 달에 몇몇 고객들이 결제를 늦게 해서 회사의 운영 자금에 문제가 생겼어.”“소동에게 말 좀 해서 돈을 빌려줄 수 있는지 알아봐 줘.” 소정인이 화제를 바꾸었다.“그런 사소한 일은 당신이 직접 소동과 말하면 돼요.” 진연은 TV를 보며 움직이길 원하지 않았고 소정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동의 방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소동은 기쁜 얼굴로 일어나 소정인을 맞이했다. “아빠!”소정인은 진연과 한 이야기를 다시 언급했지만 소동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표정도 좋지 않았다.소정인은 소동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소동에게 잠시 자금을 돌려달라고 부탁했다.소동은 눈을 굴리면서 해맑게 말했다. “제가 예전에 작업실을 운영할 때 부모님이 저를 많이 도와주셨죠. 이제 제가 도울 차례예요, 물론 문제없어요.”소정인은 기뻐하며 말했다. “엄마 말이 맞았어. 넌 정말 훌륭한 아이야!”소동은 더욱 달콤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고 입을 열었다.“지금 바로 6천만원 보내드릴게요!”“6천만원?” 소정인의 얼굴에 미소가 얼어붙었다. 대기업에게 은은 정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표정이 안 좋은 소정인에 소동은 담담하게 물었다. “부족한가요? 아빠, 저도 돈이 많지 않아요. 이건 거의 제 전부예요.”‘여신의 옷장'의 대성공으로 소동의 상업적 가치는 상승했다.더군다나 스타쉽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한 후 소동은 네 개의 광고를 찍었고, 두 개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랬기에 실제 수입은 20억을 넘었다.하지만 소동은 이 돈을 소정인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자기가 얼마나 힘들게 번 돈인데, 남한테 빌려주겠나?돈을 ‘빌려달라'고 하지만, 과연 돌려받을 수 있을지 그 누구도 몰랐다.진연이나 소정인에게 선물을 사 주거나, 이천만원이나
마민영은 리스트를 곧 찾아서 소희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봐요!”네티즌이 만든 소동의 디자인 모음 영상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나하나가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소희는 보면 볼수록 얼굴이 어두워졌다.소희는 잠시 뭔가 생각났다는 듯 민영에게 말했다. “이 영상 나한테 보내줘요!”말을 마친 후, 소희는 급히 휴게실을 빠져나갔다.“소희, 무슨 일이야?” 민영이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소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갔다. 그리고 민영은 어리둥절한 채 소희가 부탁한 대로 영상을 보내주었다.소희는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GK를 위해 만든 FW 신상 디자인 파일을 열었다. 그리고 민영이 보내준 영상을 열어 하나하나 비교하자 충격적이었다.소동이 만든 모든 옷에는 소희의 디자인이 있었다. 한두 개가 우연이라면 몰라도, 모든 옷에 소희의 디자인 요소가 사용된 것은 분명 우연이 아니었다.이미 프로그램이 다섯 회 방영되었는데, 소희는 이제야 발견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소동이 언제 자신의 디자인을 봤는지 몰랐다.소희는 소동이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간을 떠올리며, 소동이 자신의 디자인을 훔친 시기가 아마도 드라마 촬영 중일 것으로 추측했다. 소동이 그렇게 빨리 촬영장을 떠난 것도 자신의 디자인을 훔쳤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그 와중에 제일 큰 문제는 소동이 분명히 표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피해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이 소희에게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소희는 다른 중요한 일을 떠올렸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FW 신상 발표회, 언제 시작하죠?”하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고, 사장님. 너무 무관심 한 거 아니에요? 바로 오늘 아침이에요. 저 지금 발표회에 있는데 생중계해드릴까요?”하영의 대답에 소희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사장님?” 하영이 불렀음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다시 불렀다.“괜찮아요, 계속하세요.”소희는 괜찮다는 말만 했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미 너무 늦어버렸기 때문에, 그
소희가 임구택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웃으며 말했다. “당신 곁에서 내가 뭘 할 수 있는데?”“뭐든 좋아,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당신이 보고 싶을 때마다 당신을 볼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질리지 않을까?” 소희가 묻자 구택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나를 보면 질리나?”“안 그래!” 소희는 구택을 꽉 안자 구택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같이 갈래?”“난 내 일이 있어.”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난 드라마 촬영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구택이 소희의 옆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사장 부인으로 회사에 오는 건 어때?”“싫어!” 소희가 즉시 거절하자 구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아하니, 사장 부인 자리에 나까지 더해져도 당신의 디자인 초안보다 못한 모양이네!”소희는 구택의 무기력한 목소리를 듣고 킥킥 웃었다.“유명해지고 싶어? 소동처럼, 원한다면 어떤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참여시켜 줄 수 있어. 당신의 재능이라면 소동 못지않을 거야.”소희는 구택의 가슴에 편하게 기대며 물었다. “소동의 디자인, 어떻게 생각해요?”“회사에서 Kally가 소동의 팬이야. 심지어 소동을 임씨 그룹의 제품 모델로 추천하려고 했어.”“작품을 나한테 보여줬는데, 괜찮더라고. 물론, 모델 제안은 거절했지만.”소희가 물었다. “정말 괜찮아?”구택은 마치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이 말했다. “그냥 그래, 우리 소희 님만 못하겠지만!”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괜찮아요, 솔직하게 말해도 돼. 나 안 화낼 거니까.”“좋든 나쁘든 나랑 상관없어!”구택은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예능에 나가고 싶어? 아니면 자기 이름을 건 작업실을 열고 싶은 거야? 그게 뭐든 다 할 수 있어!”과거에도 구택은 소희가 무엇을 하든 그녀가 행복하기만 하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소희를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고 싶어 했다. 소씨 집안 사람들이 더 이상 소희를 경시하지 못하게, 소동 때문에
[소동의 디자인이 GK 이전에 있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어떤 사람들은 재능이 바닥나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것을 표절하는 거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선배라고 하기엔 정말 창피해. 이전에 받은 상들이 모두 표절한 것인지 제대로 조사해 봐야 해!]……이 사건이 터진 후, 사실 가장 충격받은 사람은 소동이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자신을 표절했다고 비난해도 그게 소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King이 문제가 된 걸까?‘디자인 초안은 소희의 컴퓨터에서 인쇄한 것이었는데, 왜 King의 작품이 되어버린 거지?’‘King이 소희에게 보낸 것일까?’‘소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도 찾아오지 않은 걸까?’소동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다행히 인터넷 여론은 여전히 소동의 편이었다. 소동은 자신이 표절하지 않았다고 단호히 주장했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스타쉽 매니지먼트 회사는 이 기회를 이용해 홍보 활동을 벌였다. 상당히 많은 댓글 알바와 소동의 팬들이 GK와 King의 소셜 미디어에 몰려가 욕설과 괴롭힘을 일삼으며 GK 책임자와 King에게 해명을 요구했다.King의 소셜 미디어는 진석이 관리하고 있었고, 그는 댓글 기능을 차단한 후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온라인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소희는 대답했다. “제 디자인 초안을 화영에게 보내기 전에 소동이 봤던 것 같아요.”그러자 진석이 깨달았다. “그러니까, ‘여신의 옷장’에서 소동이 선보인 디자인들이 전부 네 것을 베낀 거였어?”“소동도 꽤 똑똑하게 한 것 같아요. 제 중요한 창의적 요소들을 자신의 디자인에 사용해 옷마다 일곱, 여덟 부분이 비슷해요.”진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언제 알게 된 거야?”진석의 물음에 소희가 말을 했다.“어제요, 알게 된 후에 발표회를 미루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어요.”진석이 한숨을 쉬며 비웃었다. “그러니까 소동이 갑자기 재능이 생긴 줄 알았더니, 결
온라인상에서 King과 소동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King이 소동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면서 열기는 더욱 고조되어 제일 핫한 주제가 되었다.King의 팬들이 계속해서 반격하자, 스타쉽 매니지먼트의 책임자도 마음이 조급해져 소동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동 씨, 당신이랑 King 중 누가 누구를 표절한 거예요? 우리한테 진실을 말해야 줘야 해요.”소동은 잠시 망설였다가 이내 대답했다. “ King이 나를 표절한 거예요. ‘여신의 옷장’은 이미 한 달 전에 방영됐는데, 어떻게 내가 그 사람을 표절할 수 있겠어요?”책임자는 주저하며 말했다. “그런데 King이 왜 GK 발표회를 공공연히 개최한 거죠?”소동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본인이 나보다 명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모두가 그 사람이 후배를 표절했다는 걸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겠죠!”책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이제 이해했어요.”소동이 전화를 끊자, 진연이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소동아?”“괜찮아, 회사에서 전화 왔어. 집에서 이틀 쉬라고 해.” 소동은 달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온라인에서 떠드는 일 때문에?” 진연이 분노를 표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엄마가 믿어. 엄마는 네 편이야!”“감사해요, 엄마!” 소동이 고마움을 표했다.진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일이 소희와 관련이 있어? 소희도 북극 디자인 작업실에 있잖아. 걔네들이 널 노리고 있는 거 아니야?”이에 소동은 눈을 번뜩이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언니도 결국 우리 가족인데, 어떻게 남과 함께 저를 해하겠어요?”진연은 비웃으며 말했다. “소희가 뭐가 가족이야, 오로지 임씨 집안을 등에 업고 우리를 공격하기만 하잖아. 소희가 한 짓이 무슨 뜻인데?”소동은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엄마, 말씀드리지 않았던 게 있었어요. 원래 제 매니지먼트가 저를 임씨 그룹의 모델로 협상했거든요?”“근데 나중에 임씨 그룹에서 계약을 취소했어요. 언니가 임
아심은 표정 변함없이 물을 따라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눈치챘어?”승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하게 말했다.“응. 원래는 오고 싶지 않았는데, 피하는 게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했어.”그는 아심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이틀 전, 내 개인 계좌에 정아현 씨가 보낸 돈이 들어왔더라. 그래서 아현 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어.”“아현 씨가 그러더라고. 네가 부탁한 거라고, 네가 소개해 준 고객에 대한 커미션이라고 말이야.”“그 순간 모든 게 이해됐어.”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너는 정말로 남에게 빚지지 않으려는 사람이구나. 내게 여자친구가 되어주겠다고 한 것도, 내가 병원에서 서명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지?”“그리고, 그때 이미 할머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내 곁에 있어 주며 힘든 시기를 함께해준 거고.”“또한 예전에 네가 아플 때 내가 곁을 지켜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고.”“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너는 일부러 강성을 떠났지.”“혹시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부탁할 게 있을까 봐,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더라도 임종을 앞둔 할머니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아심은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할머니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해 나도 아쉬워.”승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넌 매일 할머니와 통화했잖아. 할머니는 정말 기뻐하셨고, 가시는 길도 평온하셨어.”“그렇다면 다행이네.”아심은 승현이 똑똑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별할 때 얽히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승현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심아, 정말로 나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어?”아심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말했다.“사실 중간에 너와 진지하게 연애를 시작해 볼까 생각도 했어. 하지만 미안해, 그건 내겐 무리였어.”승현이 물었다.“그 사람 때문이야?”아심은 솔직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래.”승현의
승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심을 따라가며 계속 불렀다.“아심아!”아심은 걸음을 멈추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더 이상 묘지까지는 가지 않을 거야. 너 대신 할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드려줘.”승현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해. 우리 엄마 성격이 원래 그렇고, 내 동생도 엄마가 너무 편애해서 버릇이 없거든. 그들이 한 말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승현은 아심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며칠 동안 나와 함께 해주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지. 집에 가서 푹 쉬어. 며칠 지나고 나면 다시 보자.”아심은 답했다.“그래,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집에 도착하면 알려줘.”“들어가 봐.”아심은 주차된 곳으로 걸어가 차를 몰고 자리를 떠났다.그날 밤, 아심은 승현과 통화를 하며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 모두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다음 날, 아심은 출근했고, 한 주 동안 밀려 있던 업무가 그녀를 압도했다. 비서인 정아현이 서류 한 묶음을 들고 와서 서명을 부탁하며 조심스레 물었다.“사장님, 요 며칠은 지승현 사장님과 시간을 보내지 않으시나 봐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앞으로 며칠 동안 지씨 집안에 관한 동향, 특히 주식 쪽에 신경 좀 써줘요.”아현은 금세 기분이 좋아져 말했다.“사장님이 여전히 신경 쓰시는 줄 알았어요. 사실 전에도 사장님이...”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제가 꼼꼼히 살펴볼게요!”“그래, 가서 일 봐요.” 아심은 미소 지었다.그 후 이틀 동안 아심은 쌓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빴고, 승현도 여러 가지 일에 얽혀 있었다. 두 사람은 중간에 점심을 함께 먹은 것 외에는 별다른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셋째 날 오후, 아심은 마침내 모든 업무를 끝냈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아현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얼굴에 흥분이 가득했다.“사장님, 뉴스 보셨어요? 지씨 집안의 주식이 크게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지승현의 눈 아래는 푸른 기운이 돌았고,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어머니 권수영을 깊이 응시했다. 권수영은 승현의 눈빛에 약간 겁먹은 듯 물었다.“그게 무슨 눈빛이니?”승현은 냉소하며 말했다.“엄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잖아요.”“지수철이 태어난 순간부터 하루하루 그 애만 편애하더니, 지금은 핑계를 대며 모든 재산을 작은아들에게 물려주려는 거잖아요!”권수영은 그의 말을 듣고 당황한 듯 눈빛이 흔들렸지만 변명했다.“너와 수철은 모두 내 아들인데 내가 어찌 편애하겠니? 네가 굳이 그딴 업계 종사하는 여자를 여자친구로 사귀니, 내가 실망할 수밖에 없지 않니!”승현은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다면 엄마 말대로 모든 재산을 수철에게 넘기세요!”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서 걸어 나갔다. 권수영은 분노로 씩씩거렸고, 창백해진 얼굴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정말 내가 못 할 줄 아나? 그 천한 여자랑 결혼이라도 하면, 너도 당장 집에서 내쫓아버릴 거야!”“과연 이 집안 도련님의 자리를 잃으면 그 여자가 여전히 널 곁에 둘지 보자고!”승현은 걸음을 잠시 멈추었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곧장 걸음을 옮겼다....권수영뿐만 아니라, 다른 지씨 가문의 사람들도 모두 아심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아심이 김후연의 유산 대부분을 상속받게 된 후로 지씨 가문의 첫째와 둘째 집안 식구들, 심지어 승현의 할아버지까지도 아심의 배경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모두가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김후연의 유산이 아심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막는 것이었다.지아윤은 기회를 보아 수철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 아심 쪽을 가리키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저 여자 보여?”수철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봤어. 근데 왜?”아윤은 말했다.“저 여자가 네 집 재산에 눈독 들이고 네 형에게 달라붙어서 돈을 빼앗아 가려고 해. 네 엄마가 지금 무척 화가 났거든.”“가서 몇 마디 쏘아붙이고, 장례식장에서 쫓아내 버려!”수
지승현은 서둘러 말했다.“아주머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앞으로 우린 가족이나 다름없잖아요.”사실 양세민은 김후연이 돌아가신 후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차피 김후연이 없으니, 굳이 자기를 계속 고용할 이유도 없고, 집마저도 팔릴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승현의 말에 그녀는 비로소 안심되었다.“도련님, 저에게 이 집까지 주실 필요 없어요. 그냥 여기 머물 수 있게만 해주시면 돼요. 급여도 필요 없어요.”“나중에 도련님이 오실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해드릴게요.” 양세민이 감격해 말하자 승현이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준비할게요.”양세민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강아심은 오후 내내 승현과 함께 김후연의 유품을 정리해 주었다.김후연은 승현이 어렸을 때 입었던 옷들과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받았던 상장, 심지어 유치원에서 놀이를 하며 받은 작은 플라스틱 메달까지도 버리지 않고 남겨두었다.승현은 그 물건들을 바라보다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아심은 그저 묵묵히 그의 곁을 지켰다....그 후 이틀 동안 아심은 승현의 곁에 머물며 김후연의 장례 준비를 도왔다. 아심은 나서지 않고 조용히 승현의 옆에서 함께 있어 주기만 했다.셋째 날, 김후연의 장례식이 열렸다. 아심은 조문객으로 참석해 마지막으로 꽃 한 다발을 헌화했다.이날 많은 사람이 김후연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였다. 아심은 그곳에서 승현의 할아버지가 유가족 자리에서 오랜 시간 할머니의 영정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아심은 그가 지금 후회하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아내와 함께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승현은 곧바로 그의 어머니 권수영에게 불려 나갔다. 권수영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그를 데리고 가서 일부러 물었다.“아까 네 옆에 있던 그 여자는 누구니?”승현이 대답했다.“제 여자친구예
한 시간 후.강아심은 고개를 숙여 오래된 마을을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강성으로 향해 차를 몰았다.강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 아심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김후연 할머니의 집으로 향했다.차를 밖에 주차하고, 조용한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갔다. 멀리서부터 김후연 할머니 집 마당에 피어난 등나무꽃이 보였다. 활짝 핀 꽃들에서 달콤한 향기가 골목 가득 퍼져 있었다.꽃들은 여전히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꽃도 때맞춰 피어 있었지만 이제 그 꽃을 돌보던 주인은 더 이상 없었다.아심은 나무문을 조심스레 밀고 들어가며 문턱을 넘을 때, 지난번에 김후연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이 떠올라 마음이 저릿해졌다.마당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해당화 꽃잎이 바닥을 가득 메웠고, 옆의 빨랫줄에는 예전에 아심이 김후연에게 사준 숄이 여전히 걸려 있었다.지승현은 마당에 앉아 있었다. 김후연 할머니가 늘 앉던 등나무 의자에 앉은 그는 고개를 숙이고, 등을 구부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짊어지고 있는 듯했다.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 그는 초췌한 얼굴에 눈이 새빨갛게 부어 있었다.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심아!”아심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 반쯤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왔어.”“힘내.”승현의 눈이 더욱 붉어지며 목이 메어 조용히 말했다.“할머니가 가셨어. 날 가장 아껴 주신 분이 영원히 떠나셨어.”아심은 그의 슬픔을 함께 느끼며 조용히 말했다.“할머니는 네 곁을 떠난 게 아니야. 다른 모습으로 곁에 남아 계시는 거야.”“널 곁을 스치는 바람이나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 그 모든 게 할머니가 돌아와 널 지켜보고 계신 걸지도 몰라.”승현은 그녀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거의 간절하게 이마에 가져다 댔다.“아심아, 이제 나에겐 너밖에 없어.”아심은 낮게 대답했다.“내가 곁에 있을게.”잠시 후, 양세민 아주머니가 나와 아심에게 말했다.“할머님께서 돌아가신 후로, 도련님께서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계세요.
도도희는 아쉬운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에게 다시 인연이 있기를 바랄게.”도도희의 말뜻을 짐작한 아심은 미소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난 가볼게. 수업 들어가요!”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그녀가 짐을 든 걸 보고 창가에 머리를 내밀며 작별 인사를 했다.“언니!”“아심 언니, 다시 돌아올 거예요?”“누나, 우리 모두 누나를 그리워할 거예요!”아심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모두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강성에 있는 대학에 와야 해!”아이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아심은 작별 인사를 길게 나누는 걸 좋아하지 않았기에 더 머물지 않고 도도희에게 인사를 남긴 뒤,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짐을 차에 싣고, 그녀는 자신의 차를 몰아 저택을 떠났다....강시언은 2층으로 올라가 그 오래된 창고 방에 들어갔다. 그의 키 큰 몸은 벽에 기대어 앉아 밖의 흐릿하고 어두운 날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한참 후, 그는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시언은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아심, 너 나한테 복수하는 거냐?”이 시간 동안 그녀의 애매한 태도와 고통스러운 모습이 모두 자신에게 일부러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까?시언은 처음으로 차갑게 아심의 이름을 성까지 붙여 불렀고, 그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감이 생겼다. 그간의 온기와 친밀함이 마치 빗속의 안개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텅 빈 회색만이 남아 있었다.아심은 운전 중이었다.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눈을 살짝 깜빡이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시언의 목소리는 어두웠다.“넌 모든 걸 계산했겠지만, 네 마음은 계산해 봤냐?”아심은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본인이 분명히 말씀해 주셨잖아요. 특수 요원은 마음을 가질 수 없다고.]시언이 말했다.“그럼 네가 내게 했던 말 중 진심이 뭐야?”아심은 천천히 대답했다.[당신에 대한 존경과 애정, 그리고 당신에
다음 날.강아심은 전화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깼다. 날이 밝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방 안은 회색빛으로 어두웠다. 그녀는 손을 뻗어 핸드폰을 귀에 대고 받았다. “여보세요?”[아심아!] 전화기 너머에서 지승현의 슬픔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어!]그 말에 아심은 눈을 번쩍 뜨며 순식간에 잠이 깼다. 몸은 깨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그 온화하던 김후연이 떠오르며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심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지금 바로 갈게.”전화를 끊고 아심은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그 후, 별장의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급한 일이 생겨 강성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배웅은 사양하니 나중에 인연이 닿으면 다시 보자고 했다.채팅방에서 모두가 놀라며 아쉬워했고,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며 나중에 강성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몇 개의 메시지를 답장하고 난 후 그녀는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집을 떠나기 전 며칠 동안 머물렀던 방을 마지막으로 한 번 돌아보고, 문을 닫고 나섰다. 계단을 내려올 때 마침 강시언이 방에서 나왔다. 그는 단체 채팅방의 메시지를 보고 아심을 찾으려 올라가던 중이었다.아심의 손에 들린 여행 가방을 본 그는 마음이 답답해지며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왜 떠나는 거야?”아심이 대답했다. “강성에 일이 좀 생겨서요.”시언은 그녀를 주시하며 물었다. “어젯밤 일 때문이야? 아직도 화난 거야?”“아니요!” 아심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아심은 짐을 들고 문밖으로 나가려 하자, 시언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아심!”아심은 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그가 말을 이어 나가길 기다렸다.“안 가면 안 될까?” 시언은 깊은 눈빛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마음 깊은 곳에서 힘겹게 끌어낸 말처럼, 간절하게 이어졌다. “안 가면, 안 돼?”아심은 가방 손잡이를 꽉 쥐고 몸이 굳었지만, 여전히 돌아보지 않은 채, 천천히 입을
강시언이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도도희가 강아심의 손을 놓으며 웃으며 말했다. “됐어, 오늘 하루 고생했으니 어서 돌아가서 쉬어.”이에 아심이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찍 쉬세요.”“그래!”세 사람은 함께 안쪽으로 걸어가다가 길목에서 헤어졌다. 시언과 아심은 각자 사는 별장으로 돌아갔다. 별장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도우미는 이미 퇴근해 잠자리에 든 상태였다.시언이 말했다. “저녁을 못 먹었으니, 뭐라도 좀 준비해 줄게.”“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심이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피곤해서 입맛도 없어요. 그냥 올라가서 자고 싶어요.”“그럼 그렇게 해. 만약 밤에 배고프면 언제든 전화해.”시언의 말투는 다정했고, 아심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서서 위층으로 걸어갔다. 시언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달라 보이는 듯해 말문을 열었다.“이번 일, 나도 미리 알지 못했어.”아심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며 가볍게 대답했다. “알아.”“하지만.” 시언의 목소리는 밤처럼 깊고 잔잔했다. “시야가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치챘어. 몸을 감추려고 일부러 옷을 더 입고, 변성기를 썼지만, 그를 너무 잘 알기에 한눈에 알아차렸지.”“걔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몰라서 모른 척했어.”아심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되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수상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예를 들어, 두 사람이 함께 묶였을 때 시언이 빠져나오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었던 점이 그의 성격과는 맞지 않았다.또한, 그 용병들이 두 사람에게 밧줄을 묶을 때 시언의 상처 부위를 피해서 묶었다는 것도 이상했다.다만 그 당시 아심은 마음이 급하고 혼란스러워서, 시언이 자신을 신경 써서 움직이지 않는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난 원망하지 않아요. 오히려 다행이죠. 진짜 노도의 부하들이 사람을 사서 복수하려 한 건 아니었으니까.” 아심은 얕게 웃으며 다시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걸어가던 그녀는 멈춰
아심은 말을 마치고 바로 물었다.“조하루는 어떻게 됐나요?”시야는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무사히 집에 데려다줬어요. 집이 꽤 가난해서 할아버지가 아프신데도 병원에 갈 돈이 없다고 해서 저희가 그 집에 돈을 좀 두고 왔어요.”“놀라게 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하루 군에게도 여러분이 무사하다는 걸 전했습니다.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했어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요!”“천만에요! 예전엔 우리가 잘 몰랐지만, 이제 앞으로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시야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농담 그만하고, 빨리 떠나!” 시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시야는 아심에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기 사람들을 불러 함께 산에서 내려가려고 했다. 떠나기 전, 그는 다시 아심을 향해 말했다.“이 일은 진언 님과는 아무 상관 없어요. 전부 제 생각이라서, 절대 진언 님을 탓하지 마세요!”아심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탓 안 해요. 장난이었다면서요?”시야는 아심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시언의 차가운 눈빛이 번쩍이자 급히 사라졌다.잠시 후, 아까까지 살기와 긴장으로 가득 찼던 오두막은 다시 조용해졌다. 원래의 고요하고 텅 빈 분위기로 돌아갔다. 방 한가운데의 불만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고, 나뭇가지가 탁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갔다.시언은 아심 앞에 앉아 물병을 건네며 물었다.“놀랐어?”아심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모두 무사하니 더 좋은 거 아니에요? 그렇죠?”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평소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시야 대신 사과할게.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아심은 방금 전의 격렬한 감정이 갑자기 멈추자 머릿속이 멍해진 것 같았다. 그녀는 낮게 말했다.“아니요, 물어볼 건 없어요. 다 알겠으니 우리 내려가요. 벌써 늦었어요. 도도희 이모가 걱정하고 계실 거예요. 방금도 전화했었어요.”시언은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지금 내려가자.”두 사람은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