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아는 이제야 술집 복도에서 강주환과 부딪친 일이 떠올랐다. 4년 전으로 돌아간 꿈을 꾸는 줄 알고 비몽사몽 그의 키스를 받아준 일도 포함해서 말이다.‘이럴 줄 알았으면 술을 마시지 않는건데...’뒤늦게 후회되기는 했지만 소용없었다. 일은 이미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로운 생활을 위해 강주환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게 다시 만나니, 윤성아는 힘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강주환은 짙은 술 냄새를 풍기며 윤성아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새근새근 숨을 쉬고 있었다. 전화벨 소리에도 전혀 영향받지 않은 모습이었다.윤성아는 강주환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 틈을 타서 도망가려고 했다. 지금은 일단 그의 품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들어 올려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그는 갑자기 몸을 뒤척이며 윤성아의 손목을 잡았다.“가지 마, 나랑 같이 있자.”윤성아는 흠칫 놀라며 그대로 얼어붙었다. 심장은 마치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뛰었다. 다행히 강주환은 진짜 깨어난 것이 아닌 잠꼬대를 했을 뿐이고 지금도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조용히 숨을 쉬었다.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윤성아는 강주환이 깊이 잠들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의 손을 밀어내고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그리고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룸 밖으로 나갔다.같은 시각, 안효주도 같은 술집에 있었다.안효주는 안씨 가문의 둘째 딸로 겉보기에는 못 하는 게 없는 완벽한 재벌가의 자제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 부모님을 기쁘게 해주기 위한 연기에 불과했고, 사석에서는 꽤 방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운성시와 영주시의 재벌가 자제들이 주로 안효주의 술자리 친구가 되어줬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룸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약과 술을 번갈아 하며 진작 이성을 놓고 한데 뒤엉킨 남녀를 보고서는 따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자기야, 보고 싶어. 우리 지금 만나자!」「알았어, 지금 갈게.」안효주
여자에게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생기는 이질감에 강주환은 돌연 동작을 멈췄다. 어쩐지 여자의 냄새가 어제와 달리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흥분이 가시고 그는 눈을 번쩍 떴다.강주환은 키스를 기대하는 듯한 모습의 안효주를 발견하고 미간을 구겼다. 뒤이어 그녀의 몸에 난 흔적을 보고는 머리가 핑 도는 것 같기도 했다.‘어떻게 이럴 수가...’어젯밤 강주환은 평소와 다름없이 술을 마셨다. 비록 취하기는 했지만, 그의 품에 부딪힌 여자가 윤성아라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리 안효주와 똑같게 생겼다고 해도 냄새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강주환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것은 4년 전과 똑같은 윤성아의 향기뿐이었다. 그러니 어젯밤에 만난 사람도 틀림없이 윤성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왜 역겨운 체취를 풍기는 여자가 품 안에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너 뭐야?”강주환은 안효주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무섭도록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성아는?”“...”안효주는 잠깐 침묵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성아라니요? 주환 씨, 저희 어제부터 계속 같이 있었잖아요. 어젯밤에는 얼마나 열정적이던지...”안효주는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마치 어제 진짜로 강주환과 하룻밤 보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곳곳에 난 흔적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이것 봐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마 기억 못 하는 거예요?”안효주의 서운하다는 표정을 보고 강주환은 미간을 구겼다. 그리고 단호하게 대답했다.“절대 너일 리가 없어.”안효주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불쌍한 표정으로 어젯밤의 상황을 거짓으로 설명했다.“저 어제는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술 마시러 왔거든요. 근데 주량이 약한 탓에 몇 잔 마시고 금방 취해 버렸어요. 그리고 화장실 가는 길에 주환 씨랑 마주치고 이곳에 오게 된 거예요.”안효주의 설명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하지만 강주환은 여전히 어젯밤 만났던 사람이
“판이라니요! 먼저 사람을 착각한 건 주환 씨에요. 저는 그냥 주환 씨가 너무 좋아서...”“허!”강주환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역겹다는 듯이 싸늘하게 말했다.“기자들은 어떻게 된 거야? 혹시 이것도 네 짓인가? 하는 말을 듣자 하니 너와 만나달라고 협박이라도 할 생각인가 보네?”“아니에요.”안효주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머리를 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저는 진짜 모르는 일이에요. 어젯밤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지금까지 잤다고요. 주환 씨도 봤잖아요, 네가 언제 일어났는지. 기자를 부를 시간은 없었어요. 올 줄 알았더라면 옷이라도 입고 있었겠죠.”첫 번째 의혹에 관해 설명하고 난 안효주는 또 두 번째 의혹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저희가 사귄다는 말도 어쩔 수 없이 한 거예요. 기사들의 표정 못 봤어요? 혹시 저희가 아무 말도 안 하면 어떤 식으로 기사를 낼지 모른다고요. 저희는 호진 그룹과 한연 그룹을 대표하고 있는데 나쁜 기사 때문에 주가라도 영향받으면 어떡해요.”말을 마친 안효주는 조심스럽게 강주환의 옷깃을 잡았다. 그리고 이 이상의 스킨십은 하지 않고 세상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주환 씨, 그냥 저랑 결혼해 주면 안 돼요? 저희 나름 잘 어울리잖아요. 저는 한연 그룹의 유일한 딸이에요. 어차피 저희는 정략결혼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인데 생판 모르는 남과 결혼할 바에는 차라리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좋잖아요, 안 그래요?”강주환이 아무 말도 없자 안효주는 또다시 어젯밤을 들먹이며 눈물을 머금은 채 말했다.“저는 믿어요. 만약 주환 씨가 저한테 마음이 없었다면 애초에 건드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에요. 저는 주환 씨를 사랑해요. 주환 씨가 저를 누군가의 대역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결혼만 할 수 있다면요. 주환 씨 집안에서도 저를 마음에 들어 할 거예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린 채 침묵에 잠겼다. 비록 화가 나기는 하지만 안효주의 말이 틀리지도 않았다.기사가 퍼지면 주가가 영향받는 것도, 강주환이 고은희의
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우연일 수도 있나?’하필이면 술집 CCTV가 고장 났을 때, 하필이면 기자들은 거짓 제보를 받았고, 또 하필이면 그의 룸에 들어왔다는 것이 과연 우연일지 강주환은 의심이 들었다. 더구나 윤성아가 되기 위해 그를 속인 적 있는 안효주와 함께 있을 때 말이다.이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에 ‘어머니’라고 뜬 것을 보고 강주환은 바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주환아, 이게 무슨 일이니? 너와 만나던 윤 비서가 한연 그룹 둘째라는 기사가 사실이야?”“같은 사람 아니에요.”“누가 봐도 같은 사람이던데 아니라니, 내가 윤 비서 얼굴도 모를 것 같아?”“닮기는 했지만 진짜 아니에요. 기사에 나온 사람은 운성 안씨 가문 사람이에요.”강주환의 설명에도 고은희는 여전히 미심쩍은 듯 물었다.“그래?”“네, 확인도 해보지 않고 한연 그룹을 들먹일 기자가 어디 있겠어요.”이제는 고은희도 설득된 듯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 확인차 마지막으로 물었다.“진짜 윤 비서가 아니라는 거지?”“네.”“다행이네.”고은희는 이제야 시름 놓고 이어서 말했다.“비록 나는 윤 비서의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니.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련다. 한연 그룹의 둘째라면 말도 또박또박 잘하는 것이 네 짝으로도 괜찮을 것 같구나. 운성 안씨 가문, 나쁘지 않아.”혼잣말이라도 하는 듯 주절주절 말하던 고은희는 돌연 강주환에게 말했다.“이런 기사가 난 김에 그냥 약혼해.”“싫어요.”“왜? 너 윤 비서의 얼굴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니? 윤 비서가 죽은 마당에 똑같이 생긴 데다가 집안까지 좋은 여자랑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운성시.안효주가 남자의 외투를 걸치고 취재하는 영상을 본 안진강은 화부터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금세 진정하고 생각을 바꿨다. 안효주가 전에 만났던 남자들에 비해 강주환은 아주 훌륭한 사윗감이었기 때문이다.안진강은 안효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혼내는 것이
안효주는 운성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다. 그러니 그녀가 윤정월의 친딸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었다.강주환은 일단 안효주가 안진강과 윤정월 사이의 혼외자식이라고 추측했다. 만약 아니라면 일이 아주 복잡해질 것이다.강주환은 안진강의 표정을 빤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안효주 씨가 안진강 대표님과 서연우 여사님의 딸이 맞냐는 뜻이에요.”“하, 효주가 우리 딸이 아니면 누구 딸이라는 거예요?!”강주환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안진강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강주환이 몸을 돌려 떠난 다음에도 안진강은 한참이나 제자리에 서 있었다. 강주환의 질문이 어떤 뜻인지, 또 어떤 의도를 품고 있는지 전부 다 의문이었다.‘효주가 내 친딸이 아닐 리가 있나... 잠깐!’안진강은 문득 안효주가 유난히 부모와 닮지 않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는 물론이고 어머니인 서연우와도 전혀 닮지 않았으니 말이다.“쌍둥이가 어떻게 하나도 안 닮았죠?”“옛날 같으면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 줄 알겠어요. 딸 둘이 달라도 너무 다르네요.”주변 사람들이 했던 말이 하나 둘씩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최근 몇 년 동안 안진강은 사업에 매진하느라 자식 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4년 전 첫째 딸 안효연이 죽고 나서 둘째 딸 안효주가 언니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을 뿐만 아니라 행동과 말투도 따라 하는 것을 보고서도 개의치 않았다.안효연은 안효주보다 훨씬 예뻤을 뿐만 아니라, 성격 또한 어른들의 기대에 부합되었다. 그래서 그는 안효주가 안효연을 따라 하는 것이 나름 좋게 발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서연우도 안효주의 변화에 기뻐했으니 말이다.하지만 오늘 강주환의 말을 듣고 나니, 그는 처음으로 안효주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서연우가 쌍둥이를 임신하고 나서부터 출산할 때까지 그는 언제나 함께 있었다. 심지어 분만실까지 따라 들어갔으니, 임신 과정에 착오가 생겼을 리는 없었다.이때 안진강은 문득 서연우
비즈니스 파티의 기억이 아직 새록새록 했던 안진강은 도무지 강주환의 변덕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안효주와 강주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강주환은 왜 안효주가 껄끄럽다고 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사실대로 대답할 수 없었던 안효주는 그저 눈물만 펑펑 흘릴 뿐이었다.“아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주환 씨가 생각을 바꾸고 책임지겠다고 한 게 중요한 거죠. 언제 시간 될 때 저희 다 같이 만나요. 만나서 얘기하면 또 다를 거예요.”“됐어! 내 면전에 대고 책임질 생각이 없다고 한 녀석을 만나서 뭐 해? 강 대표는 너를 좋아하지 않아. 약혼하고 결혼한다고 해도 가정에 충실할 사람이 아니야. 이런 사위는 없는 게 나아! 우리 집안을 무시해도 유분수지.”안진강의 단호한 태도에 안효주는 더욱 크게 흐느끼며 말했다.“저는 주환 씨가 좋아요! 주환 씨가 아니면 안 된다고요! 처음부터 약혼하지 못했던 데도 다 이유가 있어요. 지금은 잘 해결됐으니 제 행복을 위해서라도 이만 허락해 주시면 안 돼요?”안효주는 안진강의 표정이 약간 풀린 것을 보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계속해서 애원했다.“주환 씨도 약혼을 허락한 이상 무조건 저한테 잘해줄 거예요. 저도 주환 씨랑 함께라면 행복해질 자신이 있어요!”안진강은 아주 고집스러운 사람이다. 그가 강주환에 인상은 변함없었고, 안효주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변함없었다. 그래서 그는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다. 안효주가 아무리 빌고 애원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안진강이 마음을 굳힌 것을 보고 안효주는 울고불고하며 난리를 쳤다. 그리고 빨갛게 부은 눈으로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뱉어 버렸다.“저까지 죽어야 속이 후련하시겠어요? 언니 한 명 죽인 거로 모자랐냐고요! 아빠는 지금 하나 남은 딸을 절벽 끝으로 몰아세우는 것과 다름없어요!”“뭐?!”안효주의 말에 혈압이 오른 안진강은 순간 눈앞이 핑 도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안효주는 여전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억지를 부렸다.“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환
말을 마친 장석호는 윤성아에게도 사고 장면의 CCTV를 보여줬다.비 오는 날의 어두운 밤, 양지강은 휘청거리며 도로를 달리다가 빠르게 지나가는 차에 치여 쓰러졌다. 운전석에서는 한 여자가 내려와 그의 상황을 살펴봤다. 그러자 그는 여자의 다리를 잡으며 뭐라 말했지만, 여자는 매몰차게 뿌리치며 돈을 던져주기만 했다.여자가 다시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자 양지강은 몸으로라도 막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또다시 차에 치여 아예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여자는 겁먹은 듯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그대로 도망갔다.그날은 비가 아주 쏟아지듯 내린 날이었다. CCTV도 뚝뚝 멀어지는 물방울로 인해 희미하기는 했지만 피투성이가 된 채 차를 막으려던 양지강의 모습, 그리고 매몰차게 그를 뿌리치던 여자의 모습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여자는 애초부터 사고에 책임질 마음이 없어 보였다. 자신의 차에 치여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도 CCTV가 주변에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했으니 말이다.이때 장석호가 여자의 얼굴을 확대했다. 너무 먼 거리에서 찍힌 영상이라 화질이 나쁘기는 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윤성아는 곧 CCTV 속 여자의 얼굴이 자신과 똑같다는 것을 발견했다.‘안효주! 이건 틀림없이 안효주야!’양지강을 죽인 사람이 안효주일 줄은 아무리 윤성아라고 해도 예상치 못했다.“비록 CCTV에 잡힌 얼굴이 희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희가 최선을 다해 조사할게요. 다행히 차량 번호판이 제대로 찍혀서...”장석호는 설명을 계속했지만, 윤성아는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눈물은 주체가 되지 않고 줄줄 흘러내렸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형사님, 이 영상 한 번 더 봐도 될까요?”“그럼요.”장석호는 CCTV를 재생했다.윤성아는 눈을 똑바로 뜨고 양지강이 차에 치이고, 버둥거리며 일어나고, 또다시 차에 치여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비록 소리가 들리지 않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안효주를 그녀로 착각한 듯했다.비 오는 날 밤의 시골길, 사채업자에
놀라움이 가시고 난 장석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윤성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범인이 진짜 운성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면... 고소를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워낙 오래전의 사건이기도 하고 장례식이 끝났기 때문에 증거 자료가 부족해요. 더구나 단순 사고로 종결 난 사건이기도 해서 윤성아 씨한테 아주 불리해요.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은 얼마 전 금방 호진 그룹의 대표님과 약혼했어요. 그러니 최고의 변호사로 구성된 법무팀도 있을 거예요. 저는 두 분이 따로 만나 합의를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싫어요. 돈은 필요 없어요.”윤성아는 단호한 말투로 장석호의 제안을 거절하고는 이어서 말했다.“저는 안효주 씨가 법적 책임을 지기를 원해요. 만약 안효주 씨가 아빠를 병원에 데려다줬더라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거니까요. 뺑소니는 명백한 범죄예요!”윤성아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석호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윤성아 씨가 고소를 원하니 제가 일단 증거 자료를 정리해 놓을게요.”이틀 후.안효주는 법원의 소환장을 받고 눈을 크게 떴다. 반년 전의 뺑소니 사건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심장이 다 벌렁거리기 시작했다.‘말도 안 돼. 반년이나 지난 사건을 도대체 누가 조사하고 있는 거지?’안효주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로 운성으로 돌아가 안진강과 만났다.“아빠, 저 어떡해요? 사실 제가 반년 전 사람을 치고 도망간 적 있는데... 법원에서 소환장을 보냈어요. 저는 진짜 일부러 사고를 낸 게 아니에요. 그 사람 누구랑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피투성이가 된 채 시커먼 길목에서 갑자기 나왔는데 제가 어떻게 안 놀라요! 처음 사고가 났을 때 이미 돈을 줬는데 계속 막아서던 걸 보면 돈을 노리고 일부러 다가온 게 분명해요.”안효주는 눈물을 흘리면서 뻔뻔하게 말했다.“저는 잘못한 것 없어요. 다 그 사람이 갑자기 끼어들었기 때문이에요.”안진강은 화가 치밀어 올라 목덜미를 잡았다. 어찌 됐든 안효주가 사람일 치어 죽은 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