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장석호는 윤성아에게도 사고 장면의 CCTV를 보여줬다.비 오는 날의 어두운 밤, 양지강은 휘청거리며 도로를 달리다가 빠르게 지나가는 차에 치여 쓰러졌다. 운전석에서는 한 여자가 내려와 그의 상황을 살펴봤다. 그러자 그는 여자의 다리를 잡으며 뭐라 말했지만, 여자는 매몰차게 뿌리치며 돈을 던져주기만 했다.여자가 다시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자 양지강은 몸으로라도 막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또다시 차에 치여 아예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여자는 겁먹은 듯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그대로 도망갔다.그날은 비가 아주 쏟아지듯 내린 날이었다. CCTV도 뚝뚝 멀어지는 물방울로 인해 희미하기는 했지만 피투성이가 된 채 차를 막으려던 양지강의 모습, 그리고 매몰차게 그를 뿌리치던 여자의 모습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여자는 애초부터 사고에 책임질 마음이 없어 보였다. 자신의 차에 치여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도 CCTV가 주변에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했으니 말이다.이때 장석호가 여자의 얼굴을 확대했다. 너무 먼 거리에서 찍힌 영상이라 화질이 나쁘기는 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윤성아는 곧 CCTV 속 여자의 얼굴이 자신과 똑같다는 것을 발견했다.‘안효주! 이건 틀림없이 안효주야!’양지강을 죽인 사람이 안효주일 줄은 아무리 윤성아라고 해도 예상치 못했다.“비록 CCTV에 잡힌 얼굴이 희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희가 최선을 다해 조사할게요. 다행히 차량 번호판이 제대로 찍혀서...”장석호는 설명을 계속했지만, 윤성아는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눈물은 주체가 되지 않고 줄줄 흘러내렸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형사님, 이 영상 한 번 더 봐도 될까요?”“그럼요.”장석호는 CCTV를 재생했다.윤성아는 눈을 똑바로 뜨고 양지강이 차에 치이고, 버둥거리며 일어나고, 또다시 차에 치여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비록 소리가 들리지 않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안효주를 그녀로 착각한 듯했다.비 오는 날 밤의 시골길, 사채업자에
놀라움이 가시고 난 장석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윤성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범인이 진짜 운성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면... 고소를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워낙 오래전의 사건이기도 하고 장례식이 끝났기 때문에 증거 자료가 부족해요. 더구나 단순 사고로 종결 난 사건이기도 해서 윤성아 씨한테 아주 불리해요.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은 얼마 전 금방 호진 그룹의 대표님과 약혼했어요. 그러니 최고의 변호사로 구성된 법무팀도 있을 거예요. 저는 두 분이 따로 만나 합의를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싫어요. 돈은 필요 없어요.”윤성아는 단호한 말투로 장석호의 제안을 거절하고는 이어서 말했다.“저는 안효주 씨가 법적 책임을 지기를 원해요. 만약 안효주 씨가 아빠를 병원에 데려다줬더라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거니까요. 뺑소니는 명백한 범죄예요!”윤성아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석호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윤성아 씨가 고소를 원하니 제가 일단 증거 자료를 정리해 놓을게요.”이틀 후.안효주는 법원의 소환장을 받고 눈을 크게 떴다. 반년 전의 뺑소니 사건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심장이 다 벌렁거리기 시작했다.‘말도 안 돼. 반년이나 지난 사건을 도대체 누가 조사하고 있는 거지?’안효주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로 운성으로 돌아가 안진강과 만났다.“아빠, 저 어떡해요? 사실 제가 반년 전 사람을 치고 도망간 적 있는데... 법원에서 소환장을 보냈어요. 저는 진짜 일부러 사고를 낸 게 아니에요. 그 사람 누구랑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피투성이가 된 채 시커먼 길목에서 갑자기 나왔는데 제가 어떻게 안 놀라요! 처음 사고가 났을 때 이미 돈을 줬는데 계속 막아서던 걸 보면 돈을 노리고 일부러 다가온 게 분명해요.”안효주는 눈물을 흘리면서 뻔뻔하게 말했다.“저는 잘못한 것 없어요. 다 그 사람이 갑자기 끼어들었기 때문이에요.”안진강은 화가 치밀어 올라 목덜미를 잡았다. 어찌 됐든 안효주가 사람일 치어 죽은 건 사
안효주는 약속과 달리 오만한 자세로 대충 사과했다.“그날 제 차에 치인 사람이 성아 씨 아버지인 줄 몰랐어요.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달려들어서 제 차를 막아서는데, 범죄자와 만난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아무튼 사고를 낸 건 사실이니까 일단 사과할게요.”윤성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뻔뻔한 표정의 안효주를 바라봤다.“그것도 사과라고 하는 거예요? 교육이라는 것을 받아본 적 있는 정상인이라면 이게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만약 안효주 씨가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제 아버지는 살 수 있었어요.”윤성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목숨이 그렇게도 우스워요? 안효주 씨가 도망친 다음에도 제 아버지는 살아 있었어요!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버둥거렸다고요! 비 오는 날의 길가에 혼자 남아 있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결국 빗속에서 목숨을 다하게 되었죠...”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윤성아는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목 놓아 소리를 질렀다.“안효주 씨의 잘못된 선택으로 한 사람이 죽었어요! 안효주 씨가 제 아버지를 죽였다고요!”윤성아는 절대 안효주를 용서할 수 없었다. 안효주 때문에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사랑해 주던 사람이 죽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윤정월에게 제대로 미움받고 집 없는 고아가 되기도 했다.“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안효주는 또다시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말투도 표정도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성아 씨 아버지가 갑자기 뛰어들어 제 차를 막아서지만 않았어도 사고가 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성아 씨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도 한참 됐죠? 합의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말만 해요. 지금 바로 계좌 이체를 해줄 수도 있어요. 돈을 받고 고소를 취하해 줘요. 알겠죠?”“싫어요.”윤성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돈을 원하지 않는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직 양지강을 위해 복수하는 것뿐이었다.너무나도
진하상은 경찰서에 가서 자세한 상황을 조사했다. 윤성아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와 양지강에 관한 모든 것을 샅샅이 파헤쳤다.똑똑똑.진하상은 대표 사무실에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강주환과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조사 결과를 보고 했다.“윤성아 씨의 아버지를 뺑소니로 숨지게 한 사람은 안효주 씨가 맞습니다. 약 반년 전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안효주 씨를 고소한 사람은 윤성아 씨 본인입니다.”강주환은 몸을 흠칫 떨더니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 진상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뭐? 성아가 직접 고소했다고? 성아가 아직 살아 있어?!”“그렇습니다. 윤성아 씨는 3개월 전 베린 그룹에 입사해 원이림 씨의 비서로 일하고 있습니다.”“뭐?”강주환은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히 살아 있으면서 자신의 곁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곁으로 가서 비서 일을 하는 게 불쾌했던 것이다.“집 주소는?”“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강주환은 무섭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말했다.“당장 조사해!”“네.”진하상은 빠릿빠릿하게 밖으로 나갔다. 윤성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 이상 그녀의 다른 정보를 모으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지금이 마침 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강주환은 바로 몸을 일으켜 베린 그룹으로 향했다. 그리고 주차하기 바쁘게 나엽의 차에 올라타는 윤성아의 모습을 발견했다.이때 진하상이 건 전화가 강주환의 핸드폰을 울렸다.“대표님, 윤성아 씨 이름으로 된 계약 부동산이 없는 것을 봐서는 따로 집을 마련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4개월 전 나엽 씨한테 발견된 걸로 추정해 봤을 때 나엽 씨의 집에서 지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강주환은 무거운 아우라를 뿜어냈다. 그리고 살기 가득한 눈으로 힘껏 엑셀을 밟았다. 블랙 마이바흐의 타이어는 바닥과 마찰하면서 귀를 찌르는 소리를 냈다. 예고 없이 꺾인 핸들에 차가 흔들리더니 금세 나엽의 차를 따라가기 시작했다.나엽의 차 안에서.나
“일 얘기는 다음에 임문호 대표님과 따로 하고 오늘은 다른 얘기를 나누죠. 오늘은 원 대표님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만든 자리거든요.”“...”원이림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깐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인사치레 말을 계속했다.“하하, 이거 참 부끄러운데요. 강 대표님과 얘기를 나누는 자리라면 저는 언제나 환영이에요. 오히려 그럴 기회가 없어서 문제죠.”눈치가 빨랐던 임문호는 곧바로 따라 웃으면서 말했다.“그 기회가 오늘 생겼으니 다 함께 한잔 마실까요? 강 대표님, 원 대표님, 진 비서님, 그리고...”임문호는 윤성아를 바라봤다. 호진 그룹 계열사의 대표로서 그는 당연히 윤성아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한때 호진 그룹의 수석 비서였다는 것도, 그리고 강주환과 스캔들이 있었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었다.송유미의 사건이 그토록 큰 주목을 이끌었으니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강주환도 모르는 척하는 마당에 임문호가 아는 척할 수는 없었으니, 그는 눈치껏 낯선 이를 대하듯이 행동했다.“저는 윤 비서라고 부르시면 됩니다.”“하하! 그래요, 윤 비서. 자, 저희 함께 한잔해요.”사람들은 다 함께 술잔을 들어 올렸다. 임문호 덕분에 그래도 분위기는 꽤 좋았다.강주환은 이 와중에서도 윤성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원 대표님은 아주 특별한 비서를 뒀네요.”윤성아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리고 강주환의 비서로 일한 4년간 배운 술자리 예절에 따라 몸을 일으키며 싫은 티 하나 없는 완벽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술병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강 대표님, 제가 한 잔 따라드릴게요.”윤성아가 술을 따르자마자 강주환은 바로 원샷해 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술병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이번엔 제가 따라줄게요.”“...”윤성아는 어쩔 수 없이 술을 받아 들고 강주환과 마찬가지로 원샷 했다. 그런 그녀가 걱정됐던 원이림은 작게 머리를 저으며 그녀의 귀가에 대
“젠장!”강주환은 윤성아를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윤성아의 목에 손을 대기도 했다.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고 있는 사자와 같았다.“아주 잘하는 짓이다! 밖에서는 원이림이랑, 집에서는 나엽이랑 만난 거야? 그리고 그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상관있는지 없는지는 두고 보면 되겠네!”강주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가까이 다가가 입술을 겹쳤다. 익숙하도록 치명적인 향기가 코끝으로 밀려들었다. 비상계단에서 그냥 끝까지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충동을 억제하지 않고 손을 아래로 내렸다.윤성아는 몸부림을 치며 강주환을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콘크리트 벽이라도 되는 것처럼 꿈쩍하지 않았고 윤성아는 그저 그의 손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이곳은 비상계단이다. 아무리 오가는 사람이 적다고 해도 공공장소라는 말이다. 비상계단의 출입문이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윤성아는 문득 서러워졌다. 눈물은 뚝뚝 떨어지다가 강주환의 입꼬리에 닿았다.강주환은 잠깐 멈칫하다가 윤성아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처음도 아니면서 울긴 왜 울어? 혹시 몸을 지키고 싶어진 남자라도 생겼나?”“대표님 제발 그만 하세요. 저는 원 대표님과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나엽 씨랑도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 대표님을 피할 생각도 없었어요. 안 그러면 영주시에 남아 있지도 않았겠죠. 저는 그저 대표님 약혼녀한테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는 죽은 목숨 하나라고요.”윤성아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 모습에 강주환은 서서히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서 손을 올려 윤성아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원이림이랑 그런 사이가 아니라는 게 사실이야? 나엽이랑도 그냥 친구 사이고?”“네.”“그래, 역시 내 여자다워. 잊지 마, 넌 영원히 내 거라는 걸.”강주환의 위압감은 금세 줄어들었다. 그리고 전보다 훨씬 부드러
윤성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그만 하세요. 이건 성추행이에요. 계속 이러시면 저 진짜 고소할 거예요.”윤성아는 애써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음속 깊은 곳의 두려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하하하.”강주환은 싸늘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윤성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내 돈으로 4년이나 먹고 살아 놓고 뭐? 고소?”강주환은 윤성아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가더니, 그녀를 차가운 벽과 자신의 품속에 완전히 가둬버렸다. 그리고 자세를 낮추며 그녀의 귀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뭐로 고소할 건데? 혹시 강간이라도 당했다고 할 건가?”윤성아는 빨간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안 될 건 없죠. 대표님이 오늘 한 일만 해도 이미 강간 미수로 고소하기에 충분해요. 호진 그룹의 대표로서 이런 일로 경찰서에 가게 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 것 같아요?”강주환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윤성아는 강주환을 밀어내고 비상계단의 출입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순간 무언가 생각난 듯 머리를 돌리며 말했다.“참, 대표님의 현 약혼녀는 제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된 뺑소니 사건 때문에 고소당했어요. 대표님은 간섭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성아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게 안효주를 고소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윤성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안효주의 말이 맞았다, 강주환은 역시 그녀보다는 약혼녀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었다.윤성아는 피식 웃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에게 말했다.“그래도 저는 강 대표님이 정직한 사람일 줄 알았어요. 아무리 큰 권력이 있다고 해도 법은 존중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요. 근데 이제 보니 대표님도 다른 자본가들과 별반 다르지 않네요.”강주환은 자신이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필요할 때는 물론 법도 어길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단호한 말투로 윤성아에게 말했다.“내 사람을 위해서라면 정직 따
윤성아는 강주환의 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새로운 생활, 평범한 생활을 원한다고 했다.‘허허, 평범한 생활이란 게 도대체 뭔데? 네가 떠나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 그러는 거야?’강주환은 무슨 수를 써서라든 윤성아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의 소유물이니,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억지로 데려와야 했다.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강주환은 드디어 시선을 거두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는 시동을 걸고 떠난 뒤에도 계속 윤성아만 생각했다.강주환은 윤성아가 과연 윤정월의 딸이 맞는지 알고 싶었다. 지금으로서는 일단 윤정월의 딸이 맞는 것 같았다. 아마 윤정월은 쌍둥이를 낳고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윤성아를 남겨두고 한 명을 버렸는데, 그 버림받은 한 명이 안씨 가문에 가게 되었을 것이다.물론 윤정월이 안진강의 혼외자식을 낳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낳은 쌍둥이 자식을 안진강과 나눠 키웠다고 해도 충분히 말이 되었다. 이 외에도...‘잠깐... 내가 왜 그 여자 출신을 생각하고 있는 거지? 됐어, 그만 생각하자.’강주환은 저도 모르게 생각을 이어가다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윤성아의 출신은 그와 하등 상관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윤성아를 되찾는 것뿐이니 말이다.이튿날.퇴근 시간, 집으로 돌아간 강주환은 안효주와 고은희가 함께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안효주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은희는 활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발걸음 소리를 듣고 안효주가 먼저 머리를 돌렸다. 강주환이 돌아온 것을 보고는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갔다.“주환 씨, 왔어요?”안효주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강주환이 벗어 놓은 외투를 받아서 들었다. 그러고는 애교 섞인 말투로 조곤조곤 말했다.“저 오늘 어머님이랑 같이 병원에 다녀왔어요. 의사가 그러는데 항암 치료가 아주 잘 되고 있대요. 며칠 후에는 어머님이랑 같이 유명한 한의사한테 다녀오려고요. 운성시에 진짜 유명한 한의사가 있는데 수많은 암 환자를 치료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