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강이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그는 황송했고 최대한 부드러운 눈빛으로 윤성아를 쳐다봤다.“내 새끼, 아빠가 지켜주지 못한 거 용서해 줄 수 있겠니?”“네가 원망해야 할 사람은 아빠야.”“엄마가 너를 낳자마자 내가 데려갔어. 지금까지 네 엄마는 수백 번 효주가 우리 딸이 아닌 것 같다고 의심했어.”“네 엄마는 좋은 엄마야.”“엄마는 몇 년째 몸이 안 좋아. 엄마 원망하지 않으면 안 되겠니? 나를 인정하지 않아도 좋아. 그래도 엄마만큼은 인정해 줘.”윤성아는 부드럽기 그지없는, 눈빛에 자애로움과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는 안진강과 그와 똑같이 이런 자신을 가슴 아파하며 자애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서연우를 가만히 쳐다봤다.윤성아가 그들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전에 안효연의 요구로 윤성아는 안효연을 가장해 안 씨 집안에 갔을 때 안진강과 서연우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때도 그들은 자신을 매우 반겨주었고 아껴주었다.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부터 윤성아는 그들에게서 무언의 친밀감을 느꼈다. 심지어 안효연처럼 행운스럽게 이런 자애로운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진짜 그들이 자기의 부모님일 줄은 몰랐다.“내 새끼, 정말 효연이와 똑 닮았구나. 만약 너를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난 네가 내 딸인 걸 단번에 알아봤을 거야.”서연우는 끝내 손을 내밀어 윤성아의 눈물을 닦아줬다.그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자애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아이고, 내 새끼, 이제 불행한 날은 다 지나갔어.”“이제부터는 아빠 엄마가 너를 지켜줄 거야. 그 누구도 괴롭히지 못하게 꼭 지켜줄 거야.”이런 분위기 속에서 안효연도 울음을 터트렸다.“엄마, 아빠, 사실은 전에 성아 이미 만난 적 있어요.”안효연이 말을 이어갔다.“전에 한번, 나엽이랑 나갔다가 시간이 늦어져서 성아더러 저인 척해달라고 했었어요…”안효연은 침대에 누워 있는 윤성아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입꼬리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성아야,
안효주를 때릴 뿐만 아니라 윤정월도 같이 때렸다.“둘 다 얌전히 있어!”교도관이 가고 윤정월은 그런 안효주가 너무 가슴이 아팠다.“괜찮아?”“꺼져요!”안효주는 윤정월을 확 밀쳤다.“나에게서 멀리 떨어져요! 아니면 참지 못하고 다시 조를 수도 있어요!”시간이 흘러 한 달이 지났다.안효주의 변형된 얼굴은 여전히 뒤틀려 있었고 흉측하기 그지없었다.이는 신명훈에게는 유리했다. 그는 밖에서 큰돈을 주고 체형이 안효주와 똑같은, 암에 걸린 여자를 찾아 안효주와 똑같이 뒤틀리게 성형을 시켰다. 그러고는 돈으로 사람을 매수해 그 여자더러 안효주를 대신해 감옥살이하게 했다.여자는 암 말기 환자였기에 반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안효주가 사형 집행을 당하기도 전에 여자는 교도소에서 죽을 것이다.신명훈은 이 모든 걸 잘 손 써 놓았다.신명훈이 교도소로 와서 안효주를 데리고 나갈 때 윤정월이 그의 팔을 덥석 잡았다.“명훈 씨, 나도 좀 살려줘요.”“나도 감옥살이 하기 싫어요.”신명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윤정월을 보며 말했다.“그럼 말해봐. 내가 왜 당신을 구해야 되는지?”“20년 전 당신이 멍청하게 송 씨네 집에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나는 맞지 않았을 거고 교도소에서 감옥살이 하지도 않았을 거야.”“딸을 낳아주지 않았다면, 쓸모가 있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여버렸을 거야."신명훈이 윤정월을 뿌리쳤다. 그러더니 음침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영원히 이 교도소에서 썩어.”“…”윤정월은 안효주를 꽉 움켜잡고 눈물로 호소하기 시작했다.“효주야, 나 네 엄마야. 이 모든 건 다 너를 위해서 한 일이야!”“제발 부탁이야. 엄마 버리지 마.”안효주는 역겹다는 표정으로 신명훈처럼 윤정월을 뿌리쳤고 그것도 모자라 한발 걷어차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명훈과 같이 교도소에서 나갔다.윤정월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왜 이렇게 됐는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윤정월은 올해 이미 사십이 넘었는데 감옥에서 20년을 더 살면 나갈 때 백발
고은희는 강주환을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손자가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야. 그게 아니라면 죽어서도 그 자식들 용서 못 할 거야.”강주환은 아무 말도 없었다. 품에 안은 강하성을 내려놓으며 고은희는 웃음 띤 얼굴로 일어났다. “아, 맞다. 너한테 소개할 사람이 있어. 전에 너한테 말했던 엄마 친구 송지훈이랑 오윤미의 딸인데 이름이 송아름이야.”활짝 웃으며 말하는 고은희의 얼굴이 송아름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를 알려주었다. 고은희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아름이가 얼마나 훌륭하냐면 외국의 엄청 유명한 대학에 붙었는데 스스로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하고 매해 전액 장학금을 받았대. 학교 졸업 후에는 시골 학교 선생님으로 자원봉사 하다가 지금은 영주시에 와서 집까지 사놓고 얼마 후면 자기 아버지 어머니를 영주시로 모셔간대.”송지훈과 오윤미는 고은희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오랜 친구들이다. 그중 오윤미와 고은희는 죽마고우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다. 오윤미도 부잣집 딸로 태어났으나 오 씨 가문이 기울기 시작하면서 집안이 망해가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이 번번이 일어났다. 그 후 오 씨 가문에는 오윤미만 고독하게 남게 되고 그마저도 갑자기 임신하게 되면서 원래 오 씨 가문의 비서 아들인 송지훈과 결혼하게 되었다. 오윤미는 급하게 결혼을 서두르고 아이를 낳은 후 영주시를 떠나서 어느 시골 마을에 가서 살림을 차렸다. 그 후에 오윤미와 송지훈은 여러 곳을 떠돌면서 지내다 고은희와도 연락이 끊어졌다. 고은희도 오윤미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고은희가 송아름을 만나게 되면서 우연히 송아름이 오윤미의 딸이란 걸 알게 되어 연락이 닿았다. 고은희는 정말 송아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자기 아들을 보며 말했다.“아름이는 정말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어. 그 애는 내가 너를 위해 찾아놓은 너의 미래의 아내이자 하성이의 엄마야.”강주환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어머니,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전에
강주환은 자신이 어머니한테 상처를 주기 싫어서 매사에 어머니를 생각하고 타협한 것이 4년 전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강주환은 못을 박아 확실히 말했다.“어머니, 송아름 혹은 또 다른 누군가가 온대도 저는 그 사람이 아니면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한 번도 고은희의 앞에서 윤성아의 얘기를 꺼내지 않았던 강주환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나 단호한 태도로 고은희 앞에서 말했다. “어머니가 좋든 싫든 받아들이시지 않으셔도 제가 좋아하고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윤성아 하나뿐이에요. 윤성아는 제가 유일하게 결혼하고 싶은 여자예요. 그 여자를 빼고 다른 사람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윤성아를 빼고는 다른 누구도 싫었다. 강주환은 윤성아여야만 했다. 이번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떨어지지 않고 평생을 함께하고픈 나의 아내. 강주환은 자신의 어머니더러 이 일은 그만 관여하시라고 했지만 고은희한테 그게 가능하지는 않았다. 고은희는 화병이나 죽을 것만 같았다.“안돼! 그런 여자는 절대 우리 집에 들일 수 없어! 강주환, 잘 들어, 엄마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너하고 윤비서가 이어지는 일은 절대 없게 만들 거야!”항상 체면을 중시하던 고은희도 자기 아들 일에서는 평소의 우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여자가 어떤 신분인지는 알아? 내연녀 같은 여자야, 돈을 위해서 자신을 팔 수도 있는 여자. 그런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그런 여자는 그냥 놀다가 버려야 해. 그 여자는 우리 집안에 들어올 자격이 안 돼. 나는 그런 여자가 너랑 하성이를 망치는 꼴은 못 봐. 주환아, 그거 알아? 그 여자가 하는 모든 것이 다 돈을 위한 거야. 너랑도 애인 사이로 지냈지. 내가 듣기로 인기배우하고 베린 그룹 대표하고도 뭐가 있었대. 이미 더러워 질대로 더러워진 여자야. 그리고 4년 동안 돈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남자하고 잤을지 누가 알아. 인제 와서 너하고 하성이를 흔들어 놓는 것도 다 돈을 위해서야. 그런 여자는 꽃뱀...”강주환은 더는
송아름은 하성이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집사가 가져온 복숭아 나뭇가지를 하성이의 머리맡에 옮겨놓았다. 전에 농촌에 있을 때 배웠던 귀신 쫓는 방법이었다. 송아름은 아까 저녁을 먹고 난 후 집사더러 복숭아 나뭇가지를 꺾어달라 부탁했다. 송아름의 세심함이 통했는지 이날 밤에 하성이는 다시 놀라 깨어나서 보채거나 열이 나는 일이 없었다. 그 시각, 강주환은 그동안의 일들로 인해서 호진 그룹에 밀린 일이 너무나 많아 그것들을 처리하기 바빴다. 윤성아는 안 씨 집안에서 가족들이 잘 돌봐줄 거라 믿고 있었기에 급하게 운성으로 달려가서 만나지 않고 영주에 남아 회사 일을 처리했다. 그날은 점심때 송아름이 도시락을 싸 들고 회사로 찾아왔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대표 이사 사무실의 방문이 열리자 7㎝는 되어 보이는 하이힐을 신고 한껏 꾸민 송아름이 걸어들어왔다. 송아름은 사무실 책상 앞에 자신을 쳐다볼 새도 없이 바쁜 남자를 한눈에 찾아냈다. 햇살 좋은 점심, 반짝이는 햇빛이 통유리를 통해 완벽한 슈트핏을 가진 남자를 비추었다. 조각처럼 음영이 풍부한 남자의 무결점 얼굴은 정말 하늘이 내려주신 축복 같았다. 이렇게 자기 일에 열중하는 남자의 모습은 더욱 사람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주환씨.”송아름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쳐다본 강주환의 눈썹이 빠르게 좁혀졌다. “아름씨가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강주환의 태도를 송아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주환씨가 바쁘면 밥을 잘 챙겨 드시지 않는다고 은희 이모가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이것 좀 가져다 달라 부탁하셨어요. 전부 집에서 주방장님이 특별히 만드신 거예요. 그리고 제가 만든 것도 있는데 좋아하실지 모르겠어요.”“됐어요.”강주환은 냉담한 눈빛과 가라앉은 목소리로 거절의 의사를 표하며 말했다. “저의 어머니가 몇 년간 윤미 이모를 많이 찾았기도 했고 제가 알기로는 두 분이 오랜 친구 사이세요. 그래서 저의 어머니가 혼자 너무 앞서 나가
송아름은 언뜻 강주혜랑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송아름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여동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름 씨는 제 말을 뭐로 들으셨어요? 저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과 결혼할 생각이 추호도 없어요. 저는 절대로 윤성아가 아닌 다른 여자를 좋아할 수 없어요. 거기다......”강주환은 다시 한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송아름을 쳐다보았다.“아름 씨하고 제 동생 강주혜가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아름 씨를 보면 주혜 생각이 나요. 그러니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아름 씨를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저한테 아름 씨는 그냥 동생이에요, 아시겠어요?”송아름의 얼굴이 순간 굳었지만 이내 다시 밝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저하고 강주혜 씨가 닮았다고 해도 저는 당신의 여동생이 아니에요. 주환씨 이러는 거 솔직히 저한테 너무 불공평하세요. 하지만 지금 저를 동생같이 느낀다 해도 저는 괜찮아요.”송아름은 눈을 깜빡이며 짐짓 귀여운 동생인 듯 애교를 부렸다.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게 정말 미워할 수 없는 여자였다.“그래서 이제는 밥 좀 드시겠어요? 제가 밥을 여기까지 가져왔는데 안 드시면 저 좀 있다 돌아가서 은희 이모한테 뭐라고 말해요.”강주환은 아까처럼 냉정하게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냥하지도 않았다. 냉랭한 얼굴은 여전히 내 마음에 네 자리는 없다고 말해주었다.“거기다 둬요. 바쁜 거 끝나면 먹을게요.”“안돼요.”송아름의 투명한 눈동자가 강주환을 쳐다보며 말했다.“당신 같은 일 중독자들은 일을 시작하면 항상 시간이 없잖아요. 은희 이모가 저한테 준 임무라서 저는 꼭 눈앞에서 당신이 밥을 먹는 모습을 봐야겠어요.”이렇게 말하면서 송아름은 자신의 손에 있던 도시락을 소파 테이블에 올려놓고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송아름은 강주환의 앞까지 걸어와서 강주환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빼서 내려놓으며 말했다.“일은 끝이 없어요. 밥을 다 먹으면 저는 바로 나가서 절대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않을 테니까 일단
고은희는 강주환한테 송아름과 결혼하는 데서 생기는 여러 가지 좋은 점 등을 수다스럽게 떠들었다. "어머니, 그만 얘기해요."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고한 눈빛을 한 강두환이 싸늘하게 말했다. "어머니가 뭐라고 말하시든 저는 송아름이랑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자리를 뜬 강주환은 곧장 서재로 올라갔다. 떠나는 강주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은희도 단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은희는 반드시 송아름을 며느리로 삼아 집에 돌아오도록 하게 하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 때 고은희 또 송아름을 칭찬하면서 강주환을 부추겼다. 저녁밥을 먹은 후 휴식할 때 강주환과 송아름을 함께 묵게 하려고 하는 고은희의 말에 강주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강주환이 거절의 말을 꺼내기 전에 송아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모, 지금 주환 씨는 저를 싫어해요. 저도 자신을 얕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와 주환 씨에 관한 일은 이모도 더 이상 부추기지 말아 주세요, 알겠죠?” 송아름은 고은희에게 애교를 부렸다. 송아름은 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은희에게 말했다. "지금 주환 씨가 저를 밀어내지 않고 저와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걸요. 다른 일은 천천히 해요. 주환 씨가 끝까지 저를 좋아하지 않고, 주환 씨가 생각하는 여자와 함께 하겠다고 고집해도, 저는 축하해 줄 거예요. 저도 나름 괜찮은 여자니까요! 저를 원하지 않는 건 주환 씨의 손해잖아요.” "그런데...”"괜찮아요.” 송아름은 얌전하게 웃고는 애교를 부리면서 말했다. "은희 이모, 저를 예뻐해 주세요. 저와 주환 씨의 일은 먼저 신경 쓰지 말고요.” "제발요... 그냥 될 대로 되게 내버려 둬요.” "저도 일단 주환 씨와 지내보고 싶어요. 며칠 동안 함께 지내고 나면 제가 주환 씨를 좋아하지 않게 될 수도 있잖아요?” 송아름의 말에 고은희는 알겠다고 했다. 고은희는 다정하게 웃고는 송아름의 손을 만지며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하자." 송아름의 말이 어색
원이림은 조용히 말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끝나면 바로 와서 돌봐줄게. 착하지?" 그리고는 또 강주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일부 상관없는 옛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쫓아내면 돼." "…"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강주환은 사실 원이림과 한판 뜨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곳은 병원 병실이고, 게다가 지금 쫓겨난 사람은 원이림이지 자신이 아니었기에 강주환은 꾹 참았다. 그렇게 원이림이 나가고 병실에는 강주환과 윤성아, 둘 뿐이었다. 강주환의 얼굴은 마치 배신이라도 당한 듯 신속히 어두워졌다. 그는 몹시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원이림이랑 연락한 거야?" "저는 계속 원이림과 연락하고 있었어요."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뜻이지?" 만족할 만한 대답을 원하는듯, 윤성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강주환. 그 시선에 그녀 역시 당당하게 맞서며 말했다."4년 전에 저랑 나엽 씨가 배에서 불에 타 죽을 뻔했어요. 아주 심하게 다쳤는데 이림 씨가 우리를 도와줬어요." "저는 F 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그 후에는 계속 F 국에서 지냈어요. 지난 4년 동안 이림 씨는 저를 잘 보살펴 주셨어요." 윤성아가 4년 전 큰 화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은 강주환은 마음 한구석이 습관적으로 아파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찾아도 윤성아를 찾아내지 못해서 이미 죽은 줄 알았던 4년 동안, 강주환은 잦은 협심증때문에 심장이 말라 죽을 정도로 아팠다. 윤성아가 나타남으로써 강주환의 죽었던 심장이 다시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시체처럼 살지 않았고 세상만사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원이림이랑 사귀는 거야?”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윤성아와 원이림이 사귄다는 가능성만 생각해도, 강주환은 질투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마치 질투라는 바다에 던져진 것처럼 온몸에 질투가 치밀어 올랐다. '성아는 내 여자야. 성아가 다른 남자와 사귀는걸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