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이 보낸 물건이라는 소리를 들은 부시혁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꿨다.“윤슬이 보냈다고?”부시혁이 손에 쥔 필을 꼭 쥐며 기쁨을 드러냈다.그 모습을 본 장 비서는 얼른 손에 쥔 것들을 부시혁에게 건네주며 일부러 물었다.“대표님, 안 가지실 거면 재무부로 가지고 갈까요?”그는 부시혁이 거절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옆에 둬.”부시혁이 턱을 한 번 들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장 비서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장 비서의 생각대로 부시혁은 윤슬이 보낸 물건들을 남겨뒀다.그가 속으로는 기뻐서 어쩔
“대표님, 그럼 저는 먼저 나가겠습니다.”장 비서가 말했다.“그래.”“그럼 두 분께서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장 비서가 사무실을 나서자 안에는 고유나와 부시혁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사무실을 둘러보던 고유나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상자를 발견했다. “이건 뭐야?”고유나가 상자를 가지고 오며 물었다.부시혁이 그녀를 제지할 새도 없이 고유나가 상자 뚜껑을 열었다.“우와, 이거 커플시계잖아.”고유나가 상자 속에 담긴 시계를 보며 물었다.“시혁아, 이거 언제 샀어? 나 전부터 이거 사서 너랑 같이 하려고 했는데 못 샀거
“그렇게 복잡하게 갈 필요 없어, 나한테 생각이 있어.”육재원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생각?”“너 두 달 전에 푸른 태양의 심장이랑 결혼반지 나한테 주면서 팔아달라고 했잖아, 나 그거 아직 안 팔았거든, 지금 그거 내놓으면 되지.”“그걸 아직도 안 팔았다고?”“응, 푸른 태양의 심장은 가격이 너무 높아서 못 사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그거 부시혁이 주문 제작한 거라는 거 모두 알고 있어서 사 갔다가 부시혁 미움 사게 될까 봐 안 사간 것도 있지. 네 결혼반지는 푸른 태양의 심장 판 뒤에 팔려고 했는데 푸른 태양의 심장이 안
그녀가 그의 천사라면, 그녀가 지금 악마로 변하더라도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갖고야 말겠다고 했다.그녀에게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임이한은 마음을 가다듬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그가 산부인과로 향했다.윤슬은 수술실로 오라는 간호사의 통지를 받았다.수술실 문 앞에 선 그녀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똘이와 그의 귀여운 모습이 눈에 밟힌 그녀는 아이들의 귀여움을 알아 버렸다.27살인 윤슬은 보통의 여자들처럼 엄마가 되어도 의심스럽지 않은 나이였다.부시혁과 결혼해서 아이가 생겼다면 아마 똘이
“윤슬은?”“금방 들어갔어.”성준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휠체어에 앉은 부시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자신을 무시한 채 성준영과 말하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난 육재원이 쏘아붙였다.“부시혁 내말 안 들려?”미간을 찌푸린 부시혁은 육재원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육재원 같은 사람에 대해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상대할수록 더욱 날뛰는 부류의 사람은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부시혁에게 화가 난 육재원은 성준영에게 다가가 물었다.“부시혁이 여기에 왜 왔는지 알아요?”“윤슬이 수술하는 걸 지켜보러 왔겠죠.
간호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임 주임님.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어요.”“됐어요. 빨리 환자 손 치워주세요.”임이한은 그녀를 귀찮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간호사가 윤슬의 손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대며 치우려 했다.임이한은 그 모습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문득 윤슬의 손목 맥박에 가까운 곳에 붉은 반점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한 임이한의 얼굴빛이 변했다.“잠깐!”깜짝 놀란 간호사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임... 임 주임님 왜 그러세요?”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임이한은 수술칼을 내려놓은 후 윤슬
성준영도 자신의 가슴을 토닥이며 마음을 놓았다.그때, 한참을 가만히 있던 부시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임이한, 네가 왜 윤슬 집도를 맡은 거지?”임이한이 입은 수술복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만 입을 수 있는 옷이었다.자신을 알아보는 부시혁에게 그는 당당하게 마스크를 벗고 준수한 얼굴을 내비쳤다.“집도의 선생님께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느라, 한가한 내가 대타를 맡았지. 근데 넌 왜 여기 있어? 전 와이프 수술실 앞에? 고유나도 알아?”그의 질문 세례에 부시혁은 눈살을 찌푸렸다.“우연히 지나가는 길이였어. 유나에
부시혁의 태도를 확인한 임이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이제 보니 부시혁이 생각 밖으로 윤슬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럼 유나는?부시혁은 유나에 대한 마음이 아직 얼마나 남아있을까?“몸에는 큰 이상이 없습니다. 당분간 몸조리만 잘하면 될 겁니다. 저는 아직 일이 좀 남아서요. 윤슬 씨는 조금 있다가 일반 병실로 옮겨질 겁니다. 깨어나면 퇴원해도 괜찮습니다.”말을 마친 임이한이 몸을 돌렸다.그가 막 자리를 뜰려고 할 때 간호사가 윤슬을 데리고 나왔다.육재원과 성준영이 급히 다가가 확인했다. 임이한이 말했던 것처럼 수술 자국도 보이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