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시의 12월은 작년 보다 춥다.윤슬은 아무 표정 없이 소파에 앉아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시어머니의 핀잔을 듣고 있었다. “윤슬아, 너는 애 못 낳으면 그만이야?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도 밥을 안 해! 나랑 민혁이 굶어 죽이려고 하는 거지?”윤슬은 부시혁과 결혼한 지 6년이 되었다. 시어머니는 윤슬이 아이를 못 낳는다고 뒤에서 그녀를 험담했다. 하지만 부시혁이 처음부터 그녀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나 학교 가야 되니까 빨리 내려와서 가방 정리해!” 왕수란을 뒤따라 한 소년이 윤슬을 재촉했다.부민혁은
부시혁은 그때 당시 의사가 고유나는 깨어나지 못할 거라고 했기 때문에 윤슬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하지만 부시혁은 윤슬에게 항상 차갑게 대했다.윤슬은 고개를 들어 부시혁을 쳐다보고 보며 말했다. “제가 당신 아내에요. 고유나가 온다고 제가 왜 나가야 하죠?”부시혁이 고개를 돌려 더 어두워진 얼굴과 눈빛으로 말했다. “왜? 네가 6년 전에 차로 고유나를 쳤으니까!”윤슬은 당황했지만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안 그랬다고 하면 믿을 거예요?”부시혁은 윤슬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 벽에 밀치며 냉랭하게 말했다. “내
육재원은 윤슬의 소꿉친구이며, 전형적인 재벌 2세이다. 육재원은 떠보려는 듯 윤슬의 생각을 물어봤다. “정말 마음먹은 거야?”“한 번도 이렇게 제정신인 적 없어.” 윤슬은 집에서 나오자마자 입가에 웃음기를 머금었다. 원래 예쁜 그녀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해져 오랜 세월 어두운 그림자가 없어지고 환해졌다육재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네가 평생 떨쳐내지 못할 줄 알고 6년 동안 네 걱정 많이 했어. 근데 너는 그 쓰레기 같은 남자가 왜 좋아?”윤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나 왜 이렇게 바보 같지?”
윤슬은 다시 우아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차에 올라탔다 육재원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비밀 창고에 괜찮은 물건이 들어왔는데 가서 볼래?”비밀 창고는 게임을 하며 노는 곳이다. 윤슬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너 괜찮아? 나 이혼한지 얼마 안 됐어.”육재원은 두 눈을 깜빡이며 비밀스럽게 말했다. “사실 너 만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누구?”“너도 아는 사람이야. 가보면 알아.”윤슬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육재원과 윤슬이 비밀 창고로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그는
윤슬은 육재원과 유신우와 헤어진 후 아버지 집으로 왔다.청소한 지 오래되어 방이 온통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윤슬은 앞치마를 매고 방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를 하던 윤슬은 소파 아래에서 부시혁과 찍었던 결혼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옆에 있는 부시혁은 차가운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결혼사진 옆에는 윤슬이 썼던 일기가 있었다. 일기에는 부시혁이 좋아하는 음식, 물건, 취미 등이 적혀있었다. 윤슬은 부시혁에게 온 마음을 쏟았다. 그녀는 어렵게 한 결혼 생활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했지만
“유신우라고 했나? 그리고 육재원 그 자식이랑 같이 있었어.”“뭐? 감히 바람을 피우다니!” 왕수란이 분노하며 욕을 퍼부었다. “정말 뻔뻔하네! 윤슬 그 계집애 어디 있어? 내가 가만 안 둬!”“형이랑 이미 이혼했다고 그랬어!” 부민혁은 부시혁의 어두운 얼굴을 보며 말했다. “형, 그게 사실이야?"부시혁은 입을 꾹 닫고 암울한 표정으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왕수란은 당황하다 무언가 생각난 듯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 윤슬 그 계집애눈치는 빠르네! 나한테 며느리는 유나뿐이야! 제가 뭔데!”부시혁은 왠지
비밀스럽게 말하는 유신우을 보며 윤슬은 궁금한 듯 물었다. “먼저 말해. 우선 들어보고 갈지 말지 결정할게.”유신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누나, 다른 신비로움이 있다고 말했잖아요.”윤슬은 유신우의 호탕한 웃음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부시혁이 입구로 나오자 윤슬과 남자가 귓속말하는 것을 보았다. 윤슬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부시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차에 타려던 부시혁은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을 싸늘하게 쳐다봤다. 윤슬은 결혼하고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다. 윤슬은 부시혁에게 끊임없이 하찮은 잔소리를 하며 조심
부시혁의 집.왕수란은 가정부에게 윤슬이 썼던 침대, 앞치마, 그릇과 젓가락, 신었던 신발까지 모두 버리라고 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집에 돌아온 부시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왕수란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이제 유나가 들어올 건데 그 계집애 물건 가지고 있어서 뭐해?” 왕수란은 황급히 부시혁에게 다가가 말했다. “시혁아, 너 윤슬이랑 이혼한 거 아니야? 네가 힘들게 번 돈이니 한 푼도 줄 생각하지 마!”부시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윤슬은 아무것도 필요 없데요.”왕수란이 못 믿겠다는 듯 말했다. “말도 안 돼!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