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복잡하게 갈 필요 없어, 나한테 생각이 있어.”육재원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생각?”“너 두 달 전에 푸른 태양의 심장이랑 결혼반지 나한테 주면서 팔아달라고 했잖아, 나 그거 아직 안 팔았거든, 지금 그거 내놓으면 되지.”“그걸 아직도 안 팔았다고?”“응, 푸른 태양의 심장은 가격이 너무 높아서 못 사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그거 부시혁이 주문 제작한 거라는 거 모두 알고 있어서 사 갔다가 부시혁 미움 사게 될까 봐 안 사간 것도 있지. 네 결혼반지는 푸른 태양의 심장 판 뒤에 팔려고 했는데 푸른 태양의 심장이 안
그녀가 그의 천사라면, 그녀가 지금 악마로 변하더라도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갖고야 말겠다고 했다.그녀에게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임이한은 마음을 가다듬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그가 산부인과로 향했다.윤슬은 수술실로 오라는 간호사의 통지를 받았다.수술실 문 앞에 선 그녀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똘이와 그의 귀여운 모습이 눈에 밟힌 그녀는 아이들의 귀여움을 알아 버렸다.27살인 윤슬은 보통의 여자들처럼 엄마가 되어도 의심스럽지 않은 나이였다.부시혁과 결혼해서 아이가 생겼다면 아마 똘이
“윤슬은?”“금방 들어갔어.”성준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휠체어에 앉은 부시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자신을 무시한 채 성준영과 말하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난 육재원이 쏘아붙였다.“부시혁 내말 안 들려?”미간을 찌푸린 부시혁은 육재원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육재원 같은 사람에 대해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상대할수록 더욱 날뛰는 부류의 사람은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부시혁에게 화가 난 육재원은 성준영에게 다가가 물었다.“부시혁이 여기에 왜 왔는지 알아요?”“윤슬이 수술하는 걸 지켜보러 왔겠죠.
간호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임 주임님.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어요.”“됐어요. 빨리 환자 손 치워주세요.”임이한은 그녀를 귀찮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간호사가 윤슬의 손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대며 치우려 했다.임이한은 그 모습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문득 윤슬의 손목 맥박에 가까운 곳에 붉은 반점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한 임이한의 얼굴빛이 변했다.“잠깐!”깜짝 놀란 간호사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임... 임 주임님 왜 그러세요?”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임이한은 수술칼을 내려놓은 후 윤슬
성준영도 자신의 가슴을 토닥이며 마음을 놓았다.그때, 한참을 가만히 있던 부시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임이한, 네가 왜 윤슬 집도를 맡은 거지?”임이한이 입은 수술복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만 입을 수 있는 옷이었다.자신을 알아보는 부시혁에게 그는 당당하게 마스크를 벗고 준수한 얼굴을 내비쳤다.“집도의 선생님께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느라, 한가한 내가 대타를 맡았지. 근데 넌 왜 여기 있어? 전 와이프 수술실 앞에? 고유나도 알아?”그의 질문 세례에 부시혁은 눈살을 찌푸렸다.“우연히 지나가는 길이였어. 유나에
부시혁의 태도를 확인한 임이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이제 보니 부시혁이 생각 밖으로 윤슬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럼 유나는?부시혁은 유나에 대한 마음이 아직 얼마나 남아있을까?“몸에는 큰 이상이 없습니다. 당분간 몸조리만 잘하면 될 겁니다. 저는 아직 일이 좀 남아서요. 윤슬 씨는 조금 있다가 일반 병실로 옮겨질 겁니다. 깨어나면 퇴원해도 괜찮습니다.”말을 마친 임이한이 몸을 돌렸다.그가 막 자리를 뜰려고 할 때 간호사가 윤슬을 데리고 나왔다.육재원과 성준영이 급히 다가가 확인했다. 임이한이 말했던 것처럼 수술 자국도 보이
“안 했다고?”윤슬이 벌떡 몸을 일으켜 앉더니 눈썹을 찡그렸다.“왜?”“의사가 요즘 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수술하기 적합하지 않대. 그래서 아직 안 했어. 몸조리 좀 한 후에 하라고 하더라.”육재원이 설명해 주었다.윤슬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그랬구나.”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배를 만져보는 그녀의 표정이 어딘가 오묘했다.수술을 미루면 다시 할 수 있을 때까지 독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방금 전도 아이가 아직 자신의 뱃속에 살아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안도감이 들었었다.“윤슬 씨, 깨어났군요.”그때
윤슬은 의아해하며 자신의 왼쪽 손목을 들어보았다.“내 손목이 왜요?”“당신 손목에 그 붉은 반점, 어쩌다 생긴 거죠?”임이한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윤슬은 그의 물음에 어이가 없었다.“당연히 태어날 때부터 있던 거죠. 아니면 어쩌다가 생겼겠어요?”일부러 만들었을 리도 없잖아?하긴 붉은 반점이 신기해 보일 수도 있었다. 보통은 검은 반점이 생기지 붉은 반점이 생기는 사람을 흔히 보지는 못하니까.윤슬의 대답에 임이한의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듯해 보였다.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