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혁의 태도를 확인한 임이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이제 보니 부시혁이 생각 밖으로 윤슬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럼 유나는?부시혁은 유나에 대한 마음이 아직 얼마나 남아있을까?“몸에는 큰 이상이 없습니다. 당분간 몸조리만 잘하면 될 겁니다. 저는 아직 일이 좀 남아서요. 윤슬 씨는 조금 있다가 일반 병실로 옮겨질 겁니다. 깨어나면 퇴원해도 괜찮습니다.”말을 마친 임이한이 몸을 돌렸다.그가 막 자리를 뜰려고 할 때 간호사가 윤슬을 데리고 나왔다.육재원과 성준영이 급히 다가가 확인했다. 임이한이 말했던 것처럼 수술 자국도 보이
“안 했다고?”윤슬이 벌떡 몸을 일으켜 앉더니 눈썹을 찡그렸다.“왜?”“의사가 요즘 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수술하기 적합하지 않대. 그래서 아직 안 했어. 몸조리 좀 한 후에 하라고 하더라.”육재원이 설명해 주었다.윤슬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그랬구나.”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배를 만져보는 그녀의 표정이 어딘가 오묘했다.수술을 미루면 다시 할 수 있을 때까지 독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방금 전도 아이가 아직 자신의 뱃속에 살아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안도감이 들었었다.“윤슬 씨, 깨어났군요.”그때
윤슬은 의아해하며 자신의 왼쪽 손목을 들어보았다.“내 손목이 왜요?”“당신 손목에 그 붉은 반점, 어쩌다 생긴 거죠?”임이한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윤슬은 그의 물음에 어이가 없었다.“당연히 태어날 때부터 있던 거죠. 아니면 어쩌다가 생겼겠어요?”일부러 만들었을 리도 없잖아?하긴 붉은 반점이 신기해 보일 수도 있었다. 보통은 검은 반점이 생기지 붉은 반점이 생기는 사람을 흔히 보지는 못하니까.윤슬의 대답에 임이한의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듯해 보였다.그의
그래, 임이한은 맞아도 싸지만 환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만약 임이한이 중상으로 제때에 환자한테 수술을 못해주게 되면 그들도 간접적인 살인자가 되는 것이다.거기까지 생각한 육재원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임이한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그가 임이한을 있는 힘껏 다시 바닥에 내팽개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이번에는 이렇게 넘어가는데 만약 다음에 또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그땐!”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뜻만큼은 정확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졌다.바닥에 누워있던 임이한이 몇 번 쿨럭거리더니 갑자기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그
그가 윤슬을 바라보았다.윤슬이 고개를 저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이상하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육재원도 다급하게 물었다.“맞아 슬아, 우리가 봤을 때도 임이한 지금 진심이던데. 그리고 방금 너한테 해를 끼친 사람들 모두 지옥에 보내버리겠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러면 고유나도 그중에 속하잖아? 그럼 고유나한테도 손을 쓰려는 건가? 쟤 고유나 사람 아니었어?”윤슬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성준영이 다시 물었다.“아 참, 아까 임이한은 왜 윤슬 씨를 껴안은 거예요?”“뭐 그렇게 뻔한 걸 묻고 그래
“네. 모든 은행 대출금을 합친 금액이 2400백억입니다. 거기에 이자까지 더하면 모두 3000억입니다.”장 비서가 답했다.부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해외 계좌를 써서 천강 그룹 대출금 갚아줘.”이렇게 하면 윤슬도 그가 대신 갚아주었다고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이 돈은 그가 그녀에게 주는 보상이었다. 원래는 오늘이 지난 후 주려고 했었다. 그녀는 비록 그가 책임질 필요 없다고 했었지만 정말로 그럴 수는 없었다.그리고 아직 그녀의 뱃속에 아이는 남아 있지만 몸조리를 한 뒤에는 결국 지울 아이였다. 때문에 그는 원래의 계획대로
"화내지 말고 일단 앉아요." 임이한은 그녀를 대신해 의자를 끌어당겼다.하지만 고유나는 가방을 힘껏 밥상 위로 내던지며 말했다. "제가 어떻게 화를 안내요! 오늘에야말로 드디어 윤슬을 죽일 수 있었는데... 윤슬만 죽으면 저는 이제 걱정할게 없는데 당신은...""부시혁이 병원에 있었어요." 임이한은 그녀의 말을 끊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유나는 잠깐 멈칫했다. "뭐라고요? 부시혁이 병원에 있었다고요?""네, 윤슬의 수술실 밖에서 제가 들어가는 걸 다 봤어요. 그러니 생각해 봐요, 제가 수술을 했다는 걸 이미 다 아는 마당에 윤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한 고유나는 눈에 띄게 한숨 돌렸다.이때 임이한이 또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어디서 저를 구했는지는 기억나요?"드디어 진정됐던 심장이 또다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고유나는 살인이라도 저지를 수 있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화보다는 역시 긴장과 두려움이 더 컸다.이건 또 무슨 뜻이지? 이걸 갑자기 왜 물어봐?혹시 내가 생명의 은인이 아닌 것 같아서 간 보는 건가?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 고유나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임이한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그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