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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진수현은 눈을 내리깔고 빠르게 심윤아에게 소식을 전했다.

「우산은 필요 없게 됐어, 먼저 돌아가.」

이 뜬금없는 문자를 받았을 때, 심윤아는 문뜩 어리둥절 해졌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그녀는 그 자리에서 비를 맞으며 잠시 기다렸지만, 진수현은 다시 답장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정말 바쁜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심윤아는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잠깐만.”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자, 심윤아는 고개를 돌렸다.

잔뜩 멋을 부린 두 여자가 심윤아 앞으로 다가왔다. 그중 키가 큰 편인 여자가 그녀를 흘겨보며 시큰둥하게 물었다

“네가 심윤아야?”

그 여자의 얼굴에는 혐오가 가득 서려 있었다. 심윤아도 참지 않고 상대방의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했다.

“네, 그쪽은 누구죠?”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소영이 돌아왔다는 거야. 제발 눈치 챙기고 진수현의 곁에서 물러나지?”

심윤아는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소영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지가 아주 오래된 것 같았다... 그동안 심윤아는 그녀의 존재를 거의 잊고 지냈다.

그녀의 기분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심윤아를 불러세운 두 여자가 시큰둥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설마 2년 동안 가짜 진씨 가문 사모님으로 지냈다고 그 자리에 눌러앉으려는 건 아니겠지? 그게 정말 네 자리라고 생각하는 거야?”

심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우산을 들고 있던 손마저 희끗희끗해졌다.

“뭐야? 저 반응은 뭔데? 설마 소영이한테서 진수현을 뺏으려는 거야?”

“주제도 모르고 어디 감히?”

심윤아는 그녀들의 말에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돌아섰다. 이윽고 두 여자가 비아냥대는 소리는 빗속에 가려졌다.

그녀가 진씨 가문으로 돌아올 때쯤, 집사가 인기척을 듣고 문을 열어주려고 현관으로 나갔다. 비에 잔뜩 젖은 사람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집사는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집사는 심윤아의 얼굴을 똑똑히 본 후 다급히 소리쳤다.

“사모님! 왜 이렇게 젖었어요? 어서 안으로 들어와요.”

심윤아는 팔과 다리가 꽁꽁 얼어서 약간 무감각해졌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도우미가 큰 수건을 가져와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고, 또 다른 도우미들이 다급하게 다가와 젖은 머리를 닦아주었다.

“얼른 가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들이거라!”

“그리고 생강차 한 잔 타오거라.”

진씨 가문의 도우미들은 심윤아가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보고 난리가 났다. 그 때문에 아무도 진씨 저택으로 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훤칠한 그림자가 현관 앞에 나타났다.

남자의 차가운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지고 나서야 도우미들은 인기척을 느끼고 화들짝 놀랐다.

“무슨 일이야?”

이 목소리를 듣고 소파에 앉아 있던 심윤아는 순간 움찔했다.

‘벌써 돌아왔다고? 강소영의 곁에 있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도련님, 사모님께서 비를 잔뜩 맞고 돌아오셨습니다.”

‘비를 맞아?’

진수현의 짙은 눈동자가 소파 위의 작은 그림자에 머물렀다. 그는 긴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비에 젖은 심윤아의 모습을 가까이서 본 진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때의 심윤아는 마치 물에 빠진 닭 같았다.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심윤아의 창백한 피부에 달라붙었고, 앵두 같던 입술에도 핏기조차 없었다.

“너 왜 그래?”

진수현은 눈살을 찌푸렸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심윤아는 애써 자신의 감정을 억제한 후에야 고개를 들어 진수현을 향해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조금 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었더라고... 돌아오는 길에 어린아이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있는 걸 보고 쓰고 있던 우산을 건네줬어.”

진수현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너 문제 있어?”

심윤아의 입가에 번졌던 미소가 굳어졌다.

“그 아이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있다고 해서, 네가 쓰고 있던 우산을 건네고 대신 비를 맞았다는 말이야? 너 몇 살이야? 네가 착한 일을 했다고 칭찬이라도 받을 줄 알았던 거야?”

주위에 둘러선 도우미들은 입을 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심윤아는 눈을 내리깔았고 눈앞에는 이미 물안개가 자욱했다. 그녀는 애써 밀려오는 서러움을 참아냈다.

그리고 진수현이 다가와 그녀를 와락 끌어안자,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손등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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