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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다음날.

심윤아는 일어나서 약간 감기 기운 때문에 서랍에서 감기약을 꺼내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랐다.

감기약을 입에 넣자마자 심윤아는 무슨 생각이 나서인지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더니 욕실로 달려가 삼키려고 했던 감기약을 뱉어냈다.

그녀는 세면대 옆에 엎드려 가글을 하며 방금 삼킨 쓴맛을 모두 토해냈다.

“왜 그래? 어디 불편해?”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문 앞에서 들려오자, 심윤아는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진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윤아는 황급히 시선을 피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니야, 약을 잘못 먹어서 그래.”

말을 마치자, 그녀는 손을 뻗어 입가의 물기를 닦고 욕실에서 나갔다.

진수현은 몸을 돌려 조금 전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진수현은 심윤아가 어젯밤 집에 돌아왔을 때부터 어딘가 평소와 다른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부부가 함께 외출했다. 진수현은 안색이 창백한 심윤아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내 차 타는 게 어때?”

심윤아는 어젯밤 비를 맞은 탓에 자고 일어난 후, 확실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녀가 막 고개를 끄덕이려 하자, 진수현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수현은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확인했고 소영에게서 전화인 것을 보고 잠시 자리를 피해 전화를 받으려 했다. 하지만 고개를 든 순간, 심윤아는 이미 가버리고 없었다.

두 사람은 부부지만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는 편이어서 심윤아는 평소에도 진수현의 통화를 엿듣는 습관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그런 식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오늘 진수현은 급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찔렸다.

그러나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고 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심윤아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두고 그를 훑어보았다. 진수현의 표정에서 심윤아는 그에게 전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심윤아를 대할 때는 없었던 온화한 표정이었다. 심윤아는 심호흡하고 부러움을 가라앉히고 휴대전화를 꺼내면서 차고 쪽으로 걸어갔다.

5분 후.

진수현이 전화를 받고 다시 돌아왔을 때, 그곳은 텅 비어있었고 어디에도 심윤아의 그림자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급하게 회사에 가봐야 해서 먼저 갈게.」

진수현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응시하며 눈 밑에 그늘이 드리웠다.

심윤아는 아픈 몸을 이끌고 회사에 도착했다. 막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의자에 앉았고 이어서 책상 위에 엎드렸다.

‘머리가 아프네...’

그러나 심윤아는 지금 임신 중이라 약을 함부로 먹을 수도 없었다. 사실 그녀는 아직도 제대로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이치대로 말하면, 두 사람의 결혼은 처음부터 쇼일 뿐이었다. 그러니 심윤아가 임신했다고 하더라도, 유일하게 진심으로 그녀와 함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진씨 가문 큰 사모님 한 사람뿐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심윤아의 배 속에 있는 아이를 반기지 않을 것이다.

심윤아가 보기엔 특히 진수현이 그럴 것 같았다.

어제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어쩌면 진수현이 이 아이를 받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가짜 결혼이 진짜로 바뀔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심윤아는 소영이 돌아온 것과 소영에 대한 변함없는 감정을 확인하고는 일말의 기대조차 저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만약 진수현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면, 그의 첫 반응은 아마 소영과의 결혼에 걸림돌이 된다며 아이를 지우라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심윤아는 서둘러 이 아이를 지워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엔 조금의 체면도 서지 않는 상황이 올지도 몰랐다.

“윤아 님.”

나긋나긋한 여자의 소리에 심윤아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어시스턴트인 임연수가 그녀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었다.

심윤아는 똑바로 앉아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임연수는 따라서 웃지 않고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윤아 님, 안색이 안 좋은데, 어디 아프세요?”

말을 들은 심윤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요, 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였을 뿐이에요.”

“정말요?”

임연수가 다시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안색은 정말 창백해요.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휴가 내고 병원이라도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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