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아는 눈을 내리깔고 생각했다. 강소영은 외모가 예쁘장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인성도 매우 훌륭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진수현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심윤아는 자기가 진수현이었어도 강소영을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강소영은 친구를 만난 후, 바로 다가가서 한참 동안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 남자는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심윤아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소영이의 친구시죠? 제 이름은 고현민입니다.”심윤아도 고현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열이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고현민은 손등을 심윤아의 이마에 대보며 나직하게 물었다.갑작스러운 접근에 심윤아는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비켜섰고, 그녀의 반응에 고현민은 웃으며 속삭였다.“열이 있는지 확인해 보려는 겁니다.”그러고 나서 고현민은 말을 잇지 않고 온도계를 내밀었다.“체온부터 측정해 봅시다.”심윤아는 체온계를 건네받았다.뒤이어 진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체온계 사용법은 알아?”심윤아는 어이가 없었고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어떻게 체온계조차 쓸 줄 모른다고 생각할 수가 있지?’다만 머리가 어지러운 탓에 심윤아는 동작이 느릿느릿했다. 고현민은 체온을 측정하고 잠시 기다려 보자고 했다.강소영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이 기회를 틈타 고현민에 진수현을 소개하였다.“수현 씨, 이 친구가 바로 내가 전에도 몇 번 언급했던 고현민이야. 의학 방면에서 거둔 성과가 대단하지만, 자유를 추구하고 누구 밑에서 일할 성격이 아니라, 귀국한 후에 소소한 클리닉을 차리게 된 거야. 그리고 현민아, 인사해, 수현 씨야, 내...”그녀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야 수줍게 말했다“내 친구야.”‘친구?”친구라는 호칭에 고현민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무심코 심윤아의 얼굴에 눈길을 돌렸다가 다시 진수현을 보고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고현민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한참 후에야 진수현은 손을 들어 상대방과 가볍게
‘뭐? 억지 부린다고 한 거야?’심윤아는 흠칫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네가 좋아하는 소영 씨보다 이해심이 많을 수는 없겠지.”무심코 한 마디가 그렇게 툭 튀어나왔다.순간, 진수현은 어리둥절했고 심윤아도 화들짝 놀랐다.‘내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한 거지?’심윤아가 자기 자신이 잘못 말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때, 진수현이 그녀의 턱을 치켜들며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진수현은 그윽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매부리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심윤아를 쳐다봤다.“너 지금 질투하는 거야?”심윤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하지만 심윤아는 손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의 솜방망이 같은 주먹에 진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수현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아주 솜방망이가 따로 없네.”“제대로 맞아 볼래?”심윤아는 발끈하고 나서 뻗었던 손을 거둬들이려 했다. 그러다 결국 뒤로 넘어져 소파에 파묻혔다. 일어나려고 아등바등했지만 기운이 없었다.진수현은 그 자리에 서서 착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몇 번 쳐다보고 나서 한마디 했다.“기다려 봐.”그러고 나서 화장실로 가서 물이 담긴 플라스틱 대야와 수건을 가지고 나와 그녀 옆에 있는 의자에 놓았다.진수현은 수건을 찬물에 적셔 심윤아를 닦아주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그가 수건을 들고 가까이 다가오자, 심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피했다.진수현은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고 눈살을 찌푸렸다“가만히 좀 있어.”심윤아는 필요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수건이 그녀의 피부에 닿자, 가뭄에 내린 단비 같다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밀려와 다시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그녀는 물리적인 방법으로라도 최대한 빨리 체온을 내려야 했다.‘어차피 물리적으로 체온을 낮추는 것뿐이야...’심윤아는 잠깐의 생각 끝에 더는 진수현을 밀어내지 않았다.진수현은 심윤아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 주고, 이어서 발그레 해진 뺨을
진수현은 그녀에게 물수건을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현민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려줬으니까, 여기는 나에게 맡겨도 돼. 안심해. 내가 윤아 씨를 잘 돌볼 테니까.”진수현은 구석에 누워 시체처럼 움직이지 않는 심윤아를 한 번 쳐다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러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자, 방안은 조용해졌다. 잠시 후 강소영은 다시 수건을 찬물에 적시고 심윤아 쪽으로 걸어왔다.“윤아 씨, 제가 닦아드려도 되죠?”심윤아는 온몸에 힘이 풀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간병인을 불러주세요. 소영 씨에게 너무 번거롭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요.”심윤아가 제안하자, 강소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귀찮기는요, 간병인보다 제가 더 정성껏 보살펴 드릴게요. 물론 윤아 씨가 괜찮다고 한다면요.”강소영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니 심윤아도 더 밀어낼 수 없었다. 심윤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윤아가 승낙하자 강소영은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옷 단추를 풀어 주었다.어색함을 피하려고 심윤아는 눈을 감았다. 덕분에 강소영이 그녀의 단추를 풀어 줄 때 그녀를 훑어보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강소영은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었고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만약 그녀가 방금 잘못 본 게 아니었다면 진수현은 젖은 수건을 들고 그녀의 몸을 닦아주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옷깃까지 잡아당기고 손을 넣으려 했으니 말이다.‘두 사람의 관계가 언제 이렇게 가까워진 걸까? 설마 내가 출국해 있던 사이에 무슨 일들이 일어나기라도 했을까?’강소영은 눈썹을 살며시 치켜올렸고 조바심이 났다.심윤아의 옷 단추를 풀어보지 않았다면 강소영은 심윤아의 몸매가 이렇게 글래머러스 한지 몰랐을 것이다. 반듯하게 누워 있었지만, 가슴은 풍만했다. 그리고 그녀의 피부색은 약간의 핑크빛을 띠고 있었다. 여자인 강소영이 봐도 혹할 정도로 일품이었다.강소영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나직하게 말했다.“사실 요 몇 년 동안 아주 고마웠어요.”심윤아는 눈을
그녀는 강소영처럼 돌려 말하지 않았고 돌직구를 날렸다. 그러자 강소영은 갑자기 어색해졌다.“저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심윤아는 그녀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떠나기 전에 고현민은 심윤아에게 약을 처방해 주며 말했다.“친구분이 약을 먹기를 원하지 않지만, 지금 상태라면 약을 먹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처방하는 것은 모두 한약이니, 부작용 같은 건 없을 거야. 안심하고 며칠만 복용하면 돼.”“알겠어.”강소영은 한약을 받아들였다.세 사람은 클리닉을 떠나 진씨 가문으로 돌아갔다.진씨 가문에 도착한 후, 심윤아는 서둘러 차 문을 열고 곧장 방으로 돌아가 깊이 자고 싶었다. 그러나 차에서 내릴 때, 그녀는 걸음걸이마저 비틀거렸고, 하마터면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도 그 순간에 먼저 차에서 내린 진수현이 제때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진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약도 수액도 싫다고 고집을 부려? 참...”강소영은 차에서 내리면서 두 사람의 갑작스럽게 가까워진 광경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심윤아를 부축했다.“수현 씨, 내가 할게.”강소영은 심윤아를 부축하여 저택으로 들어가면서 도우미들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자 도우미들은 강소영을 보고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의아한 눈빛을 보였다.강소영이 심윤아를 부축하여 위층으로 올라간 후, 도우미들은 참지 못하고 한 곳에 모여 수군대기 시작했다.“내가 잘못 본 건가? 방금 저분이 강소영 아가씨잖아?”“그게 누구야?”별장에 있는 연차가 쌓인 도우미들은 모두 강소영을 알고 있었지만, 새로 온 도우미들은 알지 못했다.“강소영, 우리 도련님께서 좋아하시는 여자잖아, 이것도 모르고 있었어?”“도련님께서 좋아하시는 분이라고?”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지만 도련님은 이미 결혼한 몸이잖아?”“재벌가의 결혼은 대부분 상업적인 이익을 위한 수단일 뿐이지, 진정한 사랑은 따로 있다니까...”진씨 가문에 오랜
“그래.”떠나기 전에 강소영은 방을 한 번 더 둘러보았다. 갑자기 옷걸이에 걸려 있는 남성 수제 양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런 스타일은 진수현만이 소화할 수 있었다.강소영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진수현의 뒤를 따라 나갔다.두 사람이 방에서 나가기를 기다린 후, 심윤아는 눈을 떴고, 그녀는 새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아이를 갖게 된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임신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진수현을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는 일이라면 그녀는 1년, 2년, 심지어 10년이라도 숨길 수 있었다.하지만 임신은 그런 감정을 숨기듯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배가 불러 나온다면 눈에 띄기 마련인데,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 아니었다.생각할수록 심윤아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졌고 점차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잠결에 심윤아는 누군가 자신의 옷깃을 풀어 헤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어떤 차가운 물체가 그녀의 몸을 덮었다. 아직 열이 펄펄 끓고 있던 몸에 차가운 물건이 닿게 되었으니, 심윤아는 편안함을 느낄 뿐이었다. 심윤아는 신음을 내며 무의식적으로 손발을 들어 상대의 팔에 매달렸다.곧이어 그녀는 잠결에도 끙끙거리는 신음과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녀의 뒷목을 다소 거칠게 부여잡았고 촉촉하게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개는 것 같은 촉감을 느꼈다. 이어서 무언가가 그녀의 입 속으로 파고들었다.심윤아는 눈을 꼭 감고 미간을 찌푸리며 입속으로 들어온 그 물체를 물어뜯었다. 순간 피비린내가 입안 가득 퍼졌고, 그와 동시에 남자의 고통스러운 숨소리가 들려왔다.그 후 그녀는 남자가 자기 뺨을 힘껏 꼬집으며 푸념하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다.“골칫덩어리라니까, 강아지도 아니고 왜 물어?”그녀는 아파서 투덜거리는 그 사람의 손을 밀치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도우미 한 명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녀가 깨어나자 기뻐하며 앞으
그 순간 심윤아는 가슴이 떨리고 눈빛이 흔들렸다. 뭔가 단단히 책잡힌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침착하게 대응했다. 창백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숨김없이 당당하게 말했다.“수현 씨, 다 봤잖아.”오히려 당당한 심윤아의 태도에 진수현은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진수현은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손이 들려있는 빈 약그릇을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주방에서 고생스럽게 달인 약을 이렇게 한 입도 안 마시고 다 버린 거야?”심윤아가 그를 힐끗 쳐다보고 대답했다.“약 안 먹을 거라고 했었잖아.”말이 끝나자, 심윤아는 빈 그릇을 들고 나갔다. 그러자 진수현이 그녀를 쫓아 나오며 비아냥거렸다.“보아하니 어젯밤은 일부러 비를 맞은 거구나?”심윤아는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아니, 내가 왜 그런 짓을 해?”그러나 진수현은 여전히 회의적인 태도로 그녀를 몰아세웠다.“그래? 그러면 왜 병원에 가는 것도, 약 먹는 것도 다 거부하는 거야?”심윤아는 우선 닥치는 대로 얼렁뚱땅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약이 너무 써서 마시고 싶지 않았어.”“그저 그런 이유라고?”체념할 법도 한 상황에서 진수현은 끝까지 눈을 가늘게 뜨고 대화를 이어가려 했다.“어제...”진수현은 문자메시지 해프닝에 대해 심윤아가 뭔가 단서를 발견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어 서둘러 해명하려고 하다가, 또다시 절대로 그럴 리 없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어쨌든 그녀는 클럽 입구조차 통과하지 못했으니, 그 해프닝에 대해 알 리가 없을 것 같았다.심윤아는 계속 대화를 이어가다가 혹시라도 실수로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꺼낼까 걱정되어, 더 이상 진수현과 실랑이를 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비밀을 가지고 있었고 그 비밀을 절대로 진수현에게 들켜서는 안 됐다.마침 도우미가 음식을 들고 들어왔고 심윤아는 그 틈을 타서 음식을 먹으러 갔다. 그녀는 아직 환자였기 때문에 도우미들이 준비한 음식은 모두 담백한 선식이었다. 심윤아는 입맛이 없어서 그냥 대충 먹고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옆자리는 차가웠다.심윤아는 빨간 입술을 깨물었고 눈빛이 점차 어두워졌다.아침 일찍 도우미가 음식과 국 한 그릇을 가져왔다.그녀는 세수하고 나와 강한 한약 냄새를 맡더니 눈썹을 찌푸렸다.“사모님, 이 약은...”심윤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까칠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이 약을 다시 달여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요? 왜 또 가져왔어요?”평소에는 온순한 그녀였지만, 그녀의 갑작스러운 까칠함에 도우미는 놀랐다.심윤아는 말을 마친 후 자신이 좀 까칠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을 차리고 손을 올려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미안해요.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요. 약은 갖고 내려가세요.”도우미는 약을 가지고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부엌으로 돌아오자, 집사는 도우미가 약이 가득 담긴 그릇을 도로 가져온 것을 보고 나이 든 얼굴에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작은 사모님은 계속 약 안 드시겠다고 하셔?”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했다.집사는 도우미의 불만스러운 말투를 듣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작은 사모님께서 평소에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잘 알고 있잖아? 오늘은 작은 사모님께서 아프고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러셨을 거야. 이런 일로 작은 사모님께 안 좋은 감정을 가지지 마.”집사의 엄격한 지시를 들은 도우미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이런 일로 작은 사모님께 안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작은 사모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사모님이야.”‘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사모님이라고? 그런데 어제는 다들 도련님이 좋아하는 사람은 강소영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니면 그들의 사모님이 곧 교체되는 것일까?’도우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 아직도 약 안 마시려고 해요?”집사와 도우미는 잠시 멍하니 올려다보았다.“도련님...”진수현은 정장 재킷을 팔에 걸치고 손에 차 키를 들고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 물음에 도우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도련님, 진단서는 이미 다 버렸습니다.”진수현의 눈썹이 찌푸려졌다.“뭐라고요?”도우미는 진수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두운 아우라에 놀라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당황한 목소리로 설명했다.“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게 일부러 버린 건 아니고요. 그 진단서는 이미 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그녀는 주인집에서 버린 물건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은 없었다.그리고 진수현의 회사 기밀문서는 평소에 모두 분쇄해서 버렸다. 그녀는 그저 월급날을 기다리며 안일한 생활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날에도 다른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이틀 전부터 약을 달이며 그녀는 사모님이 아파서 약을 드신다고 생각했다. 해열제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녀의 말에 진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진수현은 심윤아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비가 너무 많이 오면 우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더라도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운전기사에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 수도 있었고,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올 수도 있었다.왜 굳이 그 큰비를 다 맞으며 돌아온 것일까?집사는 걱정스럽게 말했다.“도련님, 작은 사모님 어디 편찮으신 걸까요?”진수현은 손에 쥔 차 키와 재킷을 집사에게 건넸다.“위층에 갔다 올게요.”집사는 얼른 재킷을 건네받았다.심윤아는 도우미가 내려간 다음 잠시 쉬려고 했지만 전화가 울렸다. 임진그룹 비서의 전화였다. 심윤아가 최근 맡은 프로젝트에 관한 일이었다.심윤아가 어제 하루 출근을 하지 않았기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사람이 없었다.전화를 끊고 심윤아는 관자놀이를 살살 문질렀다.회사는 바쁘게 돌아갔고 그녀가 하루 출근하지 않았으니, 일들이 쌓이기 시작했을 것이다.상황을 보니 오늘 회사에 복귀해야 할 것 같았다.심윤아는 자신의 노트북을 가져와 이메일에 로그인했다. 이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도우미라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고 이메일을 열고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