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99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말도 안 돼!”

만약 진수현이 오고 싶어 한다면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급하게 달려온다는 건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우리 생각이 좀 다른 것 같네. 그럼 내기하는 거다? 수현이가 오면 내가 널 돕기로.”

이렇게 된 이상 심윤아도 거절하지 않고 물었다.

“어떻게 도울 건데?”

이선우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야? 왜 신비로운 척해?’

그들이 예약한 식당은 꽤 멀었다. 거의 30분 동안 운전해서 도착했고, 이선우는 어김없이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괜찮아, 나 혼자 할 수 있어.”

“연기는 완벽하게 해야지.”

“...”

심윤아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 차에서 내려 함께 식당으로 들어갔다.

오기 전에 이선우는 이미 비서를 시켜 2층에 있는 단독 창가 쪽 자리로 예약해놓았다.

위층에 올라가 자리에 앉고 주문을 하는 데까지 대략 8분 정도 걸렸다.

심윤아는 계속 이선우의 말이 마음에 걸려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었다.

몇 번이고 그의 말대로 진수현이 오는지 돌아보고 싶었지만, 애써 꾹 참았다.

‘절대 뒤돌아보면 안 돼. 그러다 그 인간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내가 자기를 기다린 줄 알잖아?’

그녀의 목적은 이혼이다. 진작 결정한 일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니 고민할 것도 없었다.

“긴장돼?’

갑자기 이선우가 물었다.

심윤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그의 물음을 이해하고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

“아니.”

“내가 뭘 물어보는 줄 알고 아니라고 해?”

“...”

갑자기, 그녀의 맞은편에 있던 이선우의 시선이 여자의 뒤로 떨어지더니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내가 이겼네.”

심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난 약속대로 할 거야.”

그러더니 이선우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심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이선우는 몸을 숙이더니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진한 담배 냄새가 그녀를 순식간에 에워쌌다.

이선우의 행동을 자각한 심윤아는 몸이 굳어지더니 무의식적으로 그를 밀어내려 했다.

“움직이지 마.”

이선우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수현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00화

    심윤아는 더이상 저항하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듯 온순해졌다.이선우도 그녀의 순종을 느꼈다.아니, 순종이라기보다는, 마치 바다 위에 파도를 따라 오랫동안 떠다니는 부목과 같았다. 비바람에 시달리던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맞서 싸우고 싶지 않아 그저 바다의 흐름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이런 그녀를 보며 이선우는 허탈하고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비록 부목이지만, 그래도 조심히 인양하고 아껴주어야 하지 않은가?어느새, 그녀를 안고 있던 남자의 손가락에는 힘이 바짝 들어갔다.그리고 고개를 들어, 밖에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성큼성큼 테이블과 의자를 가로질러 걸어오는 진수현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그 웃음은 승리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이선우가 그에게 이런 표정과 웃음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퍽!진수현은 성큼성큼 다가와 이선우를 향해 강한 펀치를 날리더니 심윤아를 자기 뒤로 잡아당겼다.그러나 그는 주먹 한 방으로 분노를 다 터뜨리지 못한 모습이었다.심윤아를 뒤로 끌어당긴 후, 다시 이선우의 멱살을 잡고 한 방 날렸다. 진수현의 이마에는 핏줄이 솟구쳐오르고 약간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이선우를 노려보았다.지난번 병원에서는 잘 참더니, 이번에는 왜 자신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것일까?“대체 왜?”진수현은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고, 눈에는 폭발할 듯한 분노가 들끓었다.하지만 이선우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희미한 웃음이 보였고, 심지어 도발하는 것 같았다.“내가 윤아에 대한 감정, 너도 진작 알고 있었잖아?”“하지만 네가 이렇게까지 파렴치한 짓을 할 줄은 몰랐지!”이선우는 핏자국이 배어 있는 얼굴로 웃어 보였다.“파렴치하면 또 어때? 윤아를 가질 수만 있다면 더 한 것도 할 수 있지!”진수현은 그의 말에 폭발하더니 다시 한번 주먹을 쳐들었다.“그만!”마침내 정신을 차린 심윤아가 진수현의 손을 잡고 끌어올리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온갖 힘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진수현은 끄떡도 없었다.심윤아는 입가에 핏발이 선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01화

    진수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하긴.”이선우는 그저 웃더니 화내지 않고 심윤아를 보며 말했다.“그럼 공주가 직접 말해볼래?”공주, 이것은 심윤아의 별명이었다.진수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설마 그녀는 결국 이선우를 선택한 걸까? 그래서 공주라고 부르게 한 걸까?심윤아는 갑자기 큰 압박감이 몰려왔다.이선우가 자신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입으로 직접 진수현에게 말하고, 순조롭게 그와 이혼할 수 있도록.그녀는 눈앞의 진수현을 보면서 입술을 앙다물었다.‘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해.’심윤아가 결심하고 입을 열려고 할 때, 진수현이 이를 악물고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심윤아,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남자의 말에 심윤아는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이선우는 옆에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수현아, 너희는 계약 결혼이란 거 잊었어? 지금 너의 행동은 심윤아를 협박하고 있는 거야.”말을 마친 이선우는 덤덤하게 웃으며 심윤아를 보았다.“윤아야.”심윤아는 잘 알고 있었다. 이선우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그녀에게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하는 것이다. 지금 놓치게 되면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이다.하지만 심윤아는 눈앞의 진수현을 보고 있으니 좀처럼 입을 열기 어려웠다.분명 입가에 맴돌고 있는 말이었지만 한 글자도 내뱉을 수 없었다.결국 진수현이 그녀의 손을 잡더니 차갑게 말했다.“나랑 집에 가. 오늘 일은 더 따지지 않을게.”진수현에게 이끌려 두 걸음 내디딘 심윤아는 갑자기 한쪽 손목이 꽉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선우가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은 것이다.지금의 이선우는 안경을 쓰지 않았을 때보다 덜 부드러운 모습이었다.심윤아는 그때서야 비로소 그의 눈동자에도 매서움이 묻어 있음을 발견했다.이선우가 손목을 잡자, 진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차갑게 명령했다.“그 손 놔!”지금의 진수현은 한껏 예민해 있었다. 최근 심윤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02화

    심윤아가 이혼하고 싶을 뿐인데, 이선우가 대신 매를 맞을 필요가 없었다.방금도 너무 억울하게 두 대나 맞아버렸다.이때 진수현의 시선이 이선우를 스쳐 그의 손목에 떨어졌다.“마지막 경고야. 놔.”심윤아는 이내 이선우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설명했다.“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이선우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더니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번졌다.“그래,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선우는 손을 놓았다.약간 힘을 풀었을 뿐인데, 진수현은 바로 여자를 끌고 나가버렸다.그들이 떠나간 후에야 이선우의 비서가 들어오더니 손수건을 꺼내 이선우에게 건넸다.“도련님, 괜찮으세요?”이선우는 손수건을 받아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입가를 닦았고, 눈에는 차갑고 포악한 기운이 감돌았다.진수현에게 맞은 곳이 분명 상처가 낫지만, 그는 통증을 느낄 수 없는 듯 힘껏 닦아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비서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또 시작이야. 도련님의 이런 모습...”비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옆을 지켰다. 잠시 후, 이선우는 손수건을 옆 휴지통에 버리고는 차갑게 물었다.“준비하라고 한 일은 어떻게 됐어?”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차질없이 준비하겠습니다.”진수현에게 끌려간 심윤아는 한 줄기 바람을 탄 것 같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차에 올라탔고, 차는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여전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하지만 진수현은 그녀에게 전혀 쉴 틈을 주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는 침대로 데려갔다. 심윤아가 발버둥 치자, 진수현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양쪽으로 누른 뒤 이를 악물고 노려보며 말했다.“나랑 이혼하고 선우랑 만나려고? 꿈도 꾸지 마.”말이 끝나자 그의 뜨거운 숨결이 여자의 몸을 덮었다.두 사람의 입술이 닿으려던 순간, 심윤아는 제때 고개를 돌렸고, 진수현의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볼에 닿았다.진수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반대 방향으로 다가와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심윤아는 피하면서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03화

    공기 중의 아름다운 분위기는 삽시에 사라졌다.진수현은 한참 만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그는 뭔가 떠올랐는지 검은 눈동자에는 정욕이 물들더니, 다시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빨갛게 부어오른 여자의 입가를 부드럽게 만졌다.“결혼은 가짜지만, 내가 널 덮치는 건 진짜지.”심윤아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뭐라고?”“아니야?”진수현은 손끝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고운 목선을 따라 아름다운 쇄골에 머무르더니, 약간 잠긴 목소리로 쓰레기 같은 말을 내뱉었다.“나랑 자지 못해서 안달 났을 때는 너 이런 모습 아니었잖아?”심윤아의 동공이 약간 움츠러들었다.그러더니 손을 들어 다시 한번 남자의 뺨을 때렸다.진수현의 얼굴은 다시 옆으로 쏠렸고, 그는 곧 차가운 웃음을 보였다.“또 때려? 심공주, 내가 너한테 손을 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말이 끝나자, 심윤아는 또 뺨을 한 대 갈겼다.짝!진수현의 잘생긴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하지만, 눈시울을 붉히며 화가 난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여자를 보며 그는 도저히 손찌검할 수가 없었다.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했다.“그래, 네가 때린 만큼, 이따가 내가 두 배로 돌려줄 거니까.”남자가 또 망나니 같은 소리를 하자 심윤아는 또 손을 들어 때리려 했다.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진수현의 손에 의해 잡히고 말았다.“잘하는 짓이다. 내 뺨은 망설임 없이 때리면서, 내가 선우를 건드리기만 해도 나서서 감싸줬던 거야? 응?”심윤아는 몇 번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미쳐 날뛰는 진수현이 자신을 제압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아예 포기하고 진수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너 이러는 거 정말 싫어하는 거 알아?”그 말을 들은 진수현의 얼굴이 약간 굳어지더니, 조롱하듯 입꼬리를 쓱 올렸다.“그럼 누구를 좋아하는데? 이선우?”“맞아!”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진수현은 조용해지더니, 입가의 조롱도 사라졌다.잠시 후, 남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04화

    진수현에게 맞은 것도 모자라, 친한 친구와 적을 친 이선우가 오히려 그녀에게 사과하니, 심윤아는 미안함이 극에 달했다.“망치지 않았어. 나 괜찮아. 사과는 내가 해야지. 나 때문에 맞기까지 했잖아.”그녀의 말을 들은 이선우는 피식 웃었다.“그게 뭐? 사내 대장부가 맞을 수도 있지.”“하지만 너랑 수현이 앞으로...”“걱정하지 마. 그래도 친한 친구였잖아. 기껏해야 한동안 나 거들떠보지도 않겠지. 내가 가서 사과할 거야.”이 말을 들은 심윤아도 마침내 마음을 놓았다.“그럼 다행이야.”“그래서 일은 잘 해결됐어?”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건 전화 통화라는 생각에 다시 입을 열어 대답했다.“응. 일단은.”“어떻게 해결됐는데?”심윤아는 속이 뒤죽박죽이었다. 방금 사과한 것도 이미 한계였는데, 더 이상 그의 물음에 대답할 기분이 없었다. 만약 이선우가 전에 그녀를 돕지 않았다면 벌써 전화를 끊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애써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선우야, 나 쉬고 싶어.”이선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조용해지더니 말했다.“그래, 일단 진정하고 쉬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전화를 끊은 심윤아는 휴대폰을 옆으로 던지고 침대 위에 몸을 웅크렸다.스트레스 때문인지 배가 불편한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속으로 말했다.‘아가야, 조금만 견뎌. 이혼하면 이 지옥 같은 곳을 떠날 거야. 앞으로는... 엄마랑 둘이 사는 거야.’심윤아는 누워 있다가 어느새 사르르 잠이 들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가 깨어보니 여전히 똑같은 잠자리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보니 베개의 한 부분이 흥건히 젖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눈물 자국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손을 뻗어 자신의 눈가를 가볍게 닦았다.젖어 있었다. 꿈에 울었을까?한참을 앉아 있던 그녀는 젖은 베갯잇을 벗긴 다음 캐비닛에서 새것을 찾아 갈아 끼웠다.베갯잇을 바꾼 후, 또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자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05화

    이혼 신고를 하러 가는 길,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차 안의 온도는 굉장히 낮았지만 진수현은 히터도 켜지 않았다. 아마 화가 나 히터 키는 걸 까먹은 듯했다. 심윤아는 급히 준비하느라 외투 하나만 입고 집을 나섰다. 막 차에 앉았을 때는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점점 추워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며 옷을 여몄다. 운전석에 있는 진수현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줄곧 입술을 앙다물고 있었다. 곁눈질로 옷을 여미는 심윤아를 확인한 진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얼굴로 히터를 틀었다. 잠시 후, 차 안의 온도가 올라갔다. 심윤아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진수현을 바라보았다. 슬림한 옆얼굴은 화가가 정성 들여 조각해 놓은 것 같았다. 뚜렷한 이목구비는 옆에서 보아도 놀라울 정도로 잘생겨 보였다. 단점이라면 지금 그 얼굴은 잔뜩 굳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껏 알고 지냈으니, 심윤아는 지금 진수현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엄청 많이. 하지만 그는 분명 화가 났음에도...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도 놓치지 않고 히터를 켜줬다. 심윤아는 진수현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순간 차 안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꽉 막혀 숨이 쉬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혼 신고하러 도착하자,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줄을 서야 했다. 순서가 다가오자 심윤아가 나지막이 진수현을 불렀다. “어머님 아버님께는 내가 돌아가서 말씀드릴게.”그 말에 진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심윤아를 쳐다보더니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대화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침묵 속에서 줄을 섰다. 갑자기 눈에 익은 커플이 심윤아에게 인사했다. 심윤아도 곧 그들이 지난번 혼인신고 하면서 마주쳤던 커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난번의 그들은 서로 웃고 떠들며 떨어지기 아쉬워 꼭 붙어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원수를 보는 듯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두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06화

    불행히도, 그 여자의 추측은 정확했다. 심윤아도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인지 알 수 없었다. 진수현을 욕하고 있는 여자를 보며 심윤아는 어쩐지...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진수현은 다른 남자와는 또 달랐다. 그는 미리 심윤아에게 가짜로 결혼하는 것이라고 말했었고, 그저 그녀가 남몰래 그를 마음에 품었을 뿐이었다. 진수현이 너무 잘난 탓이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심윤아는 진수현을 욕할 수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이나 욕하도록 가만히 놔두어야 했다. “흥, 남자는 정말 다 그놈이 그놈이라니까요. 밖의 여자가 더 좋으면 대체 결혼은 왜 하는 거예요? 괜히 이혼이나 해야 하고, 웃기지도 않아 정말.”여자는 진수현이 자신의 원수라도 되는 듯 잔뜩 비꼬며 욕설을 퍼부었다. 진수현도 처음엔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여자를 무시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말이 너무 많아 진수현을 불쾌하게 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냉기가 서린 눈빛으로 여자를 훑어보았다. 그 차가운 눈빛에 여자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뭐야?’‘이 남자 카리스마도 장난 아닌데, 눈빛까지 너무 흉악하잖아...’그 순간 진수현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여자를 죽여버릴 것 같았다. 그 눈빛을 본 심윤아 역시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 같았다. 심윤아는 그제야 오늘의 진수현은 감정 기복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만약 화가 폭발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도 저지르면 어쩌지?’그런 생각에 심윤아는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진수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여자는 아마 진수현의 아우라에 놀란 것인지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여자는 곧 이혼하는 남편마저도 욕하지 않았다.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진수현은 여전히 차가운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모든 사람이 그에게 빚이라도 진 듯 말이다. 줄을 선 사람들이 하나둘 업무를 처리하고 이제 곧 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07화

    아마 그런 대답이 나올 줄은 생각지 못했던 것 같았다. 직원은 심윤아와 진수현을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럽게 진수현에게 물었다. “그럼 진수현 씨 생각은 어떠세요?”조금 전 질문에서 직원은 분명 기대로 반짝이던 진수현의 눈빛을 보았었다. 하지만 진수현은 이젠 눈도 마주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심윤아 말대로 해요.”‘큰일 났네. 이 커플은 설득 못하겠어.’직원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혼 신고를 마무리했다. 이혼 신고 접수를 마치고 진수현과 심윤아의 이혼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심윤아와 진수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구청에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심윤아는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바람에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얼굴은 칼로 에이는 듯이 아파왔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다른 한 손을 진수현에게 내밀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어.”“넌 이제 자유네.”진수현은 심윤아와 악수하려고 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그저 한마디 툭 던져놓고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겨진 심윤아만이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구청 앞의 바람은 유난히 시끄럽게 불어왔다. 심윤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겨울바람에 날려 산발이 되었다. 심지어 머리카락이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었다. 얼굴에 닿은 머리카락은 축축하고 차가웠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 심윤아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있었다. 눈물은 마치 틀어놓은 수도꼭지처럼 주체하지 못하고 아래로 줄줄 흘러내렸다.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고 이미 더는 신경 쓰이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진짜 그 순간이 찾아오니, 심윤아의 마음은 누가 구멍이라도 낸 것처럼 공허하고 허전했다. 그런 기분은 심윤아를 숨 막히게 했다. 구청을 오가는 사람 중에는 누구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혼인신고를 하러 온 경우도 있고, 또 누군가는 죽상인 얼굴로 이혼신고를 하러 온 경우도 있다. 심윤

최신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6화

    -며칠 후. 현아는 해외로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윤아에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아야겠다고 했다. 현아는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던 윤아는 그런 현아가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현아가 출발하기 전 윤아는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전했다. 윤아는 생각했다. ‘주한 씨 추진력이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역시나, 윤아의 예상대로 6월 1일쯤. 윤아가 곧 무대에 오를 두 아이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한이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8월로 정해졌다. 1월에 고백하고 4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6월엔 프러포즈, 8월엔 결혼식. 그 놀라운 진행 속도에 윤아는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나 현아는 처음엔 그렇게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주한이 적극적으로 현아에게 다가간 덕분이었다. 주한이 현아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그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고, 그 철저한 준비성을 당해낼 사람은 없었다. 다만 윤아가 놀란 것은 주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아직 잠자리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윤아에게 그 일을 털어놓는 현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프러포즈를 받아줬는데 아직도 예전처럼 자제한다는 건 혹시 날 아예 안 좋아했던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사유 방식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주한 씨가 널 안 좋아하면 결혼하려고 했겠어? 주한 씨가 얻는 게 뭔데?”“그건 그래. 그럼 대체 왜?”“그거야 모르지. 그건 너희 연인 사이의 일이잖아. 난 끼고 싶지 않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알아봐.”‘알아보라고?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5화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