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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4화

눈치가 빠른 점원이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 이 볼펜은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로 주신 거구나. 왜 그렇게 아끼시나 했어요.”

점원은 두 사람이 오늘 여기서 이렇게 많은 물건을 샀는데 볼펜을 더 사지 않더라도 칭찬을 늘어놓고 싶었다. 그렇게 좋은 인연을 이어줘도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한이 점원을 힐끔 쳐다봤다. 아까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진 눈빛이었다.

점원이 박차를 가하며 현아에게 말했다.

“고객님, 너무 행복하겠어요. 남자분이 많이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현아는 원래도 수줍음이 많은데 점원이 이렇게 말하자 더 수줍을 수밖에 없었다. 하여 퍽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현아가 고개를 돌려 주한을 바라봤다.

“아무튼 내가 다시 하나 선물해 줄 테니까 이건 버려요.”

현아가 점원에게 물었다.

“볼펜 어디서 볼 수 있나요? 한번 보여주실래요?”

“당연하죠.”

점원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더니 볼펜이 있는 쪽으로 안내했다. 현아가 얼른 그 뒤를 따랐고 주한만 덩그러니 그 자리에 버려뒀다.

점원이 새로 들어온 볼펜을 현아에게 보여주었다. 현아가 열심히 고르고 있는데 주한이 그쪽으로 걸어갔다.

“너무 좋은 거 고를 필요 없어요!”

주한이 현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현아의 귀를 덮쳤고 너무 간지러운 나머지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누, 누가 비싼 거 골라준대요? 그냥 원래 쓰던 게 너무 낡아 보여서 새 걸로 바꿔주려는 거지.”

주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고마워요.”

현아는 제일 예쁜 볼펜으로 골랐다. 가격은 전에 샀던 볼펜보다 몇 배나 더 비쌌다. 계산할 때도 주한은 먼저 계산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현아가 계산하고 포장된 볼펜을 가져다주는 걸 그저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여기요. 새 볼펜. 낡은 건 버려요. 신분에 안 맞아요.”

현아는 주한 같은 남자가 여러 중요한 장소를 드나들며 해진 볼펜으로 여기저기 사인하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엘리트인 주한에겐 너무 이질적인 물건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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