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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집으로 들어서자, 윤아는 외국에 왔다는 느낌을 하나도 못 받았다. 음악과 익숙한 얼굴들을 보니 마치 여전히 국내에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윤아야, 왔니?”

눈앞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별 인상이 없는 윤아였지만 사전에 본 사진으로 인하여 누구인지는 알고 있어 그녀와 포옹하며 인사했다.

“아주머니, 안녕하셨어요?”

화연도 윤아가 기억을 잃어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아의 입에서 익숙한 호칭과 인사를 듣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전에 윤아가 화연을 부릴 때, 말투는 다정하고 표정은 사랑스러워 정말 딸 같았다.

화연은 오랜 세월 아들 하나뿐이었다. 비록 아들도 그녀에게 잘해주었지만, 성별이 다름으로 인해 많은 상황에 차이가 났다.

그리고 남자의 마음은 항상 여자보다 섬세하지 못했다.

화연의 아들은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월급을 그녀에게 줬고, 명절에도 각종 선물을 주었지만, 아들은 결국 아들이었다. 그는 화연의 옆에 누워 마음속의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래서 화연은 항상 딸을 갖고 싶어 했다.

다만 새로운 가정을 이루면 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재혼할 계획은 없었다.

나중에 인철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서로 생각이 비슷했고 자녀는 하나만 있으면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었지만, 윤아를 만난 이후로 화연은 정말 윤아를 자신의 딸처럼 여기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윤아를 키운 적이 없으니, 그녀의 엄마로 지내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뻔뻔하다고 느껴졌다.

윤아가 항상 아주머니라고 불러도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잘 지냈어.”

화연이 윤아의 손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그녀의 옆에 있던 수현을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

“수현 씨 맞죠?”

수현이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윤아와 마찬가지로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이어 다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하는 시간 내내 대가족은 화기애애했다.

윤아는 눈앞의 훈훈한 분위기를 보며 뿌듯하기도 하고 앞으로 영원히 이대로 살아가도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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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아가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눈치챈 화연이 참지 못하고 그녀를 놀렸다.“얼굴은 왜 이렇게 빨개졌어?”윤아는 그저 웃으며 답하지 않았다.수현이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으며 답했다.“뻔뻔하지 못해서 그래요.”윤아가 뾰로통하며 그를 밀어냈다.이어 화연이 그들을 데리고 윤아가 전에 머물던 방으로 향했다.“오늘 하루 비행기 타느라 힘들었을 텐데 일찍 쉬어. 아줌마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말을 마친 화연이 몸을 돌려 떠났다.윤아가 돌아섰을 때, 수현은 이미 그녀의 방문을 열고 있었다.평소에 윤아가 이곳에서 지내지 않았기에 방안은 매우 단출했다. 그녀의 물건은 별로 없었고, 꽃병과 장식품 같은 것은 모두 화연과 인철이 그녀를 위해 사둔 것이었다.옷장 안에는 그녀의 옷이 있었지만, 모두 새것이었다. 잠옷마저 새것 그대로였다.물건이 많지 않아 윤아는 옷장을 열고 수현에게 물건을 모두 한쪽으로 밀라고 한 뒤 트렁크에서 평소에 입던 옷가지를 모두 꺼내 걸었다.“내가 할게.”그녀가 두 벌을 걸어둔 이후, 뭘 하려는지 눈치챈 수현이 나섰다.“내가 할게.”“아니야.”옷 정리하는 게 힘들지 않다고 생각해 윤아는 수현의 제안을 거절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수현이 그녀의 손에서 옷걸이를 빼앗아 들며 말했다.“내가 하면 돼. 너는 먼저 가서 씻어.”윤아가 멈칫하며 그의 손에 들린 옷걸이를 바라보았다.“할 줄 알아?”말이 끝나자, 수현은 윤아의 이마를 살짝 건드렸다.“이렇게 간단한 일을 내가 왜 못해? 얼른 씻고 와, 어깨 결린다며. 따듯한 물로 풀어주는 거 잊지 말고.”수현이 언급하지 않았으면 잊었을 일이여서 윤아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네가 해. 난 먼저 씻을게.”윤아는 잠옷 하나를 고르고 욕실로 들어갔다.욕실에 들어가기 전에 수현을 한번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열심히 해야 할 일을 할 것임을 확신한 윤아는 그제야 마음 놓고 담담히 욕실로 들어갔다.비행기에서 자고 깨나 결렸던 어깨는 따듯한 물로 찜질하자 많이 나아졌다.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50화

    “태블릿?”문밖에 있는 수현은 왜 그런 물건이 필요한지 이해되지 않는 말투로 되물었다.수현은 윤아가 어떤 옷을 가져오는 것을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태블릿을 요구할 줄은 몰랐다.수현은 잘못 들은 줄 알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 다가가서 재차 질문했다.“뭐가 필요하다고?”태블릿을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민망했던 윤아는 수현이 다시 한번 되물을 줄은 몰랐다.윤아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답했다.“태블릿 가져다줘. 영화 보고 싶어.”수현은 밖에서 침묵을 지키다, 잠시 후 다시 물었다.“샤워할 때 영화를 봐?”윤아는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반신욕 하고 있어. 얼른 태블릿 좀 가져다줘.”반신욕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자, 밖은 또 한참 조용해졌다.이어,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소리가 들리자, 윤아는 깜짝 놀라며 수현이 볼까 봐 무의식적으로 몸을 욕조 안으로 더 움츠렸다.아니나 다를까, 욕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욕실 문이 열리더니 수현이 들어왔다.“뭐해?!”비록 평소에도 스킨십을 하지만, 윤아는 반신욕을 할 때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욕실에 들어선 수현은 욕조에 누워있는 윤아를 발견했다. 그를 피해 통째로 욕조에 움츠러들어 가서 머리만 위로 내밀고 있었는데 어깨조차 보이지 않았다.욕조의 물에도 부력이 있기에, 윤아가 이런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힘을 들여야 했다.그녀는 욕조 가장자리에 손을 올렸는데 손에 물기가 있어 버티기 힘들었다. 심지어 물은 그녀의 얼굴까지 차올랐다.곧 물이 그녀의 입가까지 가려고 하자 수현은 어쩔 수 없이 다가가 손을 내밀어 두말없이 그녀를 물에서 건져 올렸다.물속에 있어 거절할 틈도 없이 수현의 힘까지 더해져 윤아는 그저 무참히 그에게 건져졌다.윤아는 그에게 보이기 싫어 물속에 들어갔던 것인데, 다 보여주고 심지어 닿기까지 했다.“뭐 하는 거야!”윤아가 가슴을 가리며 약간 화난 말투로 쏘아붙였다.그녀의 반응에 수현은 어이가 없었다.“됐어. 어디를 내가 안 보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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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아가 거절하기도 전에 수현이가 단추 몇 개를 풀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이제야 그가 같이 욕조에 들어가 목욕하자고 한 게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녀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 나 혼자 하면 되니까 내 패드나 갖다 줘.”수현이는 못 알아들은 듯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심심하지 않아? 내가 같이 있으면 패드 볼 필요 없잖아.”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 "..."마음은 정말 고마웠지만, 그녀는 사실 패드를 더 원했다.그리고 수현이가 단순히 목욕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생각한 것을 말해버렸다. "너가 그냥 목욕 같이해준다고.?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고?”그녀의 말을 듣고 수현이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더니 입꼬리를 치켜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다른 꿍꿍이 있다는 거 많이 티 났나?”말이 끝나자 그의 시선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어디론 가에 떨어졌다.윤아는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으려 했지만, 가라앉기도 전에 수현이에게 팔이 잡혔다."우리 이미 부부인데 이렇게 숨어서야 하겠어?”"그래도 이렇게 보여주긴 싫으니까 놔줘.”"안 놔.”그는 큰 손으로 윤아의 연한 살을 움켜쥐고 말했다. "나랑 같이 몸 담그겠다고 약속하기 전에는 안 놓을 거야.”그는 말로는 그녀의 허락을 구하는 것 같았지만, 옷을 벗은 손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한 손으로는 그녀의 팔을 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기의 셔츠를 이미 벗어버렸다.그리고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떡하지? 이렇게 벗었는데, 네가 담그지 말라고 하면 감기 걸릴 것 같은데?”"너, 너!”그의 벌거벗은 모습과 뻔뻔한 표정을 보고 윤아는 갑자기 어이가 없었다. 너라는 말을 한참 동안 하다가 결국 한마디 뱉어냈다. "안돼, 너는 담그면 안 돼, 너는 아직 깨끗하게 씻지 않았어.”"그래." 수현이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깨끗이 씻으면 같이 담글 수 있다는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52화

    윤아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팔이 또 수현이한테 잡혔다. 그녀는 수현이에게 끌려 그의 품으로 옮겨졌고, 등은 그의 따뜻한 가슴에 닿았다."너...”윤아는 긴장해서 몸부림치려고 했지만, 수현이는 그녀를 힘껏 껴안았고, 팔은 마치 쇠사슬처럼 그녀의 몸에 감쌌다.그녀의 귀 뒤쪽에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피하지 마."수현이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귀에 닿아 귓속말로 말했다."그냥 가만히 안고만 있을 테니까 피하지 마. 더 피하면 무슨 짓을 할지 나도 몰라."그의 말은 그녀를 위협하는 것 같았다.튀지 않으면 그녀를 건드리지 않겠지만, 피하면 무슨 일이 생겨도 그를 탓할 수 없다.그녀는 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가 말한 대로 하는 성격이라는 생각에 그의 품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응.""약속할게.”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이런 목소리로 장담하는데 아무리 들어도 믿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윤아는 그를 믿지 않았다. 근데 생각과는 다르게 긴 시간 동안 그는 정말 그녀를 안고 있었을 뿐, 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손가락 하나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윤아는 갈수록 긴장이 풀렸다.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여기는 우리 아버지의 집인데, 만약 정말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너무 이상하겠지?'다행히도, 수현이는 약속을 지켰다.그래서 윤아는 완전히 긴장을 풀고 그에게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이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했다.뜨거운 물이 온몸의 피로를 씻어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수현이의 몸을 등받이로 하니, 이전의 욕조와 비교하면 더할 나위 없이 편했다.그녀는 수현이가 그렇게 열정적이지만 않는다면 자연스럽고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그거로 생각하며 슬쩍 웃었다.두 사람이 욕조에 20분 가까이 몸을 담그자, 수현이가 이제 나가자고 제의했다.겨울에는 아무도 이런 따뜻한 곳을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윤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수현이의 말을 듣고 그녀는 그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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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몸 닦고 입어. 그리고 이따 나가서 감기 걸리지 않게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어.”수현이는 이 말을 하며 자기도 가운을 입었다. 그가 다 입고 나서 윤아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입을 오므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모습이 웃기지 않을 수 없었다."왜? 내가 계속 담그지 말라고 해서 나 원망하는 거야?”그녀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수현이는 마지못해 손을 뻗어 그녀의 코를 만지며 말했다. "됐어, 그냥 목욕하는 거잖아. 내일 다시 담그면 안 될까?”"내일이 오늘이랑 같아?”사실 그녀는 오늘 피곤해서 욕정에 몸을 담그며 피로를 푼 것이었다. 내일이면 오늘처럼 여유 있게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게다가 그녀는 매일 목욕하는 습관도 없다."너무 오래 담그면 몸에 안 좋아.”말을 마친 수현이는 더 그녀와 따지는 것이 귀찮아 손을 뻗어 그 자리에 서서 나가기 싫어하는 윤아를 끌어안아 들었다.수현이는 윤아를 욕실에서 바깥 옷장 앞까지 안아서 갔다. 그리고 그녀를 내려놓은 뒤 옷장을 열어 안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옷들을 보며 물었다. "오늘은 어느 잠옷 입고 싶어?”물어보면서 옷을 뒤적거렸는데, 한참을 뒤졌는데도 윤아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윤아는 여전히 아까 욕실에서의 그런 애처로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수현이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이미 나왔는데 아직 화가 안 풀렸어?”윤아는 말이 없었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수현이는 자신이 그녀를 달랠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예 묻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의 맘에 드는 예쁜 잠옷을 골라 윤아에게 건넸다."빨리 갈아입어.”가운은 이미 물에 젖어서 이렇게 오랫동안 있으면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윤아는 여전히 화가 난 듯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안 입어?”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수현이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내가 입혀주기를 기다리는 거야?”가만히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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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을 들은 수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팔을 감싸 안은 하얀 팔에 눈을 돌렸다."그래서, 나를 믿기는 한다는 얘기지?”"물론이지.”윤아는 수현의 눈에 스치는 웃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아낌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번에 돌아가면 부모님과 따로 사는 건 어때?”수현은 윤아의 여린 팔을 잡으며 말했다.이 말을 들은 윤아는 잠시 멍해 있었다."따로 산다고?”"응,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게 불편하지 않아?”윤아는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가 불편해? 집도 크고 방도 많고, 따로 살면 윤이랑 이는 어떡하고?”따로 사는 건 사실 수현의 사심이다.부모님과 함께 살기에는 하인들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계속 드나드니 그들의 사적인 공간은 그들의 방뿐이었다.다른 건 몰라도, 부모님과 아이들 앞에서 그녀를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혀 안고 싶어 하는 것마저 불편했다.한 번, 두 번이면 그도 참을 수 있다.하지만 횟수가 많아지자 수현은 애가 탔다. 분명히 자기 여자인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으므로 자기 맘대로 애정표현도 못 하면서 많은 불편함을 느꼈다.사실 이번 일이 없어도 수현은 설을 쇤 후에 그녀와 분가에 관해 얘기를 나눌 계획이었다. 근데 급한 마음에 아직 설을 쇠지도 않았는데 이미 그녀에게 계획을 알려 주었다."내가 이제 말하는 내용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부모님은 윤이랑 훈이를 많이 좋아하셔. 게다가 지금은 일도 별로 안 하시니까 시간이 있으면 윤이랑 훈이를 잘 돌볼 수 있을 거야.”말이 여기까지 나왔는데 윤아가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윤이와 훈이를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 맡기고 싶다는 뜻이다.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아이들을 위하는 건 알겠지만, 아이들 엄마로서 애들이 아직 이렇게 어린데 내 곁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더구나 그녀는 이전의 기억이 없으므로 이때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더 많은 기억을 갖지 않으면 앞으로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그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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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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