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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알겠어."

윤아는 사양하지 않았다. 그러나 갈아입을 옷을 챙기러 가려 할 때 잠시 고민하더니 머리를 돌려 물었다.

"내가 물어볼 게 있는데."

이미 외투를 벗은 채 넥타이를 풀려고 하던 수현이 이 말을 듣자, 동작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해봐."

"내일 이혼 신고는 언제 하러 가? 할머님께서 수술하시기 전에? 아니면 수술 끝마치신 다음에?"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아는 수현 주위의 공기가 순간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 이어서 수현은 사나운 눈길로 윤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눈빛...

윤아는 수현의 시선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지금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절대 적절하지 않음을 느꼈다.

할머님께서 내일이면 곧 수술하실 텐데, 수현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가 없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윤아는 수현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내가 지금 이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닌데. 생각이 짧았어. 할머님께서 수술 끝마치신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수현 씨도 얼른 가서 쉬어."

이렇게 말한 윤아는 몸을 돌려 옷을 챙기러 가려 했다. 그러나 바로 이때, 수현이 갑자기 성큼성큼 걷더니 윤아의 앞길을 막고는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일 그렇게 이혼하고 싶어?"

"아니, 난 그게 아니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수현의 이 말을 들은 윤아는 멈칫하며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수현의 목소리와 눈빛은 눈서리가 몰아치는 시커먼 밤보다 더 차가웠고 더 추워 보였다.

"내일 구청이 문을 열자마자 가는 거야."

말을 마치고 수현은 더는 그녀와 대치하지 않고 몸을 돌려 욕실에 들어갔다.

"..."

'나더러 먼저 씻으라고 했으면서!'

펑!

욕실 문이 사정없이 닫기면서 큰 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윤아는 눈을 내리깔며 제자리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서랍에서 혼인 관계 증명서와 이혼 신고서를 꺼냈다. 그녀는 이 두 서류를 잠시 바라보다가 머리를 들었다. 시선이 마침 벽에 걸려있는 결혼사진에 닿았다. 액자는 등불 아래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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