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화

“법의관님, 사망자 DNA 채취했어요.”

박가희는 밤새 야근하여 겨우 나의 시신에서 DNA를 채취했다.

“기술팀에 넘기면 사망자 신원을 알 수 있어요.”

고서연은 박가희가 들고 있는 용기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것을 망가뜨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눈치였다.

“법의관님, 밤새 야근해서 먼저 들어가 잠 좀 잘게요. 이건 법의관님이 기술팀에 전해주겠어요?”

박가희는 하품하면서 나가버렸다.

고서연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망설였다. 법의관으로서 절대 이런 짓을 해선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전에 안성우를 도와 시신을 처리하면서 이미 안성우와 한배를 타게 되었다. 안성우가 잡힌다면 고서연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고서연이 망설이던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열어보니 안성우였다.

“여긴 어떻게 왔어?”

안성우는 고서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어와 문을 닫아버렸다.

“보고 싶어서.”

그가 고서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하자 고서연이 말했다.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곤란해져. 그러니까 얼른 나가.”

안성우는 고서연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해부실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해부대에 놓인 나의 시신을 보면서 떠보듯 물었다.

“경찰 쪽에서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고서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더니 박가희가 건네준 DNA 용기를 서류로 슬쩍 덮어버렸다. 안성우는 고서연의 수상한 움직임을 캐치했지만 까발리진 않았다.

그는 고서연을 품에 끌어안고 다정하게 말했다.

“서연아, 다시 내 옆으로 돌아와. 난 진심으로 널 사랑해. 내가 진작 얘기했었지? 임태환은 너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걔만 아니었더라면 어머님도 돌아가시지 않았어. 어머님이 널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데 복을 누리지도 못하고 임태환 때문에 돌아가시다니...”

안성우가 내 얘기를 꺼내자 고서연이 버럭 화를 냈다.

“다시는 내 앞에서 그 사람 얘기 꺼내지도 마. 생각만 해도 역겨우니까. 애초부터 걔를 만나는 게 아니었어.”

‘내가 역겨워?’

그렇다. 고서연의 마음속에는 늘 안성우뿐이었다.

그때 고서연은 안성우를 질투하게
Locked Book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