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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성우야, 이번이 마지막이야.”

고서연은 능숙하게 장갑을 끼고 시신의 지문을 공구로 싹 다 지웠다.

시신의 오른팔에 있는 흉터를 발견하고는 가족에게 들킬까 두려워 황산으로 흉터를 부식시켜버렸다. 그러고는 시신의 몸에 또 다른 특징이 있나 꼼꼼하게 살폈다.

“왼쪽 복부에 흔적이 있어. 수술 자국 같아.”

고서연은 시신을 살피면서 말했다.

나와 고서연은 만난 지 몇 년이나 됐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다. 그녀는 나에게 혼전 순결주의라고 했고 나도 그녀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했다. 하여 내 팔과 복부에 상처가 있다는 걸 아예 모르고 있었다.

옆에 있는 안성우는 고서연의 말에 당황하면서 숨소리도 내질 못했다. 고서연이 황산으로 흉터를 지운 후에야 완전히 시름을 놓았다.

“신장이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

고서연은 시신의 왼쪽 복부를 눌렀다. 텅 빈 걸 보니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

안성우는 고서연이 뭔가라도 알아차릴까 봐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다 처리하면 시신은 어디에 버리면 될까?”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 곳에 버려도 돼.”

안성우는 알겠다고 한 후 고서연을 빤히 보며 물었다.

“아직도 약혼자랑 냉전 중이야?”

그러자 고서연이 코웃음을 쳤다.

“갑자기 그 사람 얘기는 왜 꺼내고 그래?”

안성우는 고서연의 표정만 봐도 아직 내가 고서연과 냉전 중인 걸 알아챘다. 대답을 알고 난 후에는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사실 그가 확인하려 했던 건 고서연이 아직 내가 사라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였다.

한 달 전에 나는 고서연과 심하게 싸웠고 그 뒤로 우린 계속 냉전 중이었다.

내가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고 심지어 집에도 들어오질 않았다.

고서연은 시신을 다 처리한 후 장갑을 벗더니 시신의 머리를 힐끗 보았다. 이미 생김새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뭉개졌고 멀쩡한 피부라곤 없었다.

하여 당연히 누구인지도 알 리가 없었다. 고서연이 물었다.

“대체 이 사람한테 원한이 얼마나 깊길래 얼굴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어? 아는 사람은 아니지?”

안성우는 제 발 저린 나머지 멋쩍게 웃었다.

“여기에 법의관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그러니까 조심해.”

“알았어.”

안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서연을 품에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 서연아. 내가 매일 네 생각 얼마나 하는지 알아? 보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라고.”

그의 말에 고서연은 마음이 설렌 듯했다. 안성우는 고서연의 손을 잡고 계속하여 말했다.

“서연아,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 줘. 응?”

그러고는 고서연에게 키스했다. 고서연은 그런 안성우를 거절하지 못했다. 나의 시신 앞에서 안성우와 한데 부둥켜안고 스킨십을 이어갔다.

나는 그대로 달려가 소리를 질렀다.

“내 시신 앞에서 역겨운 짓 하지 마.”

하지만 나의 영혼은 그대로 그들을 지나쳤다. 아무리 울부짖어도 아무도 듣질 못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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