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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한 달 전 우리 경찰서는 다른 관할 구역 경찰서와 함께 힘을 합쳐 범죄조직을 소탕했다. 한 달 내내 연속 야근한 바람에 너무 바빠서 고서연의 어머니 최영옥의 생일조차 까맣게 잊고 말았다.

최영옥은 나의 일이 힘들다는 걸 이해했고 한 달 내내 야근한 나를 걱정했다.

그날 밤 최영옥은 나에게 몸보신해주겠다고 직접 삼계탕을 끓여 경찰서까지 가져다줬다.

최영옥의 전화를 받고 대문 앞으로 만나러 나가려던 그때 마침 당직을 서던 경찰이 범인을 잡고 심문하려 했다.

나는 따라 들어가서 범인을 심문한 바람에 최영옥과 만나려 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범인 심문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고서연이 화를 내면서 나를 찾아왔다.

최근 사건이 별로 없어 고서연은 야근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던 그때 고서연이 다짜고짜 나의 뺨을 후려갈겼다.

“어떻게 우리 엄마를 잊어버릴 수가 있어?”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최영옥이 계속 경찰서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미안, 미안. 진짜 깜빡했어. 지금 당장 가서 사과드릴게.”

내가 밖으로 달려나가려는데 고서연은 그 자리에 서서 꿈쩍도 하질 않았다. 왜 그러냐고 물으려던 그때 양구환이 어두운 얼굴로 밖에서 들어왔다.

“임태환, 법의관님, 잠깐 따라와요.”

양구환의 사무실로 들어가서야 최영옥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셨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양구환은 최영옥이 경찰서 밖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몇몇 건달을 만났다고 했다. 최근 범죄조직을 소탕하느라 건달들의 보스를 내가 잡았는데 나에게 복수하기 위해 최영옥을 기절시킨 다음 팔과 다리를 잘라서 근처 하수구에 버렸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어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양구환을 쳐다보았다.

양구환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고서연이 테이블에 엎드린 채 목놓아 울부짖었다.

“임태환, 이 나쁜 자식아. 조금만 더 빨리 나와서 우리 엄마를 데리고 들어갔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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