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임태환, 생전에 강력계 형사였다. 이젠 영혼이 되어 나의 약혼녀인 고서연의 곁에서만 맴돌았다.“서연아, 큰일 났어. 와서 나 좀 도와줘.”안성우의 전화를 받은 고서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에게로 달려갔다.안성우는 그녀의 첫사랑이었고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다. 그가 입만 열면 고서연은 무슨 일이든 다 오케이했다.전에 내가 너무 안성우만 신경 쓰는 거 아니냐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고서연은 짜증을 내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었다.“나랑 성우는 그냥 일반 친구야. 제발 그런 말도 안 되는 질투 좀 하지 마.”이번에 안성우가 살인을 저질렀고 고서연에게 시신을 처리해달라고 했다. 고서연은 이런 일까지도 대신 처리해줬다.그러나 이 사실은 몰랐다. 그 시신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성우야, 이번이 마지막이야.”고서연은 능숙하게 장갑을 끼고 시신의 지문을 공구로 싹 다 지웠다.시신의 오른팔에 있는 흉터를 발견하고는 가족에게 들킬까 두려워 황산으로 흉터를 부식시켜버렸다. 그러고는 시신의 몸에 또 다른 특징이 있나 꼼꼼하게 살폈다.“왼쪽 복부에 흔적이 있어. 수술 자국 같아.”고서연은 시신을 살피면서 말했다.나와 고서연은 만난 지 몇 년이나 됐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다. 그녀는 나에게 혼전 순결주의라고 했고 나도 그녀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했다. 하여 내 팔과 복부에 상처가 있다는 걸 아예 모르고 있었다.옆에 있는 안성우는 고서연의 말에 당황하면서 숨소리도 내질 못했다. 고서연이 황산으로 흉터를 지운 후에야 완전히 시름을 놓았다.“신장이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고서연은 시신의 왼쪽 복부를 눌렀다. 텅 빈 걸 보니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안성우는 고서연이 뭔가라도 알아차릴까 봐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다 처리하면 시신은 어디에 버리면 될까?”“들키지만 않으면 아무 곳에 버려도 돼.”안성우는 알겠다고 한 후 고서연을 빤히 보며 물었다.“아직도 약혼자랑 냉전 중이야?”그러자 고서연이 코웃음을 쳤다.“갑자기 그 사람 얘기는 왜 꺼내고 그래?”안성우는 고서연의 표정만 봐도 아직 내가 고서연과 냉전 중인 걸 알아챘다. 대답을 알고 난 후에는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사실 그가 확인하려 했던 건 고서연이 아직 내가 사라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였다.한 달 전에 나는 고서연과 심하게 싸웠고 그 뒤로 우린 계속 냉전 중이었다.내가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고 심지어 집에도 들어오질 않았다.고서연은 시신을 다 처리한 후 장갑을 벗더니 시신의 머리를 힐끗 보았다. 이미 생김새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뭉개졌고 멀쩡한 피부라곤 없었다.하여 당연히 누구인지도 알 리가 없었다. 고서연이 물었다.“대체 이 사람한테 원한이 얼마나 깊길래 얼굴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어? 아는 사람은 아니지?”안성우는 제 발 저린 나
두 사람의 신음이 내 귓가에 들려왔다. 그 소리는 귀를 막아도 내 영혼을 뚫고 그대로 전해졌기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그리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나의 영혼은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고서연의 옆에서만 맴돌았다.나는 내 목숨보다도 중요하게 여겼던 약혼녀가 나를 죽인 범인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너무도 역겨워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또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서연, 언젠가는 저 시신이 나라는 걸 알게 될 텐데... 약혼자를 죽인 살인자와 잔 것도 모자라 살인자를 도와 내 시신을 없애버렸다는 걸 알게 되면 제정신으로 살 수 있겠어?’나는 왠지 모르게 복수의 쾌감이 들었다. 그 생각에 나의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고서연과 안성우는 나의 시신 옆에서 한 시간 넘게 역겨운 짓을 했다.집으로 돌아온 고서연이 현관문을 열자 칠흑 같은 어둠이 펼쳐졌다. 그녀는 불을 켜고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차가운 코코넛 음료수를 꺼냈다.냉장고 안에서 야채 썩은 냄새가 풍겼다. 고서연은 코를 막고 썩은 야채를 정리했다.그리고 우유 한 병이 있었는데 유통 기한이 하루 남았고 생산 날짜는 일주일 전이었다. 날짜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신을 떠올렸다.그녀는 시신을 보자마자 바로 일주일 전에 죽었다는 걸 알아챘다. 지금까지 썩지 않은 걸 보면 안성우가 시신을 보관하려고 꽤 많은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서연은 안성우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고개를 내저었다.그러다가 내 방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 개지 않은 빨래들이 널브러져 있었다.그녀는 옷을 개인 후 옷장 안에 넣었다. 그런데 옷을 넣다가 그만 실수로 뭔가를 떨어뜨리고 말았다.나는 고서연에게 프러포즈하려고 준비한 반지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다.반지 케이스를 열어 안에 있는 반지를 본 고서연은 몇 초 동안 멍하니 넋을 놓다가 다시 싫은 티를 내면서 옷장 안에 던져버린
한 달 전 우리 경찰서는 다른 관할 구역 경찰서와 함께 힘을 합쳐 범죄조직을 소탕했다. 한 달 내내 연속 야근한 바람에 너무 바빠서 고서연의 어머니 최영옥의 생일조차 까맣게 잊고 말았다.최영옥은 나의 일이 힘들다는 걸 이해했고 한 달 내내 야근한 나를 걱정했다.그날 밤 최영옥은 나에게 몸보신해주겠다고 직접 삼계탕을 끓여 경찰서까지 가져다줬다.최영옥의 전화를 받고 대문 앞으로 만나러 나가려던 그때 마침 당직을 서던 경찰이 범인을 잡고 심문하려 했다.나는 따라 들어가서 범인을 심문한 바람에 최영옥과 만나려 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범인 심문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고서연이 화를 내면서 나를 찾아왔다.최근 사건이 별로 없어 고서연은 야근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던 그때 고서연이 다짜고짜 나의 뺨을 후려갈겼다.“어떻게 우리 엄마를 잊어버릴 수가 있어?”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최영옥이 계속 경찰서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미안, 미안. 진짜 깜빡했어. 지금 당장 가서 사과드릴게.”내가 밖으로 달려나가려는데 고서연은 그 자리에 서서 꿈쩍도 하질 않았다. 왜 그러냐고 물으려던 그때 양구환이 어두운 얼굴로 밖에서 들어왔다.“임태환, 법의관님, 잠깐 따라와요.”양구환의 사무실로 들어가서야 최영옥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어머님이 돌아가셨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양구환은 최영옥이 경찰서 밖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몇몇 건달을 만났다고 했다. 최근 범죄조직을 소탕하느라 건달들의 보스를 내가 잡았는데 나에게 복수하기 위해 최영옥을 기절시킨 다음 팔과 다리를 잘라서 근처 하수구에 버렸다고 했다.나는 그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어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양구환을 쳐다보았다.양구환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고서연이 테이블에 엎드린 채 목놓아 울부짖었다.“임태환, 이 나쁜 자식아. 조금만 더 빨리 나와서 우리 엄마를 데리고 들어갔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고
“법의관님, 사망자 DNA 채취했어요.”박가희는 밤새 야근하여 겨우 나의 시신에서 DNA를 채취했다.“기술팀에 넘기면 사망자 신원을 알 수 있어요.”고서연은 박가희가 들고 있는 용기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것을 망가뜨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눈치였다.“법의관님, 밤새 야근해서 먼저 들어가 잠 좀 잘게요. 이건 법의관님이 기술팀에 전해주겠어요?”박가희는 하품하면서 나가버렸다.고서연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망설였다. 법의관으로서 절대 이런 짓을 해선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전에 안성우를 도와 시신을 처리하면서 이미 안성우와 한배를 타게 되었다. 안성우가 잡힌다면 고서연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고서연이 망설이던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열어보니 안성우였다.“여긴 어떻게 왔어?”안성우는 고서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어와 문을 닫아버렸다.“보고 싶어서.”그가 고서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하자 고서연이 말했다.“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곤란해져. 그러니까 얼른 나가.”안성우는 고서연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해부실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해부대에 놓인 나의 시신을 보면서 떠보듯 물었다.“경찰 쪽에서 뭐 좀 알아낸 거 있어?”고서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더니 박가희가 건네준 DNA 용기를 서류로 슬쩍 덮어버렸다. 안성우는 고서연의 수상한 움직임을 캐치했지만 까발리진 않았다.그는 고서연을 품에 끌어안고 다정하게 말했다.“서연아, 다시 내 옆으로 돌아와. 난 진심으로 널 사랑해. 내가 진작 얘기했었지? 임태환은 너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걔만 아니었더라면 어머님도 돌아가시지 않았어. 어머님이 널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데 복을 누리지도 못하고 임태환 때문에 돌아가시다니...”안성우가 내 얘기를 꺼내자 고서연이 버럭 화를 냈다.“다시는 내 앞에서 그 사람 얘기 꺼내지도 마. 생각만 해도 역겨우니까. 애초부터 걔를 만나는 게 아니었어.”‘내가 역겨워?’그렇다. 고서연의 마음속에는 늘 안성우뿐이었다.그때 고서연은 안성우를 질투하게
정리를 마친 고서연이 화장실에서 나와 보니 안성우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시신에서 채취한 DNA 샘플을 기술팀에 가져다주기로 결심했다.조금 전 화장실에서 그녀는 생각했다. 안성우를 도와 시신을 처리할 때 이미 잘못된 길로 들어섰기에 더는 이대로 잘못된 선택을 해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배운 지식이 헛되이 되니까. 그녀가 해야 하는 건 사망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었다.마지막 조사 결과가 그녀와 연관이 있더라도,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다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서연은 DNA 샘플을 기술팀에 가져갔다가 오는 길에 양구환을 만났다.양구환은 그녀를 보자마자 다급하게 물었다.“법의관님, 태환이 요즘 연락 있어요? 우리가 전화해도 계속 받질 않아요.”고서연은 양구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일주일 동안 임태환의 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걸 알아챘다.고서연이 고개를 내젓자 양구환은 애가 타기만 했다.“태환이는 절대 문제가 생기면 피하는 애가 아니에요. 일주일이나 연락이 없는데 설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죠?”그녀도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임태환은 싸웠다고 해서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연락이 없는 건 정말 이상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임태환과의 마지막 연락이 9일 전 저녁 7시 23분에 머물러있었다.임태환은 그녀에게 연속 세 번 전화했고 그 후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카톡 문자도 9일 전이었는데 굿모닝이라는 문자가 마지막이었고 SNS에도 올라온 게시물이 없었다.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혹시 바람 쐬러 해외로 나간 건 아닐까요?”양구환은 고서연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한참 머뭇거린 후 입을 열었다.“태환이 법의관님 어머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조사하러 나갔었어요.”고서연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임태환의 원수 때문에 엄마가 죽은 거 아니었어? 근데 무슨 진실을 조사해?’“태환이가 그 건달들의 목표가 처음부터 법
고서연이 옷장 안의 옷을 다 들춰내서야 가장 깊숙한 곳에서 그 명함을 찾아냈다. 그리고 옷장 맨 아래층에 숨긴 서류 봉투 하나를 발견했는데 안에 신장 기증 계약서가 들어있었다.몇 년 전 고서연이 요독증에 걸려 급히 신장 이식을 받아야 했다.나는 그녀 몰래 검사했다가 나의 신장이 그녀에게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고 한쪽 신장을 고서연에게 기증했다.하지만 이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고서연이 나에게 보답하려고 내 옆에 있어 주는 건 싫었으니까.고서연을 사랑했지만 그녀가 부담을 갖는 건 싫었다.그녀는 서류를 보고서야 내가 예전에 신장을 기증한 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왼쪽 신장?”그 글자를 본 순간 고서연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그때 그 시신도 왼쪽 신장이 없었다는 사실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고서연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불길한 예감이 마구 밀려왔다.‘그 시신 설마 임태환은 아니겠지?’바로 그때 고서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기술팀 동료의 전화였는데 DNA 검사 결과가 나왔고 데이터에서 찾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그 소리에 고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왜냐하면 경찰서 사람들의 DNA가 전부 데이터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술팀에서 검사한 DNA가 데이터에 없는 사람이라면 그 시신도 임태환이 아니라는 걸 뜻했다.더 확실하게 하려고 고서연이 또 물었다.“그럼 우리 데이터랑 비교해봤어요?”“네. 매치하는 사람이 없었어요.”확답을 듣고 나니 고서연은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다행히 임태환이 아니었어.’고서연의 옆에서 떠돌고 있던 나는 한숨만 내쉬었다.시신에서 채취한 DNA를 안성우가 바꿔치기했으니 당연히 나의 DNA와 매치할 리가 없었다.고서연은 또다시 임태환에게 전화했지만 여전히 꺼져있었다. 하여 카톡을 보냈다.[나 다 알았으니까 우리 얘기 좀 해.]세 시간이 지났지만 임태환은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고서연은 임태환의 SNS를 열어보았다. SNS도 마지막 로그인한 날짜가 9일 전이
이튿날 출근한 고서연은 온 오전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했다.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기술팀 동료가 고서연의 넋이 나간 표정을 보고 장난치듯 물었다.“법의관님 왜 그러세요? 임 형사님이 휴가 갔다고 하더니 법의관님 정신도 휴가 갔어요?”“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고서연은 상대를 흘겨보면서 아무 반찬이나 집었다.“법의관님, 잘못 집었어요. 그거 생강이에요.”박가희도 오전에 고서연의 상태가 뭔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법의관님도 이참에 휴가 내고 쉬는 건 어때요? 어제 나한테 준 그 샘플 뭔가 섞인 게 많더라고요. 내가 그나마 실력이 있길래 채취했지, 그렇지 않으면 채취하지 못했어요.”기술팀 동료가 툴툴거렸다.“그럴 리가요. 제가 채취한 거라서 기준에 100% 부합될 텐데요?”박가희는 자신의 기술에 무척이나 자신이 있었다.그 얘기를 듣던 고서연은 해부실에 CCTV가 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만약 어제 안성우가 다녀갔었다는 걸 다른 사람이 알기라도 한다면 끝장이었다.고서연은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어제 CCTV 영상을 지우려고 해부실로 달려갔다. 해부실에 도착한 그녀는 어제 CCTV 영상을 확인했다.마침 그녀가 화장실로 갔을 때의 장면이 나타났는데 홀로 해부실에 있던 안성우가 DNA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걸 보고 말았다.‘성우가 왜 이런 짓을...’고서연은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DNA 샘플을 다시 채취하는 게 급선무였다. 문제는 이미 시신을 처리한 상황이라 DNA를 채취하기 더 어려워졌다.하지만 고서연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DNA를 성공적으로 채취했고 바로 기술팀 동료에게 가져다줬다.가장 먼저 결과를 알고 싶었던 그녀는 기술팀 밖에서 기다렸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안성우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서연아, 보고 싶어. 지금 날 만나러 와줄 수 있어?”안성우의 목소리에 취기가 있는 걸 봐서 꽤 많이 마신 듯했다.“지금 일하는 중이야.”고서연이 인내심 있게 대답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