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손아진 학생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움질을 한 것은 매우 엄중한 문제입니다.”담임 선생님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아빠, 주호성이 날 때렸지 난 손대지도 않았어!”원준의 아들이 울면서 말했다.“어린 나이에 감히 부모님한테 거짓말을 하다니, 호성 학생이 너 때문에 얼마나 다쳤는지 잘 봐봐!”담임 선생님이 엄격하게 말했다운기가 고개를 돌려 보자, 옆에 서 있던 주호성은 상처가 하나도 없었다.원준도 얼른 말했다.“담임 선생님, 혹시 헷갈리신 건 아닌 가요? 호성 학생 얼굴엔 상처 하나 없고, 제 아들의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잖아요. 딱 봐도 제 아들이 피해자잖아요.”“안 다치긴요. 호성 학생의 손목이 빨개졌잖아요!”담임 선생님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운기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손목이 빨개진 건 사람을 때렸기 때문이겠죠.”그러자 담임 선생님이 엄숙하게 말했다.“뭘 모르시나 본데, 호성 학생은 겉으로 보기엔 별 상처가 없지만 안은 심하게 다쳤어요.”운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렇게까지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시다니, 너무 대단하시네요.”상황은 딱 봐도 뻔했다. 원준의 아들이 얻어맞은 쪽이고 주호성이 가해자다.‘주호성이라는 애 집에 돈이 좀 있으니 이렇게 싸고도는 거겠지.’“당신은 누구죠? 뭔데 멋대로 끼어들어요?”담임 선생님은 불쾌한 표정으로 운기를 보았다.“담임 선생님, 이 분은 제 친구입니다.”원준이가 말했다.이때 선글라스를 쓴 중년 귀부인이 황급히 사무실로 들어왔다.“아들, 괜찮아?”중년 귀부인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주호성의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가 바로 가해자의 어머니였다.운기는 그녀가 방금 과일을 샀던 귀부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엄마, 저 손이 너무 아파요. 이 녀석의 뼈가 너무 딱딱한 탓이에요.”호성이가 말했다.“그래, 엄마가 대신 혼내줄 게.”중년 귀부인은 자신의 아들을 타이르더니 고개를 들어 원준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이 학생 아버지인가 봐요? 당장 당신 아들과 함께 제 아들한테 사과
원준이가 알고 있는 운기는 비록 대단하지만 대학생일 뿐이다.“괜찮아요, 절 믿으세요.”운기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이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교장을 비롯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숨을 헐떡이며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는데, 급하게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교장선생님과 주임 선생님들께서 왜 갑자기 오신 거죠?”담임선생님은 일어서서 웃는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교장선생님, 제가 온다는 말을 듣고 특별히 오신 건가요?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중년 귀부인이 웃으며 말했다.교장은 그녀를 차갑게 스쳐보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운기를 향해 달려갔다.“임, 임 선생님. 제가 바로 이 학교의 교장입니다.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교장은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 운기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였다.이 장면을 본 담임과 중년 귀부인, 그리고 원준도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교장선생님, 이 학교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권력 하나만 믿고 피해자와 피해자 학부모를 협박하더라고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교장의 책임도 있겠죠?”운기가 두 손을 맞잡았다.교장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얼른 말했다.“임, 임 선생님. 모두 제가 소홀한 탓입니다. 제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말씀해 주신다면 곧이곧대로 따르겠습니다.”교장은 겁에 질려 말을 계속 더듬었다. 방금 서천의 대단한 인물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이 일에 대해 물었기에, 교장은 운기의 신분을 알 수 있었다.“우선, 가해자인 학생을 퇴학시키세요.”운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알겠습니다.”교장은 얼른 대답한 다음 몸을 돌려 분부했다.“저희 학교는 폭력을 절대로 용납하지 못합니다. 이 주임, 당장 가서 가해자 학생을 퇴학시키고 전교에 통고를 내려.”“교장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 모르세요? 전 KX공장 회장의 아내에요. 지금 제 아들을 퇴학시킨다고요? 내가 이
“임 선생님, 저희가 바래다 드릴게요!”교장을 비롯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운기의 뒤를 따라 학교 앞까지 공손히 배웅했다.학교 앞.“운기 씨가 정, 정말 화정 그룹과 YJ그룹의 회장이세요?”원준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이때의 원준은 매우 어색해 보였다. 눈앞의 사람이 서남 최고의 부자이기 때문이다.원준은 단 한 번도 이처럼 대단한 사람을 만나본 적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었다.“네, 화정 그룹과 YJ그룹의 회장은 제 신분 중 하나에요.”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임, 임 회장님. 제가 전에 실례를 범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원준은 공손한 태도로 사과를 했다.“형님, 그러지 마세요. 전 친구로서 꽤 괜찮은 놈이거든요. 임 회장 말고 그냥 운기라고 불러주세요.”운기는 웃으며 원준의 어깨를 두드렸다.“절 친구로 생각하시는 거예요?”원준은 믿을 수 없었다.“그럼요.”운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원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운기처럼 대단한 사람과 친구를 맺게 된 것에 무척 자부심을 느꼈다.서남 최고의 부자와 친구가 된 거라면, 평생을 자랑해도 모자랐다.이때 외제차 한 대가 길가에 멈추더니 곧 슈트를 입은 남자 4명이 차에서 내렸다.“임 회장님, 저희가 유 대표님의 분부대로 20억을 가지고 왔습니다.”네 사람은 운기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했다.곧이어 네 사람은 상자 두 개를 건넸다.“열어봐.”운기가 말했다.네 사람이 상자를 열자, 안에는 5만 원짜리 지폐가 가득 차 있었다.두 상자에는 각각 10억이 들어 있었다.“형님, 이 안에는 총 20억이 들어 있습니다. 애초에 형님께서 2만 원을 주셨을 때, 제가 20억으로 갚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이 20억은 모두 형님의 것입니다.”운기가 말했다.“안 돼요, 안 돼요.”원준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그도 당시 운기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한 번도 그것을 진짜로 여기지 않았다.“안 될 거 없어요. 이 정도는 저한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에요. 너희
그들의 차량은 곧 마을버스를 따라잡게 되었다.“버스 옆으로 가.”운기가 말했다.“네, 회장님.”그들의 차량은 곧 마을버스와 나란히 달렸다.버스 안을 들여다보니, 운기는 차창을 통해 익숙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울프야! 정말 울프야!” 운기는 너무 흥분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정말 울프였기 때문이다. 만약 울프가 아니라면, 울프와 똑같이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 분명하다.“얼른 버스 세워!”운기가 마을버스 운전사를 향해 소리쳤다.“뭐야?”버스 운전사는 운기를 힐끗 쳐다보더니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당장 버스를 가로막아!”운기가 명령을 내렸다.“네, 회장님.”운기가 탄 차는 또다시 속도를 내더니 버스의 앞쪽을 가로막았다.버스가 멈춘 후, 흥분된 운기는 차 문을 열어 서둘러 버스로 돌진했다.네 명의 직원들도 서둘러 차에서 내려 운기의 뒤를 바짝 따랐다.“당신들 뭐 하려는 거야! 설마 강도인 거야?”버스 운전사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운기를 보았다.“사람을 찾으러 온 거예요. 잠시만 좀 기다려 주세요.”운기는 말하면서 5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버스 운전사에게 건넸다.운전사는 돈을 보자마자 태도가 변했다.“천천히 찾으세요!”운전사는 웃으며 돈을 받고 차 문을 열었다.운기가 버스에 오르자마자 익숙한 울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울프야! 정말 너였어!”정말 울프인 것을 확인한 운기는 매우 흥분되어 울프를 세게 껴안았다.“울프야, 내가 드디어 너를 찾았구나!”운기는 울프를 꼭 안은 채 눈물을 글썽였다.울프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운기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나중에 울프가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말에, 운기는 매일 울프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지금 울프를 다시 만나게 되자 운기는 격동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누구세요?”울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운기는 이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울프야, 나 운이 형이야. 나 모르겠어?”운기가 다급해하며 물었다.“사람을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은경수는 울프가 죽은 줄 알고 날 쫓아왔던 거야. 그러나 울프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고, 이 소녀가 숲속에 쓰러진 울프를 구해줬다는 거네.’울프는 오랫동안 복싱을 하며 수없이 다쳤었기에, 신체적 자질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강했다.보통 사람이라면 진작에 죽었겠지만 울프가 악착같이 버텼던 것이다.그러나 울프는 머리가 크게 다치는 바람에 기억을 잃었을 것이다.“제 친구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친구를 데리고 금도로 돌아가 치료할 테니,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세요.”운기가 소녀를 바라보았다.“저, 전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럼 전 이만 친구를 데리고 가 볼게요. 나중에 감사의 의미로 돈을 보내드릴게요.”곧이어 운기는 울프를 잡고 말했다.“울프야, 형과 함께 금도로 돌아가자.”“전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저는 누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울프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운기의 손을 밀어냈다.기억을 잃은 울프는 옆에 있는 소녀를 누나로 여긴 것이다.자신이 소녀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는 것은 모르는 눈치였다.울프의 이런 모습을 본 운기는 마음이 매우 괴로웠다.울프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 이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울프야, 잘 생각해 봐. 나 운이 형이야!”운기가 절박하게 말했다.“운이 형, 들어본 이름 같긴 한데. 윽, 머리가 너무 아파!”울프가 머리를 안으며 고통스러워했다.이때 차 안의 승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며 재촉하기 시작했다.울프는 분명 운기를 따라 내리지 않을 것이다.운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버스에서 내렸다.“회장님, 이제 어떡하죠?” 한 직원이 물었다.“일단 우리 차로 버스를 계속 따라가봐야겠어.”운기가 말했다.곧이어 운기는 차에 오른 뒤 줄곧 마을버스 뒤를 따라 마을까지 따라갔다.소녀의 집은 농촌인 데다가 벽돌집이다.청순한 외모를 가진 소녀는 이름이 장혜선이고, 올해 18살인 것을 알아냈다.
“장혜선, 너 지금 엄마한테 대든 거야? 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지?”중년 여자는 말하면서 옆에 있는 막대기를 들었다.혜선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운기는 이 장면을 보고 나서야, 혜선이가 18살에 학업을 그만두고 집에서 농사일을 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다 들어와!”운기가 문 쪽을 향해 소리쳤다.그러자 슈트를 입은 네 명의 남자가 재빨리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회장님!”네 사람은 일제히 운기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중년 여자는 이 장면을 보자 깜짝 놀랐다. 살면서 여태껏 단 한 번도 이런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당, 당신 누구야?”중년 여자는 두려운 눈빛으로 운기를 쳐다보았다.“일단 자기소개를 하죠. 전 화정 그룹의 회장인 임운기입니다.”운기가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은, 당신이 화정 그룹의 사장이라는 거야?”중년 여자는 놀란 듯한 표정으로 운기를 보았다.화정 그룹은 그들 농촌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중년 여자는 이처럼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은 처음 보았다. 여태껏 그녀가 본 사람들 중에 가장 권력이 큰 사람은 아마 마을 촌장일 것이다.옆에 있던 혜선도 운기를 보며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방금 운기의 뒤를 따르던 직원들을 보고, 운기의 신분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화정 그룹의 회장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혜선은 마치 하늘의 신선을 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회장님. 방금 그런 태도를 보여 정말 죄송합니다.”중년 여자는 운기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 황급히 운기에게 사과했다.운기는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울프의 앞으로 걸어갔다.“울프야, 이 약을 먹으면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운기는 단약 하나를 꺼내 울프에게 건넸다.“이 단약을 먹으면 제가 누군지 알 수 있는 거예요?” 울프가 물었다. 울프도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누군지 절실하게 알고 싶었다.“그래.”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울프는 그 말을 듣고 거병단을
울프는 마지막 힘을 다해 최대한 멀리 도망쳤다. 오직 중주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기 살기로 도망친 것이다.두 다리의 뼈가 모두 부러졌지만, 울프는 엄청난 아픔을 참으며 도망쳤다. 그러나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던 것이다.“참, 운이 형. 여긴 아직 금도의 세력 범위잖아요. 왜 중주에 가지 않으시고 이곳에 오신 거예요? 은경수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얼른 떠나세요!”울프가 다급히 말하자, 운기가 피식 웃었다.“울프야, 내가 은씨 가문은 소멸했어!”“네? 형, 형이 은씨 가문을 소멸했다고요?”울프는 두 눈을 부릅뜨고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운이 형, 지, 지금 장난 치신 건 아니죠? 한 달 만에 어떻게 은씨 가문과 독고 가문을 이길만한 힘을 가지게 된 거죠? 중주에서 대박이라도 나신 거예요?”울프는 전혀 믿지 못했다. 울프에게 있어서 복수를 하려면 방법이 하나밖에 없었다.그것은 바로 중주에서 권력을 키운 다음 돌아와 은씨 가문을 소멸하는 것이다.“울프야, 난 중주에 간 것이 아니라, 우연히 기회를 얻어 수사가 되었어.”운기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발을 세게 내리쳤다.“펑!”운기로 인해, 발밑의 석판 전체가 깨지고 말았다.“내력! 운이 형, 정말 내력을 가지게 되신 거예요?”울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옆에 있던 혜선과 중년 여자도, 운기 발밑의 석판이 깨진 것을 보더니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건 과학적으로는 해석이 안되는 일이다.“독고 용일은 내가 직접 참살하였고, 은경수와 은광덕도 마찬가지야.”운기의 눈빛은 의연했다.“정말요? 하하, 정말 잘 됐네요! 은씨 가문이 소멸된 것을 생각하자 가슴이 후련해요.”울프는 감격에 겨운 채 기뻐하며 말했다.“운이 형이 강해진 것을 보니 저도 너무 기쁘네요.”“울프야, 가자. 금도로 돌아가 널 찾게 된 것을 제대로 축하를 해야지!”운기는 울프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물론 좋지만, 가기 전에 처리하고 싶은 일이 좀 있어요.”울프는 말을 마친 뒤
도중에 운기는 수사가 된 과정을 울프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은씨 가문을 소멸한 일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했다.금도에 도착한 후, 운기는 울프가 지내게 될 별장을 한 채 안배하였다.별장은 운기의 고급 주택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이전에 울프는 수시로 운기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늘 운기와 같은 곳에서 지냈다.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지금 운기의 실력은 울프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혜선이도 있었기에 별장을 한 채 따로 마련해 주는 것도 더 편할 것이다.곧이어 운기는 금도 호텔에 전화를 걸어 룸을 예약해, 이번 기회에 울프와 혜선을 이어주려고 했다.……금도 호텔 입구.운기와 울프, 혜선, 그리고 독니 네 사람이 함께 호텔로 걸어갔다.독니와 울프도 사이가 좋았기에, 독니도 당연히 식사 자리에 빠지지 않았다.호텔 입구에는 수십 명의 웨이터, 그리고 환경미화원들이 나란히 두 줄로 늘어서서 운기 등을 환영했다.호텔 사장과 한 무리의 고위 임원들도 입구에 서 있었다.운기가 현재 금도의 왕이고 서남 최고의 부자이기 때문이다.이렇게 큰 호텔은 처음인 데다가,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었던 혜선은 깜짝 놀랐다.“임 선생님, 안으로 오십시오.”호텔 사장과 고위 임원들이 깍듯이 입을 열었다.운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짝짝! 짝짝짝!”호텔 안을 들어서자, 양쪽에는 직원들이 열심히 박수를 치며 쪼그리고 앉아 엉덩이를 흔들며 그들을 환영했다.운기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박수를 치며 춤을 추고 있는 웨이터에게 물었다.“아가씨 월급이 얼마예요?”“임 회장님, 제 월급은 80만 원이에요.”웨이터가 사실대로 대답했다.운기가 계속 물었다.“평소에 중요한 손님이 올 때마다 이렇게 춤을 추시는 거예요?”“네, 저희는 보통 하루에 한두 번씩 춤을 춰요.”웨이터의 말을 들은 운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모두 그만 춰요!”일을 이렇게 많이 시키면서, 월급이 고작 80만 원밖에 안되자 운기는
운기가 정말로 S국 왕자를 죽인다면, 운기는 앞으로 평생 도망치게 될 거다. 결국엔 죽음이 닥친다 해도 운기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운기에게는 남겨진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평생 도망쳐야 할 신세가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이 죽으면 그들은 또 어떤 상황에 놓일 것인가?이러한 생각에 운기는 손을 풀고, 즉시 계약서를 수정하여 금액을 10조로 고친 후 서명했다.계약서에 서명이 완료되자, S국 왕자는 곧바로 운기의 계좌로 10조를 송금했다. 곧이어 입금 문자가 도착했다.“가자.” 운기는 울프에게 말하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S국 왕자는 운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는 운기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권총을 꺼내어 운기의 등을 겨누었다.탕! 총성이 울려 퍼졌다.그러나 다시 운기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총에 맞지 않은 듯 멀쩡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S국 왕자와 경호원들은 놀란 나머지 눈을 비볐다. 방금 발사한 총알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지?“총알 찾고 있나? 여기 내 손에 있어.” 운기는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 사이에 낀 총알을 들어 보였다.“뭐, 뭐라고?” 그들은 운기의 손에 들린 총알을 보고 마치 머릿속이 폭발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곧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죽어!”운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손가락 사이의 총알을 가볍게 던졌다.푹! 총알은 그대로 총을 쏜 경호원의 이마에 박혔고,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너, 너!” S국 왕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경악했다. 경호원의 시체가 그의 발밑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몸이 떨렸다.“임운기, 네가 감히 내 사람을 죽이다니! 넌 이제 끝장났어!” S국 왕자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운기는 차가운
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임운기, 전혀 예상 못 했지?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나야. 아침에 네게 팔라고 했을 때 기회를 주었건만, 결국 벌 받는 길을 택했네.”“S국 왕자, 고작 이 카지노 몇 개 얻었다고 진짜 승리했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사이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말했다.“뭐라고? 너 따위가 나와 맞서 싸우겠다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S국 왕자는 비웃으며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해 말했다.“바로 이걸로!” 운기는 가볍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의 힘, 그것이야말로 운기의 진짜 무기였다.“주먹? 하하하! 네가 아직도 조선시대인 줄 아나 보네. 주먹 하나 믿고 싸우겠다니, 정말 웃겨서 말이 안 나오네!” S국 왕자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말은 됐고, 계약서에 서명이나 해.” 운기는 냉소를 지었다.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임운기, 여기에 아직도 200조가 적혀 있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얼마 낼 생각인데?”S국 왕자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10조?” 운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니, 100원. 그거면 충분하지.”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었다.“뭐? 100원? S국 왕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옆에 있던 울프가 화를 터뜨렸다.운기 역시 얼굴에 분노의 기색이 어렸다. 운기는 이 카지노들을 사기 위해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부었고, 빚까지 지고 있었다. 그런데 단돈 100원을 주겠다고?“지나치다니, 주도권은 내게 있잖아? 내가 100원이라도 주겠다고 하는 게 어디야?” S국 왕자는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얘기할 필요도 없겠군.” 운기는 차갑게 말했다.“임운기, 나와 거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내 손에 네 생사가 달려 있거든!” S국 왕자는 비웃으며 경고했다.“그래?” 운기는 앞에 놓인 강철로
운기는 이번 사건을 또렷이 마음에 새겼다.“이번 일은 나와 진 어르신이 전력을 다해 자네 목숨을 지켜낸 셈이야. 하지만 A국의 카지노들은 어쩔 수 없이 넘겨야 할 거야. 이 문제는 S국과의 석유 자원 협력에 관한 일이라 양보할 수가 없네.” 장호동이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장 어르신, 정말 감사드립니다.” 운기가 고마움을 전했다.“내가 자네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당연히 도와야지. 그리고 민서준에 대해서는 걱정 말게. 나와 진 어르신이 힘을 합쳐 천천히 처리할 테니 오래 버티진 못할 걸세.” 장호동이 말했다.“알겠습니다.” 운기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민서준은 운기가 혼자 상대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러니 그를 장호동과 진성훈에게 맡기는 편이 더 나았다....장호동의 집을 떠난 운기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그는 울프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사항을 지시했다.운기가 A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울프가 그를 공항에서 맞이했다.두 사람이 만난 후.“울프, 계약서는 준비됐어?” 운기가 물었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울프에게 준비를 지시해 둔 상태였다.“걱정 마세요, 운이 형. 계약서는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잠시 후, 울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카지노를 S국 왕자에게 넘기는 게 맞나요?”“나도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운기는 고개를 저었다.잠시 침묵을 지킨 뒤,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번은 단지 작은 승리일 뿐이야. 최후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걸 잊지 마. S국 왕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울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전쟁에서의 승패는 늘 왔다 갔다 하는 법이니까요. 이번 작은 승리는 크게 문제될 게 없죠.”“참, 울프야, 내가 S국 왕자 집안 상황을 조사해보라고 했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전화를 끊은 후, 운기는 이번 일에 대해 깊이 생각에 잠겼다.운기는 지금 H국과 M국이 심각하게 대립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S국과 H국 간의 협력은 매우 중요했다. H국은 S국의 석유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는 두 나라의 깊은 협력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S국이 지닌 석유 매장량은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며, 원래는 M국과 긴밀하게 협력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H국과 손을 잡게 된 것이다.단순히 S국 하나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이 문제는 H국과 M국의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H국이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잃게 된다면 석유 자원 측면에서 약점을 잡히게 되는 상황이었다.반면 운기는, 수사라는 신분을 제외하면 아무런 배경이 없는 상인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이 명확했다.비록 운기가 수사라 해도 지금은 실단에 불과했다. 현대의 무기들은 여전히 그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운기가 빨리 달릴 수 있다 해도 미사일은 피할 수 없다. 초음속 전투기조차도 피할 수 없는 이 미사일을 피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게다가 운기에게는 친구, 가족, 연인이 있다. 그들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기 혼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해도, 그들을 어떻게 지키겠는가?이런 생각에 잠기자 운기는 한없이 무력감을 느꼈다.“아직... 너무 부족해.” 운기는 자신의 두 손을 보며 중얼거렸다.만약 자신이 신단 이상의 강자였다면, 혹은 그 이상의 실력에 도달한 존재였다면, 이러한 상황을 쉽게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이런 문제들은 문제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의 운기에게 있어선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이 일은 오히려 운기의 마음속에 강해지고 싶은 열망을 더욱 불태우게 했다.“좋아,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S국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A국의 카지노들은 포기하지.” 운기는 속삭이듯 말했다.운기는 H국이 이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를 진심으로 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당장 나랑 가자!” 진수현이 얼굴을 굳히며 호통쳤다.“아버지!” 수정은 발을 구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쪽은 운기, 한쪽은 진수현이었기 그녀는 그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었다.운기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정 씨, 아버님 말씀 들으세요. 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수정은 운기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정은 진수현을 따라 집을 나섰다.그들이 떠난 후.“운기 오빠, 무슨 큰일이 생긴 거예요?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태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운기의 손을 잡았다.“별일 아니에요.” 운기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니,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 않았지만 아침에 전화가 왔던 S국 왕자의 번호임을 기억해냈다. 그가 운기에게 A국의 카지노를 팔라고 부탁했던 그 번호였다.운기는 잠시 고민한 끝에 전화를 받았다.[임운기, 내가 아침에 말했지? 순순히 팔면 큰돈을 벌 기회라고. 하지만 네가 내 경고를 무시하고 내 실력을 무시했으니 기회를 놓치게 된 거야. 이제 알겠지 내 힘이 어떤지?] S국 왕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거만하게 말했다.“어차피 내 손에 있는 카지노를 원하는 거잖아? 네가 원한 대로 카지노를 넘길테니, 내가 보낸 사람들과 직접 서류 교환하면 되겠지.” 운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니, 난 네가 직접 A국에 와서 나와 거래를 했으면 좋겠는데? 난 네 울상인 표정을 직접 보고 싶거든.] S국 왕자는 웃으며 말했다.“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때?”운기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일어났다.[왜? 화났어? 하하, 네가 화를 내면 나는 오히려 더 기쁘거든!]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음을 터트렸다.S국 왕자의 웃음소리에 운기는 두 손을 꽉 쥐며 분노로 손이 떨렸다. S국 왕자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지금 나한테 따질 자격조차 없어. 순순히 A국으로 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운기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수현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S국이 H국에 위협을 주기 시작했어. 목표는 바로 너야!”“뭐라고요?” 운기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최근 H국과 S국은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H국이 S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너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어.” 진수현이 설명했다.운기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수현의 말을 들으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수현은 계속해서 말했다. “운기야, 우리 아버님과 장호동 어르신께서 너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네 안전을 보장할 수밖에 없어. 물론, 네가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넘긴다는 조건이 붙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위험할 거다.”“빌어먹을!” 운기는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밥그릇이 덩달아 흔들리며 떨어졌다.S국 왕자가 이런 수를 쓸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운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옆에서 수정이 운기의 팔을 살짝 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 일은 운기 씨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이건 운기 씨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에요. 우선은 목숨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요.”운기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수정 씨. 절대 무리하지 않을게요.”진수현도 다시 입을 열었다. “운기야, 네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S국 왕자와 비교하면 신분이나 배경 차이가 어마어마해. 이건 네가 아무리 애써도 메울 수 없는 격차야. 이 점을 명확히 알아차려야 해.”운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수현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분과 S국 왕자의 신분을 비교하면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S국 왕자의 아버지 한마디면, 먼 곳에서도 운기를 완전히 억누를 수 있었다.“운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진수현이 물었다.
운기는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파는 것은 그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S국 왕자가 자신에게 신세를 진 거라며 아첨을 해도, 운기는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운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하러 갔다.다른 한편, A국.S국 왕자가 머무는 호텔 스위트름.쾅! S국 왕자는 테이블 위에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리치고,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며 방 안에 있던 꽃병과 장식품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빌어먹을! 이 망할 놈!” S국 왕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마음속의 울분을 터뜨렸다.그가 이미 낮은 자세로 운기에게 부탁까지 했지만, 운기는 여전히 거래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그는 더욱 화가 났다. 그리고 200조 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은 애초에 감당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이런 엉터리 같은 조언을 해준 게 문제야! 네가 내 체면만 구겨놓은 거라고!” S국 왕자는 검은 슈트를 입은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죄송합니다, 왕자님. 보통 사업가는 이익이 우선일 텐데, 설마 그 녀석이 200조를 제안해도 거절할 줄은 몰랐습니다.” 경호원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당장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안 그러면 네 놈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S국 왕자는 경호원을 향해 소리치며 위협했다.경호원은 그 말을 듣자 더더욱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왕자님, 그 녀석은 끝까지 팔지 않을 태세이니 협상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방법으로 왕자님께서 어르신께 연락을 드려 H국을 상대로 위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임운기는 결국 평범한 사람이고 특별한 배경도 없으니, H국은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위해 저희를 도와줄 가능성이 높습니다.”“어쩔 수 없지, 결국 아버지께 부탁을 드리는 수밖에 없겠군.” S국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사실 이번 일로 아버지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분명 아버지는 S국 왕자를 무능하다며 호되게 꾸짖을 것이기 때문이
“왕자님,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왕자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임운기에게서 A국의 카지노를 사들인 후에야 임운기와 등을 돌리고 천천히 처리하시면 됩니다.” 경호원이 조언했다.S국 왕자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내 미래를 위해서 잠시 참아주지.”...한편, 수원.점심 무렵, 운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태나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운기는 침대 옆에 남겨진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를 집어 들어 읽어보니, 거기에는 귀여운 메시지와 함께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태나가 남긴 것이 분명했다.[자기야, 나 점심 준비하러 내려가 볼게요. 일어나면 꼭 내려와서 밥 먹어요!]운기는 쪽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영 씨는 정말 착한 분이야. 절대 실망시키지 말아야지.”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또 다른 문제는 설아, 정문, 서연, 그리고 조영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였다. 그녀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줄 거라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도 조금 부끄러웠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니 A국에서 걸려온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운기가 전화를 받자 S국 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운기씨죠? 전 S국 왕자입니다.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할 이야기라니? A국 카지노를 사고 싶어서 연락한 거죠?” 운기가 웃으며 물었다. 사실 운기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A국 카지노를 통합하는 문제는 S국 왕자의 명성과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었다. 비록 그가 울프를 통해 답을 전했더라도, 이렇게 다시 연락해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맞습니다, 전 운기 씨가 가지고 계신 카지노 전부를 사고 싶습니다. 가격은 원하시는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저희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이란 없는 법이잖아요, 어쨌든 이익이 우선인 법 아니겠어요?]S국 왕자가 말했다.“일리가 있네요. 음... 그럼 이 정도로 하죠. 200조
게다가 태나가 정말로 목적이 있어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인지 아닌지는,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다. 그런 목적이 있었다 해도, 운기는 손해를 본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첫 경험을 빼앗아 간 셈이니 말이다.“정말이에요?” 태나는 눈물을 닦은 채 밝게 웃으며 맑고 반짝이는 눈으로 운기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물론이죠. 다만... 저를 싫어하거나 원망하진 않으시죠?” 운기가 조심스레 물었다.“제가 왜 운기 오빠를 싫어하겠어요. 오히려 제가 더 걱정이었어요. 오빠는 대단한 분인데, 저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서...” 태나는 스스로가 초라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요. 앞으로 아영 씨는 제 여자이고 제가 끝까지 책임질 거예요.” 운기는 그렇게 말하고 태나를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네... 정말 고마워요.” 태나는 운기의 품속에 얼굴을 파묻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태나는 자신이 써먹은 이 ‘밀당’이 위험한 한 수였지만, 결국 성공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제 운기의 여자가 되어 그의 신뢰를 얻기만 하면, 언젠가 YJ신약의 제조법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태나는 그 제조법을 가지고 D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YJ신약을 D국 전역에 판매해 큰돈을 벌 생각이었다. 태나는 그 돈으로 천씨 가문을 인수해, 자신을 무시했던 천태성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녀는 천태성과 천씨 가문 모두에게 자신이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참, 아영 씨에게 솔직히 말할 게 있어요. 사실 저에겐 이미 네 명의 여자친구가 있어요.” 운기는 고백하듯 말했다.“운기 오빠, 저는 오빠의 여자로서 오빠 곁에만 있으면 돼요. 오빠 마음에 제가 조금이라도 자리 잡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그냥 오빠와의 집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할게요.” 태나는 상냥하게 말했다.목적을 가지고 있는 태나로선 운기에게 거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