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부인은 윤도훈과 한번 부딪히고 난 뒤 오른팔이 한동안 저렸다.10여 미터 뒤로 날아가서야 겨우 두 다리를 땅에 닿을 수 있었던 중년 부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민기와 소태석을 비롯한 사람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특히 윤민기는 윤도훈을 미친 듯이 노려보면서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표정까지 일그러져 있었다.한편 나청현과 백아름 등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윤도훈이 갑자기 이러한 공격을 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었다.무엇보다도 윤도훈이 보여주고 있는 실력에 놀라워 마지 못한 것이었다.백아름은 지금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는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뭐?’‘윤도훈이 금단 강자를?’‘나쁜 놈! 나한테 숨긴 거야?’나청현과 비길 정도로밖에 안 되는 실력을 보여준 윤도훈이었으니 말이다.따라서 백아름은 자신이 금당 경지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윤도훈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실력을 숨겼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못했다.“윤도훈, 너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거야?”윤민기는 눈알을 붉히고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온몸에 강한 살기가 솟구치고 있었다.소태석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윤도훈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다.“윤보검 내놔!”소태석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내 딸 데리고 와.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해.”윤도훈은 덤덤한 모습으로 의심할 여지 없이 말했다.“데리고 오긴 뭘 데리고 와! 네 아내 데리고 갔다고 한들 달라지는 게 있을 것 같아? 난 똑같이 너도 저년도 죽일 수 있어!”윤민기는 이때 코를 훌쩍이며 윤도훈을 향해 무섭게 욕설을 퍼부었다.“움직이지 마! 윤보검 확 죽여버리기 전에!”“우리 율이부터 데리고 와. 데리고 오면 그때 다시 얘기할게.”윤도훈은 냉담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제길! 어디 한 번 그럴 능력 있으면 끝까지 해 봐!”윤민기의 표정은 지금 놀라울 정도로 무섭다.말이 떨어지자마자 윤민기의 손에 갑자기 장검 하나가 나타나더니 바로 윤도훈을
윤민기의 말에 소태석을 비롯한 네 사람은 한동안 표정이 변화무쌍했다.이윽고 네 사람의 시선은 동시에 윤도훈에게로 향했다.윤보검이 죽었으니 더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었다.유일한 방법은 윤민기의 말대로 윤도훈 등을 모두 죽이고 윤보검의 죽음을 윤도훈에게 돌리는 것이다.“죽여!”소태석은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서 동료들과 함께 뛰어들었다.순간 5명의 금단 고수는 동시에 윤도훈을 주시하게 되었다.조금 전 윤도훈에게 맞은 중년 부인을 보고서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일단은 힘을 합치고 가장 빠른 속도로 윤도훈을 해치우기로 결정했다.그 상황을 보고서 백아름은 살짝 망설이다가 결국 윤도훈을 돕기로 하면서 달려들었다.“백소주, 도와줄 필요 없어. 나 혼자서도 대응할 수 있어. 일단 나 장관님과 내 아내까지 챙겨서 다 데리고 떠나.”백아름이 나서려고 할 때 윤도훈이 거만한 어조로 소리쳤다.이윽고 5명의 금단 강자와 맞서면서 먼저 빙하용최검을 꺼내 들면서 후토지체까지 불러일으켰다.그는 정말로 일대오로 싸울 생각이다....한편.누군가의 그림자가 갑자기 동굴 입구에 나타났다.천만 온몸에 두르고 손에는 지팡이와 같은 초혼번을 들고 있었는데, 눈빛에는 생명에 대한 담담한 빛이 가득했다.“뭡니까?”동굴 입구를 지키던 몇 명의 전사는 멍해지고 말았다.고행승의 얼굴에는 잔인한 웃음이 떠올랐고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았는데 그 전사들은 바로 죽어버렸다.장애물을 처리하고 나서 고행승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30초 뒤.고행승은 자욱한 빛의 장막 앞에 서게 되었는데, 발밑에는 시체 몇 구가 더 있었다.심지어 전사 시체에서 한 가닥의 영혼까지 빼내어 초혼번 안에 넣었다.“이 영혼들을 제물로 바치면 충분하겠지?”고행승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뒤로 초혼번을 땅에 꽂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난해한 범어를 읽기 시작했다.만약 도량이 높은 사람이 지금 이곳에 있다면 유혼 하나하나가 초호번에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윤도훈 손에 든 빙하용최검은 번갯불이 번쩍였고 불굴의 위력을 지닌 채 가장 선두로 온 소태석을 향해 달려들었다.소태석은 그 공격을 마주하면서 바로 사색이 되어버렸고 간담이 서늘해지고 말았다.그러나 주저하지 않고 바로 최강의 한 방을 날렸다.순간 금빛 광채를 뿜어내며 짙은 금 원소의 속성을 솟구치며 윤도훈의 공격을 맞이했다.땡-이윽고 칼과 칼이 맞부딪치며 날카로운 소리가 귀를 찌르게 되었다.소태석이 들고 있던 장검은 순식간에 부러졌고 윤도훈의 빙하용최검은 소태석의 머리를 향해 사정없이 스쳐 지나갔다.피식-그렇게 머리 하나가 바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금단 초기의 강자 중 한 명은 윤도훈의 공격 한 방에 몸과 머리가 두 동강이 되어버렸다.결단 후기 절정에 있었던 윤도훈은 금단 초기 강자를 한 단계 뛰어넘으면서 죽일 수 있었다.그러나 오늘 경지를 돌파하고 같은 공격을 했는데 무려 사람을 두 동강이 내고 말았다.지금 이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윤도훈을 향해 막 쳐들어오려던 윤민기와 다른 두 중년 남자, 그리고 그 중년 부인은 수간 모든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그들은 소태석이 이렇게 죽게 될 것이라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심지어 손을 쓸 틈도 주지 않고 말이다.네 사람의 얼굴에는 짙은 놀라움이 가득했고 으스스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윤도훈 뒤에 있던 나청현, 백아름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윤도훈을 도와주러 오려던 백아름은 바로 단념하고 이진희를 데리고 발길을 돌렸다.나청현 등은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만큼 마음도 놓였다.워낙 윤도훈을 숭배하던 진석진은 그를 더욱더 숭배하게 되었다.‘역시 윤도훈! 살아있는 신화 같아...’“이제 네 번이면 끝나겠네?”이때 윤도훈은 칼날을 바닥으로 향하고서 남은 네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손에 들고 있는 빙하용최검에서는 아직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그리고 윤도훈의 얼굴에는 패기와 사악한 웃음이 가득했다.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금단 강자 4명을 진섭할
“이건 무슨 파동이지?”백아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무언가를 추측해 낸 듯했다.펑펑-이때, 구숙과 원숙은 윤도훈의 공격에 각자 자신의 공격을 가했다.한 명은 검으로 다른 한 명은 주먹으로 말이다.그러나 마주치는 순간 은둔 윤씨 가문 고수의 공격은 그대로 칼에 맞아 흩어지고 말았다.다 같은 금단 초기임에도 그들의 공격은 윤도훈의 공격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것 같았다.곧이어 강한 기세로 칼은 두 사람을 향해 사정없이 공격해 갔다.두 사람이 방어하고 막아도 몸은 거꾸로 날아가 각각 피를 뿜어냈다.원숙이라고 하는 사람의 복부는 칼날에 의해 크게 베이기까지 했다.그 장면을 보고서 윤민기는 약을 먹은 이유인지 아직도 약간 흥분한 빛을 띠고 있었으나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강하게 수축되는 순간이었다.이윽고 그는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다른 방향으로 맹렬하게 달리기 시작했다.이때 원숙과 구숙에게 잠깐 잡혔던 윤도훈을 향해 중년 부인이 달려왔다.“당장 가서 사람부터 잡아! 여긴 나랑 민기가 책임질게!”“민기야!”중년 부인은 소리치면서 윤도훈 바로 코 앞까지 왔지만 함께 왔어야 할 윤미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순간 중년 부인은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분노와 공포의 기색으로 가득해지고 말았다.“죽어!”두 눈에는 살의를 가득 품고서 윤도훈은 중년 부인을 향해 칼을 겨누었다.중년 부인은 온몸에 푸른 빛을 뿜으며 평생의 실력을 막연히 폭발시켰고다.손에 꼭 쥐고 있는 검으로 웅장한 진기를 뿜어내며 윤도훈의 공격을 막아내려고 했다.땡-빙하용최검은 그대로 중년 부인의 검을 가로질러버렸고 힘없이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바닥에 구덩이가 크게 날 정돌 말이다.윤도훈의 공격에는 후토지체가 함유되어 있어서 그 공격의 힘은 무겁기 그지없었다.중년 부인의 얼굴은 놀라움과 절망으로 가득 찼다.칼에 맞아 무릎을 꿇은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끝장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때 중년 부인은 손아귀가 찢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을
원숙은 자폭한 중년 부인에게 영향을 받은 윤도훈이 겨우 피만 뱉어낸 것을 보고 속으로 혀를 찼다.‘변태.’‘미친놈 아니야?’방어력과 육체의 강도가 이렇게까지 어마어마하게 높아졌으니 말이다.금단강자가 자폭에 몰린 것은 결국 다 같이 죽자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이런 극단적인 수단에서도 윤도훈은 겨우 미미한 상처만 입게 되었으니 놀라워 마지 못할 수가 없는 것이다.소태석을 단칼에 해치우는 것만으로도 그 힘이 더없이 강했는데, 방어력까지 이토록 빈틈없을 줄은 몰랐다.윤도훈에게 빈틈이라는 것이 정말로 단 하나도 없을까?이로 인해 원숙은 절망으로 내몰렸고 더는 윤도훈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바로 뒤돌아서서 도망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지금까지 싸웠음에 불구하고 소태석과 중년 부인도 죽고 윤민기마저 도망쳐버렸으니 혼자서 굳이 싸울 이유가 없게 되었다.윤도훈은 무려 혼자의 힘으로 5명의 금단 강자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렸다.구숙은 원숙가 말하기도 전에 그와 같은 선택을 하고 도망치고 있었다.윤도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콧방귀만 뀌고서 따라가지 않으려고 했다.“윤도훈 쫓지 마! 유적지 쪽이 이상해.”백아름은 바로 다급한 목소리로 귀띔해 주었다.그 말에 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유적지 쪽을 바라보면서 눈빛이 차가워졌다.한편.윤민기는 금단 중기 강자로서 윤도훈의 공격을 보고서 어느 정도 그의 실력에 대해 가늠을 가지게 되었다.자기가 직접 맞선다고 하더라도 절개 윤도훈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도훈의 주요 타킷이 바로 자기라는 것도 느끼게 되었었다.앞서 중년 부인을 먼저 내세운 것도 기이하고 강한 파동을 느끼고 유적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간 것이었다.가장 빠른 속도로 말이다.십여 킬로미터의 거리는 금단 강자에게 불과 5, 6분의 거리나 다름이 없다.윤민기는 그 곳에 도착한 후 에너지를 느끼고 바로 동굴로 들어갔다.동굴 안에는 많은 군영 병사들이 상황을 발견하고 달려와 있었다.윤민기는 잔인하고 악랄
무엇보다도 은둔 윤씨 가문의 두 명의 금단 강자는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윤도훈은 이진희를 데리고 함께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설령 위험하더라도, 두 사람이 함께 맞서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이진희는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윤도훈과 함께라면 그곳이 설려 불바다라고 하더라도 두렵지 않았다.“그래!”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청현과 백아름 등이 아직 의논하고 망설이고 있을 때, 두말없이 이진희의 손을 잡고 결계로 뛰어들었다.가벼운 현기증과 함께 몸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갑자기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하늘빛이 어두컴컴하고 공간 전체가 기괴한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주변 풍경도 짙은 자주색을 띠고 있으며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발 밑의 땅은 피로 물든 듯 검붉은 색을 띠고 있었는데 이 모든 건 중요하지 않았다.지금 가장 윤도훈을 당황하게 한 건 바로 이진희가 자기 곁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두 사람은 결코 함께 있지 않았다.이런 상황은 지난번 청황 대회에서 개인 시련을 진행했을 때와 약간 유사하다. 윤도훈은 신약산 비경에 들어간 후 일행과 무작위로 나뉘어 졌었었다.“젠장! 대체 여기가 어디지?”“진희야! 꼭 무사해야해!”윤도훈은 이를 악물며 욕설을 퍼부은 뒤 1초간 숨을 가다듬고 서둘러 이진희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그리고 나청현과 백아름 등도 유적지의 결계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진석진을 선두로한 요검 특수 작전 부대와 경천위 중 실력이 막강한 대원들까지 포함하여 모두 다.자홍색의 기이한 식물이 가득한 계곡에서 고행승 반나로는 맨발에 초혼번을 들고 공간 속 영혼의 에너지를 따라서 무언가를 쫓고 있었다.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에 돌진하고 있었던 것이다.의심할 여지 없이 원령이 비명을 지르며 그를 향해 돌진해 왔습니다.반나로는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고 초혼번을 흔들자, 그 원령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초혼번이 희미하게 밝아지면서 내뿜는 기운이 다시 강해지는
“아빠, 율이 너무 아파요! 율이 죽을 것 같아요...”“율이 나을 수 없는 거예요?”“율이는 이렇게 아픈 거 싫어요. 아빠 율이 때문에 돈 더 쓰지 마요.”“율이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중환자실에는 작은 아이가 누워있었다. 아이의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코와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온몸이 출혈점으로 뒤덮여 있었다.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윤도훈의 손을 꽉 잡았다. 큰 눈망울에는 괴로움과 아빠에 대한 미련이 가득했다.윤도훈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팠고 왼쪽 신장을 도려냈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율이 착하지, 아빠가 율이 꼭 낫게 해줄게. 율이 다 나으면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가 율이 위해서 닭강정 해줄게, 어때?”윤도훈은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아빠 거짓말하지 마세요. 율이 낫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돈 아껴 써요. 율이 죽으면 아빠 계속 살아야 하잖아요. 아빠, 율이한테 더 돈 쓰지 말아요...”아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하고 있던 용이 조각된 옥 목걸이를 뺐다.“이 목걸이는 율이가 하고 있어도 소용없어요. 아빠가 하고 있으세요. 목걸이가 아빠를 지켜줄 거예요!”옥으로 만들어진 그 목걸이는 윤도훈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다. 윤씨 일가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그것은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해준다고 했다.율이가 앓게 되면서 윤도훈은 부디 목걸이가 아이를 지켜주길 바라며 그것을 아이에게 건넸다.하지만 지금 보니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한다는 건 그저 염원인 뿐이었다율이의 말을 들은 윤도훈은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는 율이의 체온이 남아있는 목걸이를 손에 꽉 쥔 채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율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그리고 아이가 철이 들수록 윤도훈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무거운 무언가가 심장을 꽉 짓누르
“뭐라고요? 멀쩡한 데다가 이미 정신을 차렸다고요?”도시 중심부 병원 안, 이진희의 기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놀라서 물었다.“환자는 별일 없습니다. 외상을 조금 입은 것 말고는 멀쩡합니다.”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가요? 그 사람 차에 치였을 때 상태가 엄청 심각해 보였고 피도 많이 났어요.”기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말씀하셨다시피 그냥 겉으로 보기에만 그랬을 거예요.”이진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의사의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걸 확인한 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제가 가볼게요.”병실 문이 열리고 이진희는 멍한 얼굴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윤도훈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게다가 몸 상태도 어쩐지 이상했다.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떠올랐다.용혼소울링, 용황경, 용안관천술...이게 다 뭘까?게다가 계속 은근히 아팠던 왼쪽 신장에서 한 줄기 열기가 흘러나와 사지로 퍼져나가는 듯해 불편했다.윤도훈이 제대로 살펴보려 할 때 이진희가 들어왔다.고개를 든 윤도훈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아름답다!과거 윤도훈의 혼을 쏙 빼놓았던 주선미도 눈앞의 미인과 비교하면 삽시에 빛이 바랠 것이다.“당신은...”윤도훈은 입을 뻐끔거리며 불확실한 어조로 물었다.이진희는 대답 대신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자해 공갈하려던 사람 맞죠?”잠시 넋을 놓고 있던 윤도훈은 한참 뒤에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상대방이 운전하는 차량을 향해 돌진했으니 자해 공갈단으로 여기는 게 당연했다.“아뇨...”윤도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 그러면 정말 죽고 싶었던 거예요?”이진희가 무덤덤한 얼굴로 물었다.“네...”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죽지 못했으니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계속 자살 시도할 생각인가요?”이진희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녀의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