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도 형수도 앞으로 조용히 지내는 게 좋을 것 같고요.”허씨 가문의 차세대 가주가 바로 허안강이라고 모두가 알고 있다.진철이 아직 죽은 건 아니지만 천운시에만 머물러 있어 거의 모든 일을 허안강이 관리하고 있다.이 또한 허승재가 막무가내로 눈에 뵈는 것 없이 기고만장하게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하다.명문대가에서 상속자 자리를 중심에 두고 싸우는 이야기가 빠지며 섭섭하다.허씨 가문 둘째인 허안문은 바로 이번 기회를 빌려 가주의 자리를 빼앗아 오려는 것이다.다만 단도직입적으로 의사를, 욕심을 밝힌 것이 아니라 진철에게 계속 머물라고 하고 허안강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그럼, 허안강에게는 더 이상 가주를 물려받을 기회가 없게 되는 것이다.“안문아, 너 그게 무슨 뜻이야?”허안강은 그의 말을 듣고서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분노하며 물었다.“제가 뭐 잘못 말했어요? 형님이 오냐오냐 키운 아들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러게 가정 교육에 좀 신경 쓰지 그랬어요. 아버지께서 단호하게 결정 내리시지 않았더라면 우리 가문도 뒤엎어졌을 거라고요. 우리 가문을 다시 아버지 손에 넘겼으면 하는 게 뭐가 잘못됐어요?”허안문이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맞아요. 저도 찬성해요.”“어르신께서 맡아주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형님, 일단 좀 잠자코 계세요. 윤도훈 그놈이 우릴 좀 잊고 나서 다시 얘기하죠.”다른 이들고 잇따라 맞장구를 쳤다.진철은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허안강을 향해 무거운 소리로 입을 열었다.“안강아, 네가 그동안 맡았던 모든 일은 일단 그만두거라. 안문이 한데 넘기고 넌 네 아내 데리고 여행이나 가든지 하거라.”진철의 말을 듣고서 허안강과 배정옥의 얼굴은 비할 데 없이 굳어졌다.‘넘겨?’권력이라는 건 일단 손을 떠나면 다시 손에 넣기 힘든 것이다.허안강은 가문 내에서 자기 세력을 잃었다.그 이유는 바로 아들인 허승재가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려서....같은 날 오후.집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허안강과 배정옥.
허안강과 배정옥은 한바탕 싸우고 나서 각자 욕설을 퍼부으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배정옥은 방문을 닫고서 허승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아들, 괜찮아? 지낼 만해?”“음.”“걱정하지 마. 안전하게 잘 도착했고 외할아버지도 삼촌들도 엄청 잘 해 주셔.”“그럼, 됐어.”배정옥은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머리를 돌리는데.“아들, 당분간 돌아오지 마. 오늘 수도권에서 큰일이 났었어. 윤도훈 그 미친놈이 정말로 찾아왔었어. 네 할아버지가 나서서 좋게 좋게 보내긴 했는데 그래도 오지 마.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무슨 일 있었는데?”허승재는 윤도훈 이름 석 자를 듣고서 말투가 어두워졌다.아들의 정서를 느낀 배정옥은 진지하게 그를 경고했다.“아들, 윤도훈에 대한 미움은 잠시 내려놓는 게 좋을 것 같아. 오늘 현씨 가문 완전히 뒤덮어졌어. 끝, 완전히 끝났다고. 저택도 와르르 무너지고 현숙애 모자는 그 자리에서 죽고 현씨 가문 가주는 심지어 잡혀갔어.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도 일단 현씨 가문과 관련이 되면 모두 수배가 떨어진 상태고.”그 말을 듣고서 전화기 너머 허승재는 놀라워 마지 못했다.“네? 말도 안 돼...”윤도훈에게 미움을 산 이유만으로 현씨 가문 전체가 끝장났다고?배정옥은 계속 천천히 타일렀다.“아들, 허씨 가문은 현씨 가문만큼 강한 것도 아니야. 넌 그냥 그곳에서 잠자코 지내. 절대 돌아오지 말고. 허씨 가문에서도 이미 널 지켜줄 힘이 없다는 걸 윤도훈이 아게 된다면 네 아빠도 아빠네 친척들도 절대 널 지켜주지 못할 거야. 네 아빠 가문에서 이미 힘을 잃었어.”그러다가 배정옥은 갑자기 콧방귀를 뀌며 덧붙였다.“근데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 배씨 가문은 Z시에서 가장 큰 가문이거든. 게다가 우리 배후에는 호씨 가문이 있어. 네가 그곳에만 있으면 윤도훈이 널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괜찮을 거야. 절대 널 어떻게 굴지 못할 거야. 그대로 가능한 한 고개 좀 숙이고 지내.”허승재는 숨을 깊
“우리 외손자 승재야. 허승재. 좀 쉬러 온 거야.”배정남은 덤덤하게 소개했으나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친구인 장로인 성격이 괴벽하고 남에서 차가운 사람인데, 갑자기 주동적으로 허승재에 대해 묻고 있으니 말이다.그 말을 듣고서 백발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승재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장로의 시선은 허승재의 두 다리 사이로 향했는데, 흐뭇하고 보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게 분명해.”허승재는 장로의 시선에 저도 모르게 두 다리를 오므리고 순간 불쾌함이 밀려들었다.‘미친놈, 어딜 보는 거야? 설마 변태 아니야?’바로 이때 백발 장로는 귀를 찌르는 듯한 목소리로 허승재에게 물었다.“애야, 내 제자로 들어오지 않겠느냐?”“제자요? 어르신은 누구신데요?”허승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그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배정남은 백발 장로를 바라보았다.미처 허승재를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할 것으로 생각지도 못한 눈빛으로.그러다가 곧 정신을 되찾으며 허승재에게 소리를 치는데.“승재야, 무례하게 대해서는 안 되는 분이시다. 이분은 천결파의 이희철 장로이자 나의 친구이기도 하며 절세 강자이시다. 희철의 실력은 가히 속세에서 말하고 있는 종사나 신적 경지보다 훨씬 강력하다. 완전 다른 레벨이라고.”순간 허승재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놀라운 얼굴로 이희철을 바라보았다.“네? 절세 강자시라고요?”말하면서 침까지 꿀꺽꿀꺽 삼켰다.“어르신, 제가 어르신의 제자로 들어간다면 앞으로 저도 무림 고수가 될 수 있습니까?”이희철은 크게 웃었으나 귀를 찌른 듯한 소리에 저절로 거슬리기만 했다.“당연하지. 네가 지니고 있는 재능으로 우리 천결파로 가서 수련하기만 한다면 앞으로 나보다 더 훌륭해질 거야.”흥분해 마지 못한 허승재는 바로 이희철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제자 허승재, 사부님께 인사 올리겠습니다.”이희철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며 허승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마치 진귀한 보물을 바라보고 있듯이.
한편, 뒷일을 모조리 마치고서 윤도훈은 수도권 군사 구역을 떠났다.모든 일을 끝으로 윤도훈의 벤틀리 뮬상 또한 폐기물이 되어 버렸다.현씨 가문에 이르자마자 차를 바로 문 앞에 주차했었는데, 미처 안에서 폭발이 일어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저택 밖으로 나와보니 롤스롤리스 한 대가 윤도훈을 기다리고 있었다.차 안에 있던 사람은 그를 보자마자 부랴부랴 차에서 내려 공손하게 있사를 했다.동현국과 그의 아내 현진주였다.“윤 선생님, 안녕하세요. 소식 듣자마자 선생님 뵈려고 급히 달려왔어요.”“실례가 안 된다면 댁으로 좀 모셔도 될까요? 제가 꼭 좀 접대해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동현국이 윤도훈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부탁했다.현진주 역시 윤도훈을 집으로 접대하려고 온갖 아첨을 다 떨었다.윤도훈은 본래 바로 도운시로 돌아가려고 역으로 출발하려고 했었다.두 사람이 하도 간절하고 열정적으로 붙잡는 바람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수도권으로 오기 전에 윤도훈은 이미 넉넉하게 시간을 남겨 두었기에 도운시는 잠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그날 밤, 윤도훈은 동현국네 집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감격스러운 마음과 성의를 표현하기 위해 현진주가 직접 상을 차렸다.동현국은 강진시의 갑부로서 손님을 대접할 때 보통 저명한 호텔을 선택한다.이처럼 집으로 초대하여 아내에게 직접 음식까지 준비하라고 하는 건 최고의 예의라고 할 수 있다.“사모님, 음식 솜씨 제법이시네요.”윤도훈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처음 만났을 때 초췌하기 그지없었던 모습과 달리 현진주는 무척이나 건강해 보였다.윤도훈을 바라보는 현진주의 눈빛에는 시종일관 그 감정이 깊이 배겨 있었다. 감격.“고마워요. 급히 준비하느라 걱정 많이 했는데 입에 맞으시다니 너무 고맙네요. 괜찮으시다면 오신 김에 저희 집에서 좀 머물다 가시는 건 어때요?”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폐를 끼치다니 전혀요. 우리 집사람 구해주신 분이신데 제가 뭐라도 해드려야죠. 윤
다음 날 오전 윤도훈은 동현국 부부의 뜻을 거절하고 도운시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려고 했다.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손광선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는데.이미 천운시로 돌아간 그에게서 무슨 일로 전화가 왔는지 궁금했다.“윤 신의, 이른 아침부터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수신 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 손광선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도훈의 의술에 대해 탄복한 손광선이다.특히나 윤도훈과 교류를 하고 나서는 ‘탁’하고 트이는 것처럼 그를 사부로 모실 만큼.“전혀요. 근데 무슨 일로 전화하셨는지?”윤도훈이 웃으며 말했다.“별로 큰일은 아닙니다만 윤 신의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러는데요...”이윽고 손광선은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알고 보니 강양시에서 친구 한 명을 사귀었는데 이름은 구교훈으로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저명한 ‘신의’라고 한다.그뿐만 아니라 구교훈은 강진시 한의약 협회 회장이기도 하다.오늘 점심에 구교훈의 주최로 교류회가 열리게 되어 있고 손광선도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부득이한 일로 손광선은 미처 참석할 수 없게 되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윤도훈에게 참석 여부를 물으려고 연락한 것이다.“윤 신의께서 백 년이 넘은 약재를 찾으신다고 하셨죠? 점심에 열릴 교류회에서 교훈이가 천년설련을 내놓을 거예요. 도운시에서 강양시까지 그리 멀지도 않고 해서 연락드리는 길인데, 참석하시겠어요?”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구미가 당겨다.“천년설련이요? 마침 잘 됐네요. 저 지금 수도권에 있거든요. 괜찮으시다면 참석하고 싶은데.”“물론이죠. 교훈이한테 연락해 놓을게요. 곧 전화 갈 거예요.”손광선은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구교훈이었다.손솽선이 어떻게 윤도훈을 소개했는지 강진시 한의약 협회 회장인 구교훈은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였다.윤도훈이 교류회에 참석하는 걸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모시러 오겠다고 했다.한편.구교훈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그린 제약회사 배후에
언짢은 모습이 가득한 채 구연희는 재벌 2세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서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가고 싶지 않지만, 구교훈의 명령이라 따라야만 했다.“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네가 직접 가야 하는 거야?”“어느 가문의 도련님인가?”“이수 도련님급이라도 되는 거야? 그런 급이 아니라면 이건 좀 오버인 거 같은데.”재벌 2세들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그들의 말을 듣고서 훈훈한 외모에 력셔리하게 차려입은 한 청년의 얼굴에서 거만한 모습이 드러났다.청년의 이름은 정이수로 수도권 정씨 가문의 도련님이자 구연희의 추구자이기도 하다.정씨 가문은 허씨 가문과 현씨 가문처럼 수도권 사대 가문 중의 하나이다.물론, 지금은 삼대 가문이라고 해야 한다. 어제 현씨 가문이 없어졌으니.그들도 그 소식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우리 할아버지가 그랬는데, 무슨 의학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청년이래. 성이 윤 씨라고 했던가...”구연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조금 전 구교훈이 전화에서 윤도훈의 이름을 말했을 때 듣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성 씨만 겨우 기억하고.그 말을 듣고서 사람들은 순간 피식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윤 씨? 수도권에 윤씨 가문이나 거물이 있었나?”“처음 들어 보는데.”“설마 사기꾼 아니야? 어르신께서 속으신 거 아니야?”“말도 안 돼. 의학계에서 명성이 자자해지려면, 그것도 한의약 계에서 뛰어나려면 연륜이 그만큼 따라줘야 하는데, 청년이라니.”재벌 2세들은 마냥 우습기만 했다.짜증이 얼굴에 가득한 구연희는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여는데.“됐어.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그만들 좀 해.”얼짱이 화를 내자, 재벌 2세들은 순간 합죽이가 되어 버렸다.바로 이때 정이수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연희야, 다들 널 위해서 하는 소리였어. 혼자 가기 싫으면 나랑 같이 갈까? 어떤 놈인지 궁금하기도 하고.”구연희의 추구로서 당연히 그녀가 홀로 젊은 남자를 데리러 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정이수는 이때부터 아직 보지도 못한 윤도훈에 대해 적대감이 들기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는 재벌 2세들의 눈빛에는 조롱이 가득하다.“하하, 어디 감히 우리 연희님의 차에 오르려고 그러는 거지?”“그러게 말이야. 하마터면 차 바꿀 뻔했어.”“감당할 수 있겠어요?”“얼른 택시비부터 주우세요. 바람에 날아가 버리면 걸어서 오셔야 할 거예요.”언어로 끊임없이 폭행하며 돈을 가리키며 히히덕덕거렸다.그들은 평소에 정이수 ‘부하’들처럼 졸졸 따라다니는데 정이수가 윤도훈을 짓밟자 따라서 짓밟고 있는 것이다.어차피 한눈에 봐도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기 때문이다.촌스러운 옷차림에 차 한 대조차 없으니.매일 돈 많고 세력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다 보니 스스로 안목이 뛰어나다고 여기고 있다.그 누구도 윤도훈을 안중에 두지 않고 있다.윤도훈은 지금 무서울 정도로 덤덤하고 평온한 모습이다.구교훈이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인 줄 알았는데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마중하러 온 사람인데, 차에 오르지도 못하게 하고 있으니.“할아버지께서 마중 가라고 하셨지, 어떻게 모셔오라고는 따로 당부하지 않으셨거든요.”“목적지로 모셔다 드리는 것이 제 임무이니 택시 타고 따라오시죠.”구연희는 도도한 모습으로 언짢아하며 말했다.“그래요. 앞장서시죠.”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눈 감아 주기로 했다.그의 목적은 교류회에 참석하여 천년설련을 보는 것이므로.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어온 그이기에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긴 그이기에 이 정도는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다.윤도훈에게 있어서 그들은 중2병 말기나 다름이 없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고.윤도훈은 허리를 숙여 10만 원짜리 지폐를 주었다.이윽고 손을 ‘탁’하고 튕기자, 그 돈은 그대로 정이수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돈은 더러울 수 있으나 그만큼 신성하기도 하다. 적어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 윤도훈의 마인드이다.그 모습을 보고서 구연희를 비롯한 모든 이들은 어안이 벙벙해지며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지만 그 또한 잠시 또다시 조롱하는 웃음이 들려왔다.“뭐야? 마술이야?”“설마 군대에서 배
수도권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소식을 접해 듣고 강진시 한의약 협회에 참석 여부를 밝히기만 하면 구교환은 모두 동의했다.이천강과 이은정도 바로 그러한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두 사람은 요즘 무척이나 바삐 돌았다.이천강이 강제로 물러앉으면서 수입이 딱 끊기기는 했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이 있으므로 그 돈으로 새로운 제약 회사를 차릴 생각이었다.관련 절차도 모두 밟았고 공장까지 거의 다 세워졌다.회사로 새로 열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그는 그린 제약회사에서 가장 먼저 내녾았던 네 가지 약품을 주도로 할 생각이었다.이천강이 그린 제약회사를 관리하고 있을 때 그는 이미 하트 라이트를 비롯한 약품의 제조 방식을 꿰뚫었다.모든 준비를 마치게 되면 두 사람은 그때 네 가지 약품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성분을 첨가하여 그들만의 약품을 만들려고 한다.당당하게 이진희와 시장을 다투려고 하는 속셈인 것이다.“아빠, 저 오늘 예뻐요?”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천강을 향해 웃으며 이진희가 물었다.무척이나 꾸미고 온 이은정은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 보이기는 했다.이진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쁜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인품에만 문제가 없다면 평소에도 제법 꾸미고 다니면 그녀만에 아우라도 있긴 한데.“그럼, 우리 딸이 제일 예뻐.”“오늘 교류회에서 은정이 네가 가장 주목받게 될 거야. 혹시 알아 어느 도련님이 은정이 너한테 반할지? 그럼, 우리한테도 기회가 생기게 되는 거야.”이천강은 뿌듯해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서 이은정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이놈 불태워서 꼭 해내고 말 거예요.”두 사람이 한창 김칫국을 마시고 있을 때 마세라티를 선두로 한 고급 차 여러 대가 멈춰 서는 것이 보였다.고급 차 가장 뒷자락에 택시 한 대가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데.“대박! 이런 력셔리한 자리에 택시를 타고 와?”이은정은 택시를 보자마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천강 역시 웃음을 참지 못하고.“참석하기 쉬운 자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