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손자 승재야. 허승재. 좀 쉬러 온 거야.”배정남은 덤덤하게 소개했으나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친구인 장로인 성격이 괴벽하고 남에서 차가운 사람인데, 갑자기 주동적으로 허승재에 대해 묻고 있으니 말이다.그 말을 듣고서 백발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승재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장로의 시선은 허승재의 두 다리 사이로 향했는데, 흐뭇하고 보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게 분명해.”허승재는 장로의 시선에 저도 모르게 두 다리를 오므리고 순간 불쾌함이 밀려들었다.‘미친놈, 어딜 보는 거야? 설마 변태 아니야?’바로 이때 백발 장로는 귀를 찌르는 듯한 목소리로 허승재에게 물었다.“애야, 내 제자로 들어오지 않겠느냐?”“제자요? 어르신은 누구신데요?”허승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그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배정남은 백발 장로를 바라보았다.미처 허승재를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할 것으로 생각지도 못한 눈빛으로.그러다가 곧 정신을 되찾으며 허승재에게 소리를 치는데.“승재야, 무례하게 대해서는 안 되는 분이시다. 이분은 천결파의 이희철 장로이자 나의 친구이기도 하며 절세 강자이시다. 희철의 실력은 가히 속세에서 말하고 있는 종사나 신적 경지보다 훨씬 강력하다. 완전 다른 레벨이라고.”순간 허승재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놀라운 얼굴로 이희철을 바라보았다.“네? 절세 강자시라고요?”말하면서 침까지 꿀꺽꿀꺽 삼켰다.“어르신, 제가 어르신의 제자로 들어간다면 앞으로 저도 무림 고수가 될 수 있습니까?”이희철은 크게 웃었으나 귀를 찌른 듯한 소리에 저절로 거슬리기만 했다.“당연하지. 네가 지니고 있는 재능으로 우리 천결파로 가서 수련하기만 한다면 앞으로 나보다 더 훌륭해질 거야.”흥분해 마지 못한 허승재는 바로 이희철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제자 허승재, 사부님께 인사 올리겠습니다.”이희철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며 허승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마치 진귀한 보물을 바라보고 있듯이.
한편, 뒷일을 모조리 마치고서 윤도훈은 수도권 군사 구역을 떠났다.모든 일을 끝으로 윤도훈의 벤틀리 뮬상 또한 폐기물이 되어 버렸다.현씨 가문에 이르자마자 차를 바로 문 앞에 주차했었는데, 미처 안에서 폭발이 일어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저택 밖으로 나와보니 롤스롤리스 한 대가 윤도훈을 기다리고 있었다.차 안에 있던 사람은 그를 보자마자 부랴부랴 차에서 내려 공손하게 있사를 했다.동현국과 그의 아내 현진주였다.“윤 선생님, 안녕하세요. 소식 듣자마자 선생님 뵈려고 급히 달려왔어요.”“실례가 안 된다면 댁으로 좀 모셔도 될까요? 제가 꼭 좀 접대해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동현국이 윤도훈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부탁했다.현진주 역시 윤도훈을 집으로 접대하려고 온갖 아첨을 다 떨었다.윤도훈은 본래 바로 도운시로 돌아가려고 역으로 출발하려고 했었다.두 사람이 하도 간절하고 열정적으로 붙잡는 바람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수도권으로 오기 전에 윤도훈은 이미 넉넉하게 시간을 남겨 두었기에 도운시는 잠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그날 밤, 윤도훈은 동현국네 집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감격스러운 마음과 성의를 표현하기 위해 현진주가 직접 상을 차렸다.동현국은 강진시의 갑부로서 손님을 대접할 때 보통 저명한 호텔을 선택한다.이처럼 집으로 초대하여 아내에게 직접 음식까지 준비하라고 하는 건 최고의 예의라고 할 수 있다.“사모님, 음식 솜씨 제법이시네요.”윤도훈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처음 만났을 때 초췌하기 그지없었던 모습과 달리 현진주는 무척이나 건강해 보였다.윤도훈을 바라보는 현진주의 눈빛에는 시종일관 그 감정이 깊이 배겨 있었다. 감격.“고마워요. 급히 준비하느라 걱정 많이 했는데 입에 맞으시다니 너무 고맙네요. 괜찮으시다면 오신 김에 저희 집에서 좀 머물다 가시는 건 어때요?”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폐를 끼치다니 전혀요. 우리 집사람 구해주신 분이신데 제가 뭐라도 해드려야죠. 윤
다음 날 오전 윤도훈은 동현국 부부의 뜻을 거절하고 도운시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려고 했다.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손광선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는데.이미 천운시로 돌아간 그에게서 무슨 일로 전화가 왔는지 궁금했다.“윤 신의, 이른 아침부터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수신 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 손광선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도훈의 의술에 대해 탄복한 손광선이다.특히나 윤도훈과 교류를 하고 나서는 ‘탁’하고 트이는 것처럼 그를 사부로 모실 만큼.“전혀요. 근데 무슨 일로 전화하셨는지?”윤도훈이 웃으며 말했다.“별로 큰일은 아닙니다만 윤 신의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러는데요...”이윽고 손광선은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알고 보니 강양시에서 친구 한 명을 사귀었는데 이름은 구교훈으로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저명한 ‘신의’라고 한다.그뿐만 아니라 구교훈은 강진시 한의약 협회 회장이기도 하다.오늘 점심에 구교훈의 주최로 교류회가 열리게 되어 있고 손광선도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부득이한 일로 손광선은 미처 참석할 수 없게 되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윤도훈에게 참석 여부를 물으려고 연락한 것이다.“윤 신의께서 백 년이 넘은 약재를 찾으신다고 하셨죠? 점심에 열릴 교류회에서 교훈이가 천년설련을 내놓을 거예요. 도운시에서 강양시까지 그리 멀지도 않고 해서 연락드리는 길인데, 참석하시겠어요?”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구미가 당겨다.“천년설련이요? 마침 잘 됐네요. 저 지금 수도권에 있거든요. 괜찮으시다면 참석하고 싶은데.”“물론이죠. 교훈이한테 연락해 놓을게요. 곧 전화 갈 거예요.”손광선은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구교훈이었다.손솽선이 어떻게 윤도훈을 소개했는지 강진시 한의약 협회 회장인 구교훈은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였다.윤도훈이 교류회에 참석하는 걸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모시러 오겠다고 했다.한편.구교훈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그린 제약회사 배후에
언짢은 모습이 가득한 채 구연희는 재벌 2세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서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가고 싶지 않지만, 구교훈의 명령이라 따라야만 했다.“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네가 직접 가야 하는 거야?”“어느 가문의 도련님인가?”“이수 도련님급이라도 되는 거야? 그런 급이 아니라면 이건 좀 오버인 거 같은데.”재벌 2세들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그들의 말을 듣고서 훈훈한 외모에 력셔리하게 차려입은 한 청년의 얼굴에서 거만한 모습이 드러났다.청년의 이름은 정이수로 수도권 정씨 가문의 도련님이자 구연희의 추구자이기도 하다.정씨 가문은 허씨 가문과 현씨 가문처럼 수도권 사대 가문 중의 하나이다.물론, 지금은 삼대 가문이라고 해야 한다. 어제 현씨 가문이 없어졌으니.그들도 그 소식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우리 할아버지가 그랬는데, 무슨 의학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청년이래. 성이 윤 씨라고 했던가...”구연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조금 전 구교훈이 전화에서 윤도훈의 이름을 말했을 때 듣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성 씨만 겨우 기억하고.그 말을 듣고서 사람들은 순간 피식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윤 씨? 수도권에 윤씨 가문이나 거물이 있었나?”“처음 들어 보는데.”“설마 사기꾼 아니야? 어르신께서 속으신 거 아니야?”“말도 안 돼. 의학계에서 명성이 자자해지려면, 그것도 한의약 계에서 뛰어나려면 연륜이 그만큼 따라줘야 하는데, 청년이라니.”재벌 2세들은 마냥 우습기만 했다.짜증이 얼굴에 가득한 구연희는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여는데.“됐어.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그만들 좀 해.”얼짱이 화를 내자, 재벌 2세들은 순간 합죽이가 되어 버렸다.바로 이때 정이수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연희야, 다들 널 위해서 하는 소리였어. 혼자 가기 싫으면 나랑 같이 갈까? 어떤 놈인지 궁금하기도 하고.”구연희의 추구로서 당연히 그녀가 홀로 젊은 남자를 데리러 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정이수는 이때부터 아직 보지도 못한 윤도훈에 대해 적대감이 들기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는 재벌 2세들의 눈빛에는 조롱이 가득하다.“하하, 어디 감히 우리 연희님의 차에 오르려고 그러는 거지?”“그러게 말이야. 하마터면 차 바꿀 뻔했어.”“감당할 수 있겠어요?”“얼른 택시비부터 주우세요. 바람에 날아가 버리면 걸어서 오셔야 할 거예요.”언어로 끊임없이 폭행하며 돈을 가리키며 히히덕덕거렸다.그들은 평소에 정이수 ‘부하’들처럼 졸졸 따라다니는데 정이수가 윤도훈을 짓밟자 따라서 짓밟고 있는 것이다.어차피 한눈에 봐도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기 때문이다.촌스러운 옷차림에 차 한 대조차 없으니.매일 돈 많고 세력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다 보니 스스로 안목이 뛰어나다고 여기고 있다.그 누구도 윤도훈을 안중에 두지 않고 있다.윤도훈은 지금 무서울 정도로 덤덤하고 평온한 모습이다.구교훈이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인 줄 알았는데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마중하러 온 사람인데, 차에 오르지도 못하게 하고 있으니.“할아버지께서 마중 가라고 하셨지, 어떻게 모셔오라고는 따로 당부하지 않으셨거든요.”“목적지로 모셔다 드리는 것이 제 임무이니 택시 타고 따라오시죠.”구연희는 도도한 모습으로 언짢아하며 말했다.“그래요. 앞장서시죠.”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눈 감아 주기로 했다.그의 목적은 교류회에 참석하여 천년설련을 보는 것이므로.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어온 그이기에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긴 그이기에 이 정도는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다.윤도훈에게 있어서 그들은 중2병 말기나 다름이 없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고.윤도훈은 허리를 숙여 10만 원짜리 지폐를 주었다.이윽고 손을 ‘탁’하고 튕기자, 그 돈은 그대로 정이수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돈은 더러울 수 있으나 그만큼 신성하기도 하다. 적어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 윤도훈의 마인드이다.그 모습을 보고서 구연희를 비롯한 모든 이들은 어안이 벙벙해지며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지만 그 또한 잠시 또다시 조롱하는 웃음이 들려왔다.“뭐야? 마술이야?”“설마 군대에서 배
수도권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소식을 접해 듣고 강진시 한의약 협회에 참석 여부를 밝히기만 하면 구교환은 모두 동의했다.이천강과 이은정도 바로 그러한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두 사람은 요즘 무척이나 바삐 돌았다.이천강이 강제로 물러앉으면서 수입이 딱 끊기기는 했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이 있으므로 그 돈으로 새로운 제약 회사를 차릴 생각이었다.관련 절차도 모두 밟았고 공장까지 거의 다 세워졌다.회사로 새로 열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그는 그린 제약회사에서 가장 먼저 내녾았던 네 가지 약품을 주도로 할 생각이었다.이천강이 그린 제약회사를 관리하고 있을 때 그는 이미 하트 라이트를 비롯한 약품의 제조 방식을 꿰뚫었다.모든 준비를 마치게 되면 두 사람은 그때 네 가지 약품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성분을 첨가하여 그들만의 약품을 만들려고 한다.당당하게 이진희와 시장을 다투려고 하는 속셈인 것이다.“아빠, 저 오늘 예뻐요?”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천강을 향해 웃으며 이진희가 물었다.무척이나 꾸미고 온 이은정은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 보이기는 했다.이진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쁜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인품에만 문제가 없다면 평소에도 제법 꾸미고 다니면 그녀만에 아우라도 있긴 한데.“그럼, 우리 딸이 제일 예뻐.”“오늘 교류회에서 은정이 네가 가장 주목받게 될 거야. 혹시 알아 어느 도련님이 은정이 너한테 반할지? 그럼, 우리한테도 기회가 생기게 되는 거야.”이천강은 뿌듯해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서 이은정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이놈 불태워서 꼭 해내고 말 거예요.”두 사람이 한창 김칫국을 마시고 있을 때 마세라티를 선두로 한 고급 차 여러 대가 멈춰 서는 것이 보였다.고급 차 가장 뒷자락에 택시 한 대가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데.“대박! 이런 력셔리한 자리에 택시를 타고 와?”이은정은 택시를 보자마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천강 역시 웃음을 참지 못하고.“참석하기 쉬운 자리라고
이천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어. 근데 어찌 됐든 저놈이 괜찮다는 걸 봐서는 조심하는 게 좋아.”이은정은 윤도훈을 향해 노려보더니 이를 악물고 분노한 기색을 드러냈다.당장이라도 다가가서 윤도훈을 말로 죽이고 싶지만, 이천강의 말을 감안하여 참기로 했다.이천강의 말에도 일리가 있고 그동안 윤도훈한테서 당한 것도 많고 하니 어느새 트라우마도 좀 생겼다.“흥! 아빠, 우리 그만 들어가요.”이은정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잠깐만... 뭔가 재밌는 일이 있는 것 같은데... 허허.”윤도훈을 바라보는 이천강의 얼굴에 고소해 하는 듯한 차가운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홀 입구까지 다가온 윤도훈.구연희와 정이수를 비롯한 재벌 2세들도 함께 하고 있는데 다들 조롱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입구 경호원들마저도 경계하면서도 멸시하는 듯한 시선으로 윤도훈을 훑어보고 있다.조금 전 택시에서 내린 윤도훈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군인 차림으로 저절로 시선이 쏠렸던 것이다.오늘 이곳에서 열리게 될 교류회는 아무리 참석 자격을 낮췄다고 하더라도 윤도훈 외에 택시를 타고 온 이는 없었다.택시를 타는 건 그들에게 있어서 빈티 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잠깐만요.”앞장선 경호원이 윤도훈을 바로 막아 버렸다.“뭐 하시러 왔죠?”윤도훈은 덤덤하게 대답했다.“초대받고 왔는데요. 교류회에 참석하라는 초대.”경호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팀장이 재차 물었다.“교류회에 참석하러 왔다고요? 초대장은 있습니까?”윤도훈은 멍하기만 했다. 구교훈의 초대를 받고 직접 온 것이기에 초대장이니 뭐니 아무것도 없다.구교훈이 사람까지 보내서 그저 따라서 오기만 하는 줄 알았다.그렇게 생각하면서 구연희를 바라보았는데.“아가씨께서 상황을 좀 설명해 드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그 말을 듣고서 경호원들은 일제히 구연희를 바라보았다.“함께 오셨습니까?”구연희는 피식 웃으며 조롱하는 눈빛과 뉘앙스로 입을 열었다.“네? 제가 왜 이런 촌스러운 사람이랑 함께 왔겠습니까!
입에 올리기도 싶지 않은 쓰레기만도 못한 인간인데, 대체 할아버지는 어떻게 윤도훈의 말에 넘어간 건지 궁금했다.한의약계에서 명성이 자자하고 걸출한 청년으로 이미지까지 잡아가면서 말이다.재벌 2세들도 비아냥거리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초대장도 없이 들어가려고 그러는 거예요?”“여기가 무슨 서민들이 다니는 시장인 줄 아세요? 함부로 드나들 수 있게?”“가장 낮은 등급이라도 성공 인사 정도는 되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빈손으로 택시까지 타고 오고 말이에요. 들어가겠다고 하면 이분들이 ‘안으로 모실게요’할 줄 알았어요?”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끓어넘치는 화를 가라앉히려고 했다.이윽고 그는 핸드폰을 꺼내 구교훈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같이 들어가기 싫다는 말이죠? 그럼, 구 회장님께 직접 연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서 구연희는 순간 안색이 달라졌다.윤도훈이 싫고 언짢아서 좀 모욕을 주고 싶었던 것뿐이다.만약 구교훈이 알게 된다면 화살은 그대로 자기한테로 돌아올 것이 뻔했다.구연희는 즉시 윤도훈의 핸드폰을 쳐버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뭐 하시는 거죠? 남자가 줏대 없이 고자질이나 하고 말이에요.”“그렇게 들어가고 싶어요? 그럼, 데리고 들어가면 되잖아요.”말하면서 구연희는 자기 차에서 개줄을 꺼내 윤도훈에게 던졌다.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로 조롱하며 입을 여는데.“자, 그거 목에 걸어요. 경호원한테는 그쪽이 제가 키우는 ‘개’라고 소개하면 들어가게 할 거예요.”순간 재벌 2세들도 경호원들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다들 분분하 맞장구를 치는데.“그러네요. 초대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데, 애완견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하지도 않았어요. 사람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지만 개는 가능한 거죠.”“자, 어서 예쁘게 착용하시죠. 개처럼 시늉만 내면 들어갈 수 있다고 하잖아요.”“연희님께서 직접 끌고 들어가시겠다는데 영광인 줄 아세요.”한편,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이천강과 이은정도 고소해 마지 못했다.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