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소식을 접해 듣고 강진시 한의약 협회에 참석 여부를 밝히기만 하면 구교환은 모두 동의했다.이천강과 이은정도 바로 그러한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두 사람은 요즘 무척이나 바삐 돌았다.이천강이 강제로 물러앉으면서 수입이 딱 끊기기는 했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이 있으므로 그 돈으로 새로운 제약 회사를 차릴 생각이었다.관련 절차도 모두 밟았고 공장까지 거의 다 세워졌다.회사로 새로 열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그는 그린 제약회사에서 가장 먼저 내녾았던 네 가지 약품을 주도로 할 생각이었다.이천강이 그린 제약회사를 관리하고 있을 때 그는 이미 하트 라이트를 비롯한 약품의 제조 방식을 꿰뚫었다.모든 준비를 마치게 되면 두 사람은 그때 네 가지 약품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성분을 첨가하여 그들만의 약품을 만들려고 한다.당당하게 이진희와 시장을 다투려고 하는 속셈인 것이다.“아빠, 저 오늘 예뻐요?”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천강을 향해 웃으며 이진희가 물었다.무척이나 꾸미고 온 이은정은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 보이기는 했다.이진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쁜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인품에만 문제가 없다면 평소에도 제법 꾸미고 다니면 그녀만에 아우라도 있긴 한데.“그럼, 우리 딸이 제일 예뻐.”“오늘 교류회에서 은정이 네가 가장 주목받게 될 거야. 혹시 알아 어느 도련님이 은정이 너한테 반할지? 그럼, 우리한테도 기회가 생기게 되는 거야.”이천강은 뿌듯해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서 이은정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이놈 불태워서 꼭 해내고 말 거예요.”두 사람이 한창 김칫국을 마시고 있을 때 마세라티를 선두로 한 고급 차 여러 대가 멈춰 서는 것이 보였다.고급 차 가장 뒷자락에 택시 한 대가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데.“대박! 이런 력셔리한 자리에 택시를 타고 와?”이은정은 택시를 보자마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천강 역시 웃음을 참지 못하고.“참석하기 쉬운 자리라고
이천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어. 근데 어찌 됐든 저놈이 괜찮다는 걸 봐서는 조심하는 게 좋아.”이은정은 윤도훈을 향해 노려보더니 이를 악물고 분노한 기색을 드러냈다.당장이라도 다가가서 윤도훈을 말로 죽이고 싶지만, 이천강의 말을 감안하여 참기로 했다.이천강의 말에도 일리가 있고 그동안 윤도훈한테서 당한 것도 많고 하니 어느새 트라우마도 좀 생겼다.“흥! 아빠, 우리 그만 들어가요.”이은정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잠깐만... 뭔가 재밌는 일이 있는 것 같은데... 허허.”윤도훈을 바라보는 이천강의 얼굴에 고소해 하는 듯한 차가운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홀 입구까지 다가온 윤도훈.구연희와 정이수를 비롯한 재벌 2세들도 함께 하고 있는데 다들 조롱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입구 경호원들마저도 경계하면서도 멸시하는 듯한 시선으로 윤도훈을 훑어보고 있다.조금 전 택시에서 내린 윤도훈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군인 차림으로 저절로 시선이 쏠렸던 것이다.오늘 이곳에서 열리게 될 교류회는 아무리 참석 자격을 낮췄다고 하더라도 윤도훈 외에 택시를 타고 온 이는 없었다.택시를 타는 건 그들에게 있어서 빈티 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잠깐만요.”앞장선 경호원이 윤도훈을 바로 막아 버렸다.“뭐 하시러 왔죠?”윤도훈은 덤덤하게 대답했다.“초대받고 왔는데요. 교류회에 참석하라는 초대.”경호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팀장이 재차 물었다.“교류회에 참석하러 왔다고요? 초대장은 있습니까?”윤도훈은 멍하기만 했다. 구교훈의 초대를 받고 직접 온 것이기에 초대장이니 뭐니 아무것도 없다.구교훈이 사람까지 보내서 그저 따라서 오기만 하는 줄 알았다.그렇게 생각하면서 구연희를 바라보았는데.“아가씨께서 상황을 좀 설명해 드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그 말을 듣고서 경호원들은 일제히 구연희를 바라보았다.“함께 오셨습니까?”구연희는 피식 웃으며 조롱하는 눈빛과 뉘앙스로 입을 열었다.“네? 제가 왜 이런 촌스러운 사람이랑 함께 왔겠습니까!
입에 올리기도 싶지 않은 쓰레기만도 못한 인간인데, 대체 할아버지는 어떻게 윤도훈의 말에 넘어간 건지 궁금했다.한의약계에서 명성이 자자하고 걸출한 청년으로 이미지까지 잡아가면서 말이다.재벌 2세들도 비아냥거리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초대장도 없이 들어가려고 그러는 거예요?”“여기가 무슨 서민들이 다니는 시장인 줄 아세요? 함부로 드나들 수 있게?”“가장 낮은 등급이라도 성공 인사 정도는 되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빈손으로 택시까지 타고 오고 말이에요. 들어가겠다고 하면 이분들이 ‘안으로 모실게요’할 줄 알았어요?”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끓어넘치는 화를 가라앉히려고 했다.이윽고 그는 핸드폰을 꺼내 구교훈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같이 들어가기 싫다는 말이죠? 그럼, 구 회장님께 직접 연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서 구연희는 순간 안색이 달라졌다.윤도훈이 싫고 언짢아서 좀 모욕을 주고 싶었던 것뿐이다.만약 구교훈이 알게 된다면 화살은 그대로 자기한테로 돌아올 것이 뻔했다.구연희는 즉시 윤도훈의 핸드폰을 쳐버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뭐 하시는 거죠? 남자가 줏대 없이 고자질이나 하고 말이에요.”“그렇게 들어가고 싶어요? 그럼, 데리고 들어가면 되잖아요.”말하면서 구연희는 자기 차에서 개줄을 꺼내 윤도훈에게 던졌다.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로 조롱하며 입을 여는데.“자, 그거 목에 걸어요. 경호원한테는 그쪽이 제가 키우는 ‘개’라고 소개하면 들어가게 할 거예요.”순간 재벌 2세들도 경호원들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다들 분분하 맞장구를 치는데.“그러네요. 초대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데, 애완견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하지도 않았어요. 사람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지만 개는 가능한 거죠.”“자, 어서 예쁘게 착용하시죠. 개처럼 시늉만 내면 들어갈 수 있다고 하잖아요.”“연희님께서 직접 끌고 들어가시겠다는데 영광인 줄 아세요.”한편,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이천강과 이은정도 고소해 마지 못했다.
힘을 거두고 내리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앉기에는 충분한 스냅이었다.구연희의 얼굴에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떠올랐다.순간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진 채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고 윤도훈이 무슨으로 배짱으로 구연희를 때렸는지 의아했다.여리여리한 여인을 마주하면서 주저 없이 내리쳤으니 말이다.바닥에 주저앉은 구연희는 얼굴을 부여잡고 겨우 일어났는데, 놀라움이 가득했다.“네가... 감히 날 때려?”구연희는 히스테릭하게 외쳤다.구교훈, 구 신의의 손녀이자 강양 대학의 얼짱으로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다.그 어느 남자라도 구연희 앞에서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쩔쩔맸으니 말이다.그렇게 도도하고 고귀했던 구연희인데, 지금 하찮은 남자한테 따귀를 맞은 것이다.그것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윤도훈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미친놈! 네가 감히 날 때려!”“네가 이러고도 남자야?”“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여자를 때려!”구연희는 이를 갈며 소리를 질렀다.두 눈에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차오른 눈물이 가득 고였다.정이수를 비롯한 재벌 2세들은 놀라움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윤도훈의 따귀에 다들 직접 맞은 것만 같았다.윤도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마침내 입을 여는데.“너 같은 여자는 여자도 아니야. 너 같은 여자한테는 매가 답이거든. 내내 참고 있었더니 내가 만만해 보였지?”처음부터 끝까지 윤도훈은 신경 쓰려고 하지 않았었다.서민이라고 하든 택시를 타고 왔다고 하든 그럭저럭 모두 참을 만했다.멸시를 띠고 있는 말과 행동이지만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근데 개줄을 던지면서 모욕하는 건 말이 달라진다.참다못한 윤도훈은 구연희를 비롯한 그들에게 인간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한 것이다.그리고 윤도훈에게 있어서 여자한테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관념 따위는 없다.아내와 아이에게만 매너만 지키면 그만이지 타인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
윤도훈은 파리를 때려잡는 것처럼 재벌 2세들과 경호원을 ‘죽여’버렸다.순간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면서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저 사람 누구야? 너무 건방지잖아.”“정체가 뭐지?”“구 신의 손녀분 아니야? 맞은 거야 지금?”“저기 저 파란 머리는 JD 그룹 도련님 아니야?”“한 방에 여러 가문을 건드리는구나. 인생 다 살았다고 보면 돼.”“정씨 가문은 사대 가문 중의 하나이고 다른 가문들도 만만치가 않은 데 저놈 사달났어.”“어디서 온 놈이지? 오늘 살아서 나가기는 힘들 것 같은데.”시끌벅적해진 가운데 윤도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다양했다.고소해하는 사람도 있고 동정하는 사람도 있었다.지금은 시원하게 때리고 있지만 모두가 보기엔 윤도훈은 오늘로써 끝장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이은정과 이천강은 윤도훈이 미친 듯이 그들을 때리는 것을 보고 표정이 매초 달라졌다.“아직도 저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이은정이 이를 갈았다.이유는 딱히 없지만 건방진 윤도훈의 모습만 보면 이가 간지러웠다.말하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자기 얼굴을 만졌는데, 그 아픔이 다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이천강은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저 미친놈이 여기가 도운시인줄 아나. 오늘 아주 좋은 구경 생겼어. 수도권에서 저놈 가만히 둘 사람은 없거든.”도운시에서 윤도훈은 인맥도 넓고 건방을 떨 자격이 제법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하지만 이곳은 수도권이고 도운시에서 알고 있는 인맥과 세력으로는 커버가 안 될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아무리 실력이 막강하다고 한들 모든 상황에서 먹히지 않는다면서.‘네가 아무리 강해 봤자, 총 한 방이면 끝이야.’만약 일이 커지면 수도권 본 지방 세력에서 경찰이나 군부의 힘을 동원하여 윤도훈을 처리할 것이다.“그만해!”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모두의 고막을 찔러왔다.생활 한복을 입은 채 지식인의 향기를 물씬 풍기면서 누군가가 홀로 걸어 나왔다.“구 회장님.”“구 신의께서 나오셨어.”“저놈 이제
구교훈은 평소에 손녀인 구연희를 끔찍이 아낀다고 소문이 자자하다.손녀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한 것을 보고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기는 했다.윤도훈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한껏 엄숙해졌고 ‘윤 신의’에서 ‘윤도훈 씨’로 호칭도 변했다.“윤도훈 씨,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 연희한테 마중 가라고 했더니 왜 애를 때리고 그런 거죠? 그것도 교류회 앞에서 어찌 감히! 마땅한 이유를 내놓지 않을 한, 오늘 교류회에 참석하지 못할 거예요.”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의 얼굴에 조롱하는 빛이 떠올랐다.“손녀분한테 물으시죠.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찌 된 영문인지. 그리고 저 또한 이 교류회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 따위 없어졌어요.”말을 마치고 윤도훈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참다못해 구연희를 때렸을 때부터 윤도훈은 교류회에 참석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었다.“거기 서!”“이렇게 때려놓고 도망가겠다는 거야?”“당장 저 XX 막아! 절대 도망가지 못하게 막으라고!”정이수를 머리를 흔들며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 윤도훈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QS 리조트의 다른 경호원들이 대문으로 달려와 망설이며 윤도훈의 앞을 막아섰다.조금 전의 모든 상황을 목격한 경호원들이다.한 방에 한 명씩 날려 보내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던 것이다.윤도훈은 그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내가 가고 싶다는데, 이 사람들로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그러나 바로 이때 누군가가 놀라워하며 소리를 쳤다.“정 선생님, 허 선생님?”“정 선생님, 오셨네요.”“허 선생님 마침 잘 오셨어요.”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두 중년 남자 뒤에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고수가 함께 리조트 방향으로 다가왔다.두 사람을 보자마자 정이수를 비롯한 재벌 2세들은 순간 두 눈이 다 밝아졌다.“미친놈! 넌 이제 끝이야! 넌 오늘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반드시!”정이수가 윤도훈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이윽고 그는 빠른 걸음으로 턱수염이 수북한 위엄이 넘치는 중년 남자에게로
“저놈이 감히 우리 수도권에서 행패를 부렸다고요. 정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도 않고 말이에요.”옆에 있던 재벌 2세들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구교훈은 장씨 가문과 허씨 가문의 핵심 인물이 나타난 것을 보고 눈동자가 요동쳤지만 뭐라고 하지 않았다.윤도훈을 초대해 온 사람은 본인이 맞지만, 손녀가 맞은 이상 윤도훈을 위해 해석하거나 분위기를 완화하고 싶지는 않았다.구연희는 맞은 얼굴은 부여잡고 고소해하는 동시에 분노를 드러냈다.속으로 드디어 누군가가 나서서 윤도훈을 혼내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정조한은 수염을 만지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윤도훈을 쏘아보았다.그러나 그를 보자마자 정조한은 그만 그대로 굳어져 버리고 표정까지 점점 이상해져 갔다.의아함, 놀라움, 경계...정조한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허안문은 이미 윤도훈을 향해 달려갔다.그의 뒤에 있던 경호원도 덩달아 빠르게 달려갔는데, 허안문이 윤도훈을 혼내주려고 가는 것으로 보였다.하지만 곧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이 나타나고 만다.“윤 선생님? 윤 선생님이 어떻게 여기에 계십니까?”“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누가 감히 윤 선생님께 시비를 걸던가요? 제가 대신 처리할 테니 알려만 주십시오.”허안문은 다가오자마자 굽신거리며 윤도훈에게 인사를 올렸다.그 말을 듣고서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허씨 가문의 일인자가 이처럼 굽신거리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적어도 서로 체면을 살려주리라 생각했건만 오늘은 무척이나 달랐다.허씨 가문과 정씨 가문이 이로써 등을 돌리는 건 아닌지 하면서.하지만 이윽고 더더욱 놀라운 장면이 펼쳐지고 만다.정조한은 눈빛이 번쩍이더니 허안문의 반응을 보고 금세 눈치를 챘다.윤도훈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정조한은 윤도훈을 가리키며 화가 잔뜩난 정이수를 향해 물었다.“이수야, 널 때린 사람이 윤 선생님이라는 것이냐?”정이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건방진 모습과 더불어 득의양양하게 대답했다.“맞아요! 이놈이 저 때렸어요! 큰아버지 저 대신 꼭 복수해 주셔야 합니다
그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장면이다.허안문 뿐만 아니라 집안 후배가 맞았는데도 허리를 굽히고 있는 정조한.심지어 윤도훈에게 복수를 하기는커녕 윤도훈 대신 정이수를 때리기까지 했다.그것으로 모자라서 정이수를 직접 때리라고 윤도훈 앞으로 옮기기도 했다.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구교훈은 한동안 표정이 변화무쌍했다.구연희 역시 어안이 벙벙해져 놀라움의 연속이라 얼굴의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이은정과 이천강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고 모두가 숨이 막히는 듯했다.허안문과 정조한을 바라보고 있는 윤도훈도 약간 의외였긴 했다.윤도훈은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제가 누군지 아시나요?”그 말을 듣고서 허안문과 정조한은 쓴웃음과 더불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윤 선생님 알고 말고요. 윤 선생님, 저는 허씨 가문의 허안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허씨 가문의 결정권이 거의 다 제 손에 쥐어져 있고요 제 형님 허안강은 잠시 뒤로 물러계세요.”허안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소개를 했다.그 말속에 숨겨진 뜻은 아주 간단했다.허씨 가문은 지금 허안문 손에 있고 허승재 아버지인 허안강은 ‘백수’로 돌아갔다고.허씨 가문과의 원한은 이쯤에서 넘어가자며 더는 허씨 가문을 없애겠다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정조한도 덧붙였는데.“저도 윤 선생님 알고 있어요. 모를 리가 없죠.”수도권의 일반 시민들은 누가 현씨 가문을 없애버렸는지 모르지만 사대 가문 중의 하나로서 그것도 가주로서 모를 리가 없다.‘넌 날 몰라도 되지만 내가 널 모르면 큰일 날 지도 모르잖아.’‘그러다가 행여나 우리 정씨 가문까지 없애버리면 어떡하려고.’“그렇군요. 안녕하세요. 저는 윤도훈이라고 합니다.”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조한에게 말했다.허안문은 허씨 가문의 일원이기에 자기를 알고 있다는 말에 놀랍지는 않았다.정조한의 태도가 좋은 것을 보고 윤도훈도 덩달아 예를 갖추고 인사를 한 것뿐이다.“알고 있습니다.”정조한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정이수를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