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은 파리를 때려잡는 것처럼 재벌 2세들과 경호원을 ‘죽여’버렸다.순간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면서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저 사람 누구야? 너무 건방지잖아.”“정체가 뭐지?”“구 신의 손녀분 아니야? 맞은 거야 지금?”“저기 저 파란 머리는 JD 그룹 도련님 아니야?”“한 방에 여러 가문을 건드리는구나. 인생 다 살았다고 보면 돼.”“정씨 가문은 사대 가문 중의 하나이고 다른 가문들도 만만치가 않은 데 저놈 사달났어.”“어디서 온 놈이지? 오늘 살아서 나가기는 힘들 것 같은데.”시끌벅적해진 가운데 윤도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다양했다.고소해하는 사람도 있고 동정하는 사람도 있었다.지금은 시원하게 때리고 있지만 모두가 보기엔 윤도훈은 오늘로써 끝장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이은정과 이천강은 윤도훈이 미친 듯이 그들을 때리는 것을 보고 표정이 매초 달라졌다.“아직도 저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이은정이 이를 갈았다.이유는 딱히 없지만 건방진 윤도훈의 모습만 보면 이가 간지러웠다.말하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자기 얼굴을 만졌는데, 그 아픔이 다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이천강은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저 미친놈이 여기가 도운시인줄 아나. 오늘 아주 좋은 구경 생겼어. 수도권에서 저놈 가만히 둘 사람은 없거든.”도운시에서 윤도훈은 인맥도 넓고 건방을 떨 자격이 제법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하지만 이곳은 수도권이고 도운시에서 알고 있는 인맥과 세력으로는 커버가 안 될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아무리 실력이 막강하다고 한들 모든 상황에서 먹히지 않는다면서.‘네가 아무리 강해 봤자, 총 한 방이면 끝이야.’만약 일이 커지면 수도권 본 지방 세력에서 경찰이나 군부의 힘을 동원하여 윤도훈을 처리할 것이다.“그만해!”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모두의 고막을 찔러왔다.생활 한복을 입은 채 지식인의 향기를 물씬 풍기면서 누군가가 홀로 걸어 나왔다.“구 회장님.”“구 신의께서 나오셨어.”“저놈 이제
구교훈은 평소에 손녀인 구연희를 끔찍이 아낀다고 소문이 자자하다.손녀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한 것을 보고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기는 했다.윤도훈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한껏 엄숙해졌고 ‘윤 신의’에서 ‘윤도훈 씨’로 호칭도 변했다.“윤도훈 씨,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 연희한테 마중 가라고 했더니 왜 애를 때리고 그런 거죠? 그것도 교류회 앞에서 어찌 감히! 마땅한 이유를 내놓지 않을 한, 오늘 교류회에 참석하지 못할 거예요.”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의 얼굴에 조롱하는 빛이 떠올랐다.“손녀분한테 물으시죠.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찌 된 영문인지. 그리고 저 또한 이 교류회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 따위 없어졌어요.”말을 마치고 윤도훈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참다못해 구연희를 때렸을 때부터 윤도훈은 교류회에 참석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었다.“거기 서!”“이렇게 때려놓고 도망가겠다는 거야?”“당장 저 XX 막아! 절대 도망가지 못하게 막으라고!”정이수를 머리를 흔들며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 윤도훈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QS 리조트의 다른 경호원들이 대문으로 달려와 망설이며 윤도훈의 앞을 막아섰다.조금 전의 모든 상황을 목격한 경호원들이다.한 방에 한 명씩 날려 보내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던 것이다.윤도훈은 그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내가 가고 싶다는데, 이 사람들로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그러나 바로 이때 누군가가 놀라워하며 소리를 쳤다.“정 선생님, 허 선생님?”“정 선생님, 오셨네요.”“허 선생님 마침 잘 오셨어요.”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두 중년 남자 뒤에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고수가 함께 리조트 방향으로 다가왔다.두 사람을 보자마자 정이수를 비롯한 재벌 2세들은 순간 두 눈이 다 밝아졌다.“미친놈! 넌 이제 끝이야! 넌 오늘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반드시!”정이수가 윤도훈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이윽고 그는 빠른 걸음으로 턱수염이 수북한 위엄이 넘치는 중년 남자에게로
“저놈이 감히 우리 수도권에서 행패를 부렸다고요. 정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도 않고 말이에요.”옆에 있던 재벌 2세들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구교훈은 장씨 가문과 허씨 가문의 핵심 인물이 나타난 것을 보고 눈동자가 요동쳤지만 뭐라고 하지 않았다.윤도훈을 초대해 온 사람은 본인이 맞지만, 손녀가 맞은 이상 윤도훈을 위해 해석하거나 분위기를 완화하고 싶지는 않았다.구연희는 맞은 얼굴은 부여잡고 고소해하는 동시에 분노를 드러냈다.속으로 드디어 누군가가 나서서 윤도훈을 혼내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정조한은 수염을 만지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윤도훈을 쏘아보았다.그러나 그를 보자마자 정조한은 그만 그대로 굳어져 버리고 표정까지 점점 이상해져 갔다.의아함, 놀라움, 경계...정조한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허안문은 이미 윤도훈을 향해 달려갔다.그의 뒤에 있던 경호원도 덩달아 빠르게 달려갔는데, 허안문이 윤도훈을 혼내주려고 가는 것으로 보였다.하지만 곧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이 나타나고 만다.“윤 선생님? 윤 선생님이 어떻게 여기에 계십니까?”“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누가 감히 윤 선생님께 시비를 걸던가요? 제가 대신 처리할 테니 알려만 주십시오.”허안문은 다가오자마자 굽신거리며 윤도훈에게 인사를 올렸다.그 말을 듣고서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허씨 가문의 일인자가 이처럼 굽신거리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적어도 서로 체면을 살려주리라 생각했건만 오늘은 무척이나 달랐다.허씨 가문과 정씨 가문이 이로써 등을 돌리는 건 아닌지 하면서.하지만 이윽고 더더욱 놀라운 장면이 펼쳐지고 만다.정조한은 눈빛이 번쩍이더니 허안문의 반응을 보고 금세 눈치를 챘다.윤도훈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정조한은 윤도훈을 가리키며 화가 잔뜩난 정이수를 향해 물었다.“이수야, 널 때린 사람이 윤 선생님이라는 것이냐?”정이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건방진 모습과 더불어 득의양양하게 대답했다.“맞아요! 이놈이 저 때렸어요! 큰아버지 저 대신 꼭 복수해 주셔야 합니다
그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장면이다.허안문 뿐만 아니라 집안 후배가 맞았는데도 허리를 굽히고 있는 정조한.심지어 윤도훈에게 복수를 하기는커녕 윤도훈 대신 정이수를 때리기까지 했다.그것으로 모자라서 정이수를 직접 때리라고 윤도훈 앞으로 옮기기도 했다.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구교훈은 한동안 표정이 변화무쌍했다.구연희 역시 어안이 벙벙해져 놀라움의 연속이라 얼굴의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이은정과 이천강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고 모두가 숨이 막히는 듯했다.허안문과 정조한을 바라보고 있는 윤도훈도 약간 의외였긴 했다.윤도훈은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제가 누군지 아시나요?”그 말을 듣고서 허안문과 정조한은 쓴웃음과 더불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윤 선생님 알고 말고요. 윤 선생님, 저는 허씨 가문의 허안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허씨 가문의 결정권이 거의 다 제 손에 쥐어져 있고요 제 형님 허안강은 잠시 뒤로 물러계세요.”허안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소개를 했다.그 말속에 숨겨진 뜻은 아주 간단했다.허씨 가문은 지금 허안문 손에 있고 허승재 아버지인 허안강은 ‘백수’로 돌아갔다고.허씨 가문과의 원한은 이쯤에서 넘어가자며 더는 허씨 가문을 없애겠다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정조한도 덧붙였는데.“저도 윤 선생님 알고 있어요. 모를 리가 없죠.”수도권의 일반 시민들은 누가 현씨 가문을 없애버렸는지 모르지만 사대 가문 중의 하나로서 그것도 가주로서 모를 리가 없다.‘넌 날 몰라도 되지만 내가 널 모르면 큰일 날 지도 모르잖아.’‘그러다가 행여나 우리 정씨 가문까지 없애버리면 어떡하려고.’“그렇군요. 안녕하세요. 저는 윤도훈이라고 합니다.”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조한에게 말했다.허안문은 허씨 가문의 일원이기에 자기를 알고 있다는 말에 놀랍지는 않았다.정조한의 태도가 좋은 것을 보고 윤도훈도 덩달아 예를 갖추고 인사를 한 것뿐이다.“알고 있습니다.”정조한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정이수를 가리켰다.
“됐어요. 어린 친구들이랑 더 이상 따지고 싶지도 않고요.”“먼저 가 볼게요.”윤도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허안문은 순간 당황했다.“교류에 참석하시려고 오신 거 아니세요? 그냥 가신다고요?”‘뭐지? 저놈들 손 봐주려고 온 건 아닐 거고 교류에 참석하려고 온 게 아니야?’윤도훈은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했다.“구 회장님 초대로 온 건 맞으나 저를 환영하지 않더군요. 내쫓기 전에 제 발로 떠나는 거예요.”허안문은 고개를 돌려 구교환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구 신의, 그게 사실이에요? 사실이라면 이번 교류회 다른 곳에서 다시 여시죠. 미안하지만 QS 리조트를 빌려드릴 수 없을 것 같네요. 계약금은 제가 배로 갚아 드리죠.”QS 리조트는 허씨 가문의 산업이다.이제 막 일인자가 된 허안문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과연 무엇일까?그건 바로 윤도훈과 마찰이 생기는 것이다.QS 리조트가 허씨 가문의 것이라는 걸 윤도훈이 알게 된다면, 그를 지금 이곳에서 쫓아내고 있다면 앞으로 또다시 허씨 가문을 상대로 따질지도 모른다.그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놀라워 마지 못했다.허씨 가문에서 윤도훈을 위해 구교훈과 한의약 협회까지 내쫓고 있으니 말이다.그 중심에 있는 구교훈의 얼굴은 극으로 어두워졌다.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구교훈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윤도훈 앞으로 다가갔다.“윤 선생님, 전에는 저희 측에서 잘못했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아주시기 바랍니다.”속으로는 무척이나 언짢고 달갑지 않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이제 와서 교류회 장소를 옮긴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고.구연희는 입술을 사리물었다. 놀라움과 달갑지 않은 얼굴로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다.이 남자의 실력이 이 정도 일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모습이다.촌스러운 놈이 아니라 촌스러운 척을 했던 어마어마한 거물이었으니.구연희에게 있어서 사대 가문의 직계 도령만 해도 이미 거물급이다. 동반자가 될 만큼.하지만 그렇게 업신여겼던 윤도훈이 사대 가문의 가
순간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해져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없어지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은정이 물었다.“없어졌다고요. 그 집안 완전히 무너졌다고요.”이 사람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연신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덧붙였다.“현씨 가문 저택이 모조리 무너졌데요. 얼마나 죽었는지 아직 가늠도 되지 않는다고 그랬어요. 현씨 가문 가주도 잡혀 들어갔고 다른 가족들한테도 수배령이 떨어졌데요. 수도권 사대 가문에서 현씨 가문은 인제 없어지고 삼대 가문이 된 거죠. 현씨 가문 끝장났어요.”그 말을 듣고서 이은정과 이천강은 눈을 마주쳤는데 짙은 놀라움이 두 눈에 가득했다.이천강은 들숨을 내쉬며 물었다.“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누가 그런 건가요?”“위에서 소식을 막아서 저도 누군지 몰라요.”고개를 저으며 말을 아끼려는 모습을 보였다.두 사람은 멍하니 있다가 순간 의아해 마지못한 기색을 드러내는데.“아빠, 현씨 가문이 끝장났다고 하는데 혹시 윤도훈이... 허씨 가문에서 저렇게 굽신거리는 거 보면...”이은정은 파르르 떨며 허안문과 정조한과 함께 교류회 홀로 들어가는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이천강 역시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그 말에 부응했다.“아마도. 암튼 우린 오늘 저놈 옆에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해. 은정아, 절대 저놈 눈에 띄어서는 안 돼. 우리 목적은 인맥을 넓히는 것뿐이니 절대 다른 생각하지 말자. 우리도 들어가자.”이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이천강 앞에서 한 바퀴 돌더니 또다시 물었다.“아빠, 저 예뻐요?”“예뻐. 우리 딸이 제일 예뻐. 가자, 너한테 반하는 놈이 한둘이 아닐 거야.”이천강이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마음속으로 의문을 품은 채 걸음을 옮겼다.윤도훈이 과연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일까?현씨 가문 사건의 중심에 윤도훈이 있었던 것일까?...홀에 들어서고 나서 윤도훈은 자리를 찾아 공짜인 뷔페를 먹으면서 교류회 시작을 기다렸다.손광선은 오
다른 한 여자가 제안했다.그 말을 듣고서 구연희는 그녀를 째려보며 이까지 악물었다.“무슨 뜻이야? 나보고 지금 쟤들처럼 꼬리 치러 가라는 거야?”“난 그런 뜻이 아니라... 오해하지 마. 윤도훈 저 사람이 꽤 대단한 거 같아서 너희 둘 잘 되면 너한테도 좋을 것 같아서...”여자는 연신 손을 저으며 멋쩍은 웃음과 더불어 해석하기 바빴다.“꺼져! 그딴 거 필요 없어. 매너라곤 일도 없는 쓰레기뿐이야.”구연희는 내내 얼굴이 얼어있다.“알았어. 근데 왜 욕하고 그래...”구연희에게 욕을 먹은 여자는 순간 억울하기 그지없어 입을 삐죽거렸다.구연희는 윤도훈에게 맞은 얼굴을 만졌는데 아직도 따끔거리는 것이 아팠다.속으로 윤도훈에 대한 미움이 배로 증가하고 있었다.앉아서 생각하면 할수록 열이 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머릿속에는 온통 윤도훈에게 뺨을 맞았던 그 장면뿐이라 달갑지 않았다.‘당당한 구연희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욕이라도 해서 윤도훈 체면이 구겨지면 모를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구연희는 윤도훈이 있는 방향으로 째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갈았다.“그래! 너한테 굽신거리러 가는 게 아니라 나, 구연희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려고 갈련다.”말을 마치고 구연희는 잔뜩 엄숙하고 차가운 얼굴로 윤도훈을 향해 걸어갔다.윤도훈은 아직도 공짜인 음식을 사수한 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서 그에 대한 마음이 더더욱 언짢아진 구연희이다.구연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윤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멍해졌다.두 눈에는 의혹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무슨 일이시죠?”곁눈으로 구연희를 흘겨보며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물었다.구연희는 차갑게 웃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드러냈다.“네가 아주 대단한 거 같지? 내가 보기엔 넌 그냥 하찮은 짓만 하는 쓰레기야. 허씨 가문에서도 정씨 가문에서도 너한테 굽신거리니 모두가 너한테 굽신거릴 것 같지? 천만에! 난 절대 그럴 리 없으니깐.”그
윤도훈은 어이가 없는 동시에 우습기만 했다.돈 있고 권력이 있으면 평범하게 입으면 안 되는 걸까?버스 타러 버스 터미널에 가면 안 되는 걸까?택시 정도도 타지 못하는 걸까?어디 가나 고급 차를 끌고 다녀야 하는 걸까?바닥에 돈이 떨어졌는지 줍지 말아야 할 이유는 또 무엇일까?이런한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다니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아무리 예쁘다고 한들 겁데기에 불과할 뿐 안은 텅 비어 있으니 말이다.윤도훈은 더 이상 뭐라고 설명하기조차 귀찮았다.폭발로 요행이 살아남았지만, 옷도 차도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걸 말한다고 한들 믿을 것 같지도 않았다.“너...”구연희는 윤도훈을 삿대질하며 얼굴이 당장 터질 것만 같았다.처음으로 남자한테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그녀이다.강양 대학의 얼짱으로 명문 도령들이 줄을 서서 자기를 여왕처럼 모시는데 지금 이러한 천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뭐? 그만 떠들고 가서 일이나 봐. 귀찮게 하지 말고.”“왜? 한 대 더 맞고 싶어?”윤도훈은 말하면서 제스처를 취했다.순간 구연희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게 되었다.터질 것만 같은 얼굴과 두 눈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했다.매너라고는 일도 없는 쓰레기만도 못한 윤도훈이 정말로 때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너 딱 기다려! 딱!”구연희는 이를 갈며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눈물을 참아냈다.윤도훈에게 다가와 마음속의 억울함과 달갑지 않음을 제대로 분출하고 싶었지만 되려 모욕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다.구연희는 그 한마디만 덩그러니 남기고 뒤돌아 떠났다.돌아서자마자 누군가와 부딪힐 뻔했는데,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모르는 이가 봤으면 무척이나 억울한 일을 당한 것만 같았다.“연희야, 왜 그래?”구교훈은 손녀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할아버지...”구연희는 울먹이며 고개를 돌려 윤도훈을 바라보았는데, 두 눈에는 한이 가득했다.그 모습을 보고서 구교훈은 윤도훈을 매섭게 째려보았다.“대체 뭐 하자는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