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를 열 때마다 손끝이 떨리고 놀라움은 점점 더 짙어져 갔다.꿀꺽-임정국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기까지 했다.눈앞에 덩그러니 놓인 쥬얼리, 황금, 골동품 등을 보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임시원, 장여정 또한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이... 이게 다 폐백이라고?”‘X발! 박물관이라도 턴 거야?’“도훈아, 지금 이게... 이게 다...”이천수마저도 말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었고 토끼 눈을 하고 윤도훈에게 물었다.“아버님, 이건 제가 소소하게 준비한 폐백입니다. 얼마 안 되지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윤도훈은 웃으며 말을 했고 그의 말에 다들 말 문이 턱 막혔다.소소하게 준비해? 이게?“이게 다 폐백이라는 것이냐?”이천수는 겨우 마음을 진정하며 다시 확인했다.“네, 모두 다 드리려고 가져온 것입니다. 아니면 제가 왜 힘들게 가져왔겠습니까.”윤도훈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우리가 받기엔 너무 귀중하고 많다. 나도 네 장모도 모두 받을 수 없단다.”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이천수는 연신 거절했다.“제 아내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가 귀하게 키우신 따님을 데리고 가는 데 이보다 더한 것도 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거절을 거절로 받아 치는 여유까지 부리며 윤도훈은 진지하게 말했다.이천수는 그만 멍해졌고 서지현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이미 상자 안에 든 물건들을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다.“우리 진희하고 사위 대신 보관한다고 생각하고 그냥 받아요.”어깨가 한껏 으쓱해진 서지현은 임시원 일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시원 씨, 내가 그냥 재미 삼아 물어보는 건데, 정국이는 이게 가능해요? 몇 년 동안을 모아야 가능할까요?”이에 임시원은 헛기침을 하며 뻘쭘해 마지 못했다.임정국은 지금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천수 씨, 지현 씨, 저희 나중에 또 놀러 올게요. 오늘은 이만.”임시원 부부는 아들을 데리고 거의 도망가는 듯이 줄행랑을 쳤다.“저녁이라도 먹고 가요.”서지현은 웃으며 그들을
“운성시? 윤도훈?”“윤성시! 윤도훈!”장로는 이를 악물며 외치더니 온몸에서 포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나... 나으리, 저 좀... 내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우두머리로 온 현씨 가문 수하는 지금 목이 조여 있는 상황이다.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고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다.하여 그는 마지막 한 가닥의 숨을 부여잡고 고통을 견디며 애원하고 있다.함께 온 다른 이들도 장로의 기세에 억눌려 벌벌 떨고 있다.“내려줘?”“내가 피 같은 내 제자를 보내줬건만, 감히 시신으로 돌려보네?”“저승으로 가는 내 제자 외롭지 않게 너도 함께 가도록 하거라!”말을 마치자마자 장로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손에 힘을 가득 들인 채 현씨 가문의 수하를 죽여버렸다.“아!”“도망쳐!”남은 현씨 가문 수하들은 사색이 되어 살려고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그러나 몇 걸음 가기도 전에 마찬가지 입장이 되어 버렸다.핏빛 장로의 실력은 예측할 수 없으며 공포스러운 에너지만으로 손쉽게 그들을 폭발시켜 버릴 수 있다....서지현은 오늘 집으로 온 딸과 사위 그리고 아들을 맞이하여 직접 요리를 하기로 했다.“엄마, 쉬고 있어요. 제가 음식 준비할게요.”이진희도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은 관계로 요리 솜씨를 뽐내고 싶어 하고 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윤도훈은 기대하는 눈빛을 드러냈다.절세미인 이진희가 직접 하는 요리라니, 생각만으로도 들뜨고 기대되었다.지금껏 아직 그녀가 직접 만든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오늘 드디어 우리 여보가 만든 음식 맛볼 수 있는 거야?’그러나 기대하는 윤도훈과 달리 이천수, 서지현, 이원은 놀라워 마지 못했다.“누나. 밥할 줄 알아요?”놀란 표정으로 이원이 이진희에게 물었다.이천수와 서지현도 잇따라 의문을 드러냈다.태어날 때부터 공주님 대접을 받으면서 자란 이진희이기에 부엌에 들어가는 일도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그런 이진희가 직접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다들 왜 그래요? 요즘 배운 게 있어서
갑자기 부엌에서 시꺼먼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이게 과연 어찌 된 상황일까?“내가 가볼게요.”서지현은 걱정되는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부엌으로 향했다.그 뒤로 몇 분후...가족들은 단란하게 테이블을 둘러 모여 앉았고 서지현과 이진희는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모두 여덟 가지 음식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게 되었는데 그 중 두 음식은 도통 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윤도훈, 이천수 그리고 이원은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웃음을 참느라 여간 힘들지 않았다.남자들의 그러한 반응을 살피면서 서지현은 헛기침을 했고 멋쩍은 웃음과 함께 침묵을 깨뜨렸다.“자, 다들 어서 먹어. 우리 진희가 처음으로 만든 음식이니 다들 영광으로 생각하고 맛있게 먹어.”“여보, 내 생각이 맞다면 이 두 음식은 여보가 한 거 맞지?”윤도훈은 본채를 잃은 음식을 가리키고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맞아요! 맛있는지 어서 먹어봐요.”어여쁜 이진희의 얼굴에는 검은 자국이 여기저기 묻어 있다.아직 미처 허리춤에 질근히 묶고 있던 앞치마까지 풀지 않고 말이다.음식을 한 번 하는데 부엌은 화생방이 되고 이진희는 화생방을 겪고 나온 병사와 같았다.지저분해진 외모와 달리 이진희는 지금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기대를 품고 있다.윤도훈의 반응을 기대하며 자기 음식에 대해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처음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기에 첫 번째 음식을 사랑하는 이에게 주고 싶은 것이다.하지만 윤도훈은 시꺼먼 음식을 바라보며 도통 젓가락을 옮길 수가 없었다.역시 하느님은 공평한 듯싶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다고.“아버님, 어서 드셔보세요. 처남도 수저 들어요.”순간 머리가 번쩍 돌아가면서 윤도훈은 이천수와 이원도 끌어 당길 생각이었다.“매형 먼저 드세요. 우리 누나가 처음으로 만든 음식인데 당연히 매형이 먼저 드셔야죠. 매형 드시고 나서 먹을게요.”이원 또한 머리를 돌리면서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래. 진희가 자네 위해서 특별히 배운 건데 자네부터 먹어
멋쩍은 웃음과 함께 윤도훈은 다른 음식까지 맛을 보았다.이진희는 그 모습에 콧방귀를 뀌며 한 번 봐주기로 하고 정체 모를 음식을 도로 부엌으로 가져갔다.이원은 지금 한창 안타까워하는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게 자기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우리 누나 절대 부엌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하는데.’‘우리 매형 어떡하지? 아주 먹을 복이 터졌네? 하하하.’“자, 이건 내가 만든 거야, 어서들 먹어.”서지현은 자기 음식을 앞으로 가져가며 이진희의 ‘걸작’을 잊게끔 했다.그리고 이진희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윤도훈을 흘겨보더니 그 옆에 함께 앉았다.밥 먹는 동안에 이천수과 서지현은 율이에게 음식을 집어 주느라 바빴고 율이에 대한 사랑이 훤히 보였다.율이도 처음에는 무척이나 긴장하더니 서서히 긴장을 풀며 두 사람과 점점 친해지기 시작했다. 애교도 부리면서.한창 먹고 있다가 이천수는 윤도훈과 이진희를 바라보며 기대하는 모습으로 물었다.“두 사람 결혼하고 나면 인제 정말 부부가 되는 건데, 같이 사는 거 맞지?”서지현도 딸에게 말했다.“진희야, 나랑 네 아빠는 네가 언제 도훈이랑 만난 건지 신경 쓰지 않아. 우린 이미 도훈이를 사위로 받아들였고 하루라도 빨리 손주 안겨줬으면 좋겠어. 엄마 말 알아들었지?”이에 이진희는 화들짝 놀라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무척이나 부끄러워했다.“엄마,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원은 옆에서 키득키득 웃으며 윤도훈을 향해 윙크까지 날리며 놀리는 모습이 가득했다.하지만 이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신나게 음식을 즐기고 있던 율이는 급 우울해지기 시작했다.율이는 작은 손으로 자기 아빠의 커다란 손을 저도 모르게 꼭 잡았고 불안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딸의 눈빛에 윤도훈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도려 율이의 손을 꼭 잡으며 안심을 주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천천히 운을 떼기 시작했다.“아버님, 어머님, 저 아이 가지 생각 없습니다. 율이만 있으면 되니 두 분
그 말에 윤도훈은 크게 감동이라도 한 듯싶었다. 덤덤했던 두 눈에 큰 요동이 일어날 만큼.“여보, 고마워.”“흥!”이진희는 삐친 듯이 콧방귀를 뀌며 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머물 법한 얼굴을 한쪽으로 돌렸다.어둠이 내려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려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이진희는 깊은 생각에 잠겨 보였다. 조금 전까지 반짝이던 두 눈은 어느새 짙은 어둠에 빠졌고 스스로 조롱하는 듯한 비웃음까지 보였다....그 후로 일주일 동안 윤도훈와 이진희는 결혼식 전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었다. 청첩장도 모든 이들에게 돌리고 말이다.어느 날 오후, 남미숙은 정원에 홀로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남미숙에게도 두 사람의 청첩장이 예외없이 전해졌다. 그 청첩장을 지금 손에 꼭 쥐고 있다.일이 어찌 됐든 남미숙이 이진희 친할머니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고 이천수는 남미숙을 포함한 이씨 가문 가족 전체에 청첩장을 돌렸다.그동안 남미숙은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유능한 사람에게 부탁하여 명혈문을 뚫었고 그와 더불어 음식과 한약으로 정성껏 몸을 가꾸었기 때문이다.“흥!”청첩장을 보자마자 남미숙은 이가 악물렸다. 눈매가 순식간에 곤두섰을뿐더러 언짢은 모습까지 보이면서.‘내가 말한 대로 하기는커녕 감히 기생오라비 같은 윤도훈이랑 결혼해?’자기 뜻에 따라 이진희를 허씨 가문에 시집보내지 않은 것도 화가 나는데 두 사람의 결혼식을 거창하게 올리려는 이천수네 일가에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두 사람으로 인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체면이 구겨진 남미숙은 날이 갈수록 두 사람에 대한 원망과 한이 가득해졌다.지난번 어찌어찌 기회가 되어 윤도훈에게 복수 아닌 복수를 하게 되었는데 그로 하여 한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긴 했다.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모든 한을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남미숙은 이미 이씨 가문 모든 이들에게 결혼식에 참석하지 말라며 명령을 내렸다. 이씨 가문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 단 한 명도 참석하지 못하게.그뿐만 아니라 이씨 가문과 우
“할머니, 우리 아빠 말이 맞아요. 아빠가 아니라 모두 엄마 뜻이었어요. 저도 아빠도 엄마 말리느라 엄청 고생했단 말이에요.”이은정도 옆에서 함께 부추기며 억울하다는 듯이 하소연하느라 바빴다.이에 남미숙은 여전히 차가운 모습을 보였다.“그게 사실이냐?”“하늘에 맹세코 모두 사실이에요. 제가 잘못했습니다.”“저 그동안 내내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지내왔어요. 제발 이 못난 아들한테 다시 한번만 기회 주세요. 효도해 드릴 수 있게.”이천강은 한 걸음 더 다가와 남미숙의 다리를 부여잡고 빌었다.그 모습에 이은정도 재빠르게 눈치를 채더니 남미숙에게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할머니, 저희도 억울해요. 그때는 복수에만 정신이 팔려서 판단력이 흐려진 거예요. 윤도훈한테 하도 복수하고 싶어서 엄마 계략에 넘어간 거라고요.”“저도 아빠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니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상황이 어찌 됐든 우린 모두 피를 나눈 가족이잖아요.”환상의 쿵짝을 보여주는 두 사람의 미친 호흡에 남미숙은 서서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그러졌던 얼굴도 점점 풀리면서.일생을 강하게 살아온 남미숙은 그 어느 곳에서나 체면을 가장 우선으로 여기는 사람이다.자기의 뜻을 거역하고 몇 번이나 체면을 구기게 만든 손녀 이진희에 대해 한을 품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큰아들인 이천수와 며느리 서지현까지 윤도훈과 이진희 편에 서게 되자 남미숙은 아들 내외까지 미워지게 된 것이다.이천수가 아무리 자기한테 지극정성을 다할지라도 한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한마디로 말하면 체면이 구겨졌기 때문이다. 이천수 일가로 인해 위신과 더불어 체면까지 잃었기에.이러한 마음을 품고 있던 이때 둘째 아들인 이천강과 손녀 이은정이 자기한테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며 무릎까지 꿇고 있자 다시 어깨가 으쓱해진 것이다.이씨 가문에서 자기는 여전히 둘도 없는 절대적 권력을 손에 지니고 있는 가주라는 생각까지 더해지면서.“너희들이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정녕 뉘우치고 있단 말이냐?”남미숙의 목소리
“잘하셨어요. 어차피 더 이상 우리 집안 사람도 아니잖아요. 남과 다름없는 그들한테 체면 따위 차려줄 필요 없습니다.”이천강은 ‘엄지척’까지 해가면서 고소한 듯 무척이나 좋아했다.남미숙 또한 차갑게 웃으며 도도한 모습을 보였다.“당연한 거 아니냐.”적의 적은 곧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윤도훈과 이진희에 대해 언급하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한편이 된 것만 같았다.여세를 몰아 이은정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돌리더니 음흉한 기색을 드러내며 운을 떼기 시작했다.“할머니, 두 사람 결혼식 올리는 거 허씨 가문에서도 알고 있나요?”“허씨 가문? 아직 모를 건데.”갑작스러운 질문에 남미숙은 멈칫거렸다.“그럼, 저희가 허씨 가문에 알리는 건 어때요?”“그 집안에서 이 일을 알게 되면 난리 나지 않겠어요? 승재 도련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염치없이 결혼식까지 올리는 걸 보면 이건 할머니뿐만 아니라 그 집안까지 도발하는 거라고요.”이은정은 음흉하고 희미하게 입가에 미소를 일렁이며 제의했다.“그러네요. 허씨 가문 도련님께서 이진희한테 마음 있어 하는 건 온 세상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일이잖아요. 심지어 결혼까지 하려고 댁으로 찾아온 적도 있잖아요.”“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을 거창하게 준비하고 있는 걸 보면 이건 허씨 가문을 상대로 도발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만약 이 일을 우리 쪽에서 허씨 가문에 흘린다면 꽤 볼만할 것 같은데요.”이은정에 말에 이천강 또한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맞장구를 쳤다.두 사람의 말을 듣고 난 남미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마음을 보였다.“그래. 너희들 말이 맞다.”“당장 허씨 가문에 이 소식을 흘려야겠어.”말하면서 남미숙은 핸드폰을 꺼내 들어 허안강에게 전화를 걸었다.허승재가 이진희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허안강은 직접 아들을 데리고 찾아온 적이 있다. 두 아이의 혼인을 성사하기 위해서.그 일로 서로 연락처를 남기게 된 것이다.전화는 곧 연결이 되었고 허안강의 목소리
같은 시각.남미숙의 전화를 받고 난 허안강은 인상이 한껏 찌푸려졌다. 달갑지 않은 듯한 모습도 더불어 얼굴에 나타나면서.“또 무슨 일인데 그래?”허안강 옆에 있는 한 여인도 덩달아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여인의 정체는 바로 허안강의 첫 번째 아내이자 허승재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름은 배정옥이다.“흥! 도운시 이씨 가문에서 전화가 왔어. 그 댁 어르신인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말만 하고 바로 끊어 버렸어. 윤도훈 그놈이랑 이진희가 3일 후에 식을 올린다고.”허안강은 차가운 목소리로 불쾌함을 드러냈다.이에 배정옥도 곧 불쾌한 듯 얼굴이 어두워졌다.“그게 무슨 뜻인데? 설마 우리보고 결혼식에 참석하라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사람을 업신여겨도 그렇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말하면 할수록 열이 훨훨 타오른 배정옥은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안 돼! 절대 가지 마! 어디 한번 가기만 해봐!”“우리 승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 꼴까지 봐야 하는 건데? 이진희 그년도 그래, 우리 승제를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해 놓고 윤도훈이랑 올리는 식에 우리까지 부르고 싶은 거야? 우리 체면은 어떻게 하고? 이미 아버님 말씀대로 선물까지 들고 찾아갔었잖아. 그럼, 된 거 아니야? 우리가 뭘 더 어떻게 해야 속이 풀리는 건데?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자기한테 화를 풀고 있는 듯한 허안강의 모습과 소리에 허안강은 언짢았다.하여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손을 흔들며 더 이상 말 하지 못하게 했다.“그만해! 꼭 그런 마음으로 초대한 것 같지도 않아. 어쩌면 우리한테 잘 보이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윤도훈 그놈 말이야.”“웃기지 말라고 그래!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지가 무슨 집안이 튼튼해 아니면 재력이 대단해? 그깟 무술 좀 할 줄 안다고 우쭐거리다가 언젠가는 코 다치고 말 거야.”“우리 승제 죽이겠다고 노래 부를 때도 순순히 넘어가 줬잖아. 그럼, 숨죽이고 조용하게 살 것이지 어디 감히 전화까지 하는 거지? 그것도 결혼식에 참석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