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쩍은 웃음과 함께 윤도훈은 다른 음식까지 맛을 보았다.이진희는 그 모습에 콧방귀를 뀌며 한 번 봐주기로 하고 정체 모를 음식을 도로 부엌으로 가져갔다.이원은 지금 한창 안타까워하는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게 자기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우리 누나 절대 부엌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하는데.’‘우리 매형 어떡하지? 아주 먹을 복이 터졌네? 하하하.’“자, 이건 내가 만든 거야, 어서들 먹어.”서지현은 자기 음식을 앞으로 가져가며 이진희의 ‘걸작’을 잊게끔 했다.그리고 이진희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윤도훈을 흘겨보더니 그 옆에 함께 앉았다.밥 먹는 동안에 이천수과 서지현은 율이에게 음식을 집어 주느라 바빴고 율이에 대한 사랑이 훤히 보였다.율이도 처음에는 무척이나 긴장하더니 서서히 긴장을 풀며 두 사람과 점점 친해지기 시작했다. 애교도 부리면서.한창 먹고 있다가 이천수는 윤도훈과 이진희를 바라보며 기대하는 모습으로 물었다.“두 사람 결혼하고 나면 인제 정말 부부가 되는 건데, 같이 사는 거 맞지?”서지현도 딸에게 말했다.“진희야, 나랑 네 아빠는 네가 언제 도훈이랑 만난 건지 신경 쓰지 않아. 우린 이미 도훈이를 사위로 받아들였고 하루라도 빨리 손주 안겨줬으면 좋겠어. 엄마 말 알아들었지?”이에 이진희는 화들짝 놀라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무척이나 부끄러워했다.“엄마,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원은 옆에서 키득키득 웃으며 윤도훈을 향해 윙크까지 날리며 놀리는 모습이 가득했다.하지만 이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신나게 음식을 즐기고 있던 율이는 급 우울해지기 시작했다.율이는 작은 손으로 자기 아빠의 커다란 손을 저도 모르게 꼭 잡았고 불안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딸의 눈빛에 윤도훈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도려 율이의 손을 꼭 잡으며 안심을 주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천천히 운을 떼기 시작했다.“아버님, 어머님, 저 아이 가지 생각 없습니다. 율이만 있으면 되니 두 분
그 말에 윤도훈은 크게 감동이라도 한 듯싶었다. 덤덤했던 두 눈에 큰 요동이 일어날 만큼.“여보, 고마워.”“흥!”이진희는 삐친 듯이 콧방귀를 뀌며 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머물 법한 얼굴을 한쪽으로 돌렸다.어둠이 내려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려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이진희는 깊은 생각에 잠겨 보였다. 조금 전까지 반짝이던 두 눈은 어느새 짙은 어둠에 빠졌고 스스로 조롱하는 듯한 비웃음까지 보였다....그 후로 일주일 동안 윤도훈와 이진희는 결혼식 전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었다. 청첩장도 모든 이들에게 돌리고 말이다.어느 날 오후, 남미숙은 정원에 홀로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남미숙에게도 두 사람의 청첩장이 예외없이 전해졌다. 그 청첩장을 지금 손에 꼭 쥐고 있다.일이 어찌 됐든 남미숙이 이진희 친할머니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고 이천수는 남미숙을 포함한 이씨 가문 가족 전체에 청첩장을 돌렸다.그동안 남미숙은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유능한 사람에게 부탁하여 명혈문을 뚫었고 그와 더불어 음식과 한약으로 정성껏 몸을 가꾸었기 때문이다.“흥!”청첩장을 보자마자 남미숙은 이가 악물렸다. 눈매가 순식간에 곤두섰을뿐더러 언짢은 모습까지 보이면서.‘내가 말한 대로 하기는커녕 감히 기생오라비 같은 윤도훈이랑 결혼해?’자기 뜻에 따라 이진희를 허씨 가문에 시집보내지 않은 것도 화가 나는데 두 사람의 결혼식을 거창하게 올리려는 이천수네 일가에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두 사람으로 인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체면이 구겨진 남미숙은 날이 갈수록 두 사람에 대한 원망과 한이 가득해졌다.지난번 어찌어찌 기회가 되어 윤도훈에게 복수 아닌 복수를 하게 되었는데 그로 하여 한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긴 했다.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모든 한을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남미숙은 이미 이씨 가문 모든 이들에게 결혼식에 참석하지 말라며 명령을 내렸다. 이씨 가문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 단 한 명도 참석하지 못하게.그뿐만 아니라 이씨 가문과 우
“할머니, 우리 아빠 말이 맞아요. 아빠가 아니라 모두 엄마 뜻이었어요. 저도 아빠도 엄마 말리느라 엄청 고생했단 말이에요.”이은정도 옆에서 함께 부추기며 억울하다는 듯이 하소연하느라 바빴다.이에 남미숙은 여전히 차가운 모습을 보였다.“그게 사실이냐?”“하늘에 맹세코 모두 사실이에요. 제가 잘못했습니다.”“저 그동안 내내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지내왔어요. 제발 이 못난 아들한테 다시 한번만 기회 주세요. 효도해 드릴 수 있게.”이천강은 한 걸음 더 다가와 남미숙의 다리를 부여잡고 빌었다.그 모습에 이은정도 재빠르게 눈치를 채더니 남미숙에게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할머니, 저희도 억울해요. 그때는 복수에만 정신이 팔려서 판단력이 흐려진 거예요. 윤도훈한테 하도 복수하고 싶어서 엄마 계략에 넘어간 거라고요.”“저도 아빠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니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상황이 어찌 됐든 우린 모두 피를 나눈 가족이잖아요.”환상의 쿵짝을 보여주는 두 사람의 미친 호흡에 남미숙은 서서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그러졌던 얼굴도 점점 풀리면서.일생을 강하게 살아온 남미숙은 그 어느 곳에서나 체면을 가장 우선으로 여기는 사람이다.자기의 뜻을 거역하고 몇 번이나 체면을 구기게 만든 손녀 이진희에 대해 한을 품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큰아들인 이천수와 며느리 서지현까지 윤도훈과 이진희 편에 서게 되자 남미숙은 아들 내외까지 미워지게 된 것이다.이천수가 아무리 자기한테 지극정성을 다할지라도 한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한마디로 말하면 체면이 구겨졌기 때문이다. 이천수 일가로 인해 위신과 더불어 체면까지 잃었기에.이러한 마음을 품고 있던 이때 둘째 아들인 이천강과 손녀 이은정이 자기한테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며 무릎까지 꿇고 있자 다시 어깨가 으쓱해진 것이다.이씨 가문에서 자기는 여전히 둘도 없는 절대적 권력을 손에 지니고 있는 가주라는 생각까지 더해지면서.“너희들이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정녕 뉘우치고 있단 말이냐?”남미숙의 목소리
“잘하셨어요. 어차피 더 이상 우리 집안 사람도 아니잖아요. 남과 다름없는 그들한테 체면 따위 차려줄 필요 없습니다.”이천강은 ‘엄지척’까지 해가면서 고소한 듯 무척이나 좋아했다.남미숙 또한 차갑게 웃으며 도도한 모습을 보였다.“당연한 거 아니냐.”적의 적은 곧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윤도훈과 이진희에 대해 언급하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한편이 된 것만 같았다.여세를 몰아 이은정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돌리더니 음흉한 기색을 드러내며 운을 떼기 시작했다.“할머니, 두 사람 결혼식 올리는 거 허씨 가문에서도 알고 있나요?”“허씨 가문? 아직 모를 건데.”갑작스러운 질문에 남미숙은 멈칫거렸다.“그럼, 저희가 허씨 가문에 알리는 건 어때요?”“그 집안에서 이 일을 알게 되면 난리 나지 않겠어요? 승재 도련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염치없이 결혼식까지 올리는 걸 보면 이건 할머니뿐만 아니라 그 집안까지 도발하는 거라고요.”이은정은 음흉하고 희미하게 입가에 미소를 일렁이며 제의했다.“그러네요. 허씨 가문 도련님께서 이진희한테 마음 있어 하는 건 온 세상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일이잖아요. 심지어 결혼까지 하려고 댁으로 찾아온 적도 있잖아요.”“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을 거창하게 준비하고 있는 걸 보면 이건 허씨 가문을 상대로 도발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만약 이 일을 우리 쪽에서 허씨 가문에 흘린다면 꽤 볼만할 것 같은데요.”이은정에 말에 이천강 또한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맞장구를 쳤다.두 사람의 말을 듣고 난 남미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마음을 보였다.“그래. 너희들 말이 맞다.”“당장 허씨 가문에 이 소식을 흘려야겠어.”말하면서 남미숙은 핸드폰을 꺼내 들어 허안강에게 전화를 걸었다.허승재가 이진희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허안강은 직접 아들을 데리고 찾아온 적이 있다. 두 아이의 혼인을 성사하기 위해서.그 일로 서로 연락처를 남기게 된 것이다.전화는 곧 연결이 되었고 허안강의 목소리
같은 시각.남미숙의 전화를 받고 난 허안강은 인상이 한껏 찌푸려졌다. 달갑지 않은 듯한 모습도 더불어 얼굴에 나타나면서.“또 무슨 일인데 그래?”허안강 옆에 있는 한 여인도 덩달아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여인의 정체는 바로 허안강의 첫 번째 아내이자 허승재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름은 배정옥이다.“흥! 도운시 이씨 가문에서 전화가 왔어. 그 댁 어르신인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말만 하고 바로 끊어 버렸어. 윤도훈 그놈이랑 이진희가 3일 후에 식을 올린다고.”허안강은 차가운 목소리로 불쾌함을 드러냈다.이에 배정옥도 곧 불쾌한 듯 얼굴이 어두워졌다.“그게 무슨 뜻인데? 설마 우리보고 결혼식에 참석하라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사람을 업신여겨도 그렇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말하면 할수록 열이 훨훨 타오른 배정옥은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안 돼! 절대 가지 마! 어디 한번 가기만 해봐!”“우리 승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 꼴까지 봐야 하는 건데? 이진희 그년도 그래, 우리 승제를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해 놓고 윤도훈이랑 올리는 식에 우리까지 부르고 싶은 거야? 우리 체면은 어떻게 하고? 이미 아버님 말씀대로 선물까지 들고 찾아갔었잖아. 그럼, 된 거 아니야? 우리가 뭘 더 어떻게 해야 속이 풀리는 건데?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자기한테 화를 풀고 있는 듯한 허안강의 모습과 소리에 허안강은 언짢았다.하여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손을 흔들며 더 이상 말 하지 못하게 했다.“그만해! 꼭 그런 마음으로 초대한 것 같지도 않아. 어쩌면 우리한테 잘 보이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윤도훈 그놈 말이야.”“웃기지 말라고 그래!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지가 무슨 집안이 튼튼해 아니면 재력이 대단해? 그깟 무술 좀 할 줄 안다고 우쭐거리다가 언젠가는 코 다치고 말 거야.”“우리 승제 죽이겠다고 노래 부를 때도 순순히 넘어가 줬잖아. 그럼, 숨죽이고 조용하게 살 것이지 어디 감히 전화까지 하는 거지? 그것도 결혼식에 참석하라고
그리고 다음날 주말.윤도훈과 이진희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열리는 날이다.이른 아침 로얄관 별장 구역. 이진희는 자기 집 침실에서 분주하게 평생 기억에 남을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메이크업 선생님이 지금 한창 이진희를 위해 신부 단장을 해주고 있다.모두가 바삐 돌고 있는 가운데 이진희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낯선 번호임을 확인하고 이진희는 두말없이 거부 버튼을 누르며 끊어버렸다.하지만 전화는 끊이지 않고 또다시 걸려 왔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진희는 눈살을 찌푸린 채 수신 버튼을 눌렀다.“누구세요?”이진희는 덤덤하게 물었다.“이진희 씨께 보여드릴 물건이 있습니다. 지금 바로 로얄관 별장 문 앞으로 오시기 바랍니다.”밑도 끝도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신데 그러는 겁니까? 보여주겠다는 건 또 뭐고요?”이진희는 의문이 가득한 채 또다시 물었다.“저 윤도훈 친구인데요, 그에 관한 비밀 같은 거 좀 보여드리고 싶어서 찾아온 겁니다. 10분 내로 바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자기 말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진희가 그 어떠한 말도 더 이상 물을 수 없게.의구심이 들만한 이진희는 두 눈에 작은 요동이 일어났다.이윽고 더는 주저하지 않고 방에서 재빠르게 뛰쳐나왔다.“진희야, 너 뭐 하러 가는데?”일찍이 집으로 찾아와 1층 거실에 앉아 있던 이천수와 서지현은 급히 나가는 딸의 모습에 당황했다.서지현의 물음에 이진희는 대충 대답하고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달려 나갔다.“별거 아니에요. 금방 다녀올게요.”‘윤도훈에 관한 비밀?’이진희는 그 한마디에 바로 낚기고 말았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그것도 윤도훈에 관해서는 더더욱.몇 분 지나지 않아 이진희는 별장 구역에서 나오게 되었다.대문 동쪽 가드레일 옆에 누군가가 자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지만 이진희는 이미 상대의 정체를 확인하고서 눈썹을 치켜세웠다.‘저 사람이 왜?’윤도훈과 전에 둘도 없는 친
오전 10시 30분 즈음 윤도훈은 빨간색 페라리를 몰고 로얄관에 이르렀다.직접 이진희를 픽업하여 결혼식을 올리게 될 골든 하우스 호텔로 향했다.이천수, 서지현, 그리고 양유나를 포함한 신부 측 들러리도 뒤따라 도착했다.골든 하우스 호텔은 오늘 다른 손님을 받지 않고 오로지 두 사람의 결혼식만을 위해 분주히 돌아간다.호텔 전체에 결혼식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다.식을 올리게 될 가장 꼭대기 층은 여느 곳보다 화려하고 으리으리하다.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이천수와 서지현은 꼭대기 층 로비 입구에 서서 하객을 맞이하려고 했다.그리고 호텔 입구는 이원이 일행을 데리고 하객을 맞이하고 있다.시간의 흐름에 따라 슬슬 도착해야 할 하객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자 이원은 초조함에 인상까지 잔뜩 찌푸렸다.애타는 마음으로 로비를 들여다보니 몇 명만 덩그러니 앉아 있고 청첩장을 받은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11시가 다 되어가는데 왜 다들 아직도 안 오는 거지?’“여보,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왜 다들 오지 않은 거예요?”이원과 마찬가지로 이상함을 눈치챈 서지현이 불안해하며 물었다.“주말이라 차가 좀 밀리나 봐요. 아직 시간 넉넉하고 좀 더 기다려 봐요.”이천수가 말하는 순간 갑자기 하객을 맞이하고 있던 호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씨 가문 어르신께서 도착하셨습니다.”남미숙이 왔다는 말에 두 사람은 놀란 듯이 눈을 마주치더니 곧 입꼬리가 올라갔다.특히 아들인 이천수는 기뻐해 마지 못하며 한걸음에 달려갔다.서지현도 콧방귀를 뀌긴 하였으나 내심 기분이 좋아 보였다.오늘 같은 날에 남미숙과 다투고 싶지 않을뿐더러 그들의 사이가 이로써 좀 부드러워졌으면 했다.바로 이때 남미숙, 이천강, 이은정 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마땅히 집안 전체가 기뻐해야 할 날임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은 그런 모습이 일도 있었다.마치 고소하기라도 한 듯한 웃음과 더불어 조롱하는 빛도 얼굴에 아른거렸다.게다가 그들은 빈손으로 축의금도 신혼 선물도 준비하지 않고
서지현은 붉으락푸르락하며 두 눈 부릅뜨고 남미숙에게 물었다.지금 심정으로는 도저히 ‘어머님’이라고 말이 나가지 않았다.“흥! 내가 시킨 거다. 그래서 뭐? 설마 우리 집안에서 너희 체면 세워 주기를 바란 건 아니지? 우리 집안만 아니었다면 너희는 한낱 보잘것없는 인간임을 내가 아주 똑똑히 보여주련다. 정녕 너희가 그렇게 대단한 거 같으냐? ‘이’씨 성을 가진 게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너희를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걸 아직도 모르겠느냐?”남미숙은 차가운 웃음과 더불어 날카로운 말로 두 사람을 자극했다.‘아이고, 고소해라.’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이천수 일가로 인해 망신을 당한 걸 생각하니 아주 고소했다.오늘을 빌어 반드시 이천수 일가를 도운시 전체의 웃음거리로 만들어 줄 생각이다. 이 결혼식 또한 세상에 둘도 없는 웃음거리로.“형님, 딸 교육 어떻게 한 겁니까? 어머니 뜻을 어기고 윤도훈 그 놈한테 시집가겠다고 하면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두 분은 또 뭘 했는데요? 말리기는커녕 결혼식을 얼마나 거창하게 올리려고 동네방네 소문 내고 다니는 겁니까? 그것도 모자라서 우리 집안 사람들한테 청첩장을 돌립니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이천강도 옆에서 열심히 비아냥거리고 있다.이때 후배인 이은정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참, 저희도 하객 신분으로 온 건 아이예요. 그냥 구경 좀 하고 좀 웃다가 가려고 온 거예요.”“당신들!”서지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세 사람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이고 싶었으나 그 어떠한 말도 뱉어지지 않았다.이천수는 굳은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천희야, 너 지금 어디야?”“형, 미안한데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저 지금 일이 좀 있어서 밖에 있어요.”이진희의 셋째 삼촌인 이천희가 미안해하며 사정을 밝히더니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이윽고 이천수는 이진희의 넷째 삼촌과 고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다들 하나같이 사정이 생겨 올 수 없다고 했다.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었으나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