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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할머니, 우리 아빠 말이 맞아요. 아빠가 아니라 모두 엄마 뜻이었어요. 저도 아빠도 엄마 말리느라 엄청 고생했단 말이에요.”

이은정도 옆에서 함께 부추기며 억울하다는 듯이 하소연하느라 바빴다.

이에 남미숙은 여전히 차가운 모습을 보였다.

“그게 사실이냐?”

“하늘에 맹세코 모두 사실이에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 그동안 내내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지내왔어요. 제발 이 못난 아들한테 다시 한번만 기회 주세요. 효도해 드릴 수 있게.”

이천강은 한 걸음 더 다가와 남미숙의 다리를 부여잡고 빌었다.

그 모습에 이은정도 재빠르게 눈치를 채더니 남미숙에게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할머니, 저희도 억울해요. 그때는 복수에만 정신이 팔려서 판단력이 흐려진 거예요. 윤도훈한테 하도 복수하고 싶어서 엄마 계략에 넘어간 거라고요.”

“저도 아빠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니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상황이 어찌 됐든 우린 모두 피를 나눈 가족이잖아요.”

환상의 쿵짝을 보여주는 두 사람의 미친 호흡에 남미숙은 서서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그러졌던 얼굴도 점점 풀리면서.

일생을 강하게 살아온 남미숙은 그 어느 곳에서나 체면을 가장 우선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자기의 뜻을 거역하고 몇 번이나 체면을 구기게 만든 손녀 이진희에 대해 한을 품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큰아들인 이천수와 며느리 서지현까지 윤도훈과 이진희 편에 서게 되자 남미숙은 아들 내외까지 미워지게 된 것이다.

이천수가 아무리 자기한테 지극정성을 다할지라도 한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체면이 구겨졌기 때문이다. 이천수 일가로 인해 위신과 더불어 체면까지 잃었기에.

이러한 마음을 품고 있던 이때 둘째 아들인 이천강과 손녀 이은정이 자기한테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며 무릎까지 꿇고 있자 다시 어깨가 으쓱해진 것이다.

이씨 가문에서 자기는 여전히 둘도 없는 절대적 권력을 손에 지니고 있는 가주라는 생각까지 더해지면서.

“너희들이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정녕 뉘우치고 있단 말이냐?”

남미숙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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