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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잘하셨어요. 어차피 더 이상 우리 집안 사람도 아니잖아요. 남과 다름없는 그들한테 체면 따위 차려줄 필요 없습니다.”

이천강은 ‘엄지척’까지 해가면서 고소한 듯 무척이나 좋아했다.

남미숙 또한 차갑게 웃으며 도도한 모습을 보였다.

“당연한 거 아니냐.”

적의 적은 곧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윤도훈과 이진희에 대해 언급하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한편이 된 것만 같았다.

여세를 몰아 이은정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돌리더니 음흉한 기색을 드러내며 운을 떼기 시작했다.

“할머니, 두 사람 결혼식 올리는 거 허씨 가문에서도 알고 있나요?”

“허씨 가문? 아직 모를 건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남미숙은 멈칫거렸다.

“그럼, 저희가 허씨 가문에 알리는 건 어때요?”

“그 집안에서 이 일을 알게 되면 난리 나지 않겠어요? 승재 도련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염치없이 결혼식까지 올리는 걸 보면 이건 할머니뿐만 아니라 그 집안까지 도발하는 거라고요.”

이은정은 음흉하고 희미하게 입가에 미소를 일렁이며 제의했다.

“그러네요. 허씨 가문 도련님께서 이진희한테 마음 있어 하는 건 온 세상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일이잖아요. 심지어 결혼까지 하려고 댁으로 찾아온 적도 있잖아요.”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을 거창하게 준비하고 있는 걸 보면 이건 허씨 가문을 상대로 도발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만약 이 일을 우리 쪽에서 허씨 가문에 흘린다면 꽤 볼만할 것 같은데요.”

이은정에 말에 이천강 또한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난 남미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마음을 보였다.

“그래. 너희들 말이 맞다.”

“당장 허씨 가문에 이 소식을 흘려야겠어.”

말하면서 남미숙은 핸드폰을 꺼내 들어 허안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허승재가 이진희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허안강은 직접 아들을 데리고 찾아온 적이 있다. 두 아이의 혼인을 성사하기 위해서.

그 일로 서로 연락처를 남기게 된 것이다.

전화는 곧 연결이 되었고 허안강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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