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음날 주말.윤도훈과 이진희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열리는 날이다.이른 아침 로얄관 별장 구역. 이진희는 자기 집 침실에서 분주하게 평생 기억에 남을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메이크업 선생님이 지금 한창 이진희를 위해 신부 단장을 해주고 있다.모두가 바삐 돌고 있는 가운데 이진희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낯선 번호임을 확인하고 이진희는 두말없이 거부 버튼을 누르며 끊어버렸다.하지만 전화는 끊이지 않고 또다시 걸려 왔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진희는 눈살을 찌푸린 채 수신 버튼을 눌렀다.“누구세요?”이진희는 덤덤하게 물었다.“이진희 씨께 보여드릴 물건이 있습니다. 지금 바로 로얄관 별장 문 앞으로 오시기 바랍니다.”밑도 끝도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신데 그러는 겁니까? 보여주겠다는 건 또 뭐고요?”이진희는 의문이 가득한 채 또다시 물었다.“저 윤도훈 친구인데요, 그에 관한 비밀 같은 거 좀 보여드리고 싶어서 찾아온 겁니다. 10분 내로 바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자기 말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진희가 그 어떠한 말도 더 이상 물을 수 없게.의구심이 들만한 이진희는 두 눈에 작은 요동이 일어났다.이윽고 더는 주저하지 않고 방에서 재빠르게 뛰쳐나왔다.“진희야, 너 뭐 하러 가는데?”일찍이 집으로 찾아와 1층 거실에 앉아 있던 이천수와 서지현은 급히 나가는 딸의 모습에 당황했다.서지현의 물음에 이진희는 대충 대답하고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달려 나갔다.“별거 아니에요. 금방 다녀올게요.”‘윤도훈에 관한 비밀?’이진희는 그 한마디에 바로 낚기고 말았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그것도 윤도훈에 관해서는 더더욱.몇 분 지나지 않아 이진희는 별장 구역에서 나오게 되었다.대문 동쪽 가드레일 옆에 누군가가 자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지만 이진희는 이미 상대의 정체를 확인하고서 눈썹을 치켜세웠다.‘저 사람이 왜?’윤도훈과 전에 둘도 없는 친
오전 10시 30분 즈음 윤도훈은 빨간색 페라리를 몰고 로얄관에 이르렀다.직접 이진희를 픽업하여 결혼식을 올리게 될 골든 하우스 호텔로 향했다.이천수, 서지현, 그리고 양유나를 포함한 신부 측 들러리도 뒤따라 도착했다.골든 하우스 호텔은 오늘 다른 손님을 받지 않고 오로지 두 사람의 결혼식만을 위해 분주히 돌아간다.호텔 전체에 결혼식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다.식을 올리게 될 가장 꼭대기 층은 여느 곳보다 화려하고 으리으리하다.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이천수와 서지현은 꼭대기 층 로비 입구에 서서 하객을 맞이하려고 했다.그리고 호텔 입구는 이원이 일행을 데리고 하객을 맞이하고 있다.시간의 흐름에 따라 슬슬 도착해야 할 하객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자 이원은 초조함에 인상까지 잔뜩 찌푸렸다.애타는 마음으로 로비를 들여다보니 몇 명만 덩그러니 앉아 있고 청첩장을 받은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11시가 다 되어가는데 왜 다들 아직도 안 오는 거지?’“여보,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왜 다들 오지 않은 거예요?”이원과 마찬가지로 이상함을 눈치챈 서지현이 불안해하며 물었다.“주말이라 차가 좀 밀리나 봐요. 아직 시간 넉넉하고 좀 더 기다려 봐요.”이천수가 말하는 순간 갑자기 하객을 맞이하고 있던 호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씨 가문 어르신께서 도착하셨습니다.”남미숙이 왔다는 말에 두 사람은 놀란 듯이 눈을 마주치더니 곧 입꼬리가 올라갔다.특히 아들인 이천수는 기뻐해 마지 못하며 한걸음에 달려갔다.서지현도 콧방귀를 뀌긴 하였으나 내심 기분이 좋아 보였다.오늘 같은 날에 남미숙과 다투고 싶지 않을뿐더러 그들의 사이가 이로써 좀 부드러워졌으면 했다.바로 이때 남미숙, 이천강, 이은정 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마땅히 집안 전체가 기뻐해야 할 날임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은 그런 모습이 일도 있었다.마치 고소하기라도 한 듯한 웃음과 더불어 조롱하는 빛도 얼굴에 아른거렸다.게다가 그들은 빈손으로 축의금도 신혼 선물도 준비하지 않고
서지현은 붉으락푸르락하며 두 눈 부릅뜨고 남미숙에게 물었다.지금 심정으로는 도저히 ‘어머님’이라고 말이 나가지 않았다.“흥! 내가 시킨 거다. 그래서 뭐? 설마 우리 집안에서 너희 체면 세워 주기를 바란 건 아니지? 우리 집안만 아니었다면 너희는 한낱 보잘것없는 인간임을 내가 아주 똑똑히 보여주련다. 정녕 너희가 그렇게 대단한 거 같으냐? ‘이’씨 성을 가진 게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너희를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걸 아직도 모르겠느냐?”남미숙은 차가운 웃음과 더불어 날카로운 말로 두 사람을 자극했다.‘아이고, 고소해라.’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이천수 일가로 인해 망신을 당한 걸 생각하니 아주 고소했다.오늘을 빌어 반드시 이천수 일가를 도운시 전체의 웃음거리로 만들어 줄 생각이다. 이 결혼식 또한 세상에 둘도 없는 웃음거리로.“형님, 딸 교육 어떻게 한 겁니까? 어머니 뜻을 어기고 윤도훈 그 놈한테 시집가겠다고 하면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두 분은 또 뭘 했는데요? 말리기는커녕 결혼식을 얼마나 거창하게 올리려고 동네방네 소문 내고 다니는 겁니까? 그것도 모자라서 우리 집안 사람들한테 청첩장을 돌립니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이천강도 옆에서 열심히 비아냥거리고 있다.이때 후배인 이은정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참, 저희도 하객 신분으로 온 건 아이예요. 그냥 구경 좀 하고 좀 웃다가 가려고 온 거예요.”“당신들!”서지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세 사람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이고 싶었으나 그 어떠한 말도 뱉어지지 않았다.이천수는 굳은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천희야, 너 지금 어디야?”“형, 미안한데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저 지금 일이 좀 있어서 밖에 있어요.”이진희의 셋째 삼촌인 이천희가 미안해하며 사정을 밝히더니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이윽고 이천수는 이진희의 넷째 삼촌과 고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다들 하나같이 사정이 생겨 올 수 없다고 했다.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었으나 마찬가지
이천수도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 모질게 구는 남미숙으로 이천수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만 같았다.“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그게 어디 한두 개냐?”“그린 제약회사가 어떻게 이진희 손에 넘어가게 되었는지 모르고 있느냐?”“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목적은 단 하나다. 감히 내 명령을 어기고 너희들 고집대로 하는 대각 뭔지 모여주는 것.”“이씨 가문이 없다면 너희들은 잡초와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오늘 이결혼식도 희대의 웃음거리로 남게 될 것이다.”아들 내외의 억울하고 분통한 모습에 남미숙은 시종일관 도도한 모습으로 임하고 있다.그 어떠한 죄책감도 없이 오히려 속으로 시원하기만 했다.이천강과 이은정도 지금 이 모든 것이 통쾌하기만 했다. 고소해하며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고 있다.이로써 마침내 복수라도 한 것만 같아 좋았다.보통날도 아니고 인생에 한 번뿐일 수도 있는 결혼식에 이런 우스운 꼴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시원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하객을 맞이하고 있던 직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빅하트 제약회사 인광준 사장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아들과 아내 등을 데리고 웃으며 걸어오는 인광준의 모습이 보였다.조금 전까지 울상을 하고 있던 이천수와 서지현은 바로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축하드립니다.”인광준은 걸어오면서 이천수와 서지현을 향해 축하 인사를 보냈다. 두툼한 축의금도 꺼내면서.“어머, 인 사장님 오셨네요.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이천수가 열정적으로 인광준 일행을 맞이했다.서지현도 눈물을 닦으며 웃음을 드러내며 좋아했다.남미숙 그리고 이천강, 이은정은 옆에서 차가운 눈초리를 한 채 끊임없이 비아냥거렸다.인광준 일행이 안으로 들어간 뒤 이천수와 서지현은 서로를 바라보았다.인광준에게 청첩장을 돌린 적도 없고 그와 아무런 교제를 한 적도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시간에 찾아온 걸 보면 윤도훈 때문일 것이다.“인광준으로 식장이 아주 꽉꽉 채워지겠어요.”이천강은 피식 웃으며 여전히 개의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두 분 결혼식에 제가 당연히 참석해야죠. 수도권이 아니라 해외에 있었더라도 한걸음에 달려와야 합니다. 하하.”동현국은 이천수의 손을 잡고 열정적으로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이천수와 서지현은 웃느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인사치레를 마치고 동현국과 소장하 일행을 안으로 모셨다.“흥! 이 정도로 뭐.”이은정은 여전히 언짢아하며 입이 쉬지 않았다.좀 더 비아냥거리고 싶었지만 들려오는 직원의 목소리에 말을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백천옥석 그룹 구백천 사장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이는 시작에 불과했다.“도운시 경지 구역 총책임자 민정군 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도운시 경찰서 하서준 서장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ZS 건설 조문호 사장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염하국 한의사 협회 손광성 회장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오엔지 협회 회장 홍지명 회장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장산 약국 도장산 회장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강진시 무술 협회 부회장 진경천 회장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N시 주태석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이름 석 자 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하객들이 연달아 도착하며 축하 인사를 하느라 한동안 시끌벅적거렸다.이천수와 서지현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삐 돌았으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찾아온 하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고마움을 표시하느라 세 사람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남미숙, 이천강, 이은정은 몰려드는 어마어마한 하객들을 보고 얼굴에 먹구름이 내려앉았다.조금 전까지 득의양양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분노와 달갑지 않은 모습이 가득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말도 안 되는 거물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설마 그동안 이러한 인맥이 생긴 거야? 둘이 이 대단한 사람들과 소통한 거라고?’그들은 본래 윤도훈과 이진희를 비웃으려고 온 것이다.하지만 조금 전 직원이 목청 높여 부른 하객들 외에도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 그들을 놀라게 했다.주호 제약회사 강주호, 이한 주업 왕준현 그리고 약
이천수도 마찬가지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다.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자기한테 밀어붙이던 세 사람한테 ‘복수’하는 것만 같았다.이천수 또한 지금껏 살아오면서 어깨가 가장 으쓱거리는 날이 오늘인 듯싶었다.강진시 갑부, 민정군, 하서준까지 이씨 가문 전 가주가 나선다고 해도 결코 이룰 수 없는 인맥들이다.그러한 거물들이 자기한테 허리를 굽혀가며 인사하는 걸 보고 이천수는 웃음꽃이 피어났다.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기 사위 덕분임을 잘 알고 있다.서지현도 사위에 대한 사람이 더욱 커지며 점점 마음에 들었다.만약 아쉬운 점이 있다며 윤도훈이 자기 딸과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남미숙, 이천강 그리고 이은정은 표정이 잔뜩 상기되어 있다.망신당하는 꼴을 보려고 일부러 찾아왔는데 오히려 잘 나가는 모습만 보게 되니 열불이 났다.큰 며느리인 서지현이 으쓱거리는 모습을 보고 남미숙은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이천강과 이은정도 지금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아 얼굴까지 붉어졌다. 미숙의 수단이 더없이 하찮다며 오히려 망신을 당하게 됐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이씨 가문 사람들이 오든 오지 않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전과 후가 너무 다르니 세 사람은 부끄러움에 온몸에 피부가 발가벗겨지는 것만 같았다.“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를 거다. 지금까지 찾아온 저 사람들은 그저 도운시에서 좀 잘나가는 것뿐이다. 강진시 갑부 동현국이 찾아왔다고 한들 뭐가 그리 대단한 것 같으냐? 저 사람도 결국 졸부인지라 진정한 명문과는 비할 수도 없다. 오늘 이 결혼식은 내가 처음부터 말했듯이 웃음거리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만들 꿈 깨거라!”남미숙은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냉랭하게 말했다.이천강과 이은정도 무엇인가 생각났는지 이를 갈며 덧붙였다.“맞아요! 절대 당신들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니 두고 보세요.”“어머, 아직 모르고 계시죠? 할머니께서 이미 허씨 가문에 알렸거든요. 결혼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쪽에서 엄청 화내던데요. 제가 볼 때 오늘 이 결혼식은 아주
남미숙은 바로 기고만장하게 웃으며 허안강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먼 곳까지 오셨네요.”그러자 허안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어르신,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나서 남미숙은 바로 정색하더니 운을 떼기 시작했다.“허안강 씨도 있는 자리에서 밝히고 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오늘부로 이진희 일가는 더 이상 우리 이씨 가문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허씨 가문에서 그들을 상대로 무슨 일을 하든 우린 절대 간섭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그 불똥이 우리 이씨 가문까지 튀지 않게끔 미리 약속해 주시기 바랍니다.”“맞습니다. 댁의 도련님 청혼을 거부한 건 이진희의 뜻이지 우리 이씨 가문의 뜻이 아닙니다. 이 결혼식도 저희 나름대로 극구 반대하며 말렸습니다.”남미숙을 말을 듣고 난 이천강을 재빠르게 맞장구를 쳤다.이에 이천수와 서지현은 언짢은 얼굴로 그런 그들이 한심하기만 했다.그러나 허안강은 어리둥절하기만 하고 그들이 말하고자는 하는 것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이상한 사람이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더니 곧장 무시해 버리고 이천수와 서지현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은 이를 악물고 허씨 가문과 ‘전쟁’을 벌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하지만 허안강의 말과 행동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지고 만다.“축하드립니다.”“댁의 천금과 윤도훈 씨의 신혼을 축하하며 소소하게 준비해 보았습니다.”허안강은 말하면서 부하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부하들은 일사불란하게 여러 귀한 선물을 수북하게 두 사람 앞에 쌓여 놓았다.보기 드문 옥석이 있을뿐더러 순금으로 만들어진 원앙새도 등도 있었다.이에 모든 이들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이천수와 서지현은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심지어 고맙다고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밀려 나온 하객들은 허씨 가문을 상대로 두 사람 편에 서서 도울 생각이었는데 이 모습을 보고 놀라워 마지 못했다.남미숙, 이천강 그리고 이은정은 얼굴은 더 볼만 했다.‘X발! 이게 어떻게 된 거야?’‘따지
이천수와 서지현은 흥분 수치가 거의 최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허안강이 어떠한 인물인지 모두가 명확히 알고 있다.그는 허승재의 아버지이며 직접 귀한 선물까지 들고 찾아왔다.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들은 속으로 분명했다.그동안 허승재가 이진희를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 허승재와 허씨 가문은 마치 먹구름처럼 이진희 일가를 뒤덮고 있었다.이진희는 어떻게든 다시 햇빛을 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었다.그러던 오늘 두 사람의 결혼식에 허승재의 아버지가 선물까지 들고 직접 참석한 것을 보고 마침내 그 먹구름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허승재도 허씨 가문도 이진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가.이진희와 윤도훈 사이를 인정해 주며 사이좋게 지내자는 뜻이 아닌가.그리고 이 모든 것이 모두 윤도훈 덕분임을 두 사람은 알고 있다.다만 윤도훈이 어떻게 해냈는지 그건 모른다.이진희가 윤도훈을 찾음으로써 혼자만의 힘으로 이씨 가문이 나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 “후.”서지현은 허안강을 결혼식장으로 안내하고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이윽고 또다시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이며 도도하게 입을 열었다.“어르신, 둘째 도련님, 아직도 이 결혼식이 웃음거리가 될 것 같습니까? 제가 보기엔 오늘 웃음거리는 따로 있는 것 같은데. 거기 세 사람 말입니다.”“하객들도 가득 채워져 빈자리가 하나도 없네요. 죄송해서 어떡하죠, 앉을 자리가 없을 것 같아요.”“아, 그리고 이씨 가문 사람들한테 오지 말라고 해주셔서 고마워요. 아니면 다들 앉지도 못하고 서 있을 뻔했어요.”“다들 별일 없으시면 그만 돌아가시죠.”서지현은 입가에 웃음을 일렁이며 시원하다 못해 더없이 통쾌하기도 했다.이천수는 고개를 저으며 어머니와 둘째 동생을 바라보았는데 얼굴에는 짙은 실망이 드러났다.우쭐거리는 서지현의 모습을 바라보며 남미숙은 그만 화가 치밀어 올라 질병이 다시 발작하며 쓰러질 뻔했다.얼굴은 이미 붉어지다 못해 자줏빛까지 날 지경이었다.이천강과 이은정도 마찬가지로 숨마저 제대로 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