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설은 윤도훈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아무리 힘을 들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어찌나 손에 힘을 주었는지 도통 빼낼 수가 없었다.그와 동시에 이상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는데 윤도훈의 손을 통해 자기 몸 속으로 들어와 퍼지는 것만 같았다.어찌 된 영문인지 알 길이 없는 송은설은 이성이 자기 손을 잡고 있어 그러한 반응이 생기는 줄만 알았다.어여쁜 얼굴은 수줍음과 수치스러움에 발갛게 달아올랐다.따뜻한 느낌이 온몸을 파고들자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도 감돌았다.‘송은설! 너 미친 거 아니야? 이 상황에서 이러고 싶어?’송은설은 속으로 자기를 비아냥거리며 두 눈을 부릅뜨고 윤도훈을 쏘아보았다.“변태! 도대체 뭘 하자는 거예요? 그동안 아무리 못났어도 매너 있는 남자인 줄 알았는데.”이에 윤도훈은 어이가 없어 입을 삐죽거렸다.“은설 씨 조금 전에 중독돼서 제가 친히 독을 풀어주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나 매너 있는 남자라고 한 적도 없습니다.”“참…”붉으락푸르락하며 송은설은 언성을 높였다.“그것도 변명이라고 하는 겁니까? 생각해 낸 이유가 고작 그거예요?”‘중독?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나 원 참 어이가 없어서.’“아빠, 혹시 지금 아내한테 질렸어요? 바꾸고 싶은 거예요?”이때 율이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현이 또한 불만이 가득한 듯 덧붙였다.“아저씨 나쁜 사람이에요! 우리 고모한테 그러면 안 돼요.” 연달아 날아오는 ‘인신공격’에 윤도훈은 얼굴이 한껏 어두워졌다.한편 음식점 밖에서.노차빈과 수찬을 유리를 통해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쪽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윤도훈이 아니라 송은설이 김치찌개를 먹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며 갈팡질팡했었다. 송은설에게 해독제를 가져다주어야 하는 건 아닌지.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건 그들이 바라는 결과가 아니니 말이다.한참 동안 망설이는 동안 윤도훈이 김치찌개를 바꾸며 독이 든 김치찌개를 모조리 마시는 것을 보게 되었다.“어라? 봤어요? 저놈 저 김치
“회장님, 혹시 사기당하신 거 아닙니까?”수찬은 약병을 들고 의문이 가득한 채로 물었다.도통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는 노차빈은 멀쩡한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하얀 가루를 자기 손에 조금 부었다.이윽고 잠시 망설이다가 혀를 내밀어 하얀 가루에 천천히 다가갔다.노차빈의 돌발 행동에 수찬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안 됩니다! 그러다가 중독이라고 되면 어떡하시려고 그러는 겁니까!”“저 둘을 봐, 내가 중독될 거 같아?”노차빈은 호통을 치고 난 뒤 그대로 하얀 가루를 입안에 넣었다.한참 동안 맛을 느끼더니 벌컥 화를 내기 시작했다.“왜 이렇게 달아? 천하의 노차빈이 다크 웹에서 사기당한 거야? 설마 가루우유는 아니겠지? 참나, 이거 먹고 중독될 리가 있겠어?”말하면서 노차빈은 다시 입에 하얀 가루를 넣었다.그러더니 다시 조금 부어서 수찬에게 건네며 말했다.“너도 한 번 맛 봐봐.”독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찬은 망설였지만 손을 내밀어 살짝 찍어서 맛보았다.과연 그 또한 노차빈처럼 벌컥 화를 내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독약이에요. 우유 맛 나는 가루인 것 같은데.”“얼마 주고 산 거예요? 근데 맛인 꽤 좋네요. 조금만 더 줘보세요.”그러자 노차빈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뺨을 후려치며 야단쳤다.“지금 이걸 먹을 때야? 정신 좀 차려!”“내가 들인 돈이 얼만데 가짜라고?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가 사기를 당했다고? 말이 돼?”“이딴 걸로 감히 날 속여? 어쩐지 저놈한테 아무런 문제도 없더라니. X발! X나 열받아!”그렇게 한참을 욕한 노차빈은 열불이 터져서인지 피가 미친 듯이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삽시간에 얼굴마저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검은 피가 코, 입 그리고 귀에서 흘러나왔다.“아!”“회장님, 괜찮으세요?”수찬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대경실색하며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노차빈도 고통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며 피를 왈칵 뿜어냈다.“독약이... 맞았던 거야?”노차빈은
“아!”“여기 사람 죽었어요!”“살려주세요! 여기 죽은 사람 있다고요!”이윽고 음식점 밖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수군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비명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갑작스러운 소란에 윤도훈은 눈빛이 확 달라지면서 무언가 떠오른 듯했다.율이의 손을 잡고 걸음을 재촉하며 밖으로 나가 보았다.송은설도 현이의 손을 꼭 잡고 뒤를 따랐는데 의문과 두려움이 가득해 보였다.사건 발생 지점에 이르러 윤도훈은 쓰러진 채 온몸을 떨면서 피를 뿜어내고 있는 수찬과 노차빈을 보게 되었는데 살짝 놀란 모습이었다.“푸.”하지만 윤도훈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윤도훈은 단번에 두 사람이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너희들 짓이구나.’‘내가 괜찮은 거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맛 본건 아니지?’‘이런 바보들.’“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요? 어쩜 사람이 그래요?”웃고 있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송은설은 화를 내며 물었다.‘어떻게 웃을 수 있어? 소시오패스 아니야?’“그러게 말이에요!”“동정심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네요.”“도와주지 못할 망정 웃기나 하고 말이에요.”“구급차, 구급차 불러주세요.”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은 잔인한 윤도훈의 행동에 손가락질하며 구급차를 불렀다.윤도훈은 끝까지 웃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두 사람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이윽고 은침 몇 개를 꺼내 들더니 노차빈과 수찬의 몸에 찌르기 시작했다.양손으로 살짝 움켜 쥔 채 진용의 기로 해독을 하고 있는 것이다.킬러지만 다소 멍청해 보이고 그리 악한 사람인 것 같지는 않았다.오전에 자기 차에 폭탄에 있다며 율이한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보였으니 말이다.하물며 그들을 고용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고 싶었다.“저 사람 뭐 하는 거야?”“침 놓고 있는 거 아니야?”“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사람 맞아? 왜 이제 와서 좋은 사람 코스플레하는 거지?”윤도훈의 행동에 사람들은 또다시 수군거렸다.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다가오는 이가 없었다. 불똥이 자기
“그 어떤 고용병도 염하국에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고 하던데... 이제 와 보니 알 것 같아.”노차빈은 달갑지 않아 하며 결연의 뜻을 보였다.“날 죽이라고! 우리 회장님 건드리지 마!”“닥쳐! 우리 애 말고 날 죽여! 내가 두목이야!”수찬과 노차빈은 서로 자기를 죽이라며 제법 애틋한 모습을 보였다.이에 윤도훈은 입가에 헛웃음이 일었다.‘와, 애들봐라, 지들이 무슨 영웅인 줄 아나.’탁탁-윤도훈은 두 사람을 향해 각각 한 대씩 귀싸대기를 날리며 하찮다는 듯한 눈빛과 함께 입을 열었다.“이번엔 내가 눈 감아 주는 데 다음은 없어. 당장 꺼져!”수많은 이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보는 앞에서 두 사람을 죽인다는 건 사실 좀 그러하다.게다가 왠지 모르게 멍청한 두 킬러에 대해 살의가 깊지도 않았다.윤도훈의 말을 듣고 두 사람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기에.두 사람을 순순히 보내줄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못 한 표정이다.“왜? 넌 왜 괜찮은데? 너도 분명히 먹었잖아!”“나도 수찬이도 네가 먹은 그 독약 맛봤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근데 X발 넌 왜 아무런 문제도 없냐고!”‘그냥 순순히 가지 왜 따지고 난리야.’윤도훈은 어이가 없어서 두 사람을 멀리 차버렸다.“이런 바보들...내가 먹어서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해서 너희들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니? 인제 알겠어? 그럴 수 없다는 거? 그 수준으로 날 죽일 생각하지 말고 좀 더 혹독한 훈련을 하고 나서 다시 찾아오든지 해.”말을 마치고 윤도훈은 율이의 손을 다시 잡았다.넋을 잃고 서 있는 송은설과 현이를 향해 웃으면서 말이다.“그만 가죠. 저기로 가서 놉시다.”그 말에 정신을 되찾으며 송은설은 얼굴이 약간 달아올라 어색함도 살짝 베어 있었다.맑고 투명한 두 눈에는 의문이 가득해 보였다.“조금 전에 기어이 내 김치찌개 마신 것도 내 손을 잡은 것도 모두 해독해 주려고 그런 거예요?”피가 미친 듯이 뿜어나오고 온몸을 떨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서 송
윤도훈은 율이를 데리고 현이와 송은설에게 인사를 하고 난 뒤 먼저 놀이동산을 떠났다.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저녁 식사 자리를 위해 ‘꽃단장’을 하기 시작했다.윤도훈은 지난번 이진희가 선물해 준 케주얼한 복장을 입고 율이는 작은 공주님처럼 예쁘게 차려입었다.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원이 부하를 데리고 오기를 기다렸다.현금, 황금, 쥬얼리 및 골동품 등이 가득 담겨 있는 상자를 차에 옮기 위해.이원이 집으로 오고 모든 걸 차에 실은 뒤 그들은 함께 이진희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이천수와 서지현은 ‘J 빌리지’라는 운성시에서 꽤 고급스러운 곳에서 살고 있다.같은 시각, 딸과 사위를 맞이하기 위해 두 사람은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약속 시간이 임박해 오자 저도 모르게 자꾸 밖을 살피게 되었다.“여보, 애들 오는 거 같지 않아요? 소리 들리는 것 같은데.”그 말에 이천수도 귀를 쫑긋거렸다.“그러네요. 내가 한번 나가 볼게요.”아직 시간이 좀 남은 것을 보고 서지현도 부엌에서 나와 손을 닦으며 따라 나갔다.문을 열자마자 한 중년 부부에 젊고 멋진 남자가 계단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선물도 가득 들고.세 사람을 보고 난 뒤 이천수도 서지현도 멍하니 있다가 놀라워하며 기뻐해 마지못했다.“어머, 시원 씨네 아니에요?”“넌 정국이 아니니? 언제 이렇게 컸어? 길에서 보면 못 알아보겠어.”이천수와 서지현은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웃으며 환하게 인사했다.상대도 마냥 반가워하며 인사하느라 바빴다. 임정국이라고 하는 멋진 청년도 두 사람에게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이게 얼마 만이에요.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한바탕 인사치레하고 난 뒤 이천수는 세 사람을 집안으로 모셨다.집으로 들어온 그들은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지금 두 사람이 살고 있는 J 빌리지는 이제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전까지만 해도 임시원네 일가와 10여 년 동안 이웃으로 지내왔었다.그땐 사이가 보통 좋은 것이 아니었다.
이천수의 말에 임정국은 곧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오랜만에 옛 이웃을 만나게 되어 기분이 좋은 서지현은 그들에게 남아서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오늘 저녁에 애들 밥 먹으러 올 거예요. 괜찮으면 다 같이 먹죠.”풀이 잔뜩 죽어 있던 임정국은 그 말에 다시 기가 살아나면서 부모님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흥분했다.“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할게요.”임시원과 여정은 아들을 힐끗 보더니 그의 속셈을 알아차렸다.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이 집에 남아서 함께 식사하려고 했다.이천수는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임정국을 바라보며 물었다.“정국아, 외국에서 여자 친구 사귀지 않았어? 이렇게 멋진 총각이.”그러자 임정국은 손사래를 치며 제법 진지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외국에서 여자 친구 사귄 적 없습니다. 아저씨,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말을 하지 못했었는데 인제 제법 나이도 들고 하니 용기 내어 볼까 합니다. 실은 저 어릴 때부터 진희 좋아했습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그때 그 마음이 변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돌아온 목적도 진희와 만나기 위해서인데 반대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말을 마치고 임정국은 잔뜩 기대한 얼굴로 이천수와 서지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게... 좀 힘들어 같아. 진희는 이미 결혼했어.”이천수는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예상치 못한 답에 임정국은 어찌 반응해야 할 지 몰랐다.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얼굴로 겨우 입을 열었다.“네? 이미 결혼을 했다고요? 그럴 리가요... 진희는 저와 동갑이고 이제 겨우 26살이잖아요. 제 기억이 잘못된 건가요?”“아니, 우리 진희 24살이야. 성인이 결혼하겠다는 데 잘못된 건 아니잖아.”서지현은 웃으며 덤덤하게 대답해 주었다.하지만 자기 딸에게 다른 감정을 지니고 있는 임정국의 말을 듣고 난 뒤 두 사람은 왠지 모르게 마음속으로 반감이 일었다.어느새 두 사람은 이미 윤도훈을 자기 사위로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다.“진희가 벌써 결혼했다고요? 너무 이른
임정국의 말에 이천수 부부는 눈에 가시라도 박힌 듯 인상을 찌푸렸다.‘진희가 결혼을 한 적이 있어도 상관없다고?’‘우리 딸이 언제 이혼한다고 그랬어?’‘우리 딸이 뭐나 못나서 이혼해서 너랑 살겠어!’‘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네.’참다못한 서지현은 전에 다정한 모습과는 달리 다소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정국아, 우리 진희 지금 잘살고 있어. 지 남편이랑 정도 얼마나 깊다고. 네가 걱정할 바는 아닌 것 같아.”이에 임시원 일가는 뭔가 더 반박하려고 했으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엄마, 저희 왔어요. 문 열어 주세요.”문밖에서 이진희가 두 사람을 외치고 있다.“우리 딸 왔구나.”서지현은 문을 열어주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이천수도 그 뒤를 따라갔다.이진희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 임정국의 검은 눈동자는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하루도 빠짐없이 귓가에 맴돌던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기대에 찬 눈빛으로 임정국은 대문 쪽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문이 열리자 윤도훈과 이진희 그리고 두 사람에 손을 잡고 들어오는 율이가 보였다.물론 그 뒤에 이원도 함께 했다.이씨 가문의 도련님인 이원이 자기 누나와 매형 뒤에 쪼르르 쫓아다니니 왠지 모르게 신분이 한층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아버님, 어머님, 저희 왔습니다.”윤도훈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안녕하세요...”율이도 고개를 살짝 들고 이천수와 서지현을 바라보며 달콤하고도 바르게 인사했다.“어머, 네가 율이구나. 우리 율이 너무 예쁘네.”예쁜 율이를 바라보며 서지현은 함박웃음을 지었다.이천수 또한 자애로운 모습을 보이며 율이를 향해 한참을 웃더니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했다.부랴부랴 방으로 들어가더니 엄청나게 큰 인형을 안고 다시 다가왔다.“이건 우리가 율이한테 주는 선물이야. 율이가 좋아했으면 좋겠어.”윤도훈을 마음에 들어 하는 두 사람이기에 그의 딸인 율이도 예뻤던 것이다.“고맙습니다...”처음으로 만나는 것이라 율
그냥 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윤도훈을 비아냥거리고 있음이 분명하다.“우리도 어릴 때부터 진희를 봐와서 그러는 데 그냥 편하게 말 놓을게.”“직업은 뭐야? 어떻게 처가에 오는데 빈손으로 올 수 있어?”윤도후의 의사와 상관없이 장여정이 말을 놓으며 물었다.장여정도 임시원도 절세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진희를 보고서 마음이 흔들렸다.이진희의 곁에 윤도훈이 아니라 자기 아들이 있었으면 했다.그 어디에 내놓아도 자기 며느리라고 광고를 해도 체면이 사는 얼굴이니 말이다.하지만 아주 흔하고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아들과 결혼을 했다니 한스러웠다.윤도훈에 비해 자기 아들이 훨씬 낫고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거슬리는 것이다.마치 윤도훈이 그들의 며느리를 빼앗아 간 것처럼.“제가 빈손으로 왔다고요?”윤도훈은 차갑게 웃으며 그들의 눈빛과 뉘앙스에서 이미 눈치를 챘다.‘뭔가 있구나.’그러더니 이천수와 서지현을 향해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이제 곧 저와 진희 결혼식인데 제가 미처 폐백을 드리지 못했더군요. 그래서 오늘 찾아뵙는 김에 가지고 왔어요. 적지만 알찬 제 마음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이에 이천수와 서지현은 당황스럽기만 했다.‘폐백?’그들은 단 한 번도 윤도훈에게 폐백을 원한 적이 없다.윤도훈은 고아이고 데릴사위로 들어오는 것이기에 폐백 같은 건 응당 없어야 마땅하다고 여겼다.게다가 그 돈 없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기에 원하지도 않았었다.윤도훈의 입에서 먼저 얘기가 나오고 가져왔다고 하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그런 거 필요 없어. 너희만 예쁘게 잘 살면 되는데.”이천수는 손을 흔들며 부담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서지현 또한 이진희를 째려보며 야단쳤다.“네가 시킨 거야? 그런 거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었잖아.”윤도훈을 사위로 인정하게끔 이진희가 중간에서 꾸민 일로 생각했다.실은 윤도훈이 사위로 마음이 쏙 든 두 사람이기에 이런 건 정말로 필요 없었다.“네? 저 모르는 일이에요.”지금 가장 당황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