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혹시 사기당하신 거 아닙니까?”수찬은 약병을 들고 의문이 가득한 채로 물었다.도통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는 노차빈은 멀쩡한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하얀 가루를 자기 손에 조금 부었다.이윽고 잠시 망설이다가 혀를 내밀어 하얀 가루에 천천히 다가갔다.노차빈의 돌발 행동에 수찬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안 됩니다! 그러다가 중독이라고 되면 어떡하시려고 그러는 겁니까!”“저 둘을 봐, 내가 중독될 거 같아?”노차빈은 호통을 치고 난 뒤 그대로 하얀 가루를 입안에 넣었다.한참 동안 맛을 느끼더니 벌컥 화를 내기 시작했다.“왜 이렇게 달아? 천하의 노차빈이 다크 웹에서 사기당한 거야? 설마 가루우유는 아니겠지? 참나, 이거 먹고 중독될 리가 있겠어?”말하면서 노차빈은 다시 입에 하얀 가루를 넣었다.그러더니 다시 조금 부어서 수찬에게 건네며 말했다.“너도 한 번 맛 봐봐.”독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찬은 망설였지만 손을 내밀어 살짝 찍어서 맛보았다.과연 그 또한 노차빈처럼 벌컥 화를 내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독약이에요. 우유 맛 나는 가루인 것 같은데.”“얼마 주고 산 거예요? 근데 맛인 꽤 좋네요. 조금만 더 줘보세요.”그러자 노차빈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뺨을 후려치며 야단쳤다.“지금 이걸 먹을 때야? 정신 좀 차려!”“내가 들인 돈이 얼만데 가짜라고?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가 사기를 당했다고? 말이 돼?”“이딴 걸로 감히 날 속여? 어쩐지 저놈한테 아무런 문제도 없더라니. X발! X나 열받아!”그렇게 한참을 욕한 노차빈은 열불이 터져서인지 피가 미친 듯이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삽시간에 얼굴마저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검은 피가 코, 입 그리고 귀에서 흘러나왔다.“아!”“회장님, 괜찮으세요?”수찬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대경실색하며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노차빈도 고통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며 피를 왈칵 뿜어냈다.“독약이... 맞았던 거야?”노차빈은
“아!”“여기 사람 죽었어요!”“살려주세요! 여기 죽은 사람 있다고요!”이윽고 음식점 밖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수군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비명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갑작스러운 소란에 윤도훈은 눈빛이 확 달라지면서 무언가 떠오른 듯했다.율이의 손을 잡고 걸음을 재촉하며 밖으로 나가 보았다.송은설도 현이의 손을 꼭 잡고 뒤를 따랐는데 의문과 두려움이 가득해 보였다.사건 발생 지점에 이르러 윤도훈은 쓰러진 채 온몸을 떨면서 피를 뿜어내고 있는 수찬과 노차빈을 보게 되었는데 살짝 놀란 모습이었다.“푸.”하지만 윤도훈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윤도훈은 단번에 두 사람이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너희들 짓이구나.’‘내가 괜찮은 거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맛 본건 아니지?’‘이런 바보들.’“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요? 어쩜 사람이 그래요?”웃고 있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송은설은 화를 내며 물었다.‘어떻게 웃을 수 있어? 소시오패스 아니야?’“그러게 말이에요!”“동정심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네요.”“도와주지 못할 망정 웃기나 하고 말이에요.”“구급차, 구급차 불러주세요.”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은 잔인한 윤도훈의 행동에 손가락질하며 구급차를 불렀다.윤도훈은 끝까지 웃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두 사람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이윽고 은침 몇 개를 꺼내 들더니 노차빈과 수찬의 몸에 찌르기 시작했다.양손으로 살짝 움켜 쥔 채 진용의 기로 해독을 하고 있는 것이다.킬러지만 다소 멍청해 보이고 그리 악한 사람인 것 같지는 않았다.오전에 자기 차에 폭탄에 있다며 율이한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보였으니 말이다.하물며 그들을 고용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고 싶었다.“저 사람 뭐 하는 거야?”“침 놓고 있는 거 아니야?”“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사람 맞아? 왜 이제 와서 좋은 사람 코스플레하는 거지?”윤도훈의 행동에 사람들은 또다시 수군거렸다.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다가오는 이가 없었다. 불똥이 자기
“그 어떤 고용병도 염하국에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고 하던데... 이제 와 보니 알 것 같아.”노차빈은 달갑지 않아 하며 결연의 뜻을 보였다.“날 죽이라고! 우리 회장님 건드리지 마!”“닥쳐! 우리 애 말고 날 죽여! 내가 두목이야!”수찬과 노차빈은 서로 자기를 죽이라며 제법 애틋한 모습을 보였다.이에 윤도훈은 입가에 헛웃음이 일었다.‘와, 애들봐라, 지들이 무슨 영웅인 줄 아나.’탁탁-윤도훈은 두 사람을 향해 각각 한 대씩 귀싸대기를 날리며 하찮다는 듯한 눈빛과 함께 입을 열었다.“이번엔 내가 눈 감아 주는 데 다음은 없어. 당장 꺼져!”수많은 이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보는 앞에서 두 사람을 죽인다는 건 사실 좀 그러하다.게다가 왠지 모르게 멍청한 두 킬러에 대해 살의가 깊지도 않았다.윤도훈의 말을 듣고 두 사람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기에.두 사람을 순순히 보내줄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못 한 표정이다.“왜? 넌 왜 괜찮은데? 너도 분명히 먹었잖아!”“나도 수찬이도 네가 먹은 그 독약 맛봤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근데 X발 넌 왜 아무런 문제도 없냐고!”‘그냥 순순히 가지 왜 따지고 난리야.’윤도훈은 어이가 없어서 두 사람을 멀리 차버렸다.“이런 바보들...내가 먹어서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해서 너희들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니? 인제 알겠어? 그럴 수 없다는 거? 그 수준으로 날 죽일 생각하지 말고 좀 더 혹독한 훈련을 하고 나서 다시 찾아오든지 해.”말을 마치고 윤도훈은 율이의 손을 다시 잡았다.넋을 잃고 서 있는 송은설과 현이를 향해 웃으면서 말이다.“그만 가죠. 저기로 가서 놉시다.”그 말에 정신을 되찾으며 송은설은 얼굴이 약간 달아올라 어색함도 살짝 베어 있었다.맑고 투명한 두 눈에는 의문이 가득해 보였다.“조금 전에 기어이 내 김치찌개 마신 것도 내 손을 잡은 것도 모두 해독해 주려고 그런 거예요?”피가 미친 듯이 뿜어나오고 온몸을 떨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서 송
윤도훈은 율이를 데리고 현이와 송은설에게 인사를 하고 난 뒤 먼저 놀이동산을 떠났다.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저녁 식사 자리를 위해 ‘꽃단장’을 하기 시작했다.윤도훈은 지난번 이진희가 선물해 준 케주얼한 복장을 입고 율이는 작은 공주님처럼 예쁘게 차려입었다.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원이 부하를 데리고 오기를 기다렸다.현금, 황금, 쥬얼리 및 골동품 등이 가득 담겨 있는 상자를 차에 옮기 위해.이원이 집으로 오고 모든 걸 차에 실은 뒤 그들은 함께 이진희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이천수와 서지현은 ‘J 빌리지’라는 운성시에서 꽤 고급스러운 곳에서 살고 있다.같은 시각, 딸과 사위를 맞이하기 위해 두 사람은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약속 시간이 임박해 오자 저도 모르게 자꾸 밖을 살피게 되었다.“여보, 애들 오는 거 같지 않아요? 소리 들리는 것 같은데.”그 말에 이천수도 귀를 쫑긋거렸다.“그러네요. 내가 한번 나가 볼게요.”아직 시간이 좀 남은 것을 보고 서지현도 부엌에서 나와 손을 닦으며 따라 나갔다.문을 열자마자 한 중년 부부에 젊고 멋진 남자가 계단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선물도 가득 들고.세 사람을 보고 난 뒤 이천수도 서지현도 멍하니 있다가 놀라워하며 기뻐해 마지못했다.“어머, 시원 씨네 아니에요?”“넌 정국이 아니니? 언제 이렇게 컸어? 길에서 보면 못 알아보겠어.”이천수와 서지현은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웃으며 환하게 인사했다.상대도 마냥 반가워하며 인사하느라 바빴다. 임정국이라고 하는 멋진 청년도 두 사람에게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이게 얼마 만이에요.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한바탕 인사치레하고 난 뒤 이천수는 세 사람을 집안으로 모셨다.집으로 들어온 그들은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지금 두 사람이 살고 있는 J 빌리지는 이제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전까지만 해도 임시원네 일가와 10여 년 동안 이웃으로 지내왔었다.그땐 사이가 보통 좋은 것이 아니었다.
이천수의 말에 임정국은 곧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오랜만에 옛 이웃을 만나게 되어 기분이 좋은 서지현은 그들에게 남아서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오늘 저녁에 애들 밥 먹으러 올 거예요. 괜찮으면 다 같이 먹죠.”풀이 잔뜩 죽어 있던 임정국은 그 말에 다시 기가 살아나면서 부모님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흥분했다.“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할게요.”임시원과 여정은 아들을 힐끗 보더니 그의 속셈을 알아차렸다.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이 집에 남아서 함께 식사하려고 했다.이천수는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임정국을 바라보며 물었다.“정국아, 외국에서 여자 친구 사귀지 않았어? 이렇게 멋진 총각이.”그러자 임정국은 손사래를 치며 제법 진지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외국에서 여자 친구 사귄 적 없습니다. 아저씨,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말을 하지 못했었는데 인제 제법 나이도 들고 하니 용기 내어 볼까 합니다. 실은 저 어릴 때부터 진희 좋아했습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그때 그 마음이 변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돌아온 목적도 진희와 만나기 위해서인데 반대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말을 마치고 임정국은 잔뜩 기대한 얼굴로 이천수와 서지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게... 좀 힘들어 같아. 진희는 이미 결혼했어.”이천수는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예상치 못한 답에 임정국은 어찌 반응해야 할 지 몰랐다.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얼굴로 겨우 입을 열었다.“네? 이미 결혼을 했다고요? 그럴 리가요... 진희는 저와 동갑이고 이제 겨우 26살이잖아요. 제 기억이 잘못된 건가요?”“아니, 우리 진희 24살이야. 성인이 결혼하겠다는 데 잘못된 건 아니잖아.”서지현은 웃으며 덤덤하게 대답해 주었다.하지만 자기 딸에게 다른 감정을 지니고 있는 임정국의 말을 듣고 난 뒤 두 사람은 왠지 모르게 마음속으로 반감이 일었다.어느새 두 사람은 이미 윤도훈을 자기 사위로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다.“진희가 벌써 결혼했다고요? 너무 이른
임정국의 말에 이천수 부부는 눈에 가시라도 박힌 듯 인상을 찌푸렸다.‘진희가 결혼을 한 적이 있어도 상관없다고?’‘우리 딸이 언제 이혼한다고 그랬어?’‘우리 딸이 뭐나 못나서 이혼해서 너랑 살겠어!’‘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네.’참다못한 서지현은 전에 다정한 모습과는 달리 다소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정국아, 우리 진희 지금 잘살고 있어. 지 남편이랑 정도 얼마나 깊다고. 네가 걱정할 바는 아닌 것 같아.”이에 임시원 일가는 뭔가 더 반박하려고 했으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엄마, 저희 왔어요. 문 열어 주세요.”문밖에서 이진희가 두 사람을 외치고 있다.“우리 딸 왔구나.”서지현은 문을 열어주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이천수도 그 뒤를 따라갔다.이진희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 임정국의 검은 눈동자는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하루도 빠짐없이 귓가에 맴돌던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기대에 찬 눈빛으로 임정국은 대문 쪽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문이 열리자 윤도훈과 이진희 그리고 두 사람에 손을 잡고 들어오는 율이가 보였다.물론 그 뒤에 이원도 함께 했다.이씨 가문의 도련님인 이원이 자기 누나와 매형 뒤에 쪼르르 쫓아다니니 왠지 모르게 신분이 한층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아버님, 어머님, 저희 왔습니다.”윤도훈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안녕하세요...”율이도 고개를 살짝 들고 이천수와 서지현을 바라보며 달콤하고도 바르게 인사했다.“어머, 네가 율이구나. 우리 율이 너무 예쁘네.”예쁜 율이를 바라보며 서지현은 함박웃음을 지었다.이천수 또한 자애로운 모습을 보이며 율이를 향해 한참을 웃더니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했다.부랴부랴 방으로 들어가더니 엄청나게 큰 인형을 안고 다시 다가왔다.“이건 우리가 율이한테 주는 선물이야. 율이가 좋아했으면 좋겠어.”윤도훈을 마음에 들어 하는 두 사람이기에 그의 딸인 율이도 예뻤던 것이다.“고맙습니다...”처음으로 만나는 것이라 율
그냥 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윤도훈을 비아냥거리고 있음이 분명하다.“우리도 어릴 때부터 진희를 봐와서 그러는 데 그냥 편하게 말 놓을게.”“직업은 뭐야? 어떻게 처가에 오는데 빈손으로 올 수 있어?”윤도후의 의사와 상관없이 장여정이 말을 놓으며 물었다.장여정도 임시원도 절세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진희를 보고서 마음이 흔들렸다.이진희의 곁에 윤도훈이 아니라 자기 아들이 있었으면 했다.그 어디에 내놓아도 자기 며느리라고 광고를 해도 체면이 사는 얼굴이니 말이다.하지만 아주 흔하고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아들과 결혼을 했다니 한스러웠다.윤도훈에 비해 자기 아들이 훨씬 낫고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거슬리는 것이다.마치 윤도훈이 그들의 며느리를 빼앗아 간 것처럼.“제가 빈손으로 왔다고요?”윤도훈은 차갑게 웃으며 그들의 눈빛과 뉘앙스에서 이미 눈치를 챘다.‘뭔가 있구나.’그러더니 이천수와 서지현을 향해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이제 곧 저와 진희 결혼식인데 제가 미처 폐백을 드리지 못했더군요. 그래서 오늘 찾아뵙는 김에 가지고 왔어요. 적지만 알찬 제 마음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이에 이천수와 서지현은 당황스럽기만 했다.‘폐백?’그들은 단 한 번도 윤도훈에게 폐백을 원한 적이 없다.윤도훈은 고아이고 데릴사위로 들어오는 것이기에 폐백 같은 건 응당 없어야 마땅하다고 여겼다.게다가 그 돈 없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기에 원하지도 않았었다.윤도훈의 입에서 먼저 얘기가 나오고 가져왔다고 하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그런 거 필요 없어. 너희만 예쁘게 잘 살면 되는데.”이천수는 손을 흔들며 부담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서지현 또한 이진희를 째려보며 야단쳤다.“네가 시킨 거야? 그런 거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었잖아.”윤도훈을 사위로 인정하게끔 이진희가 중간에서 꾸민 일로 생각했다.실은 윤도훈이 사위로 마음이 쏙 든 두 사람이기에 이런 건 정말로 필요 없었다.“네? 저 모르는 일이에요.”지금 가장 당황
이진희의 웃음에 임정국은 순간 넋이 나가버렸다.내숭 하나 없이 예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지금 당장 두 사람을 갈라놓고 이진희의 곁에 있는 남자가 자기였으면 했다.하여 임정국은 교만한 모습으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폐백을 인제야 다 모은 사람이 웃음이 나와요? 그 어렵게 모은 폐백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안 보이는데.”윤도훈은 웃음을 멈추고 덤덤하게 대답했다.“들고 올라오라고 시켰어요. 이제 곧 도착할 겁니다.”“시켰다고요? 그게 얼마나 된다고 시키기까지 합니까? 설마 우리 가고 나서 드리려는 건 아니죠? 내놓기에 부끄럽나 봅니다? 근데 이거 어떡하죠, 우리도 여기서 밥 먹기로 했는데.”“우리도 한 번 보고 싶어. 네가 진희를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아무리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해도 어느 정도까지는 해야 하지 않겠어?”장여정도 아들을 위해 옆에서 맞장구를 쳐 주었다.임시원은 내내 웃으며 망신당할 윤도훈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이천수와 서지현이 직접 말하듯이 윤도훈은 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했으므로 얼마 내놓지 못하리라 믿었다.그리고 지금 그들을 마주하고 있기에 윤도훈이 억지로 체면을 세우고 있다고 여겼다.일이 이 지경까지 번진 이상 임시원 일가는 이천수 일가의 체면을 봐주고 싶지 않았다.쥐구멍이라도 찾아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이혼하게 하여 자기 아들과 결혼하게 하고 싶었다.“아저씨, 형님, 그만들 하시고 지금 가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이따가 세 분 체면이 엄청 구겨질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충격으로 심정지가 올 수도 있고요.”내내 듣고 있던 이원이 그만 참지 못하고 입을 삐죽거렸다.이에 임시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가 이렇게 심하게 말할것으로 생각지도 못한 얼굴이다.임정국 또한 얼굴이 한껏 어두워지면서 화가 살짝 났다.“원아, 너까지 이 사람 편드는 거냐? 어렸을 때 나더러 네 매형이 되어달라고 졸랐던 거 기억 안 나?”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