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고민기를 비롯한 고씨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표정이 다양했다.“윤도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윤도훈은 들어오자마자 공수하며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그런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민기는 의자를 ‘탁’ 치며 소리쳤다.“이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오는 것이냐! 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 것이냐?”바로 이때 윤도훈은 자기 마음대로 옆에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고씨 가문에서 저를 죽이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고씨 가문 가주이신가 봅니다?”윤도훈은 중간 자리에 앉아 있는 고민기를 보고 말했다.고민기는 이에 차갑게 웃었고 옆에 있는 흰 수염 장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윤도훈을 노려보며 위압을 가했다.“우리 고씨 가문 사람을 다치게 한 이상 우리가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말하면서 장로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입과 눈이 비뚤어진 고민혁을 가리켰다.고민혁은 지금 윤도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두 눈에는 한과 분노가 가득하다.“죽으러 온 것이냐 아니면 살려달라고 빌려고 온 것이냐?”“양원단의 제조 방법을 내놓고 스스로 팔다리를 끊어 사죄하며 한 번 살려줄 의향은 있다.”이에 윤도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죽으러 온 것도 빌려고 온 것도 아닙니다.”말하면서 윤도훈은 고민혁을 가리키며 고민기를 향해 말했다.“고씨 가문에서 저 사람의 말에 따른 거 아니죠? 지금 주제 파악도 못 하고 함부로 끼어드는 것 같습니다만?”“너 뭐라고 그랬어?”그 말에 고민혁은 발끈하며 이를 악물었다.그러자 고민기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민혁을 향해 야단쳤다.“고 집사, 그만 해!”“네...”고민혁은 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뚫어지게 노려보았지만 고민기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다.이윽고 고민기는 일어서서 윤도훈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어찌 됐든 넌 우리 고씨 가문 사람을 다치게 했다. 절대 그냥 지나갈 수 없다는 말이다. 마땅한 대가를 치르지 않거나 너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히든카드를 꺼내지
“이게 뭐야?”유리병안에는 알약 같은 무엇인가 들어 있다.이때 고진은 눈빛이 확 달라지더니 재빠르게 다가갔다.“가주,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고민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유리병을 건네주었다.고진은 마개를 열어 신중하게 맡아보고는 손바닥으로 쏟아내어 자세히 살펴보았다.“모두 다 단약입니까?”놀라워 마지 못하며 고진이 물었다.이에 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습니다. 녹색은 통맥단이고 파란색은 회기단이며 붉은색은 소아단이고...”말하면서 윤도훈은 단약 및 효능까지 간단하게 일일이 소개했다.윤도훈의 설명을 듣고 나서 현장에 있던 고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단약들을 모두 직접 만들어낸 겁니까?”고진은 윤도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고씨 가문에 연단사들은 단약을 만들어낼 줄은 알지만 두 세 종류의 단약 밖에 만들어낼 줄 모른다.그렇지 않으면 고씨 가문에서 판매회를 열 때 마다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단약을 내놓을 수도 없을 것이다.윤도훈이 단 번에 8가지나 되는 단약을 꺼내 놓은 것을 보고 놀라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게다가 통맥단과 같은 단약까지 이 단약은 무려 무자의 팔맥을 뚫을 수 있는 일품 단약이고 소아단 같은 단약은 만병을 통치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럼요?”고씨 가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어이가 없었다.‘촌스럽기는...’그들이 자기를 고무 세가로 자칭하는 모습이 우습기만 했다.이 단약들도 양원단도 윤도훈에게 있어서는 극히 저렴한 단약에 불과하다.수련 기억 속에 있는 것에 비하면 이 단약들은 진정한 단약이라고 할 수도 없다.바로 이때 고민기는 고진에게 사인을 보냈고 고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붉은색 단약을 입에 넣어 삼켜 버렸다.그러자 윤도훈에게 맞아 남아 안색이 창백했던 고진의 얼굴에는 즉시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체내의 남아 있던 상처들도 어느 정도 완전히 회복되었다.“정말입니다.”고진은 다소 흥분해하며 말했다.이윽고 고민기는 깊이 숨을
고민기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은둔 가문 또는 문패에서는 후배 제자들을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끔 밖으로 내보낸다.대부분은 비밀리에 진행되며 자기 가문에 대해서 절대 밝혀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오직 자기만의 힘으로 성장한 후배 제자만이 가문에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윤도훈도 아마 그런 쪽에 속할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만약 그런 배경이 없고 서는 스스로 이렇게 많은 일품 단약을 만들어 낼 수 없으리라 여긴 것이다.윤도훈이 일반인이며 속세에서 거듭난 고수라고 한다는 가정을 죽어도 믿을 수 없다.“윤 선생님, 혹시 어느 가문 출신인지 힌트라도 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고민기는 다시 시험 삼아 떠보기 시작했다.좀 더 자세히 알아내서 윤도훈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그러나 말이 떨어지자마자 윤도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물었다.“앞서 말했듯이 저에게는 그 어떠한 배경도 없습니다. 게다가 고씨 가문은 은둔 가문도 아니면서 이렇게 캐물어도 되는 겁니까? 필요 이상으로 알려고 하지 마시고 합작할 것인 것 아니면 그만둘 것인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그 말에 고민기는 안색이 확 변했고 고씨 가문 고수들도 두 눈에 어두운 빛이 가득했다.윤도훈이 뱉은 말은 건방지기 그지없고 고씨 가문을 없이 여기고 있다는 뉘앙스도 있다.그러나 고민기를 포함하여 그들을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은둔 가문?윤도훈의 입에서 이 단어가 나온 것만으로 많은 걸 설명해 주고 있다.단지 세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은둔 가문’을 알 리가 없으니 말이다.윤도훈의 말에 따르면 ‘은둔 가문’ 조차도 없이 여기고 있는 듯했다.그렇다면 윤도훈이 상고 고씨 가문 출신이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들기 시작했다.‘그래! 어쩐지 대단하다 했어.’‘어린 나이에 초급 경지를 뛰어넘고 이렇게 많은 단약까지 만들어 내다니 상고 고씨 가문 출신이었어.’“제가 너무 주제가 넘었습니다.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고민기는 마음속의 놀라움을 거두고 웃으며 덧붙였다.“당연히 합작해야죠.
같은 날 저녁 윤도훈은 정원에 무릎 접고 앉았다.지금 윤도훈의 몸 주위에 영옥이 하나씩 떠오르고 있다.용혼소울링을 돌림에 따라 대량의 영기가 영옥에서 빠져나와 윤도훈의 호흡에 따라 몸속으로 들어가고 있다.윤도훈의 단전 중에 액상 진기가 부단히 탄탄해지고 있다.체내의 진기는 일반 수련자와 달리 모두 천지 영기를 흡수하여 만들어낸 진기이며 용신에서 용솟음친 용기와 섞인 것이다.이런 ‘혼합진기’는 일반 수련자 체내에 있는 진기보다 훨씬 강대하고 웅장하며 둔탁하다.게다가 윤도훈의 육신은 용기의 자양에 의해 개조된 것으로 같은 레벨의 고수보다도 훨씬 강하다.이것이 바로 같은 레벨임에도 불구하고 윤도훈이 상대 위에 있는 이유이다.이런 ‘혼합진기’을 윤도훈은 따로 이름을 지었는데 바로 ‘진용의 기’라고 한다.대량의 영기가 흡수됨에 따라 액상 단전이 응집될 뿐만 아니라 경맥에도 진용의 기가 더해지고 있다.그뿐만 아니라 진용의 기가 경맥에 따라 근육에 스며들면서 근육 또한 그 힘을 빌었다.근육 섬유이며 밀도이며 다시 극한을 돌파해 버렸다.무릎을 접고 앉아 있는 윤도훈의 옷은 바람 하나 없음에도 움직이고 있고 은은하게 비치는 살색과 근육 라인은 더더욱 눈이 부시다.쏴-다음날 해가 뜰 무렵 윤도훈은 문득 두 눈을 떴다.바닥에는 이미 완전히 흡수되어 버리고 껍데기만 남은 영옥으로 가득했다.오금을 저리는 예리한 윤도훈의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반짝였다.윤도훈은 이를 느끼고 나서 흡족해하며 바로 도로 거두었다.펑-몸을 일으키고 나서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해보니 폭발음이 났다.주먹이 지나가는 곳마다 공기는 마치 압축된 듯이 뒤틀렸다.“대박인데? 초급 경지 중기에 들어선 건가?’윤도훈의 얼굴에는 흥분한 미소가 떠올랐다.하룻밤 사이에 작은 경지 하나를 돌파하여 초급 경지 중기로 들어섰다.액상 단전도 전보다 더욱 탄탄해졌다.만약 가장 처음에 초급 경지를 돌파했을 때 단전이 작은 물풍선에 불과했다며 지금의 단전은 겉이 단단해진 물풍선과 같다.
율이는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아빠랑 놀이동산 가서 신나게 놀자.”윤도훈은 율이를 들어 안고 웃으며 대답했다.“예! 놀이동산 간다.”율이는 좋아하며 한동안 손뼉을 치며 기뻐해 마지 못했다.오전 7시 윤도훈은 율이와 함께 도운시에 있는 놀이동산으로 향했다.제황원을 떠나 고속도로에 올랐는데 웬 지프차 한 대가 뒤에서 몰래 따라오고 있었다.상대는 수많은 차량 속에 몸을 숨긴 채 흔적 하나 없이 윤도훈의 차를 따르고 있다.비할 데 없이 신중한 수단을 보아서는 전문적인 훈련을 거친 것이 분명하다.지프차 안에서 조수석에 앉아 있는 청년은 차가운 빛을 드러내며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수찬, 앞에 저 차 확실해?”그러자 수찬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암암리에 여러 날 동안 조사를 마쳤고 타깃이 바로 저 차에 있습니다. 회장님, 죽일까요?”청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한 걸 묻고 있어. 우리 혈나회의 임무를 망친 장본인이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지난번 임무가 혈나회가 성립되고 나서 받은 첫 번째 임무였는데 저놈 때문에 망쳤어. 그러니 반드시 저놈 죽여서 우리 혈나회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수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청년의 말에 동의했다.혈나회는 이 도시에서 암암리에 성립된 킬러 조직이다.청년의 이름은 노차빈으로 혈나회의 회장이다.그리고 수찬이라는 남자는 바로 지난번 주구남을 죽일 때 두목이었던 킬러이다.다만 그때 그 임무를 윤도훈이 망쳐버렸다.“어? 왜 갑자기 멈추는 거지? 주유하려고 그러는 거야?”바로 이때 윤도훈이 몰고 있는 벤틀리 뮬상이 주유소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이윽고 윤도훈은 주유소 직원이 주유하는 틈을 타서 옆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회장님, 저놈 맞습니다.”윤도훈을 보고 나서 수찬의 얼굴에는 살의가 가득했다.“알았어. 저놈은 나한테 맡기고 내가 어떻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는지 봐.”“수찬, 우린 해외 고용병과
지난번 심은길 일행을 압송하면서 윤도훈은 차에서 나건운 등과 수다만 떤 것이 아니다.가는 내내 윤도훈은 군사 쪽으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기억력이 비상할 정도로 좋아진 윤도훈이기에 한 번 듣기만 하면 모조리 기억한다.전문적인 군사적 분야는 훈련을 받은 특전사와 에이스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다.혈나회의 회장 노차빈이 설치한 시한폭탄은 엄청 간단한 제조를 거친 폭탄이다.줄 몇 개에 타이머가 붙어 있는 것이 전부이다.국내에서 이 방면에 관한 관리가 엄격하기에 첨단적인 재료들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이런 간단한 시한폭탄에 대해서 나건우 등 경비구 전사들은 이미 윤도훈에게 해체법을 가르쳐 주었었다.하여 발견하고 나서 아주 쉽게 해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날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있어.’차에 오르고 난 뒤 윤도훈은 폭탄을 서랍에 넣고 한동안 표정이 다양했다.“아빠, 왜 그래요?”율이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눈을 깜빡이며 윤도훈에게 물었다.“괜찮아. 율이 안전벨트 잘하고 앉아. 아빠 출발한다.”윤도훈은 웃으며 율이 앞에서 더 이상 티 내지 않았다.잠시 후 벤틀리 뮬상은 주유소에서 나왔고 지프차는 그 뒤를 몰래 따라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벤틀리 뮬상의 차창이 열리더니 그 속으로 작은 머리가 나왔다.“룰루라라, 율이 놀이동산에 가고 있어요.”“가서 신나게 놀 거예요.”윤도훈은 차를 몰면서 약간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율이야 얼른 제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 잘하고 앉아.”“싫어요.”율이는 투정을 부리며 대답했다.그러자 윤도훈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율이 아빠 말 안 들으면 아빠 화낼 거야.”5살이 된 아이들이라면 한창 까불 나이이고 율이도 예외는 아니다.윤도훈이 그렇게 말하고는 것을 듣고 나서 율이는 그제야 입을 삐죽 내밀며 하는 수 없이 도로 자리에 앉았다.“흥! 율이 화났어요.”뒤에서 그들을 따르고 있던 지프차에서 노차빈은 차창에서 고개를 내민 율이를 보고 안색이 변했다.순간 두 눈에는 갈등
띠띠빵빵-뒤에서 울리는 경적에 윤도훈을 백미러를 통해 바라보았다.한 청년이 머리까지 창밖으로 내밀어 자기를 향해 뭐라고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윤도훈은 어이가 없어서 얼굴까지 한껏 어두워졌다.‘별의별 놈이 다 차를 몰고 다니는 구나.’‘날 죽이려고 하더니 인제 경적까지 정차하라고 하는 거야?’‘내가 미쳤어? 네 놈 뜻대로 차 세우게?’‘딸이랑 오붓한 시간 보내야 하니 저리 멀리 꺼지렴. 이제 시간 되면 놀아줄게.’윤도훈은 청년을 흘겨보며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띠띠빵빵-띠띠-하지만 뒤에서 경적은 계속 울렸고 무척이나 조급하게 들려왔다.“아빠, 우리 뒤에 있는 저 차 말이에요. 우리보고 경적 울리는 것 같은데요? 시끄러워요.”율이도 이상함을 감지하고 얼굴에 의문이 가득하다.“차에 고장나서 그런 거 같아.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마.”윤도훈은 닥치는 대로 일단 둘러댔다.“그래요?”“근데 아빠는 왜 이렇게 빨리 몰아요?”율이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라는 듯한 표정을 드러냈다.한편 뒤에서 바짝 쫓아오고 있는 지프차 안에 노차빈과 수찬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X신아! 당장 차 세워!”“X발 당장 세우라고!”“차에 폭탄 있으니 당장 좀 세워.”“넌 죽어도 상관없는데 아이가 무슨 죄니.”“X발 내 말 안 들려?”노수빈은 머리를 내밀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벤틀리 뮬상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찬 바람만 한껏 맞고 말았다.벤틀리 뮬상을 몰고 있는 윤도훈은 속으로 아슬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뛰어난 반응력으로 차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속도를 높여 달릴 수 있었다.물론 벤틀리 뮬상 자체의 성능이 좋은 덕도 있다.그렇게 아주 손쉽게 그들을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한참을 몰아도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상대의 운전 실력으로 보아서는 일반인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갑자기 앞에 큰 내리막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수찬은 이를 악물더니 액
“아빠, 우리 뒤에 있던 차 강에 빠졌어요.”율이는 뒷좌석에 기대어 앉아 놀란 표정을 하고 있다.그러자 윤도훈은 허허 웃더니 그제야 천천히 차를 한쪽에 세웠다.“율이는 차에서 아빠 기다리고 있어. 아빠 한 번 보고 올게.”“구급차 불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율이는 착한 마음으로 묻고 있는 것 같지만 굴러가는 두 눈을 보노라니 어리지만 당찬 모습을 보인다.왠지 모르게 그들을 쫓아오고 있던 차가 사고 나서 고소해하는 듯해 보였다.끊임없이 그들을 향해 경적을 울렸던 것이라 율이도 제법 짜증이 났었다.윤도훈은 차에서 내려 가드레일 쪽으로 다가왔는데 물속에서 텀벙거리는 모습이 보이더니 곧이어 두 사람의 모습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그중 한 명이 수찬임을 확인하고 윤도훈은 눈빛이 번쩍거렸다.지난번 주구남을 죽이려고 이천강이 불러들인 킬러임을 확인했다.그리고 옆에는 웬 낯선 청년 한 명도 함께하고 있다.윤도훈은 콧방귀를 뀌며 그들을 처리할지 말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그러나 바로 이때 낯선 청년이 헤엄쳐 오면서 윤도훈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말투도 표정도 무척이나 초조한 것으로 살짝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X발! 너 안 들려? 귀먹었어?”“네 차에 폭탄 있었다고 폭탄!”“아이는? 왜 혼자 내려오고 지랄이야? 아이는!”“당장 차에서 데리고 나와.”‘뭐지?’윤도훈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청년을 보고 있다.‘나를 죽이려고 한 거 아니었어? 근데 왜 쫓아와서 알려주기까지 하는 거지?’“이거 그러는 거야? 이미 해제했고 아무런 문제도 없어.”“좋은 뜻으로 그런 건지 몰랐어. 미안.”윤도훈은 이미 해제한 폭탄을 들고 청년 앞에서 흔들거리더니 미안해하며 말했다.상대는 좋은 마음으로 알려주기 위함이었는데 오해가 생기게 될 줄은 몰랐다.강에 빠뜨리기까지 했으나 속으로는 꽤 많이 미안했다.노수빈은 그 폭탄을 보자마자 순간 얼어붙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화가 용솟음쳐 올라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아! 내 폭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