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 뒤에 있던 차 강에 빠졌어요.”율이는 뒷좌석에 기대어 앉아 놀란 표정을 하고 있다.그러자 윤도훈은 허허 웃더니 그제야 천천히 차를 한쪽에 세웠다.“율이는 차에서 아빠 기다리고 있어. 아빠 한 번 보고 올게.”“구급차 불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율이는 착한 마음으로 묻고 있는 것 같지만 굴러가는 두 눈을 보노라니 어리지만 당찬 모습을 보인다.왠지 모르게 그들을 쫓아오고 있던 차가 사고 나서 고소해하는 듯해 보였다.끊임없이 그들을 향해 경적을 울렸던 것이라 율이도 제법 짜증이 났었다.윤도훈은 차에서 내려 가드레일 쪽으로 다가왔는데 물속에서 텀벙거리는 모습이 보이더니 곧이어 두 사람의 모습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그중 한 명이 수찬임을 확인하고 윤도훈은 눈빛이 번쩍거렸다.지난번 주구남을 죽이려고 이천강이 불러들인 킬러임을 확인했다.그리고 옆에는 웬 낯선 청년 한 명도 함께하고 있다.윤도훈은 콧방귀를 뀌며 그들을 처리할지 말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그러나 바로 이때 낯선 청년이 헤엄쳐 오면서 윤도훈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말투도 표정도 무척이나 초조한 것으로 살짝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X발! 너 안 들려? 귀먹었어?”“네 차에 폭탄 있었다고 폭탄!”“아이는? 왜 혼자 내려오고 지랄이야? 아이는!”“당장 차에서 데리고 나와.”‘뭐지?’윤도훈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청년을 보고 있다.‘나를 죽이려고 한 거 아니었어? 근데 왜 쫓아와서 알려주기까지 하는 거지?’“이거 그러는 거야? 이미 해제했고 아무런 문제도 없어.”“좋은 뜻으로 그런 건지 몰랐어. 미안.”윤도훈은 이미 해제한 폭탄을 들고 청년 앞에서 흔들거리더니 미안해하며 말했다.상대는 좋은 마음으로 알려주기 위함이었는데 오해가 생기게 될 줄은 몰랐다.강에 빠뜨리기까지 했으나 속으로는 꽤 많이 미안했다.노수빈은 그 폭탄을 보자마자 순간 얼어붙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화가 용솟음쳐 올라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아! 내 폭탄!”“
그 말에 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그건 안 돼.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런 거 탈 수 없어.”“하지만 타고 싶단 말이에요. 율이 꼭 타고 말 거예요.”율이는 순간 삐쳐서 입을 삐죽 내밀고 윤도훈의 손을 잡아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어라? 율이야 저기 좀 봐봐.”율이의 투정에 정신이 아찔해질 즈음에 윤도훈은 눈빛이 반짝이면서 손가락으로 어디론가 가리켰다.율이는 멍하니 있다가 윤도훈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시선을 돌렸다.“현이 언니랑 은설이모네요.”“여기서 다 보네요.”상대는 바로 송씨 가문의 천금인 송은설, 송장헌 그리고 손녀 현이 이다.송은설도 오늘 마침 현이를 데리고 놀이동산에 놀러 온 것이고 점심시간이라 이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윤도훈과 율이보다 좀 일찍 온 것이라 그들은 이미 먹고 있었다.율이는 상대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달려갔고 윤도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뒤따라갔다.지난번 송씨 가문에서 그러한 일도 있었고 하여 마냥 반가운 사이는 아니지만 만나게 된 이상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율이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현이는 율이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내려왔다.이윽고 현이는 윤도훈을 보게 되자 반짝이는 눈빛에 두려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지난번 율이가 아프고 나서 윤도훈은 마치 미친 짐승처럼 행동했었는데 그때 그 충격이 여태껏 현이를 자극하고 있다.“도훈 아저씨, 안녕하세요.”현이는 잔뜩 겁먹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그래, 현이도 안녕.”자기에 대한 두려운 정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윤도훈은 순간 미안하기만 했다.가능한 한 부드러워 보이는 웃음을 지으려고 애를 쓰며 현이를 향해 미소를 유지했다.바로 이때 송은설은 현이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며 예쁘고 정교한 얼굴에는 차가운 빛이 드러났다.“윤도훈 씨, 율이 데리고 편히 식사하시죠. 괜히 우리 조카 놀라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윤도훈은 살짝 당황해하며 사과했다.“지난번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송은설에게 있어서 송장헌이든 송영태든 윤도훈의 체면을 충분히 그것도 여러 번 살려주었으니 응당 자기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뿐만 아니라 은혜를 갚아도 모자를 판에 지난번 송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우며 불경을 드러내던 윤도훈의 태도와 행동에 불만이 가득했다.속으로 내내 불평했는데 이번 기회에 불평을 덜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하여 진은우를 마주하며 윤도훈을 아예 방패로 삼을 예정이었다.진은우는 지금 송은설이 다른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질투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강진시 쪽의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데 어르신도 은설 씨도 볼 겸 해서 온 거예요.”진은우는 웃으며 말했다.“보시다시피 난 잘 지내고 있어요. 먼 길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게 됐네요.”“점심은 먹었어요? 나 지금 남자 친구랑 아이 둘 데리고 놀러 나왔는데 같이 먹을래요?”송은설은 덤덤하게 물었다.그 말을 듣게 되자 윤도훈을 바라보는 진은우의 눈빛은 전보다 한껏 더 어두워지면서 질투도 흘러넘쳤다.“뭐라고요? 이 사람이 은설 씨 남자 친구라고요?”진은우는 윤도훈을 가리키며 거듭 확인했다.“네. 할아버지께서 소개해 준 사람이에요.”송은설은 말하면서 윤도훈을 향해 다정하게 웃었다.윤도훈은 잠시 멈칫거렸지만 반박하지 않고 송은설의 뜻대로 방패가 되어주기로 했다.지난번 일로 송씨 가문에 미안한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안녕하세요. 은설 씨 남자 친구 윤도훈이라고 합니다.”윤도훈은 손을 내밀어 진은우에게 자기소개를 했다.“꺼져! 내가 안녕해 보여?”“너 따위가 우리 은설 씨한테 어울릴 거 같아? 너 어느 가문 출신이야? 어디냐고?”진은우는 윤도훈의 손을 확 뿌리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에 윤도훈은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곧장 대꾸했다.“내가 어울리지 않는다면 그쪽이 은설 씨랑 어울린 다는 말입니까? 돼지가 인간이랑 어울리겠습니까?”“너 뭐라고 그랬어? 나보고 돼지라고 그랬어?”진은우는 그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에 살까지 떨렸다.그러고 나서
진은우는 한껏 진지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말하고 있다.이미지와 달리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고백하고 있는 모습이 다소 눈꼴 사납기는 했다.하지만 한눈에 봐도 젊은 나이에 경제적으로 넉넉해 보이는 것 같고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선물하고 있으니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와, 너무 예뻐.”“누군가가 나한테 저런 목걸이 내놓고 결혼하자고 하면 난 당장 할 거야.”“맞아, 폐백이 없어도 시집가고 말 거야.”“폐백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저 목걸이의 값이 대단할 거 같아서가 아니야?”한동안 레스토랑 안에 있는 손님들은 그들을 바라보며 수군거렸다.송은설 또한 목걸이에 살짝 시선이 끌렸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은우 씨 그냥 도로 넣으세요. 받기에는 너무 귀중한 물건이에요.”그 말에 진은우의 두 눈에는 달갑지 않은 빛이 가득했다.“은설 씨 같은 여신은 이런 목걸이 하나 즈음을 걸어줘야 해요. 싫다면 나도 버릴 수밖에 없어요.”그러자 송은설에 얼굴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 더 해졌다.“그럼 그렇게 해요.”이에 진은우는 당황해하더니 아무런 반응도 없는 송은설을 바라보며 살짝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은설 씨 잘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함께 하면 은설 씨에게도 송씨 가문에게도 모두 득이 될 거예요. 송씨 가문이 천운시로 돌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은설 씨한테 달렸어요.”이 말이 나오자 송은설의 얼굴은 완전히 어두워졌다.“내가 누구랑 함께하는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해요. 이는 가문과 상관없는 일이고 그딴 일로 나를 강요할 생각하지 말아요. 부질없는 일이에요.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못난 날 좋아해 줘서 고마워요.”송은설은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 윤도훈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웃었다.마치 정말로 짙은 사랑에 빠진 여인처럼 말이다.진은우는 이를 악물고 윤도훈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저딴 쓰레기 뭐가 좋다는 거예요?”말하면서 도발하는 듯이 윤도훈에게 말했다.“너 이 목걸이 봤지? 내가 무려 500만 유로를 들여 산
“정말이죠?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습니다.”윤도훈의 얼굴에는 나쁜 웃음이 떠오르면서 진은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주시죠. 지금 당장 산산조각내서 보여 줄게요. 가짜 다이아몬드는 살짝만 움켜쥐어도 깨지게 되어 있어요.”진은우는 콧방귀를 뀌며 불쾌한 모습이 가득했다.“그래! 맨손으로 어떻게 다이아몬드를 깨뜨려보는지 한 번 보자.”말하면서 박스에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꺼내 당당한 모습으로 윤도훈에게 건네주었다.주위 사람들도 잇따라 부추기 시작했다.진은우의 화려한 모습에 홀딱 넘어가 버린 이들은 더더욱 그의 편에 서기 바빴다.뚱뚱하고 볼 폼이 하나 없는 진은우일지라도 그의 몸에 걸려있는 스포츠카 차키와 명품 시계만으로도 충분했다.“어디 한 번 해 봐요. 할 수 있겠어요?”“그럴만한 실력이 없으면 겸손하게 살아야지 가짜라고 우겨대면 어떡해요?”“정말로 깨뜨리라고 줄 줄은 몰랐겠지?”“속으로 얼마나 긴장될까?”그러나 바로 이때 누군가가 소리를 냈다.“서 대사님? 보석 감별 대사 서순재 대사님 아니십니까?”소리에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60세로 보이는 노인이 8, 9살 되는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누군가가 보석 감별 대사인 서순재를 알아보고 오두방정을 떤 것이다.“정말이네.”“손자분 데리고 외출하신 모양이네요? 너무 반갑습니다.”“보석 감별 대사님께 얼른 이 푸른 다이아몬드를 문의해 보세요.”많은 이들이 서순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요즘 플랫폼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기 때문이다.“서순재?”푸른 다이아몬드를 윤도훈에게 건네려던 진은우는 서순재을 보자마자 두 눈이 밝아졌다.진은우 또한 보석 감별 대사인 서순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어 마음이 움직였다.이윽고 진은우는 윤도훈을 경멸하면서 바라보더니 피식 웃기까지했다.“됐어! 너 같은 놈은 만질 자격도 없어. 전문가도 있으니 진짜인지 아닌지 저분께 감정을 받아보자고.”말하면서 진은우는 푸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들도 서순재를 향해 소리쳤다.
송은설은 상대가 도발한다고 한들 흘려들으면 그만이지 굳이 상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진은우 손에 있는 푸른 다이아몬드가 가짜라고 우기면서 말이다.심지어 송은설마저도 그 다이아몬드의 품질이 좋아 보였고 한눈에 마음에 쏙 들면서 가짜일 리가 없을 것 같았다.그때 서순재는 손을 뻗으며 다이아몬드를 건네받았다.“제가 한번 보겠습니다.”여기저기 대충 훑어보더니 서순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겉보기에는 꽤 훌륭한 제품입니다. 근데 이 다이아몬드가 가짜라고 주장한 사람은 누구십니까?”“저놈이요.”긍정적인 서순재의 말을 듣고 진은우는 바로 의기양양하며 윤도훈을 가리키며 비웃었다.구경하고 있던 손님들도 잇따라 윤도훈을 가리키며 고소한 듯한 표정을 드러냈다.남녀를 막론하고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창피를 당할 윤도훈을 보고 있다.남자는 송은설과 같은 절세 미모를 지닌 여신 옆에 윤도훈이 있다는 것을 질투하고 여자는 진은우의 편을 들면서 절로 윤도훈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맞습니다. 제가 가짜라고 주장하긴 했는데 다시 한번 자세히 보시기 바랍니다. 이 다이아몬드가 과연 진짜일까요? 아니면 가짜일까요?”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서순재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서순재는 살짝 당황했고 이 일에 윤도훈도 엮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음속으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지난번 온대광에 관한 일에서 윤도훈의 도움으로 서순재는 온대광 앞에서 자기의 명성을 지킬 수 있었다.보석 감정 업계 거장으로 서순재는 상류 계층의 인사들과 접촉이 자자하다.최근 들어 구백천과 마주 앉아 얘기할 기회가 여러 번 생겼었는데 그때 윤도훈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구백천은 ‘윤도훈’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는 순간 그에 대해 살짝 경외하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이에 서순재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윤도훈이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님을 다시금 확신했다. 마음속으로 한참을 발버둥 친 결과 서순재는 마침내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순재는
윤도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서순재를 바라보고 있다.눈빛으로 보낸 사인을 제대로 캐치하고 의미심장한 자기의 말을 정말로 알아들을 줄은 몰랐다.심지어 자기의 뜻에 맞게 협조까지 하면서 사기를 칠 줄은 더더욱 생각지 못했다.서순재가 갑자기 레스토랑에 나타난 건 윤도훈에게도 다소 의외였다.하지만 결코 서순재의 말대로 흐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걱정되지는 않았다.서순재가 그 다이아몬드를 진짜라고 하더라도 윤도훈은 가짜라고 증명할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다이아몬드는 가짜가 맞습니다. 그냥 아주 흔한 푸른 수정에 불과하고 다이아몬드가 아닙니다.”서순재는 헛기침을 하면서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거짓말하지 마! 네가 이러고도 감정 대사야? 너 그것 다 뻥이지? 해외 경매장에서 내가 직접 돈을 내고 산 거라고 몇 번이나 말해! 감정 확인 증서까지 있는데 가짜일 리가 없단 말이다!”진은우는 억울하고 달갑지 않아 서순재를 가리키며 히스테리를 부렸다.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이에 서순재는 마음에 찔려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바로 이때 윤도훈이 나서서 서순재 손에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가져와 손에 넣었다.“대사님께서 가짜라고 하시는데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습니까?”“그럼, 그쪽이 인정할 수 있게끔 지금 보여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윤도훈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손톱으로 다이아몬드에 스크레치를 여러 군데 냈다.그러자 영롱하고 빛이 나던 다이아몬드 표면에는 순식간에 금이 생기고 가루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본 진은우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놀라워 마지 못했다.심지어 표정까지 여러 번 변하면서 자신만만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빛마저 흔들렸다.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의문을 품었다.‘저게 뭐야?’‘손톱에 긁혔다고 금이 생겼다고? 말이 돼?’‘말도 안 돼.’“다들 보셨죠? 진짜 다이아몬드라면 이렇게 금이 날 리가 없어요.”윤도훈은 피식 웃더니 손에 힘을 더했다.
화가 단단히 난 진은우는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랐다.윤도훈의 손에 가루가 되어 버린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면서 열불이 나기도 수치스럽기도 했다.천운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진씨 가문 도령으로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런 망신을 당했으니 말이다.가짜 다이아몬드로 생색을 낸 것.정말이지 쥐구멍이 있다면 당장 숨고 싶은 심정이다.사실 이 목걸이는 진은우가 직접 해외로 가서 산 것이 아니라 남에게 부탁하여 귀국할 때 가지고 오게 한 것이다.그러나 상대에게 500만 유로를 주고 난 뒤 목걸이를 받게 된 건 사실이다.푸른 다이아몬드가 가루가 된 것으로 보고 진은우는 가슴이 미어졌다.“허허, 왜 말이 되지 않습니까? 외국인이라고 거짓말하지 않을 것 같습니까?”윤도훈은 차갑게 비웃으며 염장을 질렀다.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서순재는 지금 이 상황에 심장이 떨렸다.한 순간에 바보가 되어버린 진은우가 불쌍하기까지 했다.아무것도 모르고 윤도훈에게 이처럼 놀아 났으니 말이다.“꺼져! 염장 그만 지르고 당장 꺼지라고!”“내가 아무리 사기꾼한테 속아서 가짜 다이아몬드를 산 것이라고 해도 난 분명히 500만 유로를 냈어. 넌? 넌 은설 씨한테 그렇게 비싼 선물해준 적 있어?”진은우는 바락바락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그 소리에 사람들은 또다시 윤도훈에게 시선을 집중했다.구경하는 입장이라 그 누가 망신을 당해도 개의치 않았다.지루한 일상에 솔솔한 재미를 주고 있는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500만 유로를 썼다고요? 그걸 어떻게 믿죠?”윤도훈은 입을 삐죽거리다가 콧방귀를 뀌더니 이어 말했다.“은설 씨한테 비싼 선물해준 적 있냐고요? 지금 하려고요. 아마 보고 나면 입이 떡 벌어질 거예요.”“원래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아 선한 마음으로 충격을 더해 드릴까 해요.”충격을 더 해준다고?그것도 선한 마음으로?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윤도훈은 주위의 이상한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