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천강이 남미숙 곁에 없었다. 공사다망하신지라 언제나 남미숙 옆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최근 며칠은 매우 중요했으므로 남미숙의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했다.솔직히 말하면, 그들은 남미숙이 빨리 죽기를 바랐다. 그래서 성계평과 이은정 중 적어도 한 명은 남미숙 곁을 떠나지 않았다.햇볕을 쬐고 있던 남미숙은 윤도훈 일행을 보고 잠시 멍 해졌다가, 곧 얼굴이 어두워졌다.“여기 왜 왔어? 누가 오라고 했어? 가!”남미숙은 깊은 원망을 담아 자기 아들과 그 일행을 거칠게 대했다. 특히 윤도훈을 보는 그녀의 눈에는 짙은 증오가 서렸다. 이씨 가문의 고수들이 윤도훈에게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이씨 가문의 힘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었다.또한 이원을 약화하려는 계획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이진희가 윤도훈이라는 백수 사위를 찾은 후, 이씨 가문에서 제멋대로 굴던 남미숙은 연이은 좌절을 겪었다. 그렇기에 남미숙은 윤도훈을 뼛속까지 미워했다.“캑캑캑……, 캑캑…….”감정이 격해진 남미숙은 심하게 기침했다. 그녀의 손수건에는 피가 묻었다.“어머니! 몸 상태가 왜 이래요?”이를 본 이천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진희의 표정도 어두워졌고,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과 죄책감이 드러났다. 그녀는 자신이 남미숙을 화나게 했다고 생각했다.“내가 어떻든 너희들이랑 무슨 상관이야? 이만 가봐! 여기서 당장 나가! 내가 죽어도 너희들이 신경 쓸 필요 없어!”남미숙이 화를 내며 말했다. 이때의 그녀는 낯색이 창백했고, 눈이 움푹 패었으며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이천수와 이진희는 며칠 만에 이렇게 늙고 초췌해진 남미숙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윤도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미숙을 유심히 살폈다. 남미숙의 몸은 매우 약해져 있었고, 모든 내장이 지속해서 약해지고 있었다.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 같았다.그전에 봤을 때 남미숙의 몸은 매우 강인했는데, 이진희에게 화가 나 피를 토했을 때조차도 이렇지는 않았다. 또한 윤도훈은 남미숙이 어떤 병에 걸렸거나 독
“그리고 무슨 마음으로 미숙 어르신을 치료하겠다고 하는지 알 게 뭐예요?”성계평은 윤도훈이 남미숙을 치료하겠다고 하자 낯빛이 급변했다. 그러고는 남미숙 앞을 가로막으며 냉소를 터뜨렸다.이은정도 비웃으며 말했다. “윤도훈 씨가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요? 당신은 해만 끼칠 줄만 알잖아요!”“할머니, 윤도훈 씨에게서 한 번 받아보세요. 도훈 씨는 정말로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어요. 제 회사의 신약들은 사실 도훈 씨가 연구한 거고, 장헌 어르신도 치료해 드렸어요! 그러니까 도훈 씨가 할머니를 해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이진희는 남미숙의 쇠약한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며 말했다.“맞아요, 엄마! 건강이 중요하죠, 이럴 때는 화내지 말고 한 번 받아보세요!”이천수도 손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이천수 씨,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우리는 이미 구남 선생님을 모셨어요! 그분은 염하국 중의계의 거물이죠! 구남 선생님이 미숙 어르신의 몸 상태를 조절해 드리고 계시 다니까요? 그러니까 윤도훈 같은 반쪽짜리는 그냥 가세요! 만약 윤도훈이 구남 선생님이 미숙 어르신의 치료 과정을 방해한다면, 그 책임을 질 수 있겠어요?”성계평은 차갑게 말하며 쐐기를 박았다.“그러니까요! 구남 선생님을 못 들어 보신 건 아니겠죠? 우리는 이미 그분을 모셔왔어요, 그런데 지금 어린 사위를 데리고 와서 효도하는 척 하는 건가요? 여러분들이 미숙 어르신을 화나게 했기 때문에 어르신이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는 거죠?”이은정도 비아냥거리며 조롱했다.이은정과 성계평을 주구남을 계속 언급하며 윤도훈을 깎아내리고 무시했다.“구남 선생님? 하하……, 저도 그분의 명성을 들어봤어요! 그런데 미숙 어르신께 어떤 약을 처방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처방전을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좀 보고 배우고 싶어서요. 보여주신다면 정말 고맙습니다.”윤도훈은 웃으며 말했다. 남미숙이 이토록 쇠약해진 것을 보고, 윤도훈은 누군가 손을 썼을 거라 의심했다. 상대방에게도 어느 정도 방법이 있는
주구남이 윤도훈을 대하는 반응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어서 그는 이은정에게 남미숙을 방으로 데려가라고 부탁했다. 마치 다음에 할 말이 남미숙 앞에서는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남미숙도 얼굴이 어두워진 채로 의심스러운 마음을 안고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방으로 들어갔다.“구남 선생님,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저……, 저 윤도훈의 의술이 구남 선생님보다 더 뛰어나다는 건가요?”남미숙이 방에 들어간 후, 성계평이 물었다.주구남은 눈을 깜박이며 웃음을 터뜨렸다.“도훈 선생님의 의술이 저보다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떤 복잡한 질병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그러면서 윤도훈에게 말했다.“미숙 어르신의 건강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저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러나 마침 도훈 선생님도 오늘 여기 계시니, 미숙 어르신을 한번 진찰하시는 게 어떨까요?”이 말을 들은 성계평은 당황했다.‘무슨 말이지? 주구남이 윤도훈에게 남미숙 치료를 맡기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구남 선생님과도 미숙 어르신을 눈치채지 못하게 죽여야 한다고 약속했잖아.’성계평은 당황해서 주구남에게 연신 눈짓했지만, 상대방은 아랑곳하지 않았다.한편, 윤도훈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오? 저에게 맡기 시겠다고요?”“그래요! 하지만 오늘은 미숙 어르신에게 마지막으로 침술을 시행하는 날이니 그것만 양보 좀 해주세요. 이건 치료 과정이니까요, 치료 과정을 마치고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죠. 이게 아마 제가……, 미숙 어르신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이겠죠.”주구남이 말했다.윤도훈은 주구남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미숙 어르신이 이렇게 약해진 것이 주구남의 소행인가? 그렇다면 주구남은 왜 갑자기 미숙 어르신을 나에게 넘기려는 걸까?’“좋습니다. 그럼 수고해 주십시오, 구남 선생님.”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대답했다.“네, 의사는 부모 마음이니까요,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주구남이 한숨을 쉬며 한탄
성계평이 급하게 물었다. 주구남은 심오하면서도 교활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계평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미숙 어르신이 살아남을 리 없어요! 지금 어르신 몸은 많이 약해진 상태라 윤도훈은 보양식을 해줄 겁니다. 하지만 미숙 어르신에게 이미 몰래 손을 써 뒀죠. 윤도훈이 치료를 시작하면 어르신의 죽음을 가속할 뿐이에요. 일곱째 날, 미숙 어르신은 틀림없이 죽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윤도훈과 이진희가 남미숙을 화나게 해 죽인 게 아니라, 윤도훈이 직접 치료해서 죽인 걸로 될 거예요. 잘 조작만 한다면, 윤도훈을 감옥에 보낼 수도 있어요! 하하하…….”처음에 주구남은 이 일을 윤도훈에게 맡고 싶지 않았지만, 이천강 일가가 윤도훈과 이진희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함이라는 걸 알고서는 승낙했다. 지난번 소씨 가문에서, 주구남은 소지환의 괴질을 해결하지 못하고 윤도훈에게 무릎 꿇고 도움을 청했었다. 이건 주구남에게 큰 수치였고, 그는 복수를 다짐했다.주구남의 말을 들은 성계평은 걱정과 분노가 가득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에 악독하고 조롱하는 빛이 떠올랐다. “그렇군요! 구남 선생님은 정말 뛰어나세요! 그때가 되면, 윤도훈을 꼼짝 못 하게 할 겁니다. 그리고 이진희, 이천수 일가도 좋은 꼴 못 보게 해야죠!” 성계평은 말하면서 눈알을 굴렸다. 그러고는 이내 휴대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한편, 다른 곳에서!윤도훈이 들어오자 남미숙은 침대에서 일어나며 얼굴을 찌푸렸다. “윤도훈, 나가! 난 당신 같은 사람이 나를 치료하는 걸 원치 않아!”윤도훈은 남미숙을 보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누가 치료하러 왔다고 했나요? 저는 단지 미숙 어르신의 죽음을 알려드리러 왔을 뿐입니다.”남미숙은 이 말을 듣고, 화를 내며 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윤도훈은 탁자 위의 계란찜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미숙 어르신은 최근 매일 계란찜을 드시고 있죠?”남미숙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어
윤도훈 일행이 이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을 떠날 때, 성계평이 이진희의 삼촌과 사촌 그리고 이모를 마중하는 것을 보았다.“천수 형님, 진희야? 여긴 무슨 일로 왜 오셨어요?” 이진희의 이모가 물었다. 이천수와 이진희는 말하기도 전에 성계평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모르시나 봐요, 윤도훈 씨랑 함께 와서 저희 어머니를 치료하려고 했어요. 이게 과연 선의인가요? 우리는 구남 선생님을 찾았는데, 윤도훈 씨가 자신이 치료하겠다는 바람에 구남 선생님이 화가 나셨죠. 오늘 다들 봤잖아요, 앞으로 미숙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윤도훈 탓이에요!” 이 말을 듣고 삼촌과 사촌, 이모는 모두 미간을 찌푸렸다. “구남 선생님? 그 유명한 한의사 주구남인가요?”“윤도훈이 구남 선생님보다 뛰어날 리가 있나요?”“형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셨어요? 정말 엄마를 해치려고 하시는 건가요?”삼촌들이 이렇게 말했다. “저……, 제가 어떻게 제 어머니를 해칠 생각을 하겠어요? 구남 선생님이 치료할 수 없다고 한 거예요. 그런데 도훈이가 치료할 수 있다고 했으니 믿을 수밖에요.”이천수가 억울한 듯 설명했다. “구남 선생님이 못하는 걸 윤도훈이 할 수 있다는 건가요?”성계평은 비웃으며 물었다. “어쨌든 이제 미숙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윤도훈 탓이에요!”이천수는 말없이 윤도훈을 끌고 자리를 떴다. 세 사람이 차에 탄 후, 이천수와 이진희의 낯빛이 좋지 않아 보였다. 남미숙의 약해진 모습이 그들은 무척이나 걱정되었다. “장인어른, 진희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다시 이씨 가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 되요! 잘하면 장인어른이 가문의 주인이 될 수도 있어요!”윤도훈은 이진희와 이천수를 위로했다. 이천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무슨 말이야, 가문의 주인이 되다니?”윤도훈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남미숙이 살고 싶어 하는지에 달렸다. 이천수를 집에 데려다 준 후, 이진희는 오늘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자고
그들은 자신들의 시간이 소중하다고 떠들어대지만, 결국 가야 할 곳은 그저 점심 식사 자리일 뿐이었다. 자신의 아내 이진희는 회사 일로 바빠 죽겠는 틈을 타 오늘 결혼식 사진을 찍을 시간을 낸 것이다. ‘그런데 왜 이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가?’“다른 사람의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요??”윤도훈의 말에 모든 이들이 윤도훈을 바라보았다. 웨딩숍 직원들은 난감해했다. 드라마 팀과 관광지의 상인석 매니저도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이 분, 혹시 유명 배우 강슬기 씨를 모르시나요? 국내에서 인기 있는 톱스타인데, 저희는 바쁜 스케줄에 맞춰 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관광지 매니저는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강슬기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였다. 그녀의 고전적인 외모와 후반 작업을 거친 화장과 의상은 화면 속에서 요정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는 몇 편의 고전 판타지 드라마에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그리고 이 오만하지만 잘생긴 청년의 이름은 이성하. 이성하는 최근 들어서야 명성을 얻기 시작한 액션 배우로, 무술을 잘한다는 것을 자신의 이미지로 삼았다.이때 이진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배우라고 특권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관광지 측에서 사전에 촬영 일정을 말씀해 주시지 않았고요. 모든 일에는 선착순이 있어야죠!”이진희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리자 모든 이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드라마 촬영 현장의 모든 이들, 남녀를 막론하고 이진희의 등장에 모두 감탄했다. 그들이 촬영 중인 작품은 고전 무협 드라마로, 대부분의 배우들은 준수한 외모를 지녔다. 심지어 단역 배우들조차 아름다웠다. 그러니까 강슬기 같은 일류 스타가 있는 것이다.그런데 모두가 이진희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한 듯했다. 슬기 요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일류 배우 강슬기조차 이진희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얼굴, 몸매, 기품 모든 면에서 이진희는 강슬기를 압도했다.“와 저 여자 누구야? 진짜 예쁘다.”“연예계에 들어오면 분명 전국적으로
풍경구를 담당하는 상인석 매니저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도훈 선생님, 진희 아가씨, 저……, 그만 가시죠.”그때, 웨딩숍의 책임자도 이렇게 권했다.“흥, 그러니까 빨리 꺼지세요! 이쁘다고 해서 모두가 당신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고요!”강슬기는 이진희를 보며 오만한 표정으로 비웃었다. 여성으로서의 질투심 때문에, 강슬기는 이진희를 적대시하고 있었다.이진희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분명히 상대방이 막무가내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인데, 강슬기 입에서는 마치 이진희가 시비를 걸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자 윤도훈이 이진희의 손을 잡고 자신 뒤로 끌어당기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은 당신 자신에게 돌려주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유명한 배우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쪽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니까 물러나세요! 그렇지 않으면 DF 그룹도 강슬기 씨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윤도훈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상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무슨 말이죠? DF 그룹이 저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니. 지금 저랑 장난하시는 건가요?”강슬기는 자기를 가리키며 웃으며 물었다.“본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이성하 역시 비웃으며 말했다.다른 제작진들도 비웃음을 터뜨렸다.“참 재밌는 부부네요!”“하하, 맞아요! 여자는 자신이 수조에 달하는 주문이 있다고 하고, 남자는 DF 그룹이 강슬기 씨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역시 끼리끼리라더니, 둘 다 과장해서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네요.”“…….”이윽고 관광지의 관리자가 윤도훈에게 짜증 난 말투로 말했다. “그만하세요, 인제 그만 가시겠습니까? 안 가시면 보안요원을 부를 겁니다.”“해보시죠!”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대답했다.이 말을 들은 강슬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정말 어이가 없군요!”그러고는 경호원처럼 생긴 남자들에게 소리쳤다. “저들을 쫓아내세요! 정말 시간 낭비에요! 하
강슬기의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로 윤도훈을 에워쌌다.무술 새내기 이성하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윤도훈을 한사코 노려보았다.온몸에서 맹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면서 말이다.이성하는 줄곧 자신의 무술이야말로 진정한 쿵후라고 말했었는데, 엄밀히 따져보면 그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다만 횡인 후기 무술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실력을 가졌을 뿐이다.물론 그 정도 실력이면 일반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특전사를 상대로는 충분했다.하여 이성하는 스스로를 진정한 고수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져왔다.“다들 물러서. 성하 씨에게 맡기면 돼.”강슬기는 눈을 반짝이며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말하면서 이성하를 바라보며 거듭 부탁했다.“성하 씨, 꼭 복수해 주세요.”이쯤에서 강슬기가 얼마나 잔꾀가 많은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만약 자기 경호원을 내세워 윤도훈에게 나쁜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자기한테 나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만약 이성하가 나서서 손을 쓴다면 강슬기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이 일이 밖으로 알려져도 언론에는 기껏해야 이성하가 스스로의 화를 참지 못해 윤도훈을 죽인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이성하는 자기가 총받이로 사용됐음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강슬기의 말을 듣자마자 점수를 딸 기회가 왔다 생각했다.“슬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복수해 줄게요.”이성하는 주먹을 바드득바드득 쥐고 윤도훈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와라! 사내가 되어서 여자 때리다니 어디서 배워먹은 재주냐! 내 오늘 본때를 보여주마.”그 소리에 윤도훈은 이성하를 바라보았는데,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본때? 허허…… 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고는 그 솜주먹 넣어두는 게 좋을 거다.”이에 이성하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걸 느꼈다.“뭐? 솜주먹?”데뷔 이래 줄곧 “진정한 쿵후인”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었던 이성하는, 솜 방망이라는 말에 발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는 절대 용납할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