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무슨 마음으로 미숙 어르신을 치료하겠다고 하는지 알 게 뭐예요?”성계평은 윤도훈이 남미숙을 치료하겠다고 하자 낯빛이 급변했다. 그러고는 남미숙 앞을 가로막으며 냉소를 터뜨렸다.이은정도 비웃으며 말했다. “윤도훈 씨가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요? 당신은 해만 끼칠 줄만 알잖아요!”“할머니, 윤도훈 씨에게서 한 번 받아보세요. 도훈 씨는 정말로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어요. 제 회사의 신약들은 사실 도훈 씨가 연구한 거고, 장헌 어르신도 치료해 드렸어요! 그러니까 도훈 씨가 할머니를 해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이진희는 남미숙의 쇠약한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며 말했다.“맞아요, 엄마! 건강이 중요하죠, 이럴 때는 화내지 말고 한 번 받아보세요!”이천수도 손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이천수 씨,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우리는 이미 구남 선생님을 모셨어요! 그분은 염하국 중의계의 거물이죠! 구남 선생님이 미숙 어르신의 몸 상태를 조절해 드리고 계시 다니까요? 그러니까 윤도훈 같은 반쪽짜리는 그냥 가세요! 만약 윤도훈이 구남 선생님이 미숙 어르신의 치료 과정을 방해한다면, 그 책임을 질 수 있겠어요?”성계평은 차갑게 말하며 쐐기를 박았다.“그러니까요! 구남 선생님을 못 들어 보신 건 아니겠죠? 우리는 이미 그분을 모셔왔어요, 그런데 지금 어린 사위를 데리고 와서 효도하는 척 하는 건가요? 여러분들이 미숙 어르신을 화나게 했기 때문에 어르신이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는 거죠?”이은정도 비아냥거리며 조롱했다.이은정과 성계평을 주구남을 계속 언급하며 윤도훈을 깎아내리고 무시했다.“구남 선생님? 하하……, 저도 그분의 명성을 들어봤어요! 그런데 미숙 어르신께 어떤 약을 처방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처방전을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좀 보고 배우고 싶어서요. 보여주신다면 정말 고맙습니다.”윤도훈은 웃으며 말했다. 남미숙이 이토록 쇠약해진 것을 보고, 윤도훈은 누군가 손을 썼을 거라 의심했다. 상대방에게도 어느 정도 방법이 있는
주구남이 윤도훈을 대하는 반응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어서 그는 이은정에게 남미숙을 방으로 데려가라고 부탁했다. 마치 다음에 할 말이 남미숙 앞에서는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남미숙도 얼굴이 어두워진 채로 의심스러운 마음을 안고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방으로 들어갔다.“구남 선생님,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저……, 저 윤도훈의 의술이 구남 선생님보다 더 뛰어나다는 건가요?”남미숙이 방에 들어간 후, 성계평이 물었다.주구남은 눈을 깜박이며 웃음을 터뜨렸다.“도훈 선생님의 의술이 저보다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떤 복잡한 질병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그러면서 윤도훈에게 말했다.“미숙 어르신의 건강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저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러나 마침 도훈 선생님도 오늘 여기 계시니, 미숙 어르신을 한번 진찰하시는 게 어떨까요?”이 말을 들은 성계평은 당황했다.‘무슨 말이지? 주구남이 윤도훈에게 남미숙 치료를 맡기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구남 선생님과도 미숙 어르신을 눈치채지 못하게 죽여야 한다고 약속했잖아.’성계평은 당황해서 주구남에게 연신 눈짓했지만, 상대방은 아랑곳하지 않았다.한편, 윤도훈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오? 저에게 맡기 시겠다고요?”“그래요! 하지만 오늘은 미숙 어르신에게 마지막으로 침술을 시행하는 날이니 그것만 양보 좀 해주세요. 이건 치료 과정이니까요, 치료 과정을 마치고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죠. 이게 아마 제가……, 미숙 어르신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이겠죠.”주구남이 말했다.윤도훈은 주구남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미숙 어르신이 이렇게 약해진 것이 주구남의 소행인가? 그렇다면 주구남은 왜 갑자기 미숙 어르신을 나에게 넘기려는 걸까?’“좋습니다. 그럼 수고해 주십시오, 구남 선생님.”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대답했다.“네, 의사는 부모 마음이니까요,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주구남이 한숨을 쉬며 한탄
성계평이 급하게 물었다. 주구남은 심오하면서도 교활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계평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미숙 어르신이 살아남을 리 없어요! 지금 어르신 몸은 많이 약해진 상태라 윤도훈은 보양식을 해줄 겁니다. 하지만 미숙 어르신에게 이미 몰래 손을 써 뒀죠. 윤도훈이 치료를 시작하면 어르신의 죽음을 가속할 뿐이에요. 일곱째 날, 미숙 어르신은 틀림없이 죽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윤도훈과 이진희가 남미숙을 화나게 해 죽인 게 아니라, 윤도훈이 직접 치료해서 죽인 걸로 될 거예요. 잘 조작만 한다면, 윤도훈을 감옥에 보낼 수도 있어요! 하하하…….”처음에 주구남은 이 일을 윤도훈에게 맡고 싶지 않았지만, 이천강 일가가 윤도훈과 이진희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함이라는 걸 알고서는 승낙했다. 지난번 소씨 가문에서, 주구남은 소지환의 괴질을 해결하지 못하고 윤도훈에게 무릎 꿇고 도움을 청했었다. 이건 주구남에게 큰 수치였고, 그는 복수를 다짐했다.주구남의 말을 들은 성계평은 걱정과 분노가 가득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에 악독하고 조롱하는 빛이 떠올랐다. “그렇군요! 구남 선생님은 정말 뛰어나세요! 그때가 되면, 윤도훈을 꼼짝 못 하게 할 겁니다. 그리고 이진희, 이천수 일가도 좋은 꼴 못 보게 해야죠!” 성계평은 말하면서 눈알을 굴렸다. 그러고는 이내 휴대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한편, 다른 곳에서!윤도훈이 들어오자 남미숙은 침대에서 일어나며 얼굴을 찌푸렸다. “윤도훈, 나가! 난 당신 같은 사람이 나를 치료하는 걸 원치 않아!”윤도훈은 남미숙을 보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누가 치료하러 왔다고 했나요? 저는 단지 미숙 어르신의 죽음을 알려드리러 왔을 뿐입니다.”남미숙은 이 말을 듣고, 화를 내며 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윤도훈은 탁자 위의 계란찜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미숙 어르신은 최근 매일 계란찜을 드시고 있죠?”남미숙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어
윤도훈 일행이 이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을 떠날 때, 성계평이 이진희의 삼촌과 사촌 그리고 이모를 마중하는 것을 보았다.“천수 형님, 진희야? 여긴 무슨 일로 왜 오셨어요?” 이진희의 이모가 물었다. 이천수와 이진희는 말하기도 전에 성계평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모르시나 봐요, 윤도훈 씨랑 함께 와서 저희 어머니를 치료하려고 했어요. 이게 과연 선의인가요? 우리는 구남 선생님을 찾았는데, 윤도훈 씨가 자신이 치료하겠다는 바람에 구남 선생님이 화가 나셨죠. 오늘 다들 봤잖아요, 앞으로 미숙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윤도훈 탓이에요!” 이 말을 듣고 삼촌과 사촌, 이모는 모두 미간을 찌푸렸다. “구남 선생님? 그 유명한 한의사 주구남인가요?”“윤도훈이 구남 선생님보다 뛰어날 리가 있나요?”“형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셨어요? 정말 엄마를 해치려고 하시는 건가요?”삼촌들이 이렇게 말했다. “저……, 제가 어떻게 제 어머니를 해칠 생각을 하겠어요? 구남 선생님이 치료할 수 없다고 한 거예요. 그런데 도훈이가 치료할 수 있다고 했으니 믿을 수밖에요.”이천수가 억울한 듯 설명했다. “구남 선생님이 못하는 걸 윤도훈이 할 수 있다는 건가요?”성계평은 비웃으며 물었다. “어쨌든 이제 미숙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윤도훈 탓이에요!”이천수는 말없이 윤도훈을 끌고 자리를 떴다. 세 사람이 차에 탄 후, 이천수와 이진희의 낯빛이 좋지 않아 보였다. 남미숙의 약해진 모습이 그들은 무척이나 걱정되었다. “장인어른, 진희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다시 이씨 가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 되요! 잘하면 장인어른이 가문의 주인이 될 수도 있어요!”윤도훈은 이진희와 이천수를 위로했다. 이천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무슨 말이야, 가문의 주인이 되다니?”윤도훈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남미숙이 살고 싶어 하는지에 달렸다. 이천수를 집에 데려다 준 후, 이진희는 오늘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자고
그들은 자신들의 시간이 소중하다고 떠들어대지만, 결국 가야 할 곳은 그저 점심 식사 자리일 뿐이었다. 자신의 아내 이진희는 회사 일로 바빠 죽겠는 틈을 타 오늘 결혼식 사진을 찍을 시간을 낸 것이다. ‘그런데 왜 이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가?’“다른 사람의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요??”윤도훈의 말에 모든 이들이 윤도훈을 바라보았다. 웨딩숍 직원들은 난감해했다. 드라마 팀과 관광지의 상인석 매니저도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이 분, 혹시 유명 배우 강슬기 씨를 모르시나요? 국내에서 인기 있는 톱스타인데, 저희는 바쁜 스케줄에 맞춰 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관광지 매니저는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강슬기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였다. 그녀의 고전적인 외모와 후반 작업을 거친 화장과 의상은 화면 속에서 요정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는 몇 편의 고전 판타지 드라마에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그리고 이 오만하지만 잘생긴 청년의 이름은 이성하. 이성하는 최근 들어서야 명성을 얻기 시작한 액션 배우로, 무술을 잘한다는 것을 자신의 이미지로 삼았다.이때 이진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배우라고 특권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관광지 측에서 사전에 촬영 일정을 말씀해 주시지 않았고요. 모든 일에는 선착순이 있어야죠!”이진희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리자 모든 이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드라마 촬영 현장의 모든 이들, 남녀를 막론하고 이진희의 등장에 모두 감탄했다. 그들이 촬영 중인 작품은 고전 무협 드라마로, 대부분의 배우들은 준수한 외모를 지녔다. 심지어 단역 배우들조차 아름다웠다. 그러니까 강슬기 같은 일류 스타가 있는 것이다.그런데 모두가 이진희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한 듯했다. 슬기 요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일류 배우 강슬기조차 이진희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얼굴, 몸매, 기품 모든 면에서 이진희는 강슬기를 압도했다.“와 저 여자 누구야? 진짜 예쁘다.”“연예계에 들어오면 분명 전국적으로
풍경구를 담당하는 상인석 매니저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도훈 선생님, 진희 아가씨, 저……, 그만 가시죠.”그때, 웨딩숍의 책임자도 이렇게 권했다.“흥, 그러니까 빨리 꺼지세요! 이쁘다고 해서 모두가 당신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고요!”강슬기는 이진희를 보며 오만한 표정으로 비웃었다. 여성으로서의 질투심 때문에, 강슬기는 이진희를 적대시하고 있었다.이진희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분명히 상대방이 막무가내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인데, 강슬기 입에서는 마치 이진희가 시비를 걸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자 윤도훈이 이진희의 손을 잡고 자신 뒤로 끌어당기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은 당신 자신에게 돌려주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유명한 배우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쪽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니까 물러나세요! 그렇지 않으면 DF 그룹도 강슬기 씨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윤도훈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상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무슨 말이죠? DF 그룹이 저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니. 지금 저랑 장난하시는 건가요?”강슬기는 자기를 가리키며 웃으며 물었다.“본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이성하 역시 비웃으며 말했다.다른 제작진들도 비웃음을 터뜨렸다.“참 재밌는 부부네요!”“하하, 맞아요! 여자는 자신이 수조에 달하는 주문이 있다고 하고, 남자는 DF 그룹이 강슬기 씨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역시 끼리끼리라더니, 둘 다 과장해서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네요.”“…….”이윽고 관광지의 관리자가 윤도훈에게 짜증 난 말투로 말했다. “그만하세요, 인제 그만 가시겠습니까? 안 가시면 보안요원을 부를 겁니다.”“해보시죠!”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대답했다.이 말을 들은 강슬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정말 어이가 없군요!”그러고는 경호원처럼 생긴 남자들에게 소리쳤다. “저들을 쫓아내세요! 정말 시간 낭비에요! 하
강슬기의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로 윤도훈을 에워쌌다.무술 새내기 이성하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윤도훈을 한사코 노려보았다.온몸에서 맹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면서 말이다.이성하는 줄곧 자신의 무술이야말로 진정한 쿵후라고 말했었는데, 엄밀히 따져보면 그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다만 횡인 후기 무술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실력을 가졌을 뿐이다.물론 그 정도 실력이면 일반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특전사를 상대로는 충분했다.하여 이성하는 스스로를 진정한 고수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져왔다.“다들 물러서. 성하 씨에게 맡기면 돼.”강슬기는 눈을 반짝이며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말하면서 이성하를 바라보며 거듭 부탁했다.“성하 씨, 꼭 복수해 주세요.”이쯤에서 강슬기가 얼마나 잔꾀가 많은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만약 자기 경호원을 내세워 윤도훈에게 나쁜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자기한테 나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만약 이성하가 나서서 손을 쓴다면 강슬기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이 일이 밖으로 알려져도 언론에는 기껏해야 이성하가 스스로의 화를 참지 못해 윤도훈을 죽인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이성하는 자기가 총받이로 사용됐음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강슬기의 말을 듣자마자 점수를 딸 기회가 왔다 생각했다.“슬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복수해 줄게요.”이성하는 주먹을 바드득바드득 쥐고 윤도훈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와라! 사내가 되어서 여자 때리다니 어디서 배워먹은 재주냐! 내 오늘 본때를 보여주마.”그 소리에 윤도훈은 이성하를 바라보았는데,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본때? 허허…… 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고는 그 솜주먹 넣어두는 게 좋을 거다.”이에 이성하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걸 느꼈다.“뭐? 솜주먹?”데뷔 이래 줄곧 “진정한 쿵후인”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었던 이성하는, 솜 방망이라는 말에 발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는 절대 용납할
“전부 다 손 들어! 무릎 꿇어!”“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즉시 사살하겠다!”앞장을 선 닌자는 더할 나위 없이 무뚝뚝한 염하국 말로 차갑게 소리쳤다.모두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싸아악-그들이 소란을 피우며 망설이는 동안, 보는 이의 가슴이 서늘해지는 검광이 번쩍하더니.앞장선 닌자는 칼을 들어 깔끔한 솜씨로 제작진 중 한 명의 머리를 확 베어 날려 버렸다.그 순간 선혈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으아!”“죽였어!”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자,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순간 우레와 같이 터져 나왔다.모두가 알다시피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칼은 결코 소품이 아니다.그 칼은 날카로운 칼날이 번쩍이는 진짜 칼이며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흉기다.“닥치고 내가 말한 대로 해!”“손 들고 무릎 꿇어!”앞장 선 닌자가 삼엄하게 소리쳤다.그 말이 끝나자 비명과 소란이 뚝 그치고 모두들 겁에 질린 얼굴로 손을 들며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만약 말한 대로 하지 않으면, 망설이는 찰나에 머리 없는 시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제작진, 남녀 배우, 웨딩숍 직원 및 관광지 사람들은 감히 상대방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줄곧 “진정한 쿵후인”라고 자처해 온 이성하도 무릎을 꿇고 조금도 반항하지 못했다.단 두 사람만 빼고 모두 무릎을 꿇었다.윤도훈은 이진희의 손을 잡고 여전히 꼿꼿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이진희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그 살기를 고스란히 느꼈다.속으로는 사실 좀 두려웠지만, 옆에 우뚝 선 채로 무릎 꿇을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그리 두려워할 것 없다고 여겼다.윤도훈이 자기를 보호해 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앞장선 검은 옷의 닌자는 모든 시선을 강슬기에게만 두었었다.염하국에서 가장 핫하고 명성이 자자한 여자 연예인이 바로 그들의 목표이다.그러나 이때 아직도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응? 넌 왜 무릎 꿇지 않는거야? 죽고 싶어?”“무릎 꿇어야 할 사람은 너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