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 일행이 이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을 떠날 때, 성계평이 이진희의 삼촌과 사촌 그리고 이모를 마중하는 것을 보았다.“천수 형님, 진희야? 여긴 무슨 일로 왜 오셨어요?” 이진희의 이모가 물었다. 이천수와 이진희는 말하기도 전에 성계평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모르시나 봐요, 윤도훈 씨랑 함께 와서 저희 어머니를 치료하려고 했어요. 이게 과연 선의인가요? 우리는 구남 선생님을 찾았는데, 윤도훈 씨가 자신이 치료하겠다는 바람에 구남 선생님이 화가 나셨죠. 오늘 다들 봤잖아요, 앞으로 미숙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윤도훈 탓이에요!” 이 말을 듣고 삼촌과 사촌, 이모는 모두 미간을 찌푸렸다. “구남 선생님? 그 유명한 한의사 주구남인가요?”“윤도훈이 구남 선생님보다 뛰어날 리가 있나요?”“형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셨어요? 정말 엄마를 해치려고 하시는 건가요?”삼촌들이 이렇게 말했다. “저……, 제가 어떻게 제 어머니를 해칠 생각을 하겠어요? 구남 선생님이 치료할 수 없다고 한 거예요. 그런데 도훈이가 치료할 수 있다고 했으니 믿을 수밖에요.”이천수가 억울한 듯 설명했다. “구남 선생님이 못하는 걸 윤도훈이 할 수 있다는 건가요?”성계평은 비웃으며 물었다. “어쨌든 이제 미숙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윤도훈 탓이에요!”이천수는 말없이 윤도훈을 끌고 자리를 떴다. 세 사람이 차에 탄 후, 이천수와 이진희의 낯빛이 좋지 않아 보였다. 남미숙의 약해진 모습이 그들은 무척이나 걱정되었다. “장인어른, 진희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다시 이씨 가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 되요! 잘하면 장인어른이 가문의 주인이 될 수도 있어요!”윤도훈은 이진희와 이천수를 위로했다. 이천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무슨 말이야, 가문의 주인이 되다니?”윤도훈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남미숙이 살고 싶어 하는지에 달렸다. 이천수를 집에 데려다 준 후, 이진희는 오늘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자고
그들은 자신들의 시간이 소중하다고 떠들어대지만, 결국 가야 할 곳은 그저 점심 식사 자리일 뿐이었다. 자신의 아내 이진희는 회사 일로 바빠 죽겠는 틈을 타 오늘 결혼식 사진을 찍을 시간을 낸 것이다. ‘그런데 왜 이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가?’“다른 사람의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요??”윤도훈의 말에 모든 이들이 윤도훈을 바라보았다. 웨딩숍 직원들은 난감해했다. 드라마 팀과 관광지의 상인석 매니저도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이 분, 혹시 유명 배우 강슬기 씨를 모르시나요? 국내에서 인기 있는 톱스타인데, 저희는 바쁜 스케줄에 맞춰 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관광지 매니저는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강슬기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였다. 그녀의 고전적인 외모와 후반 작업을 거친 화장과 의상은 화면 속에서 요정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는 몇 편의 고전 판타지 드라마에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그리고 이 오만하지만 잘생긴 청년의 이름은 이성하. 이성하는 최근 들어서야 명성을 얻기 시작한 액션 배우로, 무술을 잘한다는 것을 자신의 이미지로 삼았다.이때 이진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배우라고 특권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관광지 측에서 사전에 촬영 일정을 말씀해 주시지 않았고요. 모든 일에는 선착순이 있어야죠!”이진희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리자 모든 이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드라마 촬영 현장의 모든 이들, 남녀를 막론하고 이진희의 등장에 모두 감탄했다. 그들이 촬영 중인 작품은 고전 무협 드라마로, 대부분의 배우들은 준수한 외모를 지녔다. 심지어 단역 배우들조차 아름다웠다. 그러니까 강슬기 같은 일류 스타가 있는 것이다.그런데 모두가 이진희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한 듯했다. 슬기 요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일류 배우 강슬기조차 이진희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얼굴, 몸매, 기품 모든 면에서 이진희는 강슬기를 압도했다.“와 저 여자 누구야? 진짜 예쁘다.”“연예계에 들어오면 분명 전국적으로
풍경구를 담당하는 상인석 매니저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도훈 선생님, 진희 아가씨, 저……, 그만 가시죠.”그때, 웨딩숍의 책임자도 이렇게 권했다.“흥, 그러니까 빨리 꺼지세요! 이쁘다고 해서 모두가 당신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고요!”강슬기는 이진희를 보며 오만한 표정으로 비웃었다. 여성으로서의 질투심 때문에, 강슬기는 이진희를 적대시하고 있었다.이진희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분명히 상대방이 막무가내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인데, 강슬기 입에서는 마치 이진희가 시비를 걸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자 윤도훈이 이진희의 손을 잡고 자신 뒤로 끌어당기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은 당신 자신에게 돌려주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유명한 배우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쪽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니까 물러나세요! 그렇지 않으면 DF 그룹도 강슬기 씨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윤도훈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상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무슨 말이죠? DF 그룹이 저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니. 지금 저랑 장난하시는 건가요?”강슬기는 자기를 가리키며 웃으며 물었다.“본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이성하 역시 비웃으며 말했다.다른 제작진들도 비웃음을 터뜨렸다.“참 재밌는 부부네요!”“하하, 맞아요! 여자는 자신이 수조에 달하는 주문이 있다고 하고, 남자는 DF 그룹이 강슬기 씨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역시 끼리끼리라더니, 둘 다 과장해서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네요.”“…….”이윽고 관광지의 관리자가 윤도훈에게 짜증 난 말투로 말했다. “그만하세요, 인제 그만 가시겠습니까? 안 가시면 보안요원을 부를 겁니다.”“해보시죠!”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대답했다.이 말을 들은 강슬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정말 어이가 없군요!”그러고는 경호원처럼 생긴 남자들에게 소리쳤다. “저들을 쫓아내세요! 정말 시간 낭비에요! 하
강슬기의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로 윤도훈을 에워쌌다.무술 새내기 이성하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윤도훈을 한사코 노려보았다.온몸에서 맹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면서 말이다.이성하는 줄곧 자신의 무술이야말로 진정한 쿵후라고 말했었는데, 엄밀히 따져보면 그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다만 횡인 후기 무술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실력을 가졌을 뿐이다.물론 그 정도 실력이면 일반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특전사를 상대로는 충분했다.하여 이성하는 스스로를 진정한 고수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져왔다.“다들 물러서. 성하 씨에게 맡기면 돼.”강슬기는 눈을 반짝이며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말하면서 이성하를 바라보며 거듭 부탁했다.“성하 씨, 꼭 복수해 주세요.”이쯤에서 강슬기가 얼마나 잔꾀가 많은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만약 자기 경호원을 내세워 윤도훈에게 나쁜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자기한테 나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만약 이성하가 나서서 손을 쓴다면 강슬기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이 일이 밖으로 알려져도 언론에는 기껏해야 이성하가 스스로의 화를 참지 못해 윤도훈을 죽인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이성하는 자기가 총받이로 사용됐음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강슬기의 말을 듣자마자 점수를 딸 기회가 왔다 생각했다.“슬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복수해 줄게요.”이성하는 주먹을 바드득바드득 쥐고 윤도훈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와라! 사내가 되어서 여자 때리다니 어디서 배워먹은 재주냐! 내 오늘 본때를 보여주마.”그 소리에 윤도훈은 이성하를 바라보았는데,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본때? 허허…… 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고는 그 솜주먹 넣어두는 게 좋을 거다.”이에 이성하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걸 느꼈다.“뭐? 솜주먹?”데뷔 이래 줄곧 “진정한 쿵후인”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었던 이성하는, 솜 방망이라는 말에 발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는 절대 용납할
“전부 다 손 들어! 무릎 꿇어!”“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즉시 사살하겠다!”앞장을 선 닌자는 더할 나위 없이 무뚝뚝한 염하국 말로 차갑게 소리쳤다.모두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싸아악-그들이 소란을 피우며 망설이는 동안, 보는 이의 가슴이 서늘해지는 검광이 번쩍하더니.앞장선 닌자는 칼을 들어 깔끔한 솜씨로 제작진 중 한 명의 머리를 확 베어 날려 버렸다.그 순간 선혈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으아!”“죽였어!”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자,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순간 우레와 같이 터져 나왔다.모두가 알다시피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칼은 결코 소품이 아니다.그 칼은 날카로운 칼날이 번쩍이는 진짜 칼이며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흉기다.“닥치고 내가 말한 대로 해!”“손 들고 무릎 꿇어!”앞장 선 닌자가 삼엄하게 소리쳤다.그 말이 끝나자 비명과 소란이 뚝 그치고 모두들 겁에 질린 얼굴로 손을 들며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만약 말한 대로 하지 않으면, 망설이는 찰나에 머리 없는 시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제작진, 남녀 배우, 웨딩숍 직원 및 관광지 사람들은 감히 상대방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줄곧 “진정한 쿵후인”라고 자처해 온 이성하도 무릎을 꿇고 조금도 반항하지 못했다.단 두 사람만 빼고 모두 무릎을 꿇었다.윤도훈은 이진희의 손을 잡고 여전히 꼿꼿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이진희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그 살기를 고스란히 느꼈다.속으로는 사실 좀 두려웠지만, 옆에 우뚝 선 채로 무릎 꿇을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그리 두려워할 것 없다고 여겼다.윤도훈이 자기를 보호해 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앞장선 검은 옷의 닌자는 모든 시선을 강슬기에게만 두었었다.염하국에서 가장 핫하고 명성이 자자한 여자 연예인이 바로 그들의 목표이다.그러나 이때 아직도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응? 넌 왜 무릎 꿇지 않는거야? 죽고 싶어?”“무릎 꿇어야 할 사람은 너희야.”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숨을 크게 들이켰다.윤도훈의 시원스럽기까지 한 깔끔한 솜씨와 그 끔찍한 결과물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윤도훈의 뒤에 있는 이진희 마저도 안색이 순간 달라져 버렸다.“…….”이윽고 정신을 차린 다른 검은 옷의 닌자들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그들의 언어로 욕설을 퍼부으며 윤도훈을 향해 동시에 돌진했다.다들 하나 같이 살벌하기 그지없는 기세로 말이다.이 일대의 온도가 살기 때문에 순간 영하로 떨어진 것만 같았다.“여긴 너희 나라가 아니다! 너희들이 함부로 까불어도 되는 곳이 아니다!”“죽여!”조각과 같은 윤도훈의 얼굴에는 냉엄하고 차가운 빛으로 가득했다.살의로 가득 찬 외침이 있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의 허리를 안더니 땅을 박차고 앞으로 뛰쳐나갔다.쐐애액-일본도가 베어 오자 윤도훈은 순식간에 손을 뻗었다.상대방이 반응하기도 전에 윤도훈은 그의 손목을 산산조각 내버리고 일본도는 순식간에 손을 떠나 버렸다.그리고 윤도훈은 닌자의 손을 떠난 칼을 순식간에 잡아채 정수리에 꽂으면서 발을 뻗어 닌자의 다리를 걷어찼다.무릎이 부서지는 소리와 날카로운 칼날이 살을 뚫고 들어가는 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리는 것 같았다.그 검은 옷의 닌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주검으로 변해 버렸고 앞선 닌자와 똑같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땅에 고정되었다.이어 한차례의 참혹한 싸움이 전개되었다.검신이 맞부딪치는 챙챙거리는 소리, 비명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 날카로운 칼날이 살을 파고 들어가는 소리가 마치 “살육 교향곡”을 이루는 것 같았다.그러나 참혹함이라는 단어는 오직 이 검은 옷을 입은 닌자들에게만 일어났다.물론 이 “살육 교향곡” 외에도 숨을 들이켜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시각적 충격이 가득한 싸움을 보면서 다들 오금이 저렸다.“너무 끔찍해!”“혼자서 저렇게 만들어 버린다고?”“저 사람들도 고수 같은데, 어떻게 한 사람한테 저 지경으로 당할 수 있지?”“악마인가?”“악마라니! 우리한테 몹쓸 생각을 가지고 있던 흉
이진희는 지금 윤도훈의 한 손에 안겨 있는데, 마음이 이상하게 안정되었다.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정감이 자기를 감싸고 있는 것만 같았다.처절한 싸움이 지척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윤도훈의 품에 안겨 있으니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만 같았다.일단 품을 떠나면 아비규환의 지옥이지만, 품 속은 고요한 항구 같았다.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주위는 마침내 평온해졌고, 이진희는 두 다리가 바닥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이윽고 한 쌍의 아름다운 눈이 움츠러들며 또 다른 방향의 사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검은 옷은 입은 닌자들이 모두 시체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사인도 거의 비슷했다.무릎이 부서지고 두 다리가 거꾸로 비틀어져 꿇은 채 일본도가 정수리부터 땅바닥에 꽂혀 땅에 박혔다.한 눈에 내다보면, 땅에 꽂혀 버린 시체들이 줄 지어 있었다.쓰읍-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강슬기, 이성하, 제작진, 배역들 그리고 웨딩숍 사람들까지 영혼이 전율하는 것만 같았다.여전히 윤도훈을 향한 원한을 품고 있는 강슬기를 제외한 다른 여성들은 우뚝 서있는 윤도훈의 모습을 보며 경외하고 추앙하는 눈빛을 드러냈다.“이게 진짜 고수지!”“왠지 모르게, 섬뜩하기 보다는 오히려 속이 후련한 걸!”“모르겠어? 우리가 모두 염하국 국민이라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너무 멋있어! 카리스마 쩔어!”“어쩐지 아내가 연예인보다 예쁘더라! 저 정도는 돼야 이런 남자와 어울릴 수 있는 거겠지?”바로 이때 음산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허허허…… 한낱 제작진의 무행이 이런 엄청난 고수였다니.”소리에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왜소한 모습의 사람 한 명이 갑자기 호수에서 뛰어나와 언덕에 떨어졌다.도포를 입고 있는 이 사람은 두 칼을 짊어진 채 매서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난 무행이 아니다!”윤도훈은 상대방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상관없다. 어차피 넌 죽을테니.”왜소한 남자가 삼엄하게 말했다.그는 말하다 문뜩 뭔가 떠오른 듯 염하
산골짜기 호수 언덕이 온통 살기로 가득 찼다.멀리 떨어져 있는 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윤도훈과 야마다 타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 무서운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강대한 “위세”가 마치 살아 숨쉬는 것처럼 야마다 타로의 몸에서 솟구쳐 나와 윤도훈을 눌렀다.기세가 극에 달하자 야마다 타로는 괴성을 지르며 짊어진 두 칼을 뽑아내고 잔상을 남기며 미친 듯이 조여왔다.윤도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발을 툭툭 거리더니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를 맞이했다.마찬가지로 전의가 팽배하고 있다.“참!”야마다 타로는 험상궂은 얼굴로 쌍칼로 공간을 가로 찢으며 놀라운 예리함과 위세로 윤도훈을 베어 왔다.그 기세는 마치 윤도훈을 4조각으로 토막 내려는 것만 같았다.윙-눈 깜짝할 사이에 웅혼한 용의 기운이 갑자기 윤도훈의 체내에서 분출하여 그의 몸에 단단한 호신강기를 형성하였다.윤도훈 주위의 공기 마저도 모두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찰나에 윤도훈은 야마다 타로의 십자참을 맞이하며 그렇게 용감하게 돌진했다.팅-팅-그러자 강한 자신감을 가졌던 야마다 타로는 동공이 수축되었다.흉악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던 표정도 순간 놀라움으로 대체되었다.양손에 들고 있는 칼로 윤도훈의 몸을 향해 검을 휘둘렀으나, 그의 몸을 지키고 있는 호신강기에 부러지고 말았다.“안 돼!”푸욱-이윽고 윤도훈은 날아가는 부러진 칼날을 맨손으로 잡아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번개처럼 야마다 타로의 목구멍에 꽂아 넣었다.야마다 타로는 두 눈을 부릅떴다. 인후에 살을 에는 한기가 전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느낌은 곧 온몸으로 급속히 번져갔다.“종사…… 지…… 상! 신…… 신…… 경…….”야마다 타로가 입을 벌리자 큰 핏자국이 입에서 목구멍으로 튀어나왔다.펑-그러나 야마다 타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윤도훈은 그의 가슴을 발로 걷어찼다.그의 왜소한 체구는 순식간에 거꾸로 뒤집어져 날아가 버렸다.땅에 떨어진 뒤, 야마다 타로의 가슴팍을 보니 푹 꺼져 있긴 했지만,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