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은 냉소하며 다시 물었다.“결투 안 합니까?”“네! 정말로 필요 없습니다. 정말…….”이성하는 연신 손을 흔들었다.전에는 오만한 표정으로 윤도훈과 결투하겠다고 무례하게 굴던 무술 새내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고 입술까지 파르르 떨고 있었다.심지어 윤도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윤도훈은 허허 웃으며 주위를 쓱 한 번 훑어보았다.관광지의 매니저인 상인석은 목을 움츠리고 다리가 나른해지는 것만 같았다.강슬기도 윤도훈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한동안 흐리멍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삐용삐용-바로 이때 다급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이윽고 경찰차와 구급차 몇 대가 현장을 이르렀다.먼저 내린 경감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순간 대경실색했다.“꼼짝 말고 손 들어!”경감은 직접 권총을 꺼내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다른 경찰들도 차에서 내린 뒨 상황을 확인하고 나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무릎을 꿇은 시체를 보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총을 후다닥 꺼냈다.윤도훈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순순히 손을 들었다.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손을 들어 올렸다.“다 데리고 가!”팀장은 차가운 목소리로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차에 태우라고 명령했다.동행한 몇 대의 구급차는 엉겁결에 영구차로 변해 버렸다.왜냐하면 이곳에 부상자는 없고 시체만 줄줄이 있었기 때문이다.……같은 날 점심 12시.도운시 경찰서의 한 심문실 안에서 윤도훈은 지금 금속 의자에 단단히 묶여 있다.제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윤도훈을 냉엄하게 쳐다보았는데, 그 눈빛은 마치 무슨 위험한 맹수를 주시하는 것 같았다.“저기요. 경찰관님, 이미 여러 차례 진술했는데, 아직도 나갈 수 없는 겁니까?”윤도훈은 두 손을 뒤로 한 채 수갑을 차고 무고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러자 한 여경이 콧방귀를 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여 놓고 그냥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절대 나갈 수 없습
윤도훈은 분개하여 소리쳤다.“지금 당장 강슬기 씨와 만나게 해주세요.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여 복수하려고 하는 거라고요.”말이 끝나자 회색 머리의 남자는 망설이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윤도훈 씨 뜻은 강슬기 씨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만약 그쪽에서 원한다면 면회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회색 머리 남자는 심문실을 떠났다.같은 시간 다른 곳.다른 사람들은 진술을 마친 후에도 대부분 경찰서 홀에 모여 바로 떠나지 않았다.이진희도 자연히 그 무리에 속해 있다.다소 걱정스러운 듯 이리저리 두리번거렸지만, 시종 윤도훈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그녀는 그만 참다 못해 이진희는 한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죄송합니다만, 윤도훈 씨는 왜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는 건가요? 괜찮은 거 맞죠?”그러자 그 직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누군가가 무고한 사람을 살해했다며 윤도훈 씨를 신고했습니다. 하여 조사 중입니다.”이 말을 듣고 이진희는 안색이 변했다.“네?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고요? 윤도훈 씨가요? 누가 신고한 건데요? 눈이 삔거 아니에요?”말하면서 이진희는 아름다운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강슬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로 인해 이진희는 문뜩 어떤 생각을 떠올리곤 분개하며 물었다.“강슬기 씨가 신고한 겁니까?”“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그 직원은은 고개를 저으며 미안하다는 투로 말했다.이진희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떠올랐다. 그녀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이윽고 이진희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윤도훈을 도와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밖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는 소리만 들렸다.저벅저벅-저벅저벅-빠르지만 어수선하지는 않은 발자국 소리와 함께 실탄을 메고 작전 복을 입은 장병들이 밖에서 경찰서 홀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들은 들어오자마자 두 줄로 나뉘어 꼿꼿하게 오와 열을 맞췄다.그리고는 민정군 총장과 채영민이 그 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는데, 다들 표정이 좀 좋지 않아
“저희…… 저희는 아닙니다.”“이호현 씨는 윤도훈 씨가 죽인 게 아닙니다. 절대 그럴리가 없습니다. 제가 똑똑히 봤는데, 맨 앞에 있던 그 닌자가 칼로 죽인 겁니다.”“맞습니다! 윤도훈 씨를 위해 증언할 수도 있습니다.”“윤도훈 씨는 영웅입니다. 우리를 구해준 영웅이라고요. 무고한 사람을 죽이다니 말도 안 됩니다. 영도 쪽 간첩이 이호현 씨를 죽였다고요.”“저희 모두 증언할 수 있습니다.”“윤도훈 씨 고발한 사람 제가 아니에요.”“누구야? 왜 헛소리하고 난리야?”현장에 있던 제작진, 대역, 그리고 웨딩숍 사람들과 관광지 매지너인 상인석까지 궁시렁거리며 말했다.특히 일부 여배우, 여자 배역들은 더욱 크게 소리쳤는데, 마치 어떤 사람이 윤도훈을 모함하는 것에 분개하는 것만 같았다.그들은 지금 거의 모두 윤도훈의 팬이 되였고 살신과 같은 그에게 일종의 경외심과 숭배로 가득 차 있었다.이진희는 이러한 광경을 보고 순간 다소 감정이 격해져 그들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도훈 씨를 위해 증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아닙니다. 우린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 것뿐이에요. 만약 윤도훈 씨가 없었더라면 우린 이미 그 사람들 손에 잡혔을 겁니다. 그 뒤로 어떤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되었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윤도훈 씨는 우리의 은인입니다.”이때 한 여배우가 나서서 진심으로 말했다.이에 이진희는 감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한 켠으로는 왠지 모르게 좀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다.‘참 대단한 사람이야. 한 순간에 이렇게 많은 여자들의 호감을 얻다니…….’이때 민정군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하서준을 향해 물었다.“들었습니까? 당장 풀어주시죠.”“그…… 네, 제가 가능한 한 빨리 석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하서준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바로 이때,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급하게 경찰서로 뛰어들어왔다.“영민 도련님?”“동 사장님, 안녕하세요.”“대박! 영민
동영민은 소식을 듣고 이곳에 도착했지만 제작진이 킬러의 습격을 받았다는 것만 알뿐 그 자초지종은 모르고 있다.그 뿐만 아니라 윤도훈과 이진희도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하여 그는 이진희를 보고 순간 의외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도훈 씨도 저도 사건 현장에 있었어요.”이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훈이 형이랑 형수님도 사건 현장에 있었다고요? 그럼, 형님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이진희의 말을 듣고 동영민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다시 한 번 눈앞의 이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하지만 완전하게 무장한 경비군과 민정군 외에는 윤도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와 동시에 동영민과 이진희 사이의 대화를 듣고 스태프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영민 도련님이 윤도훈 씨 아내분께 왜 저렇게까지 예의를 차리는 걸까?’‘형수님이라고 들은 거 같은데?’앞서 제작진 측이 윤도훈을 쫓아낼 때 그는 동영민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했고 모두 그 말을 농담으로 여겼다.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니 윤도훈은 확실히 동영민을 알고 있는 듯했다.게다가 동영민의 태도를 보아서는 두 사람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이성하는 식은땀을 닦으며 필사적으로 사람들 뒤로 피했다.전에 윤도훈과 이진희에 대한 자신의 무례한 언행을 생각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행여나 동영민 앞에서 이진희가 무슨 말이라도 할까 봐 안절부절 못했다.이때 민정군이 옆에서 콧방귀를 뀌며 그다지 고깝지 않은 태도로 입을 열었다.“윤도훈 씨는 지금 심문 받고 있습니다. 제작진에서 윤도훈 씨가 스태프를 살해했다고 신고했답니다.”“영민 도련님 측에서 신고한 거 아닙니까?”“그렇지 않을까요? 그쪽이 아니라면 신고 따위를 할 사람이 없는 데 말입니다.”동영민은 그 말을 들은 순간 안색이 바뀌더니 스태프들을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겁니까?”“저희는 그런 적 없습니다.”“불과 조금 전까지 윤도훈 씨를 위해 증언하겠다고 했습니다.”“맞아요. 이호현 씨는 그 간첩
윤도훈은 당장 달려 가서 강슬기의 뺨을 몇 대 더 치고 싶었다.“유감스럽지만, 제가 본 범인은 윤도훈 씨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뭘 봤는지는 제 알바가 아닙니다. 어쩌면 그들은 윤도훈 씨가 사람들을 마구 죽이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저 강슬기는 절대 저 사람 따위를 두려워해 위증을 하지 않을 겁니다.”강슬기는 입을 삐죽거리며 이마를 만지고 서는 어지러운 듯 덧붙였다.“물론, 너무 당황한 바람에 놀라서 환각을 본 걸 수도 있습니다. 당신한테 한 대 맞은 바람에 지금까지 머리가 윙윙거리고 있거든요.”“어찌 됐든 전 단지 제가 본 것을 말했을 뿐입니다.”윤도훈은 이 말을 듣고 강슬기를 노려보았다.“너…….”이에 강슬기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억울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윤도훈의 모습을 보고속으로 엄청나게 통괘해했다.‘감히 날 때려?’‘그 대가가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마!’‘실력이 있으면 뭐 어때, 많은 킬러를 죽였으면 또 뭐 어때?’‘너 따위가 감히 법률과 국가의 힘에 대항할 수 있을 거 같아?’탕-그러나 바로 이때 갑자기 진동이 일어나면서 누군가가 밖에서 취조실 문을 걷어차 버렸다.채영민은 발을 거두고 문 옆에 우뚝 섰다.그러자 민정군이 새파랗게 굳은 얼굴을 한 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수갑이 꽉 채워져 있는 윤도훈은 이러한 갑작스러운 상황과 더불어 민정군의 얼굴을 보고 살짝 의아해했다.‘총장님이 왜 저런 식으로 쳐들어온거지?’그들이 불현듯 쳐들어온 모습을 보고 취조실 안의 경찰들은 순식간에 경계하며 일어섰다.심지어 당장이라도 총을 꺼내 총구를 겨눌 기세였다.바로 이때 하서준도 들어왔는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성급히 행동하지 말라고 손짓했다.그리고 나서 어이없다는 듯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민정군을 바라보았다.“총장님, 좀 신사답게 행동할 수 없습니까? 지금 총장님이 걷어 차 버린 이 문 말입니다. 자그마치 몇 백만원이나 합니다. 배상해 주셔야 할 겁니다.”그러자 민정군이 맞장구를 쳤다.“배상해도
강슬기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놀라서 사색이 되어 버렸다.그러나 여전히 안하무인으로 굴며 날카로운 소리로 말했다.“제…… 제가 그 사람들이 저를 잡으러 온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윤도훈 씨가 사람을 죽이는 건 봤습니다.”“하지만 전에 윤도훈 씨에게 맞아서 환각을 본 걸 수도 있다면서요.”“다들 보셨다시피, 저렇게 폭력적인 사람인데, 킬러를 죽이는 와중에 실수로 스태프를 죽였을 가능성도 있잖습니까!”“잘못 봤을 수도 있지만, 절대 고의로 모함한 건 아니…… 아닙니다.”강슬기는 이러한 상황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바로 이때 강슬기는 갑자기 걸어 들어오는 동영민을 보고 눈이 반짝였다.“영민 도련님, 저 좀 살려주세요.”“도련님은 제 편을 들어주셔야죠.”비록 민정군의 신분이 녹록치 않았지만 강슬기는 수도권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재단으로서 DF 그룹이 가진 힘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동영민이 자기 편에 서기만 하면 한낱 이선 도시 경비 구역 총장인 민정군은 고개를 숙일 것이라고 여겼다.그러나 이윽고 절대 믿을 수 없는 광경이 강슬기의 눈앞에 펼쳐졌다.동영민은 비할 데 없이 흉한 얼굴로 강슬기를 상대하지도 않고 짙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도훈이 형, 괜…… 찮아요?”그러자 윤도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괜찮아.”말하면서 그는 강슬기를 쳐다보았다.“너희 회사에서 밀어주는 연예인이야?”그러자 동영민은 억지로 쓴웃음을 지었다.“네. 저희가 밀어주는, 아니…… 밀어줬던 연예인입니다.”이 장면을 본 강슬기는 윤도훈을 부르는 동영민의 호칭을 듣고 나서 두 눈을 부릅뜨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영민 도련님께서 저 사람을…… 형이라고 불러?’동영민에게 “형”소리를 들을 만한 사람은 한 손에 꼽힐 정도다.그 무리에 있는 투자자나 감독들도 동영민보다 나이가 많지만, 그는 단 한번도 그들을 “형”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하지만 지금 뜻밖에도…….이때 동영민은 머리를 돌려 강슬기
동영민은 앞으로 다시는 윤도훈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부모님이 이 일에 대해 알게 된다면, 얼마나 욕을 먹게 될지 감히 상상도 되지않았다.지금껏 얻어 맞은 강슬기는 얼굴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동영민은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아닙니다! 이제 다 생각…… 생각 났습니다. 윤도훈 씨는 이호현 씨를 죽이지 않았습니다.”“조금 전까지 제가…… 한 말은 모두 헛소리였습니다…….”강슬기가 울면서 말했다.지나친 두려움에 정신이 나간 모습이었다.짝-짝-연이어 뺨을 때리는 소리가 심문실에 메아리쳤다.동영민은 강슬기의 뺨을 미친듯이 내리치고 있다.“헛소리? 어디 감히 헛소리나 짓거리고!”“미친 X! 네가 모함한 사람이 우리 도훈이 형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그 사람 인생은 네 손에 끝나는 거야.”“내가 미쳐가지고 너 같은 미친 X을 스타로 만들어 줬지.”“도훈이 형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 우리 어머니 목숨 구해주신 은인이셔! 우리 가문의 은인이라고! 너 같은 X때문에 내가 앞으로 어떻게 형 얼굴을 봐!”“천하에 빌어먹을 X! 죽여버릴테다!”동영민은 강슬기를 마구 때리면서 화가 나 욕설을 퍼부었다.“영민 도련님, 제가 잘못했습니다…….”꺄악-“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좀 살려주…….”꺄아악-강슬기의 비명은 끊이지 않았고 얼굴은 한껏 부어올라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오전까지만 해도 거만하기 짝이 없었던 강슬기는 지금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동정을 구걸하고 있다.지금 밖에 내팽개치면 아무도 요즘 가장 인기있는 여자 연예인이라 알아볼 사람이 없을 것이다.“크흠, 도련님, 여긴 경찰서입니다. 이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걸 더 두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이때 하서준은 그만 혼내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그러자 동영민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그제야 동작을 멈추었다.이윽고 그는 윤도훈을 한 번 보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이 단 번에 도영철을 죽이고 사모 타쿠야까지 해치웠을 때, 민정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인제 종사까지 해치운 것을 보고 윤도훈의 능력을 좀처럼 헤아릴 수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는 예의가 아닌 걸 알면서도 윤도훈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다.“윤 선생, 당신은…… 어느 정도의 고수입니까?”민정군은 그만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자 윤도훈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사실 저 역시 잘 모릅니다.”단지 자신이 방금 초급 경지를 돌파했다는 것만 알고 있다.민정군과 같은 무자의 기준으로 자기가 어떤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아, 네…….”민정군은 멋쩍게 웃으며 윤도훈이 자신의 실력을 밝히려 하지 않는 줄 알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러나 민정군은 곧 말투가 변하더니 주제를 바꿨다.“윤 선생이 죽인 그 작자들의 임무는 강슬기를 납치해 가는 것이었습니다. 강슬기를 인질로 삼아 저희와 교섭하여 심은결을 교환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습니다.”“지난번 그 사무 타쿠야도 은비를 납치해서 저를 협박하려고 한 것입니다.”“윤 선생께서 저를 두 번이나 도와주셨는데, 이 은혜에 어떻게 보답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심은결이라고 했습니까?”윤도훈은 눈썹을 들썩이며 민은비에게 병을 치료해줄 때, 영도 사람에게만 있는 “기저귀”와 같은 것을 입고 있던 청년이 떠올랐다.이윽고 윤도훈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본 것뿐입니다. 게다가 영도 사람이 염하국에서 함부로 하고 다니는데, 그 누구라도 그랬을 것입니다. 저한테 그렇게 많이 설명할 필요없습니다. 그리고 이거 전부 기밀 아닙니까?”그러자 민정군은 크게 웃었다.“군대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기밀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시 관심이라고 있습니까?”말을 마치고 민정군은 윤도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당분간은 괜찮습니다.”하지만 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여러 해 전으로 돌아가서 누군가가 이처럼 자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