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53화

마치 옷의 단추를 잠그듯 쉬웠다.

허영과 임지강, 그리고 임서아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반호석 부부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겁이 없는 반명선은 얼이 나가기는커녕 오히려 부소경을 숭배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넷째 작은아버지도 예전에 섬을 관리할 때 엄청 과감하게 사람을 죽였었는데.”

반명선이 신유리를 힐끗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껌딱지야, 네 아빠 우리 넷째 작은아버지랑 엄청 닮았어.”

“언니 넷째 작은아버지가 누군데?”

신유리가 물었다. 신유리는 반명선이 자신을 껌딱지라고 부르는 게 그리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자신보다 열 살 정도 많은 언니의 껌딱지가 된 걸 신유리는 영광스럽게 여겼다.

“우리 넷째 작은아버지 말이야!”

반명선이 신유리를 힐끗 째려보았다.

“너는 친딸처럼 끔찍이도 아끼면서 나한테는 엄청 쌀쌀맞아! 널 정말 애지중지하더라고. 흥!”

그러자 신유리가 활짝 웃었다.

“아... 언니 넷째 작은아버지가 바로 호경 아저씨구나.”

반명선은 아무 말이 없었고 신유리가 동그란 두 눈을 깜빡였다.

“알았어, 알았어. 그럼 내가 보상해줄게. 나랑 남성 가서 놀래?”

반명선이 말했다.

“뭐... 뭐라고?”

‘우리 가족은 지금 포로로 잡혀있는데? 게다가 내가 너의 엄마랑 너한테 잘한 것도 없는데 남성에 가자고?’

반명선이 신유리에게 계속하여 말했다.

“껌딱지야, 미... 미안해. 언니는... 갈 수가 없어.”

“왜?”

신유리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묻자 반명선이 대답했다.

“왜냐하면... 넌 어른들의 세상을 몰라.”

싸우다가 울어도 뒤끝이 없는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의 세상에는 사랑과 증오, 그리고 원한이 있다.

신유리가 두 눈을 번득였다.

“언니는 뭐 어른이야? 호경 아저씨가 그러는데 언니도 어린애랬어. 흥!”

반명선도 자신을 어린애라고 생각했지만 세 식구가 부소경의 포로가 됐다는 건 알고 있었다. 불량소녀였던 반명선은 집에서 하룻밤 사이에 포로가 되었고 가성섬 전체가 조용할 때 반명선은 문득 깨닫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