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을 방어하는 조직과 관리하는 조직, 그리고 민간의 자발 조직도 있었다.신세희가 부소경에게 웃어 보였다.“소경 씨, 봐봐요. 하씨 집안이 가성섬에서 사라진 지 50년이 거의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하씨 집안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요. 행복하죠?”부소경이 덤덤한 웃음을 지었다.행복이란 무엇인가?그의 사업과 원대한 계획은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건 그의 아내와 딸이었다.사람을 죽일 때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과감한 부소경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그녀를 확 끌어안더니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는 다정하게 말했다.“그만 비행기 타러 가자.”신세희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이 남자 애정행각을 점점 서슴없이 하네.’아무래도 가성섬에 잘 온 것 같다. 반호경이라는 남자가 부소경에게 꽤 많은 걸 가르쳤나 보다. 공항 같은 이런 공공장소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다니.신세희는 그들을 배웅하러 온 사람들을 힐끗 보았다. 두 사람의 애정행각에 다들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사람들이 아직 정신을 차리기 전에 부소경은 한 손에는 신유리를, 다른 한 손에는 신세희를 안고 비행기에 탑승했다.기내가 작진 않았지만 전용기라 탑승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부소경네 세 식구와 엄선우, 엄선우가 엄선한 용병 네 명, 임서아네 세 식구와 반명선, 그리고 환자 조의찬뿐이었다.부소경과 신세희가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허영이 뻔뻔스럽게 물었다.“저기... 대표님, 그... 그... 남자는...”“죽였어요!”부소경의 단답에 허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다행이고요.”그러고는 냉소를 흘리며 임서아와 임지강 옆에 앉았다.전용기는 정시에 이륙했다. 또 다른 기내에서는 반명선이 상처가 방금 아문 조의찬을 챙기고 있었다. 열몇 살밖에 안 된 소녀지만 환자를 돌보는 건 그래도 그럴듯했다. 그렇게 비행기가 착륙하기도 전에 조의찬은 반명선과 꽤 친해졌다.“고마워, 동생.”반명선이 활짝 웃었다.“고맙긴요, 당연히 해야
반명선은 아무 말이 없었다.평생 처음으로 듣는 예쁘다는 말에 마음속 트라우마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반명선의 미소가 한결 달콤해졌다.“칭찬해줘서 고마워요. 당신도 아주 훈남인데요? 사람을 구한 그 순간 엄청 멋졌을 것 같아요.”말을 하던 반명선의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렸다.“저보다 열몇 살 정도는 더 많아 보이는 것 같은데 그냥 아저씨라고 부를게요. 안 그러면 제가 아저씨를 쫓아다닐지 몰라요.”조의찬이 순간 멈칫했다.부소경과 가까워진 후 조의찬도 전보다 많이 밝아졌다. 그는 다시 삶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남성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도와 C그룹을 잘 이끌어가고 싶었다. 만약 그에게 행운이 따른다면 신세희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싶었다.조의찬은 결혼할 생각은 있었지만 자기보다 열몇 살이나 어린 여자애를 만날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질 않았다.조의찬이 평온한 얼굴로 반명선에게 말했다.“넌 아직 어린애잖아. 아저씨가 아니라 아빠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네가 날 쫓아다니면 난 오히려 더 비굴해질걸? 네가 나중에 대학교에 가면 남학생들이 따라다니게 돼 있어.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대학교에 붙는 게 급선무야.”반명선의 얼굴이 또 한 번 화끈거렸다.“알았어요.”“너 혼자 남성에 가는 거야?”조의찬의 질문에 반명선이 진지하게 그를 쳐다보았다.“왜요? 저 자신을 잘 챙기지 못할 것 같아요?”“생활비는 어떡해?”조의찬이 또 물었다. 아직 요양 중이긴 하지만 반명선의 부모가 이젠 아무런 특권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반명선의 부모에게 대학교 등록금을 내놓으라고 하면 아마 힘들 것이다.반명선이 웃으며 대답했다.“뭐가 걱정이에요. 남성은 가성섬보다 발전해서 저도 아저씨처럼 남성에서 노점상이나 하면 되죠. 노점상 하면서 학교 다니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어요.”조의찬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너만 괜찮다면 우리 집에 있어도 돼. 생활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은 내가 낼게. 나중에 형한테 말하면 돼
신세희는 조의찬에게 방긋 웃어 보인 뒤 더는 그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조의찬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단지 친구 사이의 우정이었고 게다가 이 우정도 그녀와 서시언의 관계처럼 그리 깊은 건 아니었다. 그저 전보다 조금 더 정이 들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의 신경은 온통 남편에게 쏠려 있었다. 부소경은 임서아네 가족을 데리고 남성으로 돌아왔다. 결국 돌고 돌아 신세희의 원수는 여전히 잘만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무사히 이 땅을 다시 밟았다.이 모든 건 다 임서아의 전지전능한 외할아버지 덕분이었다. 그는 6년 전부터 갖은 수단을 써서 신세희를 죽이려 했었다.서씨 집안 어르신만 생각하면 신세희는 역겹고 헛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씨 집안 어르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대체 무슨 엄청난 비밀이지?’신세희는 한시라도 빨리 그 비밀을 알고 싶었고 부소경도 마찬가지였다.그들 세 식구는 엄선우와 용병 네 명의 보호를 받으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들이 공항 로비의 대문을 본 순간 서씨 집안 어르신이 대문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고작 보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씨 집안 어르신은 눈에 띄게 늙어 보였다.늘 강건하던 어르신이 고작 보름 사이에 등이 굽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 뒤에 잡혀있던 임서아가 손을 들고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할아버지, 할아버지! 저희 여기 있어요. 비행기에서 내렸어요! 할아버지, 얼른 대표님한테 저희를 풀어달라고 해주세요.”신세희와 부소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서씨 집안 어르신의 뒤에 가성섬에 무기를 보낸 구씨 집안의 구성훈이 서 있었다. 구성훈의 낯빛이 서씨 집안 어르신보다 훨씬 더 어두웠다.신세희와 부소경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후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바로 그때 신세희의 카톡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엄선희와 민정아가 동시에 문자를 보내왔다.“세희 씨, 원래는 정아 씨랑 마중 나가고 싶었는데 서씨 집안과 구씨 집안이 공항 문 앞을 물샐틈없이 꽉 막아놓았더라고요
“뭐라고요?”부소경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신세희도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서씨 집안 어르신이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다고 하여 오는 길 내내 신세희와 부소경은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부소경에게 친남동생이 있을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남동생이라...’늘 침착하던 부소경마저도 이 순간만큼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서씨 집안 어르신을 빤히 쳐다보았다.‘남동생이 있다고? 그렇다면 걔 성도 부씨란 말이잖아? 걔도 부씨 집안 사람인가?’이 세상에 부소경에게 또 다른 가까운 가족이 있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 부소경은 자신의 심정을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고 안절부절못했다.신세희가 부소경의 손을 잡아주고 나서야 부소경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가 뭔가 알아차린 듯 신세희를 쳐다보자 신세희도 뭔가 눈치챈 듯 서로 눈빛만 주고받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계속하여 서씨 집안 어르신의 얘기를 들었다.그건 30여 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얘기한 앞부분은 부소경이 알고 있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그때 하씨 집안 사람 중에서 가성섬에 산 사람은 하숙민밖에 없었고 하숙민은 부성웅을 무척이나 사랑했다고 한다. 나중에 두 사람은 가성섬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하숙민이 임신했는데 쌍둥이라고 했다.그때 당시 기세가 드높던 부성웅과 임신한 하숙민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하지만 좋은 나날도 잠시, 부성웅의 본처가 가성섬에 나타났다.진문옥의 기고만장한 모습에 고작 26살밖에 안 된 하숙민은 무서워서 기도 펴지 못했다.“네가 내 남편이랑 가성섬에서 결혼한 게 합법인 줄 알아?”진문옥의 싸늘한 한마디에 하숙민은 눈물을 글썽였다.“난... 당신의 존재를 정말 몰랐어요. 난 성웅 씨가... 결혼했었다는 걸 모르고...”진문옥이 매섭게 쏘아붙였다.“아이 당장 지워. 그리고 평생 가성섬에서 쥐 죽은 듯이 살아. 안 그러면 절대 가만 안 둬.”“그건 안 돼요, 언니! 아이가 쌍둥이
“아 참!”진문옥이 계속하여 말했다.“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이젠 배도 많이 불러서 먼 해외로 도망가지도 못할 거야. 네가 이 섬에 있는 한 쥐구멍에 숨어도 난 널 찾아낼 수 있어. 네가 내 남편이랑 남성으로 온다고 해도 무조건 찾아내. 이렇게 얘기할게, 하숙민. 가성섬에 남아있으면 살길이 그나마 있겠지만 성웅 씨랑 남성으로 따라온다면 죽지 못해 사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거야!”진문옥은 그녀를 협박한 후 부성웅이 하숙민에게 사준 집을 나섰다.“안 돼... 나한테 이러지 마, 제발. 내 아이, 그것도 쌍둥이란 말이야...”하숙민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힘없이 울기만 했다.그녀에게는 아무런 가족이 없었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바로 부성웅이었다. 이젠 그녀에게도 가족이 두 명 생겼는데 바로 배 속의 아이들이었다.하숙민은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부성웅을 찾아가 아이를 낳을 기회를 쟁취해야 했다. 명예를 잃게 되더라도, 다른 사람이 불륜녀라고 온갖 욕설을 퍼부어도 아이의 권리를 쟁취해야 했다.그녀는 육칠 개월 된 몸을 이끌고 부성웅과 진문옥이 머무르는 집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가정부가 그녀를 집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그때 당시 가성섬은 매우 가난했고 다들 목숨만큼 돈을 좋아했다. 그녀가 몸에 지닌 비싼 팔찌를 가정부에게 건네자 가정부는 평소 하숙민을 자주 봐왔고 어차피 다 부성웅의 여자이니 들여보내도 괜찮겠다 생각하여 그냥 들여보냈다.하숙민은 임신한 몸으로 문 앞까지 다가왔다. 그런데 집 안에서 두 사람이 다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부성웅! 너 그냥 가서 확 죽어버리지 그래! 여자를 데리고 놀고 싶으면 그냥 놀기나 할 것이지, 임신은 왜 시켜!”진문옥은 마치 부성웅을 집어삼킬 듯이 마구 쏘아붙였다. 그러자 부성웅이 싸늘하게 비웃었다.“진문옥! 그때 하숙민을 찾았을 때 네가 먼저 소개해줬어! 하숙민이 하씨 집안의 유일하게 남은 핏줄이라면서 아직 이 섬에 하숙민을 떠받드는 사람이 많다고 했잖아. 그리고 내가 하숙민을
모든 의욕을 잃고 절망에 빠진 하숙민은 누군가의 부름에 북받쳤던 감정이 터져 나오면서 눈물이 끊임없이 방울방울 떨어졌다.“이봐, 울지 마. 무슨 일인데 그래?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이 아저씨한테 얘기해.”중년 남자의 말투가 온화해졌다. 하숙민은 그제야 목청을 가다듬고 물었다.“아저씨는 누구시죠?”하숙민은 가성섬에서 이 중년 남자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그가 내뿜는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니었고 어찌나 위압감이 넘치는지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하여 돌아온 남자 같았다.하숙민의 예측이 맞았다. 그 중년 남자가 바로 엄청난 권력을 지닌 서씨 집안 어르신이었다. 그때 당시 서씨 집안 어르신은 50대 초반 정도 되었다.서씨 집안과 부씨 집안의 친분이 대대로 전해졌는데 부씨 집안은 사업에 종사했고 서씨 집안은 군에 복무했다. 비록 두 집안이 서로 이익을 주고받은 건 없지만 그 관계가 무려 백 년 가까이나 지속되었다.그러다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세대에서 부씨 집안 사람들이 먼저 가성섬을 개척하는 동시에 가성섬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그 후 부씨 집안은 직접 도와서 일궈 세운 반씨 집안과 갈라서게 되었는데 부씨 집안의 재산을 무사히 남성으로 옮겨가기 위해 부씨 집안에서는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도움을 청했다.그렇게 서씨 집안 어르신까지 오게 되면서 가성섬 전체는 부씨 집안과 서씨 집안의 천하가 되었다. 그때의 반씨 가문은 찍소리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진문옥과 함께 가성섬으로 왔다. 아직 이곳의 사람과 일에 대해 익숙지 않아 가성섬에 부성웅의 불륜녀가 있는 건 물론이고 불륜녀가 임신 칠팔 개월이라는 것도 당연히 알지 못했다. 게다가 이 불륜녀가 바로 하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핏줄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그때 서씨 집안 어르신이 길거리에서 젊은 임산부를 가엽게 여긴 건 자신의 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해 그의 딸이 집을 나갔다. 그는 여기저기 딸을 찾아다니다가 마음이 다 타버릴 지경이었다.그러던 때에 마침 길거
“뭐? 너... 하씨 집안 자손이었어?”서씨 집안 어르신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숙민을 보았다.“얘야... 너희 아버지가 혹시 가성섬의 우두머리였던 하경원이야?”하숙민이 그를 보며 대답했다.“저희 아버지 아시죠? 저희 아버지는 이 섬의 전 우두머리였어요.”서씨 집안 어르신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가 하경원을 아는 건 하경원이 가성섬의 우두머리여서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가성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으니 말이다.그가 하경원을 알고 있었던 건 그가 열몇 살 때 해외에서 가장 좋은 사관학교를 다녔었는데 그곳에서 하경원의 금전적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남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언젠가는 갚아줘야 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마음이 저렸다.“걱정하지 마, 이 일은 아저씨한테 맡겨! 아저씨가 두 사람 이혼하게 하고 네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해줄게. 아까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부성웅?”하숙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마 아저씨도 아실 거예요. 그 사람은... 이 섬의 갑부이자 남성의 갑부예요.”하숙민이 잠깐 멈칫하다가 그를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제가 아저씨를 곤란하게 했죠? 다들 성웅 씨 이름만 들어도 곤란해한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괜찮아요... 이해해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서씨 집안 어르신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도 난처한 건 사실이었다.부성웅이 가성섬의 갑부이자 남성의 갑부라서 난처한 게 아니라 그와 부씨 집안의 대대로 내려온 친분 때문이었다. 그는 부성웅과 진문옥의 결혼식 증인이자 주례까지 섰다. 그리고 부씨 집안뿐만 아니라 진씨 집안과도 대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 그가 어찌 그 혼인을 깰 수 있단 말인가.서씨 집안 어르신은 아주 곤란한 문제에 맞닥뜨리고 말았다.“저기...”서씨 집안 어르신이 하숙민을 불렀다. 그녀의 처지가 딱한 건 사실이었다. 부모님도 여의고 임신한 몸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하숙민은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이해한다는 듯
부성웅네 부부를 만난 서씨 집안 어르신은 아주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그가 얘기를 마치자 진문옥이 눈물범벅인 채로 서씨 집안 어르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저씨, 아저씨는... 어릴 때부터 저랑 성웅 씨를 봐왔잖아요. 우린 함께 대학교와 유학도 다녔고 F그룹을 일궈 세웠어요. 이젠 아들도 셋이나 있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는데 이대로 망칠 순 없어요.”진문옥이 울면서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며 서씨 집안 어르신은 사실 무척이나 화가 났다. 그가 성이 난 목소리로 물었다.“가족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 왜 성웅이한테 불륜녀를 찾아줬어?”서씨 집안 어르신도 켕기는 게 있어 말을 마치고는 저도 모르게 마른기침을 했다. 사실 그도 아내가 있었지만 밖에 불륜녀를 두고 있었다. 하여 그 말을 내뱉자마자 바로 후회했다.아니나 다를까 진문옥이 바로 물었다.“아저씨, 무례한 건 알지만 하나 물을게요. 아저씨도 밖에 여자가 있잖아요. 아저씨는 본처랑 이혼하고 그 여자랑 결혼할 수 있어요?”당연히 그럴 리 없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불륜녀와 결혼할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불륜녀가 낳은 아이마저도 별로 거들떠보지 않았다.그는 줄곧 밖에서 만난 여자는 그저 장난감에 불과하기에 절대 진심을 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런 여자들 중에 제대로 된 여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그가 만났던 불륜녀도 거의 죽을 때가 돼서야 두 사람의 딸이 사실은 본처가 낳은 딸이고 그녀가 아이를 훔쳐 와서 키웠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다.이런 독한 여자랑 어찌 결혼할 수 있단 말인가!서씨 집안 어르신의 불륜녀에 대한 인식은 그저 이러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숙민의 편을 들었다.“문옥아, 애초에 성웅이한테 가성섬에서 여자를 찾으라고 한 건 너의 생각이잖아. 넌 성웅이가 가성섬에서 자리를 잡게 하려고 특별히 옛 우두머리의 딸을 선택했어. 그 애가 지금 임신했는데 그냥 나 몰라라 할 거야? 이건 그 애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서씨 집안 어르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