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을 방어하는 조직과 관리하는 조직, 그리고 민간의 자발 조직도 있었다.신세희가 부소경에게 웃어 보였다.“소경 씨, 봐봐요. 하씨 집안이 가성섬에서 사라진 지 50년이 거의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하씨 집안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요. 행복하죠?”부소경이 덤덤한 웃음을 지었다.행복이란 무엇인가?그의 사업과 원대한 계획은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건 그의 아내와 딸이었다.사람을 죽일 때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과감한 부소경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그녀를 확 끌어안더니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는 다정하게 말했다.“그만 비행기 타러 가자.”신세희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이 남자 애정행각을 점점 서슴없이 하네.’아무래도 가성섬에 잘 온 것 같다. 반호경이라는 남자가 부소경에게 꽤 많은 걸 가르쳤나 보다. 공항 같은 이런 공공장소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다니.신세희는 그들을 배웅하러 온 사람들을 힐끗 보았다. 두 사람의 애정행각에 다들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사람들이 아직 정신을 차리기 전에 부소경은 한 손에는 신유리를, 다른 한 손에는 신세희를 안고 비행기에 탑승했다.기내가 작진 않았지만 전용기라 탑승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부소경네 세 식구와 엄선우, 엄선우가 엄선한 용병 네 명, 임서아네 세 식구와 반명선, 그리고 환자 조의찬뿐이었다.부소경과 신세희가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허영이 뻔뻔스럽게 물었다.“저기... 대표님, 그... 그... 남자는...”“죽였어요!”부소경의 단답에 허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다행이고요.”그러고는 냉소를 흘리며 임서아와 임지강 옆에 앉았다.전용기는 정시에 이륙했다. 또 다른 기내에서는 반명선이 상처가 방금 아문 조의찬을 챙기고 있었다. 열몇 살밖에 안 된 소녀지만 환자를 돌보는 건 그래도 그럴듯했다. 그렇게 비행기가 착륙하기도 전에 조의찬은 반명선과 꽤 친해졌다.“고마워, 동생.”반명선이 활짝 웃었다.“고맙긴요, 당연히 해야
반명선은 아무 말이 없었다.평생 처음으로 듣는 예쁘다는 말에 마음속 트라우마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반명선의 미소가 한결 달콤해졌다.“칭찬해줘서 고마워요. 당신도 아주 훈남인데요? 사람을 구한 그 순간 엄청 멋졌을 것 같아요.”말을 하던 반명선의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렸다.“저보다 열몇 살 정도는 더 많아 보이는 것 같은데 그냥 아저씨라고 부를게요. 안 그러면 제가 아저씨를 쫓아다닐지 몰라요.”조의찬이 순간 멈칫했다.부소경과 가까워진 후 조의찬도 전보다 많이 밝아졌다. 그는 다시 삶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남성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도와 C그룹을 잘 이끌어가고 싶었다. 만약 그에게 행운이 따른다면 신세희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싶었다.조의찬은 결혼할 생각은 있었지만 자기보다 열몇 살이나 어린 여자애를 만날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질 않았다.조의찬이 평온한 얼굴로 반명선에게 말했다.“넌 아직 어린애잖아. 아저씨가 아니라 아빠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네가 날 쫓아다니면 난 오히려 더 비굴해질걸? 네가 나중에 대학교에 가면 남학생들이 따라다니게 돼 있어.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대학교에 붙는 게 급선무야.”반명선의 얼굴이 또 한 번 화끈거렸다.“알았어요.”“너 혼자 남성에 가는 거야?”조의찬의 질문에 반명선이 진지하게 그를 쳐다보았다.“왜요? 저 자신을 잘 챙기지 못할 것 같아요?”“생활비는 어떡해?”조의찬이 또 물었다. 아직 요양 중이긴 하지만 반명선의 부모가 이젠 아무런 특권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반명선의 부모에게 대학교 등록금을 내놓으라고 하면 아마 힘들 것이다.반명선이 웃으며 대답했다.“뭐가 걱정이에요. 남성은 가성섬보다 발전해서 저도 아저씨처럼 남성에서 노점상이나 하면 되죠. 노점상 하면서 학교 다니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어요.”조의찬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너만 괜찮다면 우리 집에 있어도 돼. 생활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은 내가 낼게. 나중에 형한테 말하면 돼
신세희는 조의찬에게 방긋 웃어 보인 뒤 더는 그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조의찬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단지 친구 사이의 우정이었고 게다가 이 우정도 그녀와 서시언의 관계처럼 그리 깊은 건 아니었다. 그저 전보다 조금 더 정이 들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의 신경은 온통 남편에게 쏠려 있었다. 부소경은 임서아네 가족을 데리고 남성으로 돌아왔다. 결국 돌고 돌아 신세희의 원수는 여전히 잘만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무사히 이 땅을 다시 밟았다.이 모든 건 다 임서아의 전지전능한 외할아버지 덕분이었다. 그는 6년 전부터 갖은 수단을 써서 신세희를 죽이려 했었다.서씨 집안 어르신만 생각하면 신세희는 역겹고 헛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씨 집안 어르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대체 무슨 엄청난 비밀이지?’신세희는 한시라도 빨리 그 비밀을 알고 싶었고 부소경도 마찬가지였다.그들 세 식구는 엄선우와 용병 네 명의 보호를 받으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들이 공항 로비의 대문을 본 순간 서씨 집안 어르신이 대문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고작 보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씨 집안 어르신은 눈에 띄게 늙어 보였다.늘 강건하던 어르신이 고작 보름 사이에 등이 굽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 뒤에 잡혀있던 임서아가 손을 들고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할아버지, 할아버지! 저희 여기 있어요. 비행기에서 내렸어요! 할아버지, 얼른 대표님한테 저희를 풀어달라고 해주세요.”신세희와 부소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서씨 집안 어르신의 뒤에 가성섬에 무기를 보낸 구씨 집안의 구성훈이 서 있었다. 구성훈의 낯빛이 서씨 집안 어르신보다 훨씬 더 어두웠다.신세희와 부소경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후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바로 그때 신세희의 카톡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엄선희와 민정아가 동시에 문자를 보내왔다.“세희 씨, 원래는 정아 씨랑 마중 나가고 싶었는데 서씨 집안과 구씨 집안이 공항 문 앞을 물샐틈없이 꽉 막아놓았더라고요
“뭐라고요?”부소경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신세희도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서씨 집안 어르신이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다고 하여 오는 길 내내 신세희와 부소경은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부소경에게 친남동생이 있을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남동생이라...’늘 침착하던 부소경마저도 이 순간만큼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서씨 집안 어르신을 빤히 쳐다보았다.‘남동생이 있다고? 그렇다면 걔 성도 부씨란 말이잖아? 걔도 부씨 집안 사람인가?’이 세상에 부소경에게 또 다른 가까운 가족이 있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 부소경은 자신의 심정을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고 안절부절못했다.신세희가 부소경의 손을 잡아주고 나서야 부소경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가 뭔가 알아차린 듯 신세희를 쳐다보자 신세희도 뭔가 눈치챈 듯 서로 눈빛만 주고받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계속하여 서씨 집안 어르신의 얘기를 들었다.그건 30여 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얘기한 앞부분은 부소경이 알고 있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그때 하씨 집안 사람 중에서 가성섬에 산 사람은 하숙민밖에 없었고 하숙민은 부성웅을 무척이나 사랑했다고 한다. 나중에 두 사람은 가성섬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하숙민이 임신했는데 쌍둥이라고 했다.그때 당시 기세가 드높던 부성웅과 임신한 하숙민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하지만 좋은 나날도 잠시, 부성웅의 본처가 가성섬에 나타났다.진문옥의 기고만장한 모습에 고작 26살밖에 안 된 하숙민은 무서워서 기도 펴지 못했다.“네가 내 남편이랑 가성섬에서 결혼한 게 합법인 줄 알아?”진문옥의 싸늘한 한마디에 하숙민은 눈물을 글썽였다.“난... 당신의 존재를 정말 몰랐어요. 난 성웅 씨가... 결혼했었다는 걸 모르고...”진문옥이 매섭게 쏘아붙였다.“아이 당장 지워. 그리고 평생 가성섬에서 쥐 죽은 듯이 살아. 안 그러면 절대 가만 안 둬.”“그건 안 돼요, 언니! 아이가 쌍둥이
“아 참!”진문옥이 계속하여 말했다.“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이젠 배도 많이 불러서 먼 해외로 도망가지도 못할 거야. 네가 이 섬에 있는 한 쥐구멍에 숨어도 난 널 찾아낼 수 있어. 네가 내 남편이랑 남성으로 온다고 해도 무조건 찾아내. 이렇게 얘기할게, 하숙민. 가성섬에 남아있으면 살길이 그나마 있겠지만 성웅 씨랑 남성으로 따라온다면 죽지 못해 사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거야!”진문옥은 그녀를 협박한 후 부성웅이 하숙민에게 사준 집을 나섰다.“안 돼... 나한테 이러지 마, 제발. 내 아이, 그것도 쌍둥이란 말이야...”하숙민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힘없이 울기만 했다.그녀에게는 아무런 가족이 없었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바로 부성웅이었다. 이젠 그녀에게도 가족이 두 명 생겼는데 바로 배 속의 아이들이었다.하숙민은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부성웅을 찾아가 아이를 낳을 기회를 쟁취해야 했다. 명예를 잃게 되더라도, 다른 사람이 불륜녀라고 온갖 욕설을 퍼부어도 아이의 권리를 쟁취해야 했다.그녀는 육칠 개월 된 몸을 이끌고 부성웅과 진문옥이 머무르는 집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가정부가 그녀를 집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그때 당시 가성섬은 매우 가난했고 다들 목숨만큼 돈을 좋아했다. 그녀가 몸에 지닌 비싼 팔찌를 가정부에게 건네자 가정부는 평소 하숙민을 자주 봐왔고 어차피 다 부성웅의 여자이니 들여보내도 괜찮겠다 생각하여 그냥 들여보냈다.하숙민은 임신한 몸으로 문 앞까지 다가왔다. 그런데 집 안에서 두 사람이 다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부성웅! 너 그냥 가서 확 죽어버리지 그래! 여자를 데리고 놀고 싶으면 그냥 놀기나 할 것이지, 임신은 왜 시켜!”진문옥은 마치 부성웅을 집어삼킬 듯이 마구 쏘아붙였다. 그러자 부성웅이 싸늘하게 비웃었다.“진문옥! 그때 하숙민을 찾았을 때 네가 먼저 소개해줬어! 하숙민이 하씨 집안의 유일하게 남은 핏줄이라면서 아직 이 섬에 하숙민을 떠받드는 사람이 많다고 했잖아. 그리고 내가 하숙민을
모든 의욕을 잃고 절망에 빠진 하숙민은 누군가의 부름에 북받쳤던 감정이 터져 나오면서 눈물이 끊임없이 방울방울 떨어졌다.“이봐, 울지 마. 무슨 일인데 그래?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이 아저씨한테 얘기해.”중년 남자의 말투가 온화해졌다. 하숙민은 그제야 목청을 가다듬고 물었다.“아저씨는 누구시죠?”하숙민은 가성섬에서 이 중년 남자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그가 내뿜는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니었고 어찌나 위압감이 넘치는지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하여 돌아온 남자 같았다.하숙민의 예측이 맞았다. 그 중년 남자가 바로 엄청난 권력을 지닌 서씨 집안 어르신이었다. 그때 당시 서씨 집안 어르신은 50대 초반 정도 되었다.서씨 집안과 부씨 집안의 친분이 대대로 전해졌는데 부씨 집안은 사업에 종사했고 서씨 집안은 군에 복무했다. 비록 두 집안이 서로 이익을 주고받은 건 없지만 그 관계가 무려 백 년 가까이나 지속되었다.그러다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세대에서 부씨 집안 사람들이 먼저 가성섬을 개척하는 동시에 가성섬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그 후 부씨 집안은 직접 도와서 일궈 세운 반씨 집안과 갈라서게 되었는데 부씨 집안의 재산을 무사히 남성으로 옮겨가기 위해 부씨 집안에서는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도움을 청했다.그렇게 서씨 집안 어르신까지 오게 되면서 가성섬 전체는 부씨 집안과 서씨 집안의 천하가 되었다. 그때의 반씨 가문은 찍소리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진문옥과 함께 가성섬으로 왔다. 아직 이곳의 사람과 일에 대해 익숙지 않아 가성섬에 부성웅의 불륜녀가 있는 건 물론이고 불륜녀가 임신 칠팔 개월이라는 것도 당연히 알지 못했다. 게다가 이 불륜녀가 바로 하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핏줄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그때 서씨 집안 어르신이 길거리에서 젊은 임산부를 가엽게 여긴 건 자신의 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해 그의 딸이 집을 나갔다. 그는 여기저기 딸을 찾아다니다가 마음이 다 타버릴 지경이었다.그러던 때에 마침 길거
“뭐? 너... 하씨 집안 자손이었어?”서씨 집안 어르신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숙민을 보았다.“얘야... 너희 아버지가 혹시 가성섬의 우두머리였던 하경원이야?”하숙민이 그를 보며 대답했다.“저희 아버지 아시죠? 저희 아버지는 이 섬의 전 우두머리였어요.”서씨 집안 어르신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가 하경원을 아는 건 하경원이 가성섬의 우두머리여서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가성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으니 말이다.그가 하경원을 알고 있었던 건 그가 열몇 살 때 해외에서 가장 좋은 사관학교를 다녔었는데 그곳에서 하경원의 금전적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남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언젠가는 갚아줘야 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마음이 저렸다.“걱정하지 마, 이 일은 아저씨한테 맡겨! 아저씨가 두 사람 이혼하게 하고 네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해줄게. 아까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부성웅?”하숙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마 아저씨도 아실 거예요. 그 사람은... 이 섬의 갑부이자 남성의 갑부예요.”하숙민이 잠깐 멈칫하다가 그를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제가 아저씨를 곤란하게 했죠? 다들 성웅 씨 이름만 들어도 곤란해한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괜찮아요... 이해해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서씨 집안 어르신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도 난처한 건 사실이었다.부성웅이 가성섬의 갑부이자 남성의 갑부라서 난처한 게 아니라 그와 부씨 집안의 대대로 내려온 친분 때문이었다. 그는 부성웅과 진문옥의 결혼식 증인이자 주례까지 섰다. 그리고 부씨 집안뿐만 아니라 진씨 집안과도 대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 그가 어찌 그 혼인을 깰 수 있단 말인가.서씨 집안 어르신은 아주 곤란한 문제에 맞닥뜨리고 말았다.“저기...”서씨 집안 어르신이 하숙민을 불렀다. 그녀의 처지가 딱한 건 사실이었다. 부모님도 여의고 임신한 몸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하숙민은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이해한다는 듯
부성웅네 부부를 만난 서씨 집안 어르신은 아주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그가 얘기를 마치자 진문옥이 눈물범벅인 채로 서씨 집안 어르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저씨, 아저씨는... 어릴 때부터 저랑 성웅 씨를 봐왔잖아요. 우린 함께 대학교와 유학도 다녔고 F그룹을 일궈 세웠어요. 이젠 아들도 셋이나 있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는데 이대로 망칠 순 없어요.”진문옥이 울면서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며 서씨 집안 어르신은 사실 무척이나 화가 났다. 그가 성이 난 목소리로 물었다.“가족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 왜 성웅이한테 불륜녀를 찾아줬어?”서씨 집안 어르신도 켕기는 게 있어 말을 마치고는 저도 모르게 마른기침을 했다. 사실 그도 아내가 있었지만 밖에 불륜녀를 두고 있었다. 하여 그 말을 내뱉자마자 바로 후회했다.아니나 다를까 진문옥이 바로 물었다.“아저씨, 무례한 건 알지만 하나 물을게요. 아저씨도 밖에 여자가 있잖아요. 아저씨는 본처랑 이혼하고 그 여자랑 결혼할 수 있어요?”당연히 그럴 리 없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불륜녀와 결혼할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불륜녀가 낳은 아이마저도 별로 거들떠보지 않았다.그는 줄곧 밖에서 만난 여자는 그저 장난감에 불과하기에 절대 진심을 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런 여자들 중에 제대로 된 여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그가 만났던 불륜녀도 거의 죽을 때가 돼서야 두 사람의 딸이 사실은 본처가 낳은 딸이고 그녀가 아이를 훔쳐 와서 키웠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다.이런 독한 여자랑 어찌 결혼할 수 있단 말인가!서씨 집안 어르신의 불륜녀에 대한 인식은 그저 이러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숙민의 편을 들었다.“문옥아, 애초에 성웅이한테 가성섬에서 여자를 찾으라고 한 건 너의 생각이잖아. 넌 성웅이가 가성섬에서 자리를 잡게 하려고 특별히 옛 우두머리의 딸을 선택했어. 그 애가 지금 임신했는데 그냥 나 몰라라 할 거야? 이건 그 애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서씨 집안 어르신의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