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허영은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고, 웃음 때문에 그녀는 힘이 풀려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신세희는 그 여세를 몰아 갑자기 허영을 쓰러뜨렸다."아아악! 내 이빨...!"허영이 넘어지면서 앞니가 심하게 흔들렸다."이 늙은 할망탱구야! 나 신세희가 오늘 여기서 죽는다면, 반드시 너도 같이 죽게 될 거야! "신세희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영의 얼굴을 짓밟았다."아이고, 나 죽네… " 허영은 아파서 엉엉 울었다.문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임지강은 화가 났고 마음이 아팠다.임지강은 신세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남자로써 여자를 때린다는 건 체면이 안 서서 때릴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옆에는 반호영이 있었고 체면을 살렸어야 했다.임지강은 땀투성이 되어도 움직일 수 없었다. 게다가 반호영은 특히나 임지강만 주시하고 있었다. 임지강이 조금만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반호영은 임지강을 문밖으로 내던질 기세였다.반호영은 한쪽으론 임지강을 지켜보면서 다른 한쪽으론 신세희 모녀와 허영, 임서아 모녀가 싸우는 것을 지켜봤다. 신유리는 고작 여섯 살이었지만 어린 애인데도 불구하고 임서아 하고 여기저기 부딪히며 싸웠다. 그러다가 갑자기 반호영에게 달려갔다. 신유리는 엄마와 본인은 반호영에게 납치되었지만 반호영은 임서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신유리는 계속 반호영 뒤에 숨어 있었다.임서아는 충격으로 얼굴에 멍이 들어 눈을 뜰 수 없었고, 있는 힘껏 신유리를 향해 뛰어가다 반호영 하고 부딪혔다."꺼져" 반호영은 발을 들어 한 발로 임서아를 문밖으로 차버렸다.반호영은 임지강도 발로 차려고 했는데, 임지강은 기회를 주지 않고 그의 딸 임서아를 또 한번 밖으로 차버렸다. 진작에 임서아를 죽이고 싶었던 모양이다.‘까맣고 못생긴 얼굴에 깡말라서 병들어 보이는 주제에 나 반호영 하고 결혼을 할 생각을 했다고?오르지도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거늘’ 하고 반호영은 속으로 생각했다."콜록콜록... " 문밖에 내던져진 임서아는
“당신, 대체 무슨 꿍꿍이야? 나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이러는건지 알고 싶지 않으니까 우리 그냥 죽게 내버려두면 안돼?”신세희가 반호영에게 물었다.반호영은 신세희를 한번 쳐다보았고 또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꼬마 아이도 바라보았다. “반삼촌, 내려줘!”신유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애늙은이처럼 말했다.“.....”“세희씨, 아이가 놀래잖아!”반호영은 헛 기침을 하고선 말을 이어갔다.“그건 호영씨가 걱정할 필요 없어!”신세희는 차갑게 대답했다.말이 끝나자마자 신세희는 반호영 손에서 신유리를 낚아챘다. 신유리도 엄마의 품에 와락 안겼다. 그렇게 반호영은 신유리의 다리를 잡았고, 신세희는 신유리의 두 팔을 끌어안았다.신유리는 자신을 내려놓지 않자 고개를 돌려 허리를 굽히곤 반호영의 팔을 물어버렸다.“아악... ”반호영은 고통스러워하면서 신유리를 풀어줬다.“꼬... 꼬마야, 쪼끄만 게 이빨은 꽤 날카롭구나.”반호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신유리를 쳐다보았다.“엄마 무서워하지 마, 유리는 엄마를 지켜 줄 거야, 엄마와 함께 나쁜 놈들 무찌를 거야.”신유리는 신세희 목에 엎드려 속삭였다.“정말 착한 애구나!”신세희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어디로 가려는건지 말해주지 않으면 여기서 꼼짝 안 할 거야!”신세희는 평온한 얼굴로 반호영을 바라보았다.“너... 참 대단하다. 우리 형이랑 내가 언제 남성을 먼저 공격하려고 했어? 부소경 하고 싸우기라도 했어? 오히려 우리 가성섬이 이렇게나 작은데 부소경 먼저 우리 가성섬을 차지하려고 했지! 신세희, 잘 생각해. 부소경 자기가 이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하나 본데 만약에 그랬다면 너랑 네 딸 지금 나한테 잡혀와있을까?”반호영이 흥분해서 물었다.“...”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해! 말해보라고!”반호영은 소리를 쳤다.“할 말이 없어.”신세희는 대답했다.“그놈은 침략자 같은 놈이야. 네가 그놈 이랑 살아서 좋은 점이 있어? 차라리 나랑 사는 게 어때?
게다가 대마초를 피우게 되면 몸이 망가지는데는 한순간이었다.허영은 지금이라도 당장 그를 떼어내고 싶었지만 허영은 생각했다. 그에게 돈을 빌미로 신세희를 처리하겠다고.허영은 마음속으로 만약에 신세희를 처리하게 되면 부소경은 불륜남을 쫓을 것이고 그때 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 일은 임지강이 알아서는 안된다. 임지강이 만약에 허영과 불륜남 사이를 알게 되면 허영의 다리를 부러트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임 씨 일가 셋이 모여서 작당하고 있었는데, 반호영 가정부가 와서 그들을 쫓아냈다."죄송합니다만, 세 분 모두 나가 주십시오. “가정부가 거침없이 말했다.임 씨 집안 세 식구는 쫓겨났고, 신세희와 신유리, 반호영은 여전히 마당에 있었다.신유리는 아직도 반호영의 신발을 발로 밟고 있었다. 반호영이 맞춤 제작한 2천만 원짜리 고급 신발은 신유리에게 밟혀서 피클처럼 보였다.허나 반호영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허리를 굽혀 미소를 지으며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어때, 이제 분풀이가 됐어?” 반호영은 신유리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는 거야? 분풀이가 뭐지?”신유리가 머리를 갸우뚱했다. 고개를 돌리니 밖으로 향하고 있는 임씨 일가 세 식구가 보였다. “삼촌이 저 여자하고 결혼하면 내가 화를 안 낼게!”신유리는 임서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신유리의 마음속 아빠는 부소경 하나뿐이었다. 그 누구도 아빠를 대신할 수 없었다. “신유리, 왜 그래? 저렇게 못생긴 여자랑 결혼을 하라고?”“아저씨하고 저 못생긴 아줌마 둘이 제일 잘 어울려!”“이 삼촌을 좀 살려 주렴.”반호영은 두 손 모아 애원하는 척 했다.반호영이 고개를 돌리자 임서아가 악랄한 눈빛으로 신유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빨리 안 꺼져!”반호영은 임서아를 향해 소리를 쳤다.그제야 세 가족은 마지못해 분노에 가득 찬 채로 동쪽 마당을 떠났다.“자 이제 나랑 어딜 가볼까?”반호영은 계속해서 신세희한테 말을 걸었다.“도대체 어
이곳은 뜻밖에도 3시간 전에 신세희, 신유리, 부소경 셋이서 같이 차에서 내렸던 곳이었다.“엄마, 우리 여길...”신유리도 한눈에 이곳을 알아봤다.“잠깐만, 아가야!”신유리가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신세희는 신유리의 입을 틀어막았다.신세희는 아이가 또 아빠를 팔아넘길까 봐 조심스러웠다.“딸을 제지하는 이유가 뭐지? 네 남편도 여기서 내렸다는 걸 말해주기 싫은 거 아니야? 세희 씨, 이 섬에서 나 반호영이 모르는 게 있을 거 같아?”옆에 서있던 반호영은 신세희의 행동을 보고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반호영이 말한 말에 신세희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호영 씨, 우리 남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만 말해줄 수 있어?”신세희는 애써 슬픔을 억누르며 반호영에게 물었다.“말해주면 뭐 어쩔 셈인데?”“만약에 내 남편이 죽었다면, 우리도 결코 살아남진 않을 거야!”신세희는 자신의 마음을 하나도 숨기지 않았다.“당신…”“아직 살아 있다면 어떻게 할 거야?”반호영은 계속해서 물었다.“소경씨와 함께 너희 들하고 끝까지 싸울 거야!”“.... ““내 남편 어디에 있어?”신세희가 물었다.“나도 네 남편이 어디 있는지 몰라. 나도 찾고 있는 중인데 아직 못 찾았어.”반호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두 시간 전, 반호영은 신세희와 신유리를 동원으로 데려다놓고 밖으로 나갔었다.나가서 한 일은 하나는 꼬마에게 맞은 눈이 괜찮은지 보러 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택을 나가 부소경이 따라왔는지 확인했었다.그러나 그는 저택의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부소경은 마치 증발한것 같았다.반호영의 말을 듣고 신세희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신세희는 부소경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그 늑대 같은 인간이...부소경에겐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라고 신세희는 굳게 믿고 있었다.신세희의 표정을 보자 반호영의 마음은 바늘에 찔린 것 같았다. 이렇게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혼자 도둑의 굴
더구나 신세희 청순한 얼굴에서 약간의 성숙미가 드러났다.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그런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신세희 옆에 있는 꼬마 아이는 배트맨이 그러져 있는 맨투맨에 바지는 캐릭터가 그려진 데님 배기팬츠를 매치했다. 이런 힙합 스타일을 한 신유리는 패셔너블해 보였다. 꼬마 아이 손에는 자신만한 큰 곰돌이 인형이 안겨있었다. 몇몇 종업원들이 그 곰돌이 인형을 보곤 깜짝 놀랐다.‘곰돌이 인형의 눈알은 어디 갔지? 요즘 꼬마 계집애들은 다 이렇게 사차원이었던가?눈알이 없는 곰돌이 인형을 좋아한단 말인가?’꼬마 아이의 작은 얼굴은 동글동글했고 눈에는 아직도 눈물 두 방울이 맺혀 있었다. 꼬마 아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별로 기분 좋지 않은 듯 사방을 둘러보았다.어른들이 좋아하는 조용하고 예의 바른 얼굴보다 이런 찐빵 같은 얼굴을 한 꼬마 아이가 훨씬 더 귀엽지 않겠는가!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가성 섬에선 군주의 동생, 반호영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군주가 황제라면 반호영은 왕 같은 존재였다.반호영은 그렇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차갑고 음침하고 인간의 치부를 다 겪은 사람이지만 행복한 삶은 타고났다. 가성섬 모든 반도에서 반호영하고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는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아무도 감히 반호영의 곁에 다가갈 용기가 없었다.그래서 반호영은 가성섬에서 줄곧 혼자였던 모양이다. 반호영의 테마는 늘 검정이었다. 반호영 뒤에는 항상 검은색 양복 차림의 경호원들이 따라다녔다.호텔에 와서 밥을 먹더라도 늘 혼자 다니는 데 익숙했다.반호영이 이렇게 청초하고 아름다운 여성과 입을 삐죽 내밀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눈물방울이 맺혀 있고 두 손에 눈알이 없는 큰 곰인형을 안고 있는 꼬마 아이를 데리고 호텔에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사람들은 반호영이 앞에 있는데도 이미 작은 소리로 의논하기 시작했다.“이분들은 누구지? 어르신이랑 무슨 사이지?” “누구긴! 당연히 어르신의 여자와 아이겠지!” “어르신이 결혼해
‘메뉴판에 메뉴가 안 적혀 있는데 메뉴가 어디에 있다는거지?’분명히 한 줄의 글이었다.“세희야, 겁내지 말고 유리와 함께 반호영의 동원 마당에 안전하게 있어. 어떤 이상한 움직이 있으면 누군가가 널 지켜줄 거야. 유리도 즐겁게 지내고.”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종업원을 찾았지만 종업원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러고는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왜 그래, 엄마?”유리는 어리둥절해 했다. “엄마 말 잘 들어, 우리 여기서 마음껏 놀고, 마음껏 먹고, 즐겁게 지내는거야, 아가야.”신세희와 신유리는 서로 눈빛 교환을 했다.신유리는 엄청 똑똑한 아이였다. 바로 엄마의 뜻을 알아차렸다.두 방울의 눈물을 머금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신세희 따라 5, 6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한 신유리는 엄마 눈빛 한 번으로 아빠가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엄마, 알겠어!”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몇 분 후 반호영이 돌아왔을 때 신유리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 불쌍한 표정으로 반호영을 쳐다보았다.“악당 삼촌, 나 그거 먹어도 돼?”신유리가 가리킨 것은 페이스트리였다.“악당이라고? 그렇게 얘기하면 안 잘라줄 거야.”신유리는 입을 삐죽 내밀고 엄마를 바라보았다.신세희는 화가 난 상태여서 신유리를 쳐다볼 겨를이 없었다.“이 페이스트리는 바삭하고 달콤하지. 초콜릿 맛도 나고 카레 맛도 나는데, 가성섬의 어린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맛이야.”신유리는 입맛을 다졌다.“먹고 싶어?”반호영은 신유리에게 물었다.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먹고 싶으면 삼촌이라고 불러봐.”“악... 당... 삼... 촌.”반호영은 물을 마시기 위해 물컵을 들고 있었고 물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신유리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물을 한 모금 뿜을 뻔했다.악당?“저기... 유리야, 삼촌이 어디가 그렇게 나쁜지 말해줄래, 왜 악당인데?” “흥! 지금 이런 것도 너무 나빠! 흑흑흑...”신유리의 두 눈에서 눈물방울이 금세 또 터져 나왔다. 어린아이가 우는
“나쁜 놈, 이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내 곰돌이 인형도 나쁜 놈이라고 이름 지어줘도 될까?”반호영은 올가미에 걸려들어 도랑으로 끌려가서 함정에 빠진듯한 느낌을 받았다.“저기... 우리 공... 공주님!”반호영은 더듬더듬거리면서 신유리를 불렀다.“이쁜이라고 불러줘! 삼촌 집에는 이미 공주 한 명이 있잖아. 반명선! 그앤 너무 못생겼어. 삼촌이 나를 공주님이라고 부르면 나는 반명선 같은 추녀가 생각나서 싫어! 이제부터 나를 이쁜이라고 불러줘.”신유리는 거들먹거리면서 비꼬았다. “우리 이쁜이, 네 곰돌이 인형 한번 봐봐. 꼬질꼬질 해진 데다가 눈알까지 없어. 이렇게 잘생긴 내 얼굴에 어떻게 네 못생긴 곰돌이 인형하고 같은 이름을 지어줄 수 있지?”“흥! 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인형이야. 내 친구란 말이야! 내가 가는 곳마다 안고 다닌다고. 내 곰돌이 인형을 못생겼다고 말하지 마!”신유리는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유리는 자리에서 내려와 반호영 앞으로 달려가 반호영 코를 비틀었다.“신유리!”신세희는 신유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옆에 있던 종업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쪽 웨이터 두 명은 멀리서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반호영이 감히 신유리한테 손을 댄다면 그들은 반호영 목숨을 앗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 우리 이쁜이, 우리 공주님, 이제 그만, 뚝! 삼촌이 잘못했어. 사과할게! 네가 삼촌 구두도 밟고, 삼촌 코도 비틀고, 나쁜 놈이라고까지 했는데도 삼촌은 안 울잖아. 우리 이쁜이도 이제 그만 울자.”그러나 반호영은 먼저 머리를 숙여 아주 부드러운 손길로 신유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난 나쁜 놈 이란 이름도 좋고 내 곰돌이 인형도 좋단 말이야.”신유리는 눈물은 멈췄지만 입은 여전히 뾰로통 해서 반호영을 혐오하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럼 너도 삼촌을 좋아한다는 뜻이지?”반호영은 흐뭇하게 물었다. 신유리는 눈을 깜빡이다가 별안간 함정에 빠진 같
그 사람은 신세희 한테 더 익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조의찬이었다.스타 아일랜드 인터내셔널 호텔 맞은편, 한 포장마차 안쪽에 조의찬이 앉아 있었다.틀림없이 그는 포장마차 주인이었다.이 순간, 신세희는 만감이 교차했다.조의찬은 C 그룹의 대표였다. 비록 지금은 C 그룹이 몰락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조의찬은 부 씨 가문의 유일한 외손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남성에서도 손꼽히는 재벌 집 아들이었다. 또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고개 숙여 조의찬을 향해 90도 인사를 했었다.그런데 지금 조의찬은 가성 섬에서 포장마차를 차리고 있었다.신세희는 마음이 복잡했고 눈시울도 붉어졌다.신세희는 자신을 위해 울어본 적이 없었지만 만약 한 사람이 목숨을 바쳐 자신을 위해 희생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약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신세희는 조의찬을 부르려는 순간, 조의찬은 포장마차를 정리하고 떠났다.신세희는 조의찬이 신세희를 보호하려고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신세희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고, 내색하지 않고 반호영의 차에 올라타 군주 저텍으로 돌아갔다.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신세희와 신유리는 몇 시간 전처럼 겁에 질리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동원 마당에 들어서자 신세희는 반호영을 따라 큰 거실로 들어섰다.“편하게 쉬고 있어. 가정부들을 시켜서 세희 씨, 유리가 지낼 방을 청소하라고 할게.”반호영은 말했다.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무섭지 않아?”반호영은 다시 물었다.“이제 안 무서워, 호영 씨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안닌거 같고, 그렇게 악랄하고 무도덕하고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닌거 같아.”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반호영은 정신을 가다듬고 신세희를 노려보았다.“왜, 내가 뭐 잘못 말했어?”반호영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소파 위에 신세희와 끝과 끝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반호영은 담배를 꺼내 조용히 피우고 있었다.신세희는 갑자기 어리둥절해 했다.어딘가 모르게 반호영과 부소경은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