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신세희 한테 더 익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조의찬이었다.스타 아일랜드 인터내셔널 호텔 맞은편, 한 포장마차 안쪽에 조의찬이 앉아 있었다.틀림없이 그는 포장마차 주인이었다.이 순간, 신세희는 만감이 교차했다.조의찬은 C 그룹의 대표였다. 비록 지금은 C 그룹이 몰락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조의찬은 부 씨 가문의 유일한 외손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남성에서도 손꼽히는 재벌 집 아들이었다. 또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고개 숙여 조의찬을 향해 90도 인사를 했었다.그런데 지금 조의찬은 가성 섬에서 포장마차를 차리고 있었다.신세희는 마음이 복잡했고 눈시울도 붉어졌다.신세희는 자신을 위해 울어본 적이 없었지만 만약 한 사람이 목숨을 바쳐 자신을 위해 희생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약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신세희는 조의찬을 부르려는 순간, 조의찬은 포장마차를 정리하고 떠났다.신세희는 조의찬이 신세희를 보호하려고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신세희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고, 내색하지 않고 반호영의 차에 올라타 군주 저텍으로 돌아갔다.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신세희와 신유리는 몇 시간 전처럼 겁에 질리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동원 마당에 들어서자 신세희는 반호영을 따라 큰 거실로 들어섰다.“편하게 쉬고 있어. 가정부들을 시켜서 세희 씨, 유리가 지낼 방을 청소하라고 할게.”반호영은 말했다.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무섭지 않아?”반호영은 다시 물었다.“이제 안 무서워, 호영 씨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안닌거 같고, 그렇게 악랄하고 무도덕하고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닌거 같아.”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반호영은 정신을 가다듬고 신세희를 노려보았다.“왜, 내가 뭐 잘못 말했어?”반호영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소파 위에 신세희와 끝과 끝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반호영은 담배를 꺼내 조용히 피우고 있었다.신세희는 갑자기 어리둥절해 했다.어딘가 모르게 반호영과 부소경은
“그럼! 내가 이 동원의 주인이고, 나는 내가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야.”반호영이 말했다.“아싸! 나 말타기 놀이할 수 있다!”신유리는 곰돌이 인형을 안고 신바람이 나서 또 뛰쳐나가 놀았다.아이들은 다들 장소가 넓은 바깥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나...... 담배 몇 모금만 더 피우고 끌거야.”반호영은 고개를 돌려 담배를 피우면서 신세희에게 말했다.사실 그가 들고 있던 담배는 이제 막 피우기 시작한 상태였었다.“왜… 내 딸한테 이렇게 잘해줘? 호영 씨…. 아이를 많이 좋아하는 거 같은데?”“왜냐고? 음...”반호영은 담배꽁초를 태우면서 눈을 감고 생각했다.“난 어릴 때부터 혼자였어, 내가 유리만큼 컸을 때 부모님이 나를 안아주길 바랐는데 아버지는 나를 안아주지 않았고, 나를 매우 차갑게 대하셨지. 그리고 어머니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해주시지 않으셨어…”어린 시절 일을 생각하면서 반호영의 얼굴은 약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어머님이 뭐라고 말씀을 하시겠어? 그렇다고 호영 씨를 원하지 않았다고 얘기하시겠어?”신세희는 본인이 엄마이기도 하고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어 하는 게 엄마 마음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어머니는 나한테 친엄마가 아니라고 하셨어, 우리 형제 모두 같은 어머니한테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했어.”반호영은 애처롭게 비웃음을 지었다.신세희에게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서로 배다른 형제라는 운명도 부소경하고 너무 닮아있었다.신세희는 참지 못하고 반호영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신세희는 정말로 반호영이 부소경과 어딘가가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외모 때문인가?아니다. 자세히 보면 반호영이랑 부소경은 진짜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걸 신세희는 알 수 있었다.반호영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반호영은 부드럽고 자상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부소경은 달랐다. 부소경은 비록 말랐지만 자상함과는 거리가 먼 수컷의 냄새가 강한 상남자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또 보면 둘
신유리는 여전히 반호영의 등에 타고 있었고, 작은 손은 반호영의 귀를 잡고 있었다.잠시 놀랐던 신유리는 방문객의 얼굴을 보고는 바로 두려워하지 않았다.“누구세요!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하는 거 불법인 거 몰라? 감옥에 갈 수도 있어. ”신유리는 방금 들어온 영감탱이를 의기양양하게 쳐다보며 꾸짖었다.영감은 쭈글쭈글해서 옥동자 같이 생겼고 어른 같은 위력이 없어 보였다.지금 타고 있는 반호영 조차도 이 영감탱이 보다 더 위력이 있었다.신유리는 영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말아, 이 난쟁이를 내쫓거라! "신유리는 반호영 의 두 귀를 잡아당기며 명령했다.그 모양은 마치 본인이 이 가성섬의 군주인 것 같았다.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신세희는 누구인지 대략 짐작이 갔다.신세희는 신유리를 품에 안은 채 경계하는 표정으로 화가 난 난쟁이와 그 난쟁이 뒤에 있는 임씨 세 식구를 바라보았다.가성섬에 오기 전에 신세희는 가성섬의 군주 반호경에 대해 알아보았었다.반호경은 아버지로부터 가성섬을 물려받았지만 실제로는 별 볼일 없는 군주였다.반호경은 몸집이 작고 용모도 추했다.반호영과 비교하면 두 사람은 전혀 피를 나눈 형제가 같지 않았다.이 일은 말하자면 이상하다.반씨 가문의 윗세대인 반영호, 염수정 부부는 모두 4명의 아들이 있었다.큰아들 반호경은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다른 두 아들 반호춘 반호동 두 형제는 스무 살도 안 돼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반호영을 제외하고 세 형제는 모두 난쟁이 똥자루처럼 생겼다.유독 넷째 아들 반호영만이 호리호리한 체격에 건장한 몸집으로 출중한 외모를 과시했다.뿐만 아니라 반호영은 모든 면에서 그의 형님보다 능력이 뛰어났지만, 이 반씨 집안 넷째는 재산상속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반호영의 야망도 가성섬에 있지 않았다."너는 나의 넷째 동생이고 난 너의 형이야! 만약 반씨 가문이 정말로 부소경에게 넘어간다면 너는 망국노가 될 것이다! 어디를 가든 뿌리를 잃게 될 거야!" 반호영이 여전
여차하면 부소경한테 잡힐 뻔했다.혼자 남성으로 가 소식을 캐던 반호영은 그래도 성과가 있었다.반호영은 신세희와 뜻밖의 재회를 하였다.신세희가 잡혀가서부터, 폭행당할 때까지 끝까지 발악하는 모습을 보고 반호영은 마음이 누구보다 강한 신세희를 가슴에 품게 되었다.사람을 사랑하면 그 집 지붕의 까마귀까지 좋아한다고 했던가?혹은 반호영이 워낙에 아이들을 예뻐했던 탓일까?아니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섞여서일까?반호영은 신세희를 가슴에 품는 동시에 부소경과 신세희의 아이까지 예뻐하게 되었다.그러니 반호영은 절대 임서아와 결혼할 수 없었다.하지만 집안에서는 반호영에게 선택의 여지와 권리 또한 없다고 여겼다.가성섬에서의 임씨 집안 세 가족의 지위는 서씨 집안 어르신과 군주의 이유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지위가 되었다. 그래서 임서아는 반호영보다 자기가 훨씬 아깝다고 생각했으며 심지어 반호영이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자기에게 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신세희와 신유리가 군주 저택에 끌려왔을 때, 임서아는 두 사람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반호영이 두 사람 앞을 막아설 거라는 것은 상상치도 못했다.오히려 임서아가 얻어터졌다.게다가 아이한테 비웃음을 당하기까지 했다.임씨 집안에서는 미리 대책을 생각하고 허영은 신세희를 제거할 계획까지 마쳤다.하지만 임씨 집안 사람들은 그래도 화가 내려가지 않았다.특히 임서아는 신세희가 원망스러워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두 사람은 이미 포로가 되었다는 걸 알려줘야 해! 포로라고! 두 사람 앞을 막고 있는 이 멋진 남자가 바로, 이 임서아의 약혼자라는 것을 반드시 가르쳐줄 거야!’이게 바로 임씨 집안 식구들이 반호경을 데려와 반호영을 제압했던 목적이었다.아무도 반호경이 위엄을 보이기도 전에 반호영의 목마를 타고 있던 어린애가 먼저 기선제압을 할 것이라는 건 생각도 못 했다.“군주님, 이 어린 것 좀 보세요. 이 아이는 지금 포로예요! 이 어린 것이 이렇게 악독하다니, 감히 군주님
임서아는 고통에 몸부림쳤다.머리의 멍이 아직 그대로인 데다가 신유리한테 맞아 이마는 커다랗게 부어올랐다.임서아의 이마는 이내 보라색으로 충혈되었다.신유리도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임서아 이 바보를 때리려고 한 게 아닌데! 저 난쟁이 똥자루 같은 영감탱이를 때리려고 했단 말이야.’하지만 신유리가 말하는 난쟁이 똥자루 같은 영감은 키가 너무 작다 보니 임서아와 비교해도 머리 하나는 모자랐다.신유리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임서아를 바라보았다.“히히히! 못난이, 재수도 없네!”신세희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풉.”공포스럽고 위험했던 상황은 신유리로 인해 코미디로 변했다.신세희의 웃음이 터지자마자 뒤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임서아는 아프기도 화나기도 하여 머리를 홱 돌렸다. 그곳에는 방금 하교하고 경호원들과 함께 돌아온 반명선이 보였다.“하하하... 아이고, 웃겨 죽겠네. 거울 좀 봐봐요. 꼬라지 하고는. 우리 삼촌한테 가당키나 해요? 두꺼비한테 독약 뿌린 거 같아요. 볼록하게 부어오른 이마가 두꺼비보다 더 못났어요. 그렇게 생겨 먹어서 감히 우리 삼촌을 넘보다니. 하하하...”사실 반명선도 예쁜 얼굴이 아니다.납작한 코에 작은 눈.하지만 반명선은 가성섬의 하나밖에 없는 공주다.하지만 임서아는 가성섬에 온 뒤로 점점 여왕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반명선은 임서아의 안중에 없었다.반호경은 임씨 집안 사람과 잘 지내보려고 했지만 반명선은 전혀 이를 신경쓰지 않았다.반명선에게 임서아는 그저 꼴 보기 싫은 침입자이다.한 번도 임서아를 이겨본 적이 없던 반명선은 드디어 오늘, 날을 잡았다.“반명선!”반호경은 반명선의 따귀를 날리며 말했다.“당장 사과해!”반명선은 매서운 눈길로 임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못생긴 것 같으니라고. 우리 삼촌이 절대 당신과 결혼하지 못하게 내가 저주할 거예요. 천벌 받아 죽으라고 저주할 거예요. 올해를 못 넘기라고 저주할 거예요! 죽어! 나보다 만 배는 못난 두꺼비 같은 인간이라고! 흥!”잔뜩 화풀이
‘곰 인형 눈알로 맞은 건데 왜 이렇게 심하게 부은 거야? 게다가 충혈은 왜 또 이렇게 심해?’허영은 놀랍기도 섬뜩하기도 했다.하지만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서둘러 임서아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서원으로 향했다.허영이 점점 멀어지자, 임지강도 자리를 떠나려 했다.문을 나서기 전, 임지강은 머리를 돌려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신세희를 노려보며 말했다.“악마 같은 년, 어쩜 딸도 똑같이 악독한 건지! 서아 이마의 혹이 내려가면 모를까, 만약 내려가지 않는다면 난 너와 네 딸년의 가죽을 벗겨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그래요?”신세희는 처량하게 웃었다.“임지강 씨. 당신과 나 사이에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일이죠! 내가 왜 기어코 내 남편과 함께 가성섬에 온 줄 알아요? 당신은 나에 대한 원망만 생각하다 보니 내 생각은 아마 모를 거예요. 난 당신이 날 미워하는 것보다 당신 집안사람들을 백배는 더 증오해요! 두고 봐요! 당신 집안이 멸망되든, 나 신세희가 죽든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요!”“짐승보다 못한 년!”임지강은 지금이라도 신세희와 결판을 내고 싶었다.하지만 임지강이 손이라도 대는 날에는 반호영이 막아설 것이 뻔하다.임지강은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널 8년을 키웠는데, 네가 어찌...”“8년요?”신세희의 웃음은 아까보다도 처량했다.“자랑이세요? 양심도 없으신가요? 날 8년을 키웠다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하세요! 지나가던 개가 웃겠어요! 까마귀도 당신보다 인정이 있겠어요! 그런 말을 내뱉는 자체가 낯간지럽지 않아요?”“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임지강은 심장이 철렁했다.그녀의 말투로 보았을 때, 분명 무언가 알고 있는 듯싶었다.임지강은 신세희의 증오에 찬 표정을 보니 마음이 차가워졌다.한기는 심장을 뚫고 들어왔다.임지강은 문득 신세희가 자기에 대한 증오는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무슨 말이냐고요?”신세희는 아직도 행방불명인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죽
반호영이 다급히 물었다.“임서아가 뭐?”신세희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글쎄, 내 생각에 말이야. 임서아 얼굴색이 남성에서와 많이 달라. 전체적으로 어두워졌어. 영양실조처럼 말이야. 몸은 말랐는데 눈은 또 부은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유리가 임서아를 때리긴 했지만, 장난감으로 친 건데 엄청 부어올랐잖아.”“그러니까, 임서아가 아프다?”반호영은 기분이 좋아져서 물었다.‘저 못난이가 아프다면, 차라리 불치병에 걸려서 당장이라도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정말 역겨워.’신세희는 또다시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몰라. 그냥 내 생각이야.”신세희는 의사가 아니다 보니 상세한 건 알 수 없었다.그저 임서아가 어딘가 아파 보였을 뿐이다.하지만 신세희는 임서아가 아프길 바라지 않았다. 복수도 못 했는데 그렇게 쉽게 죽는 건 용서할 수 없었다.‘그런데 만약 임서아가 정말 아프기라도 한다면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어.’임서아가 불치병에 걸렸다면 그건 하늘이 내리는 벌이 될 것이다.모든 게 잘못 살아온 그녀의 탓이다.신세희가 임서아의 건강 문제를 생각하고 있을 때, 서원에 들어선 허영도 임서아를 걱정하고 있었다.허영의 보배 딸,하나밖에 없는 귀한 딸!“서아 이마가 이렇게 흉하게 부었는데, 반호영이 알기라도 하면 서아랑 결혼하려고 하겠어? 당신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임지강은 그제야 사태 파악을 하고 말했다.“일단 의사부터 불러서 어떻게 해 봐야겠어.”말을 끝낸 임지강이 뒤를 돌아보니 반호경이 뒤따라오고 있었다.“임 선생님. 저기... 서아 씨 이마...”반호경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임지강의 원망스러운 표정을 보더니 다급히 말했다.“임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집에 가서 우리 딸 따끔하게 혼낼게요. 명선이 그 계집애더러 꼭 서아 씨한테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할게요. 임 선생님...”임지강은 정색해서 말했다.“미안하지만 군주, 서아 이마가 보기 흉한지라 우선 자리를 피해주는 게 좋겠어요. 그리고 가성섬에서
허영은 이미 모든 판을 다 짜놓았으며 신세희가 걸려들기만 기다렸다.허영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되갚아 주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가성섬에서 그 남자는 마치 투명 인간과도 같이 아무도 몰랐다. 반호경도 모르고 반호영도 모르고 부소경과 신세희는 더 모른다.심지어 임서아와 임지강도 몰랐다.이것은 허영이 남겨 둔 카드이다.그녀는 무조건 해내겠다고 생각했다.이때 도우미가 말했다.“사장님, 사모님. 의사 선생님 오셨어요.”“빨리 들여보내요!” 허영이 말했다.문밖에 의사 네 명이 보였다. 반호경의 주치의다. 반호경은 이미 의사들에게 상세한 정황을 얘기해주었으므로 의사들은 이에 맞는 약을 준비해 왔다.네 명의 의사는 임서아의 이마를 살펴보았다.의사들의 견해는 다 비슷했다.“사모님, 큰 문제는 없어요. 따님이 워낙에 피부가 희고 여리다 보니 더 쉽게 멍이 들었을 뿐이에요. 특별히 가성섬에서 연구 제작한 외상 연고를 가져왔으니 곧 나으실 거예요. 사흘이면 다 내려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제일 실력 좋아 보이는 의사가 말했다.의사의 말을 들은 임씨 집안 사람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이내 의사는 임서아를 반듯이 눕힌 뒤에 부어오른 부위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로 감쌌다.임서아의 이마는 보라색으로부터 하얀색이 되었다.마치 피에로처럼 말이다.임씨 집안 일가가 의사를 마중하고 뒤돌아서려는데 반호경의 명령에 사과하러 온 반명선이 보였다.“아하하하하...”반명선은 전혀 사과하고 싶지 않았지만, 반호경의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왔다.오는 내내 툴툴거리며 어떻게 임서아를 엿 먹일까 생각하던 반명선은 마침 임서아의 흉한 꼴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서아 언니. 아까 언니를 보고 세상에 언니보다 못생긴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더 못생겨졌네요. 언니의 그 못생김이 날 이렇게 웃게 하네요. 푸흡...”반명선은 배를 끌어안고 깔깔거렸다.“너, 이 못생긴 년이 죽고 싶어 환장했어!”임서아는 홧김에 반명선에게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