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에 메뉴가 안 적혀 있는데 메뉴가 어디에 있다는거지?’분명히 한 줄의 글이었다.“세희야, 겁내지 말고 유리와 함께 반호영의 동원 마당에 안전하게 있어. 어떤 이상한 움직이 있으면 누군가가 널 지켜줄 거야. 유리도 즐겁게 지내고.”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종업원을 찾았지만 종업원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러고는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왜 그래, 엄마?”유리는 어리둥절해 했다. “엄마 말 잘 들어, 우리 여기서 마음껏 놀고, 마음껏 먹고, 즐겁게 지내는거야, 아가야.”신세희와 신유리는 서로 눈빛 교환을 했다.신유리는 엄청 똑똑한 아이였다. 바로 엄마의 뜻을 알아차렸다.두 방울의 눈물을 머금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신세희 따라 5, 6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한 신유리는 엄마 눈빛 한 번으로 아빠가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엄마, 알겠어!”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몇 분 후 반호영이 돌아왔을 때 신유리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 불쌍한 표정으로 반호영을 쳐다보았다.“악당 삼촌, 나 그거 먹어도 돼?”신유리가 가리킨 것은 페이스트리였다.“악당이라고? 그렇게 얘기하면 안 잘라줄 거야.”신유리는 입을 삐죽 내밀고 엄마를 바라보았다.신세희는 화가 난 상태여서 신유리를 쳐다볼 겨를이 없었다.“이 페이스트리는 바삭하고 달콤하지. 초콜릿 맛도 나고 카레 맛도 나는데, 가성섬의 어린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맛이야.”신유리는 입맛을 다졌다.“먹고 싶어?”반호영은 신유리에게 물었다.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먹고 싶으면 삼촌이라고 불러봐.”“악... 당... 삼... 촌.”반호영은 물을 마시기 위해 물컵을 들고 있었고 물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신유리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물을 한 모금 뿜을 뻔했다.악당?“저기... 유리야, 삼촌이 어디가 그렇게 나쁜지 말해줄래, 왜 악당인데?” “흥! 지금 이런 것도 너무 나빠! 흑흑흑...”신유리의 두 눈에서 눈물방울이 금세 또 터져 나왔다. 어린아이가 우는
“나쁜 놈, 이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내 곰돌이 인형도 나쁜 놈이라고 이름 지어줘도 될까?”반호영은 올가미에 걸려들어 도랑으로 끌려가서 함정에 빠진듯한 느낌을 받았다.“저기... 우리 공... 공주님!”반호영은 더듬더듬거리면서 신유리를 불렀다.“이쁜이라고 불러줘! 삼촌 집에는 이미 공주 한 명이 있잖아. 반명선! 그앤 너무 못생겼어. 삼촌이 나를 공주님이라고 부르면 나는 반명선 같은 추녀가 생각나서 싫어! 이제부터 나를 이쁜이라고 불러줘.”신유리는 거들먹거리면서 비꼬았다. “우리 이쁜이, 네 곰돌이 인형 한번 봐봐. 꼬질꼬질 해진 데다가 눈알까지 없어. 이렇게 잘생긴 내 얼굴에 어떻게 네 못생긴 곰돌이 인형하고 같은 이름을 지어줄 수 있지?”“흥! 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인형이야. 내 친구란 말이야! 내가 가는 곳마다 안고 다닌다고. 내 곰돌이 인형을 못생겼다고 말하지 마!”신유리는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유리는 자리에서 내려와 반호영 앞으로 달려가 반호영 코를 비틀었다.“신유리!”신세희는 신유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옆에 있던 종업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쪽 웨이터 두 명은 멀리서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반호영이 감히 신유리한테 손을 댄다면 그들은 반호영 목숨을 앗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 우리 이쁜이, 우리 공주님, 이제 그만, 뚝! 삼촌이 잘못했어. 사과할게! 네가 삼촌 구두도 밟고, 삼촌 코도 비틀고, 나쁜 놈이라고까지 했는데도 삼촌은 안 울잖아. 우리 이쁜이도 이제 그만 울자.”그러나 반호영은 먼저 머리를 숙여 아주 부드러운 손길로 신유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난 나쁜 놈 이란 이름도 좋고 내 곰돌이 인형도 좋단 말이야.”신유리는 눈물은 멈췄지만 입은 여전히 뾰로통 해서 반호영을 혐오하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럼 너도 삼촌을 좋아한다는 뜻이지?”반호영은 흐뭇하게 물었다. 신유리는 눈을 깜빡이다가 별안간 함정에 빠진 같
그 사람은 신세희 한테 더 익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조의찬이었다.스타 아일랜드 인터내셔널 호텔 맞은편, 한 포장마차 안쪽에 조의찬이 앉아 있었다.틀림없이 그는 포장마차 주인이었다.이 순간, 신세희는 만감이 교차했다.조의찬은 C 그룹의 대표였다. 비록 지금은 C 그룹이 몰락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조의찬은 부 씨 가문의 유일한 외손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남성에서도 손꼽히는 재벌 집 아들이었다. 또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고개 숙여 조의찬을 향해 90도 인사를 했었다.그런데 지금 조의찬은 가성 섬에서 포장마차를 차리고 있었다.신세희는 마음이 복잡했고 눈시울도 붉어졌다.신세희는 자신을 위해 울어본 적이 없었지만 만약 한 사람이 목숨을 바쳐 자신을 위해 희생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약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신세희는 조의찬을 부르려는 순간, 조의찬은 포장마차를 정리하고 떠났다.신세희는 조의찬이 신세희를 보호하려고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신세희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고, 내색하지 않고 반호영의 차에 올라타 군주 저텍으로 돌아갔다.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신세희와 신유리는 몇 시간 전처럼 겁에 질리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동원 마당에 들어서자 신세희는 반호영을 따라 큰 거실로 들어섰다.“편하게 쉬고 있어. 가정부들을 시켜서 세희 씨, 유리가 지낼 방을 청소하라고 할게.”반호영은 말했다.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무섭지 않아?”반호영은 다시 물었다.“이제 안 무서워, 호영 씨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안닌거 같고, 그렇게 악랄하고 무도덕하고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닌거 같아.”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반호영은 정신을 가다듬고 신세희를 노려보았다.“왜, 내가 뭐 잘못 말했어?”반호영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소파 위에 신세희와 끝과 끝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반호영은 담배를 꺼내 조용히 피우고 있었다.신세희는 갑자기 어리둥절해 했다.어딘가 모르게 반호영과 부소경은
“그럼! 내가 이 동원의 주인이고, 나는 내가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야.”반호영이 말했다.“아싸! 나 말타기 놀이할 수 있다!”신유리는 곰돌이 인형을 안고 신바람이 나서 또 뛰쳐나가 놀았다.아이들은 다들 장소가 넓은 바깥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나...... 담배 몇 모금만 더 피우고 끌거야.”반호영은 고개를 돌려 담배를 피우면서 신세희에게 말했다.사실 그가 들고 있던 담배는 이제 막 피우기 시작한 상태였었다.“왜… 내 딸한테 이렇게 잘해줘? 호영 씨…. 아이를 많이 좋아하는 거 같은데?”“왜냐고? 음...”반호영은 담배꽁초를 태우면서 눈을 감고 생각했다.“난 어릴 때부터 혼자였어, 내가 유리만큼 컸을 때 부모님이 나를 안아주길 바랐는데 아버지는 나를 안아주지 않았고, 나를 매우 차갑게 대하셨지. 그리고 어머니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해주시지 않으셨어…”어린 시절 일을 생각하면서 반호영의 얼굴은 약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어머님이 뭐라고 말씀을 하시겠어? 그렇다고 호영 씨를 원하지 않았다고 얘기하시겠어?”신세희는 본인이 엄마이기도 하고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어 하는 게 엄마 마음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어머니는 나한테 친엄마가 아니라고 하셨어, 우리 형제 모두 같은 어머니한테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했어.”반호영은 애처롭게 비웃음을 지었다.신세희에게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서로 배다른 형제라는 운명도 부소경하고 너무 닮아있었다.신세희는 참지 못하고 반호영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신세희는 정말로 반호영이 부소경과 어딘가가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외모 때문인가?아니다. 자세히 보면 반호영이랑 부소경은 진짜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걸 신세희는 알 수 있었다.반호영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반호영은 부드럽고 자상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부소경은 달랐다. 부소경은 비록 말랐지만 자상함과는 거리가 먼 수컷의 냄새가 강한 상남자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또 보면 둘
신유리는 여전히 반호영의 등에 타고 있었고, 작은 손은 반호영의 귀를 잡고 있었다.잠시 놀랐던 신유리는 방문객의 얼굴을 보고는 바로 두려워하지 않았다.“누구세요!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하는 거 불법인 거 몰라? 감옥에 갈 수도 있어. ”신유리는 방금 들어온 영감탱이를 의기양양하게 쳐다보며 꾸짖었다.영감은 쭈글쭈글해서 옥동자 같이 생겼고 어른 같은 위력이 없어 보였다.지금 타고 있는 반호영 조차도 이 영감탱이 보다 더 위력이 있었다.신유리는 영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말아, 이 난쟁이를 내쫓거라! "신유리는 반호영 의 두 귀를 잡아당기며 명령했다.그 모양은 마치 본인이 이 가성섬의 군주인 것 같았다.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신세희는 누구인지 대략 짐작이 갔다.신세희는 신유리를 품에 안은 채 경계하는 표정으로 화가 난 난쟁이와 그 난쟁이 뒤에 있는 임씨 세 식구를 바라보았다.가성섬에 오기 전에 신세희는 가성섬의 군주 반호경에 대해 알아보았었다.반호경은 아버지로부터 가성섬을 물려받았지만 실제로는 별 볼일 없는 군주였다.반호경은 몸집이 작고 용모도 추했다.반호영과 비교하면 두 사람은 전혀 피를 나눈 형제가 같지 않았다.이 일은 말하자면 이상하다.반씨 가문의 윗세대인 반영호, 염수정 부부는 모두 4명의 아들이 있었다.큰아들 반호경은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다른 두 아들 반호춘 반호동 두 형제는 스무 살도 안 돼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반호영을 제외하고 세 형제는 모두 난쟁이 똥자루처럼 생겼다.유독 넷째 아들 반호영만이 호리호리한 체격에 건장한 몸집으로 출중한 외모를 과시했다.뿐만 아니라 반호영은 모든 면에서 그의 형님보다 능력이 뛰어났지만, 이 반씨 집안 넷째는 재산상속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반호영의 야망도 가성섬에 있지 않았다."너는 나의 넷째 동생이고 난 너의 형이야! 만약 반씨 가문이 정말로 부소경에게 넘어간다면 너는 망국노가 될 것이다! 어디를 가든 뿌리를 잃게 될 거야!" 반호영이 여전
여차하면 부소경한테 잡힐 뻔했다.혼자 남성으로 가 소식을 캐던 반호영은 그래도 성과가 있었다.반호영은 신세희와 뜻밖의 재회를 하였다.신세희가 잡혀가서부터, 폭행당할 때까지 끝까지 발악하는 모습을 보고 반호영은 마음이 누구보다 강한 신세희를 가슴에 품게 되었다.사람을 사랑하면 그 집 지붕의 까마귀까지 좋아한다고 했던가?혹은 반호영이 워낙에 아이들을 예뻐했던 탓일까?아니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섞여서일까?반호영은 신세희를 가슴에 품는 동시에 부소경과 신세희의 아이까지 예뻐하게 되었다.그러니 반호영은 절대 임서아와 결혼할 수 없었다.하지만 집안에서는 반호영에게 선택의 여지와 권리 또한 없다고 여겼다.가성섬에서의 임씨 집안 세 가족의 지위는 서씨 집안 어르신과 군주의 이유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지위가 되었다. 그래서 임서아는 반호영보다 자기가 훨씬 아깝다고 생각했으며 심지어 반호영이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자기에게 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신세희와 신유리가 군주 저택에 끌려왔을 때, 임서아는 두 사람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반호영이 두 사람 앞을 막아설 거라는 것은 상상치도 못했다.오히려 임서아가 얻어터졌다.게다가 아이한테 비웃음을 당하기까지 했다.임씨 집안에서는 미리 대책을 생각하고 허영은 신세희를 제거할 계획까지 마쳤다.하지만 임씨 집안 사람들은 그래도 화가 내려가지 않았다.특히 임서아는 신세희가 원망스러워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두 사람은 이미 포로가 되었다는 걸 알려줘야 해! 포로라고! 두 사람 앞을 막고 있는 이 멋진 남자가 바로, 이 임서아의 약혼자라는 것을 반드시 가르쳐줄 거야!’이게 바로 임씨 집안 식구들이 반호경을 데려와 반호영을 제압했던 목적이었다.아무도 반호경이 위엄을 보이기도 전에 반호영의 목마를 타고 있던 어린애가 먼저 기선제압을 할 것이라는 건 생각도 못 했다.“군주님, 이 어린 것 좀 보세요. 이 아이는 지금 포로예요! 이 어린 것이 이렇게 악독하다니, 감히 군주님
임서아는 고통에 몸부림쳤다.머리의 멍이 아직 그대로인 데다가 신유리한테 맞아 이마는 커다랗게 부어올랐다.임서아의 이마는 이내 보라색으로 충혈되었다.신유리도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임서아 이 바보를 때리려고 한 게 아닌데! 저 난쟁이 똥자루 같은 영감탱이를 때리려고 했단 말이야.’하지만 신유리가 말하는 난쟁이 똥자루 같은 영감은 키가 너무 작다 보니 임서아와 비교해도 머리 하나는 모자랐다.신유리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임서아를 바라보았다.“히히히! 못난이, 재수도 없네!”신세희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풉.”공포스럽고 위험했던 상황은 신유리로 인해 코미디로 변했다.신세희의 웃음이 터지자마자 뒤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임서아는 아프기도 화나기도 하여 머리를 홱 돌렸다. 그곳에는 방금 하교하고 경호원들과 함께 돌아온 반명선이 보였다.“하하하... 아이고, 웃겨 죽겠네. 거울 좀 봐봐요. 꼬라지 하고는. 우리 삼촌한테 가당키나 해요? 두꺼비한테 독약 뿌린 거 같아요. 볼록하게 부어오른 이마가 두꺼비보다 더 못났어요. 그렇게 생겨 먹어서 감히 우리 삼촌을 넘보다니. 하하하...”사실 반명선도 예쁜 얼굴이 아니다.납작한 코에 작은 눈.하지만 반명선은 가성섬의 하나밖에 없는 공주다.하지만 임서아는 가성섬에 온 뒤로 점점 여왕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반명선은 임서아의 안중에 없었다.반호경은 임씨 집안 사람과 잘 지내보려고 했지만 반명선은 전혀 이를 신경쓰지 않았다.반명선에게 임서아는 그저 꼴 보기 싫은 침입자이다.한 번도 임서아를 이겨본 적이 없던 반명선은 드디어 오늘, 날을 잡았다.“반명선!”반호경은 반명선의 따귀를 날리며 말했다.“당장 사과해!”반명선은 매서운 눈길로 임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못생긴 것 같으니라고. 우리 삼촌이 절대 당신과 결혼하지 못하게 내가 저주할 거예요. 천벌 받아 죽으라고 저주할 거예요. 올해를 못 넘기라고 저주할 거예요! 죽어! 나보다 만 배는 못난 두꺼비 같은 인간이라고! 흥!”잔뜩 화풀이
‘곰 인형 눈알로 맞은 건데 왜 이렇게 심하게 부은 거야? 게다가 충혈은 왜 또 이렇게 심해?’허영은 놀랍기도 섬뜩하기도 했다.하지만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서둘러 임서아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서원으로 향했다.허영이 점점 멀어지자, 임지강도 자리를 떠나려 했다.문을 나서기 전, 임지강은 머리를 돌려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신세희를 노려보며 말했다.“악마 같은 년, 어쩜 딸도 똑같이 악독한 건지! 서아 이마의 혹이 내려가면 모를까, 만약 내려가지 않는다면 난 너와 네 딸년의 가죽을 벗겨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그래요?”신세희는 처량하게 웃었다.“임지강 씨. 당신과 나 사이에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일이죠! 내가 왜 기어코 내 남편과 함께 가성섬에 온 줄 알아요? 당신은 나에 대한 원망만 생각하다 보니 내 생각은 아마 모를 거예요. 난 당신이 날 미워하는 것보다 당신 집안사람들을 백배는 더 증오해요! 두고 봐요! 당신 집안이 멸망되든, 나 신세희가 죽든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요!”“짐승보다 못한 년!”임지강은 지금이라도 신세희와 결판을 내고 싶었다.하지만 임지강이 손이라도 대는 날에는 반호영이 막아설 것이 뻔하다.임지강은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널 8년을 키웠는데, 네가 어찌...”“8년요?”신세희의 웃음은 아까보다도 처량했다.“자랑이세요? 양심도 없으신가요? 날 8년을 키웠다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하세요! 지나가던 개가 웃겠어요! 까마귀도 당신보다 인정이 있겠어요! 그런 말을 내뱉는 자체가 낯간지럽지 않아요?”“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임지강은 심장이 철렁했다.그녀의 말투로 보았을 때, 분명 무언가 알고 있는 듯싶었다.임지강은 신세희의 증오에 찬 표정을 보니 마음이 차가워졌다.한기는 심장을 뚫고 들어왔다.임지강은 문득 신세희가 자기에 대한 증오는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무슨 말이냐고요?”신세희는 아직도 행방불명인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죽